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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23] '프랭클린(Franklin)' 호주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환경운동을 찾아가는 여정

林 山 2023. 8. 24. 00:01

2023년 8월 22일 늦은 밤 EBS에서는 호주(Australia) 감독 카시미어 버제스(Kasimir Burgess)의 '프랭클린(Franklin)'이 방영됐다. 이 영화는 멜버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기도 하다. 러닝 타임은 91분이다.  

카시미어 버제스 감독

버제스 감독의 서사 단편영화(敍事短篇映畵, narrative short film)들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소외된 인물들을 포용하는 경향이 있다. 보편적인 주제들을 탐구하는 그의 영화들은 모든 문화와 계층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제목 '프랭클린(Franklin)'은 강 이름이다. 고든 강(Gordon River)의 한 지류인 프랭클린 강(Franklin River)은 호주 태즈메이니아(Tasmania) 주의 센트럴 하이랜즈(Central Highlands) 서부에서 발원하여 서해안을 향해 서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은 태즈메이니아 야생 세계문화유산 지역(Tasmanian Wilderness World Heritage Area) 중북부에 있는 프랭클린-고든 와일드 리버스 국립공원(Franklin-Gordon Wild Rivers National Park)을 관통해서 흐른다. 프랭클린 강 유역에는 유럽인 이전에 거주했던 원주민 고고학 유적지도 있다. 프랭클린 강은 북서 항로(Northwest Passage)를 찾다가 사망한 태즈매니아 주지사 존 프랭클린(John Franklin)을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다. 

래프팅 여정에 나선 올리버 캐시디

1980년대에 프랭클린 강은 당시 호주 최대 규모의 보존 운동이 전개됐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프랭클린 강 보존 운동 세력은 태주매니아 정부 발전기업(發電企業) 하이드로 태즈매니아(Hydro Tasmania)가 제안한 수력 발전소를 프랭클린 강에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웠다. 7세대째 태즈매니아인인 마이클 캐시디도 프랭클린 강과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개한 저항운동인 '프랭클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8년간 지속된 이 저항운동은 호주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환경운동이자 변화를 위한 비폭력 행동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프랭클린 강 유역은 수천 년 동안 거주한 원주민의 유적이 있는 곳이었다. 선조들의 생활 흔적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프랭클린 강 댐 건설 계획은 환경보호론자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를 불러왔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시위였다. 1983년 여름 마이클 캐시디도 프랭클린 강을 지키기 위해 14일간 여행을 떠난다.  
 

올리버 캐시디

댐 건설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수력 발전소에서 일하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댐 건설 찬성론자들의 편에 섰다. 이들은 '프랭클린 캠페인'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총까지 쏘았다.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나무에 구멍을 뚫고 석유를 부어 죽이려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댐 건설을 강행하려는 세력(Damfia)들의 불도저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상황이 심각해졌다. 괴물 같은 기계가 쳐들어와 신성한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했다. 인류에게 소중한 장소를 거리낌없이 죽였다. 댐피아(Damfia)들의 공격으로 위험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졌다. 저항운동 세력에게는 절망적인 시기였다. 하지만, 저항운동 세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비폭력으로 거대한 댐피아 자본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다.  

길 위에 선 올리버 캐시디

수자원 또는 전기 생산을 명분으로 한 댐 건설은 작게는 수십조 원, 많게는 수백조 원의 막대한 이권이 걸린 사업이다. 토건족, 발전기업,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권력자 또는 정치인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부안의 새만금이 토건족과 야합한 권력자들에 의해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생각해보라! 호주의 저항운동은 프랭클린 강을 살렸지만, 남한(南韓)의 환경운동은 불행하게도 새만금을 살리지 못했다. 권력자와 토건족의 결탁과 유착으로 무한 가치를 가지고 있던 새만큼 개펄은 영원히 죽어버리고 말았다.  

올리버는 프랭클린 강을 지켜낸 환경전사 마이클 캐시디의 아들이다. 8세대째 태즈매니아인인 올리버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환경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풍경을 보자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과거를 향한 여행, 미래를 위한 도전에 나선다. 버제스 감독의 카메라 앵글은 올리버를 따라간다.  

프랭클린 강을 따라 내려가는 올리버 캐시디

올리버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오래전에 아름다운 프랭클린 강에서 했던 14일간의 흔적을 좇아 솔로 래프팅 여행을 시작한다. 래프팅 여정을 통해서 올리버는 아버지와 진정한 이별을 하기로 한다. 그런 올리버에게 "힘내라, 아들! 한 발씩 내딛는 거야."라고 격려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올리버가 거칠고 위험한 프랭클린 강을 보트를 타고 내려가는 중간중간 감독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당시의 아카이브 푸티지(archive footage, 영상 기록)와 삼촌 짐 에버렛, 밥 브라운 등 '프랭클린 캠페인'에 참여했던 저항운동 핵심 멤버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아버지가 참여했던 '프랭클린 캠페인'의 전개 과정과 힘들고 험난하지만 명상적인 아들의 래프팅 여정이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으로 연결된다.  

프랭클린 강의 절경을 감상하는 올리버 캐시디

EBS는 올리버의 래프팅 여정에 대해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는 매우 사적인 애도의 여정인 동시에 아버지를 깊이 이해하는 치유의 여정이기도하다. 최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임팩트 다큐멘터리의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렇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힘들고 위험한 올리버의 래프팅 여정은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기도 하다. 목숨을 건 여정을 통해서 아버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된 올리버는 마침내 아버지와 진정한 작별을 고한다. 동시에 그는 마음의 치유와 영혼의 자유를 느낀다. 

올리버의 아버지는 "프랭클린 강을 거스를 수는 없다. 길은 하나뿐이다."라는 말을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길은 하나뿐이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화두(話頭)로 다가온다.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고 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15년 치 전력을 얻고자 강을 훼손한다면 수천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두고두고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23. 8. 2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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