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參謀中將) 도마(Thomas) 안중근(安重根) 장군(將軍)의 일대기를그린 영화 '영웅(英雄, Hero)'을 보러 실로 오랜만에 극장이란 곳에 갔다. 극장은 한 10년 만에 간 것 같다. 정확한 햇수는 모르지만 극장에 안간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영웅' 상영극장은 CGV였다.
CGV에서는 본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상업 광고는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러 온 것이지 광고를 보러 극장에 온 것은 아니잖은가! 씨지븨는 입장료로 돈 벌고, 광고로 돈 벌면서 관람객을 호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나 모르겠다. 이런 불편한 점들이 극장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역사나 소설, 영화, 연극 등은 되도록 안 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런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마다 울분으로 가슴이 미어지고 복장이 터지곤 한다. 왜냐하면 우리 역사는 해방 공간에서 미군정(美軍政)에 의해 부일민족반역자(附日民族叛逆者)들을 처단하지 못하고, 자력으로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데 실패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바쁘게 살다 보니 윤제균 감독이 2020년에 제작한 영화 '영웅'이 충주 극장에서 상영되고 욌는 줄도 몰랐다. 대한민국 동의회(同義會) 신명섭 의병장(義兵長)이 입장권을 예매해놓고 함께 '영웅'을 보러 가자고 연락을 해서야 알았다. 명색이 동의회 상임고문인지라 흔쾌히 따라 나섰다. 전각(篆刻)을 하는 단곡(旦谷) 김완수(金完洙) 장부도 함께 했다.
안중근 장군의 일대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에 여기서는 간단하게 소개만 하겠다. 안중근 장군은 1907년 전국적으로 의병(義兵)이 일어나자 강원도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의병 활동이 여의치 않자 안 장군은 러시아 연해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당시 주 러시아공사 이범진(李範晉)은 아들 이위종(李瑋鍾)을 러시아 연해주로 보내 의병군을 창설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1908년 4월 연해주 얀치헤(Yanchihe, 煙秋)에서 최재형(崔在亨), 이범윤(李範允), 엄인섭(嚴仁燮), 안중근 장군 등이 모여 항일(抗日) 무장독립운동(武裝獨立運動) 단체 동의회를 결성했다. 1908년 여름 동의회 안중근 우영장(右營將)이 이끄는 의병부대는 국내로 진공하여 함경북도에서 한강토를 강탈하고 짓밟은 일본군에 맞서 항일 유격전(遊擊戰, guerilla warfare)을 전개하였다.
동의회는 러시아의 탄압으로 그 이름을 일심회(一心會)로 바꿔야만 했다. 1909년 2월 말 얀치헤에서 안중근 장군을 중심으로 한 핵심 활동가 12인은 손가락 하나씩을 끊고 동의단지동맹(同義斷指同盟, 同義斷指會)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했다.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임을 결의한 동의단지회(동의회)는 한강토(조선반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 처형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헤이롱쟝성(黑龙江省) 하얼빈시(哈爾濱市) 난강구(南岗区) 소재 하얼빈역(哈爾濱站)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회담을 마치고 환영 군중 쪽으로 갈 때 권총 3발을 쏘아 사살 처형한 뒤 '대한 독립 만세(大韓獨立萬歲)'를 외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 장군은 제국주의 국제 깡패 일본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아 1910년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殉國)했다.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늦어도 너무 늦게도 안중근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建國勳章大韓民國章)을 추서(追敍)했다. 안중근 장군의 유지를 받드는 대한민국 동의회 장부들은 지금도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의 현장에 앞장서서 참여하고 있다.
영화는 역시 대자본이 만들어서 그런지 스펙타클로 볼 만한 장면들이 많았다. 컴퓨터 그래픽도 실제 장면처럼 실감나게 잘 처리했다. 스토리 전개와 구성도 탄탄했고, 할리우드 못지 않게 영화를 정말 잘 만들었다.
하지만 부일종미 민족반역자(附日從美民族叛逆者)들이나 그 후손 등 반발 세력을 의식해서인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기 검열을 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스토리 전개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또, 21세기가 되어서야 나타난 문물이 1900년대 초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등장해서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연출자의 의도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만일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상당히 방해하고 있다. 왜냐면 세기를 넘나들면서 영화를 감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웅'은 정극(正劇)과 뮤지컬(musicals) 장르 사이를 넘나드는 영화다. 영화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형식이다. 정극에 빠졌다가 뮤지컬로 넘어갈 때는 사실 좀 깨는 느낌도 들었다.
주연 배우 정성화(안중근 장군 역), 김고은(설희 역), 나문희(조마리아 역)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 주었다. 특히, 정성화는 안중근 장군의 역에 있어서 대체불가(代替不可)의 배우다. 이젠 그에게서 개그맨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 조재윤(우덕순 역), 박진주(마진주 역)의 코믹 연기도 감초처럼 맛깔나게 녹아들었다. 단역으로 나온 단역 배우들도 마치 독립운동을 하듯 연기를 열심히 잘했다. 배정남(조도선 역)의 코믹과 메쏘드를 오가는 연기가 다소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봐 줄 수 있다.
나문희 가슴으로 부르는 슬프디 슬픈 마지막 노래는 압권이었다. 실제로 눈물을 삼키면서 온몸으로 하는 나문희의 연기가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안중근 장군의 어머니가 아들을 가슴으로 이별하는 장면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영화는 진한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 하지만 영화가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서둘러 막을 내렸다는 아쉬움이 있다. 윤제균 감독은 엔딩 크레딧을 올리기 전에 관객들에게 '안중근 장군이 바라던 대로 과연 대한민국은 진정한 자주독립국가인가?'라고 물었어야 한다. 안 장군도 그걸 바라지 않았을까?
극장 문을 나서며 '대한민국은 과연 진정한 해방을 맞이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우리는 진정 자주독립국가가 맞는가? 세 명의 동의회 장부들은 부일종미 민족반역자들이 망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다짐에 다짐, 또 다짐을 해본다.
2022. 12. 3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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