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초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 가운데는 무분별한 채취(採取)로 멸종 위기에까지 내몰린 종도 적지 않다. 오갈피나무(五加皮)도 그런 이유로 멸종 위기에까지 처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오갈피나무가 몸에 좋은 한약재라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잎과 순은 물론 가지와 열매, 뿌리까지 너도나도 보는 족족 채취해 가는 바람에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갈피나무는 옛부터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영약(靈藥)으로 중국 최초의 의학서인 셴농뻰차오징(神農本草經)에도 실려 있는 자양강장(滋養强壯)과 강정(强精)의 효능이 있는 약초다. 조선 중기 한의사(韓醫師)이자 의관(醫官) 구암(龜巖) 허준(許浚)이 중국과 한강토(조선반도)의 의학 서적을 하나로 모은 백과사전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오가피에 대해 '힘줄과 뼈를 든든히 하고 의지를 굳게 하며 허리와 등골뼈가 아픈 것, 두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것, 뼈마디가 조여드는 것, 다리에 힘이 없어져 늘어진 것 등을 낫게 한다'고 나와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옛사람들은 오가피로 술을 만들면 황금도 이보다 귀중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가피는 대개 상품의 영약(靈藥)이다. 술을 만들면 크게 몸을 보(補)하고 차처럼 끓여 먹어도 좋은 효과가 있다. 여름에는 껍질을 채취하고 겨울에는 뿌리를 채취한다.'라고 했다.
민간에서는 오갈피나무라는 이름 대신 오가피(五加皮)라고도 많이 부른다. 백두대간수목원은 한자 이름 '五加皮(오가피)'가 잎이 5개로 갈라지고, 나무껍질를 약재로 쓴다는 뜻에서 유래하였고, '오가피'의 '가'가 발음 과정에서 '갈'로 변하여 '오갈피'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이름 유래에 대하여 '잎이 5개로 손가락 모양으로 갈라졌기 때문에 오갈피나무라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갈피나무는 산형화목(繖形花目, Umbelliferae) 두릅나무과 오갈피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落葉闊葉灌木)이다. 국가표준식물목(국표)에는 서울오갈피, 서울오갈피나무, 오갈피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북한명은 오갈피나무(추천명)이고, 서울오갈피, 좁은잎오갈피나무 등의 이명이 있디. 국생정에는 서울오갈피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오갈피나무의 학명은 엘레우테로코쿠스 세실리플로루스 (루프레히트 & 막시모비치) S.Y.후[Eleutherococcus sessiliflorus (Rupr. & Maxim.) S.Y.Hu]이다. 속명 '엘레우테로코쿠스(Eleutherococcus)'는 '자유로운(free), 분리된(separate), 통합되지 않은(not united)' 등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엘레우테로(Eleuthero)'와 '장과(berry)'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코쿠스(coccus)'의 합성어다. '(뭉쳐 있지만) 분리된(자유로운) 장과를 가진(free-berried)'이라는 뜻이다. 둥근 공처럼 보이지만 개별 장과(열매)는 분리되어 있는 열매의 모양을 표현한 속명이다. 또한, 두릅나무과 오갈피나무속 식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종소명 '세실리플로루스(sessiliflorus)'는 '세실리스(sessilis, seating) + 폴리움(folium, leaf) + -우스(-us)'로 이루어진 근대 라틴어 형용사로서 '잎자루(엽병)가 없는 잎이 달린(sessile-leafed)'의 뜻이다.
'루프레히트(Rupr.)'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식물학자 프란츠 요셉 루프레히트(Franz Josef Ruprecht, 1814~1870)이다. 프란츠 이바노비치 루프레히트(Frants Ivanovič Ruprekht)로도 알려져 있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S.Y.후(S.Y.Hu)'는 중국 식물학자로서 감탕나무속(Ilex), 원추리속(Hemerocallis), 인삼속(Panax) 식물 전문가인 후슈잉(胡秀英)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오갈피나무의 영어명은 스토크리스-플라워 엘레우테로(Stalkless-flower eleuthero)이다. '꽃줄기가 없는 꽃이 피는 오갈피나무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본명은 만슈우코기(マンシュウウコギ, 滿州五加·五加木)이다. '만주 오갈피나무'라는 뜻이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우겅우쟈(无梗五加)이다. '(꽃, 잎)자루(줄기)가 없는 오갈피나무'란 뜻이다. 百度百科, 維基百科에는 우야즈(乌鸦子, 中国树木分类学), 돤겅우쟈(短梗五加, 东北木本植物图志)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오갈피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 전국적으로 분포한다(국생정). 만슈우코기(滿州五加·五加木)의 원산지는 한강토(朝鮮), 중국이다(FOM). 우겅우쟈(无梗五加)는 한강토와 중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 虎林, 海林), 지린(吉林, 吉林市, 安图, 抚松), 랴오닝(辽宁, 千山), 허베이(河北, 兴隆, 易县, 小五台山), 샨시(山西, 五台山)에 난다. 해발 200~1000m의 삼림이나 관목 지대에서 자란다(百度百科).
오갈피나무는 뿌리 근처에서 가지가 많이 나와 사방으로 퍼진다. 키는 3~4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회갈색이고 털이 없으며, 가시도 거의 없고, 지면에서 가지가 많이 나서 사방으로 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손바닥 모양 겹잎이다. 소엽(小葉)은 3~5개로 거꿀달걀형 또는 타원형이고 점첨두(漸尖頭) 예형(銳形)이다. 잎 길이는 6~15cm로 가장자리에 잔겹톱니 발달하였다. 잎 표면은 녹색으로 털이 없으며,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 맥 위에 잔털이 있다.
꽃은 8월 중순~9월 말에 자주색으로 핀다. 우산 모양 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리고, 취산상(聚繖狀)으로 배열되며, 꽃대는 짧다. 꽃받침 열편(裂片)은 삼각형으로 겉에 밀모(密毛)가 있다. 꽃잎은 타원형으로 5개이다. 열매는 장과(漿果)로 타원형이고 약간 편평하다. 열매 길이는 10~14mm, 너비는 3~4mm이다. 열매는 10월에 성숙한다.
오갈피나무는 탄수화물, 무기질, 철, 석회,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봄에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줄기나 뿌리 껍질은 약용 외에도 차나 술로 만들어 먹는다. 잎을 따 말려두고 차로 이용한다. 또 잎을 가루로 만들어 국수, 빵, 과자, 떡 등에 첨가제로 넣을 수 있다. 뿌리 껍질로는 오가피주를 담근다.
오갈피나무의 뿌리 껍질은 오가피(五加皮), 잎(葉)은 오가엽(五加葉)이라 하며 약용한다. 오가피는 거풍습(祛風濕), 장근골(壯筋骨), 활혈거어(活血祛瘀), 보간신(補肝腎)의 효능이 있다. 풍한습비(風寒濕痺), 근골경련(筋骨痙攣), 요통, 음위(陰萎), 수종(水腫), 각약(脚弱), 소아행지(小兒行遲), 각기, 창저종독(瘡疽腫毒), 타박노상(打撲勞傷)을 치료한다. 하반신에 작용하는 강장약 및 진통약이다. 관절류마티즘, 족요(足腰)의 피로감, 무력, 유뇨(遺尿), 소아의 발육불량, 허약 등에 쓰인다. 오가피주(五加皮酒)는 진통, 강장(强壯)의 작용이 있으며 족요(足腰)의 냉(冷), 동통(疼痛), 음위 등에 효능이 있다. 오가엽은 피부풍(皮膚風)의 치료에 야채로 식용하면 좋고, 타박에는 도포(塗布)하여 종통(腫痛)을 치료한다(국생정).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한강토와 중국의 오가피 기원 식물이 다르다.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된 중국의 오가피 기원 식물은 시주우쟈(細柱五加, Acanthopanax gracilistylus W. W. Smith)와 동속 근연식물(同屬近緣植物), 한강토의 오가피 기원 식물은 오갈피[Eleutherococcus sessiliflorus (Rupr. & Maxim.) Seem]와 동속 근연식물이다.
본초학에서 오가피는 거풍습약(祛風濕藥) 중 거풍습강근골약(祛風濕腥强筋骨藥)으로 분류된다. 거풍습(祛風濕), 보간신(補肝腎), 강근골(强筋骨)의 효능이 있어 풍습비통(風濕痺痛), 사지구련(四肢拘攣), 요슬연약(腰膝軟弱), 소아행지(小兒行遲), 수종(水腫), 각기(脚氣) 등을 치료한다. 오가피는 비통(痺痛)과 근골위약(筋骨痿弱)을 치료하는 요약(要藥)이다.
동의보감에는 오가피(五加皮, 오갈피)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며[溫](약간 차다[微寒]고도 한다) 맛은 맵고 쓰며[辛苦] 독이 없다. 5로 7상을 보하며 기운을 돕고 정수를 보충한다. 힘줄과 뼈를 든든히 하고 의지를 굳세게 하며 남자의 음위증과 여자의 음부 가려움증을 낫게 한다. 허리와 등골뼈가 아픈 것, 두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것, 뼈마디가 조여드는 것, 다리에 힘이 없어 늘어진 것 등을 낫게 한다. 어린이가 3살이 되어도 걷지 못할 때에 먹이면 걸어다닐 수 있게 된다. ○ 산과 들에 있는데 나무는 잔 떨기나무이고 줄기에는 가시가 돋고 다섯갈래의 잎이 가지 끝에 난다. 꽃은 복숭아꽃 비슷한데 향기롭다. 음력 3~4월에 흰 꽃이 핀 다음 잘고 푸른 씨가 달린다. 6월에 가면 차츰 검어진다. 뿌리는 광대싸리뿌리 비슷한데 겉은 검누른 빛이고 속은 희며 심은 단단하다. 음력 5월과 7월에는 줄기를 베고 10월에는 뿌리를 캐어 그늘에서 말린다[본초]. ○ 위[上]로 5거성의 정기[五車星精]를 받아서 자란다. 그렇기 때문에 잎이 다섯갈래로 나는 것이 좋다. 오래 살게 하며 늙지 않게 하는 좋은 약이다[입문].'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표 등재 오갈피나무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가시오갈피[Eleutherococcus senticosus (Rupr. & Maxim.) Maxim.], 섬오갈피나무[Eleutherococcus gracilistylus (W.W.Sm.) S.Y.Hu], 지리산오갈피[Eleutherococcus divaricatus (Siebold & Zucc.) S.Y.Hu var. chiisanensis (Nakai) C.H.Kim & B.-Y.Sun], 털오갈피나무[Eleutherococcus divaricatus (Siebold & Zucc.) S.Y.Hu] 등 4종이 있다.
가시오갈피(eleuthero, Siberian-ginseng, Devil's bush, エゾウコギ, 蝦夷五加木, 刺五加)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중국,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경기도 북부, 강원특별자치도 치악산, 계방산, 태기산 등 추풍령 이북에 자생한다. 지리산에도 난다. 오가삼(五加蔘)이라고도 하며 약효가 가장 뛰어나 고려인삼에 버금간다고 알려져 있다. 줄기에 가늘고 긴 가시가 밀생하고, 특히 잎자루 밑에 가시가 많다. 섬오갈피나무(Hairy-style eleuthero, タンナウコギ, 细柱五加)의 원산지는 중국, 타이완이다. 제주도에 분포한다. 줄기는 가지가 많고 밑부분이 넓은 삼각형의 가시가 있다. 잎 뒷면 주맥의 분기점에 밀모가 있다. 지리산오갈피(Jirisan spreading-hair eleuthero, チイサンウコギ)는 한강토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잎 가장자리에 뾰족한 겹톱니가 있으며, 표면 주맥에 잔털이 있다. 잎 뒷면 맥 위에 잔가시와 갈색 털이 있다. 잎자루에는 가시가 있다. 털오갈피나무(Spreading-hair eleuthero, ケヤマウコギ, 毛山五加木, オニウコギ)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홋카이도,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 본토 4개 섬이다. 한강토에서는 경북(가야산), 황해, 평북, 함북 등지에 분포한다. 가지는 기부가 굵고 많이 갈라지며 일년생 가지에 가시가 없다. 잎 가장자리에 잘고 뾰족한 겹톱니가 있다. 잎 표면은 주맥에 잔털이 있고, 뒷면 맥 위에는 작은 잎자루와 더불어 갈색 털이 밀생한다. 엽병에는 갈색 털이 드문드문 난다. 오갈피나무에 비하여 잎 뒷면 맥 위에 갈색 털이 밀생한다.
국표 등재 오갈피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오가나무[Eleutherococcus sieboldianus (Makino) Koidz.], 헨리오갈피나무(Eleutherococcus henryi Oliv.), 스키아도필로이데스오갈피[Eleutherococcus sciadophylloides (Franch. & Sav.) H.Ohashi], 오가나무 '바레가투스'(Eleutherococcus sieboldianus 'Variegatus') 등 4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3. 9. 1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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