예전에는 거의 해마다 양력 또는 음력 정월 초하루 무렵 백두대간(白頭大幹) 태백산(太白山, 1,567m)을 올랐다.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將軍峰) 부근에는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주목(朱木) 군락지가 있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는 말처럼 오랜 세월의 풍상(風霜)을 묵묵히 견뎌낸 아름드리 노거수(老巨樹), 고사목(枯死木)들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肅然)해지곤 한다.
태백산 주목 군락지에는 30~920년 묵은 주목 3,928그루가 자라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혈동의 주목 군락지 일대는 1992년 6월 2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국내 최고령 주목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두위봉(斗圍峰, 1,466m)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된 두위봉 주목 3그루는 1,200~1,400여 년 묵은 것으로 추정된다. 1,200~1,400여 년 전이라면 대략 서기 613~813년이다. 두위봉 주목은 고구려(高句麗) 영양왕(嬰陽王), 백제(百濟) 무왕(武王), 신라(新羅) 진평왕(眞平王)~발해(渤海) 희왕(僖王), 신라 헌덕왕(憲德王) 대에 발아(發芽)했다는 이야기다.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소백산(小白山, 1,439m) 주목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는 수령(樹齡) 200~500년 된 주목들이 자라고 있다.
주목은 구과목(毬果目, Pinales) 주목과(朱木科, Taxaceae) 주목속(朱木屬, Taxus)의 상록침엽교목(常錄針葉喬木)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경복, 노가리나무, 적목(赤木), 화솔나무, 회솔나무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북한명은 주목이 추천명이고, 경목, 노가리나무, 저목, 적목, 적백송(赤柏松), 화솔나무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경복이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경복은 경목(慶木)의 오기(誤記)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주목을 경목이라고 불렀다. 국가 공식 기관의 홈페이지는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류를 그대로 방치하면 나라 망신이고,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주목의 학명은 탁수스 쿠스피다타 지볼트 앤 추카리니(Taxus cuspidata Siebold & Zucc.)이다. 속명 '탁수스(Taxus)'는 '주목(yew, yew-tree)' 또는 '주목으로 만든 창(A javelin made of the wood of the yew tree)'의 뜻을 가진 라틴어 '탁수스(taxus)'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다. 현대 페르시아어 '탁쉬(تخش, taxsh, 발음 기호 [takhsh])'는 '활, 화살', 또는 '석궁(crossbow)'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활을 주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라틴어 '탁수스(taxus)'가 페르시아어 '탁쉬(تخش, taxsh)'의 어원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종소명 '쿠스피다타(cuspidata)'는 '뾰족하게 하다(make pointed)'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쿠스피도(cuspidō)'의 완전 수동 분사 '쿠스피다투스(cuspidātus)'가 여성형 단수로 어미 변화한 것으로서 '끝이 뾰족한(tipped), 뾰족한 끝이 있는(cusped), 뾰족한(pointed)'의 뜻이다. 잎 끝이 뾰족한 모양을 표현한 이름이다.
'지볼트(Siebold)'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이다. 지볼트는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처음 가르친 유럽인으로 유명하며, 일본의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했다. '추카리니(Zucc)'는 독일의 식물학자 요제프 게르하르트 추카리니(Joseph Gerhard Zuccarini, 1797~1848)이다. 뮌헨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였던 추카리니는 지볼트가 일본에서 수집한 식물을 분류하는 것을 도왔으며, 멕시코 등지의 식물도 함께 기술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주목의 영어명은 리지드-브랜치 유(Rigid-branch yew)다. 직역하면 '가지가 단단한, 가지가 잘 휘지 않는 주목'이란 뜻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어명은 재퍼니즈 유(Japanese yew)다. '일본 주목'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FOM 등재 일본명은 이치이(イチイ, 一位, 櫟)다. FOM에는 온코(オンコ), 아라라키(アララギ)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이치이(一位)의 유래는 기후현(岐阜県) 다카야마시(高山市) 히다미즈나신사(飛騨水無神社)에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천황 즉위 때 이 나무로 홀(笏)을 만들게 했는데, 나뭇결의 아름다움과 뛰어난 솜씨에 감격하여 당시 최고위 벼슬인 '쇼우이치이(正一位)'를 내렸다고 한다. 그때 진상한 홀이 히다(飛騨)의 산에서 난 이치이(一位)로 만든 것이어서 산 이름도 구라이야마(位山)라고 지었다고 한다(谷口彫刻).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주목의 중국명은 둥베이훙더우샨(东北红豆杉)이다. '동북 주목', 즉 '만주 주목'이란 뜻이다. 維基百科에는 즈샨(紫杉), 르벤훙더우샨(日本红豆杉), 츠바이숭(赤柏松), 즈바이숭(紫柏松), 주슈(朱树)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주목은 한강토, 극동러시아,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백두대간 중심으로 자생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국생정). 이치이(一位, 櫟)의 원산지는 일본(北海道, 本州, 四国, 九州), 한강토(朝鮮), 중국(中国), 러시아다(FOM). 둥베이훙더우샨(东北红豆杉)은 중국 동북부, 일본 북부, 한강토 북부와 제주도, 러시아 시베리아 동부, UK, US 등지에 분포한다(維基百科). 둥베이훙더우샨은 중국, 한강토,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지린(吉林) 라오예링(老爷岭), 짱광차이링(张广才岭), 창바이샨(长白山, 백두산)에 난다. 국가 1급 중점 보호 야생식물이다(百度百科).
주목은 잔뿌리가 많다. 줄기는 17~20m, 지름은 1m까지 자란다. 줄기와 큰 가지는 적갈색이고, 가지가 퍼진다. 일년생 가지는 녹색이나 2년 후 갈색으로 변한다. 잎은 나선상(螺旋狀) 배열로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는 깃 모양으로 보이며 선형(線形)이다. 잎 길이는 1.5~2cm, 너비 3mm 정도로서 끝이 뾰족한 미철두(微凸頭)이며 넓은 예저(銳底)이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에 2줄의 연한 황색 줄이 있다. 주맥(主脈)은 양쪽으로 도드라지고, 잎이 2~3년만에 떨어진다.
꽃은 암수딴그루(雌雄異體)로서 4월에 갈색 또는 녹색으로 핀다. 수꽃은 6개의 비늘조각으로 싸여 있고, 8~10개의 수술과 8개의 꽃밥이 있다. 암꽃은 10개의 비늘조각으로 싸여 있다.
열매는 8~9월에 익는다. 컵 같은 적색 종의(種衣, 육질씨껍질) 안에 5mm 크기의 종자가 들어 있다. 암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암나무는 가을에 동그랗고 빨간 열매가 열리므로 더 아름답다.
주목은 주요 조림수종으로서 내음수종(耐陰樹種)이다. 정원수, 공원수, 생울타리용, 토피아리용(Topiary), 독립수, 분재용으로 쓰인다. 목재는 조각재, 공예재, 기구재, 건축재로 사용된다(국생정).
주목 열매는 독이 있어서 먹으면 설사를 한다. 주목의 지엽(枝葉)을 자삼(紫蔘)이라 하며 약용한다. 일년생 가지는 독성이 있는 택신(taxine), 경피(莖皮)는 항백혈병작용과 항종양작용이 있는 택솔(taxol), 심재는 택수신(taxusin)을 함유한다. 이뇨, 통경(通經)의 효능이 있다. 신장병, 당뇨병을 치료한다(국생정).
둥베이훙더우샨(东北红豆杉)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자 희귀종인 천연 항암 식물로 인정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250만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살아있는 식물화석이다. 1996년 유네스코에서는 세계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하였고, 1999년에는 중국 희귀 및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하였다. 생태학적으로 둥베이훙더우샨은 24시간 내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CAM 식물로서 일산화탄소, 니코틴, 이산화황 등의 독성 물질은 물론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발암물질을 흡수해 정화할 수 있다. 공기를 정화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암 예방, 항암 효과가 있어 실내 디스플레이에 가장 적합하다. 모기와 해충을 쫓는 효능이 있어 질병과 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장수를 상징한다고 하여 '장수나무(长寿树)'라 불린다. 산뜻하고 아름다운 빨간색 열매는 사람들에게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며 '행운의 나무(吉祥树)'라고도 알려져 있다. 일년 내내 상록수이며 아름다운 외관으로 거실, 사무실, 호텔, 레스토랑, 공공 장소에 적합하다. 주거 지역, 안뜰, 공원 및 기타 도시 녹화에 사용되며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US 과학자들이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파클리탁셀(paclitaxel, PTX)은 우수한 항암 신약으로 자리잡았다. 둥베이훙더우샨은 이뇨소종(利尿消肿), 온신통경(温肾通经)의 효능이 있어 수종(水肿), 신장병(肾脏病), 임증(淋症)을 치료한다. 택신은 나무, 가지, 잎, 뿌리, 나무껍질에서 추출할 수 있으며, 오일도 추출할 수 있다. 중국 동북부와 북부 지역에서는 정원수와 조림수종으로 이용한다. 건축, 가구, 기구, 문구류, 조각품, 상자판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심재에서 빨간색 염료를 추출할 수 있다. 씨앗의 가종피는 달콤하고 먹을 수 있다(百度百科).
국표 등재 주목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설악눈주목(Taxus caespitosa Nakai) 1종이 있다. 설악눈주목(Korean spreading yew, ダイセンキャラボク)은 한강토 특산식물로서 설악산 정상 등에 분포한다. 원줄기가 옆으로 기며, 가지에서 뿌리가 발달하여 눈잣처럼 된다. 심재가 유달리 붉은색이다.
국생정 등재 주목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회솔나무(Taxus baccata var. latifolia Nakai)가 등재되어 있다. 회솔나무는 국표 미등재종이다. 주목과 회솔나무 잎의 너비를 비교 관찰한 결과, 중복 관찰되어 명확한 분류형질을 찾기 어려우며(Yang et al., 2012), 주목과 동일종으로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Kim and Kim, 2018). 또한 울릉도 개체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것이 많이 관찰되는데 과거 울릉도 개척 이후의 목재 이용 등, 인간 관리 활동에 의한 영향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국생정).
국표 등재 주목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눈주목(Taxus cuspidata Siebold & Zucc. var. nana Rehder), 마리주목[Taxus mairei (Lemee & H.Lév.) S.Y.Hu], 메디아주목(Taxus × media Rehder), 서양주목(Taxus baccata L.), 셀레베스주목[Taxus celebica (Warb.) H.L.Li], 캐나다주목(Taxus canadensis Marshall), 휸웰주목(Taxus × hunnewelliana Rehder) 등 20여 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3. 9. 22. 林 山
#주목 #설악눈주목 #朱木 #イチイ #一位 #櫟 #东北红豆杉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칭개나물 (1) | 2023.11.01 |
---|---|
은행나무 '진혼, 정숙, 정적, 장엄, 장수' (1) | 2023.10.02 |
도깨비바늘 '멀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 (0) | 2023.09.15 |
오갈피나무(五加皮) (1) | 2023.09.14 |
푼지나무 '깊은 사랑' (0) | 2023.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