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4일 밤 12시 35분 EBS 1TV에서는 캐나다의 레아 클레르몽 디온(Léa Clermont-Dion)과 길레인 마로이스트(Guylaine Maroist)가 공동으로 감독한 'Backlash: Misogyny in the Digital Age'가 방영되었다. EIDF에서는 한글 제목을 '백래쉬: 디지털 시대의 여성 혐오'(이하 백래쉬)로 달았다. 'Backlash(백래쉬)'는 '반동(反動), 반발(反撥)'이란 뜻이다. 러닝 타임은 1시간 20분이다.
레아 클레르몽 디온은 캐나다 다큐 영화 제작자로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텔레비전과 라디오 진행자, 신체 이미지 옹호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길레인 마로이스트는 캐나다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 각본가, 언론인, 음악가다. 그녀는 에릭 뤼엘(Eric Ruel)과 함께 라 뤼엘르 영화사(La Ruelle Films)를 설립했다.
다큐 영화 '백래쉬'는 디지털 시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과격하고 집요하며, 비열하고 악랄한 여성 혐오 행태를 고발한다. 다큐에 등장하는 삐뚤어지고 증오에 찬 여성 혐오자들은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정말 역겹다. '백래쉬'는 온라인상에서 자행되는 여성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각급 학교에서 교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디온과 마로이스트 감독은 나이나 직업, 국적을 뛰어넘어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과 혐오 발언, 살해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피해 여성들에게 카메라 포커스를 맞춘다. '백래쉬'에 등장하는 피해 여성들은 이탈리아 전 하원의장, 캐나다 퀘벡의 초등학교 교사, US 버몬트 주 하원의원, 프랑스 파리의 페미니스트이자 배우 등 4명이다.
한 백인 여성 혐오자는 "내가 여자를 증오하는 이유는 여자를 상대할수록 열받아 미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한 젊은 백인 여성혐오자는 "강간해. 다 부숴버리겠어."라면서 조현병자처럼 고함을 지른다. 수염이 덥수룩한 백인 여성 혐오자는 "닥쳐. 남자는 일터에, 여자는 집에 집구석에 있어."라고 위협조로 말한다.
증오심으로 가득찬 공격의 대상이 된 여성들은 안전한 사생활마저 박탈당한 채 공공장소에서도 살해 위협과 공포를 느낀다. 한 나라의 하원의장, 하원의원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일국의 국회의원도 여성 혐오 범죄 피해자 신세가 되는 판인데, 하물며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 여성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백래쉬'는 피해 여성들이 겪는 디지털 여성 혐오 범죄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함께 전한다. 또, 여성 혐오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중도 좌파 성향의 라우라 볼드리니(Raura Boldrini) 이탈리아 전 하원의장은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 "여성들이 더 유명해지고 영향력도 점점 더 커지니까 많은 남성들이 제동을 걸려는 거다."라고 말한다. 현직 시장 마테오 카미시오톨리(Matteo Camiciottoli)는 "볼드리니의 집으로 강간범들을 보내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자"라는 섬뜩한 협박조의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볼드리니는 이에 대해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이건 비정상이다."라고 한탄한다.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극우 파시스트 정당 북부리그(NL) 대표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는 정치 집회에서 볼드리니 하원의장을 섹스 인형에 비유하는 성차별적이고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 이탈리아 부총리와 내무장관까지 지낸 살비니의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발언에 대해 수많은 이탈리아인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럼에도 살비니는 사과하지 않았다. 볼드리니 하원의장은 자신을 지지해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살비니의 이 발언으로 이탈리아 국민은 성차별적 외설 발언을 더는 참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같은 여성 비하 발언은 사회 전체를 해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계 US인인 버몬트 주 하원의원의 글에는 '멍청한 것', '죽여', '망할 계집', '네 주제를 알아' 같은 악성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는 조직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한다. 이들은 집 앞을 어슬렁거리거나 근처 나무에 흰 페인트로 '망할 계집'이라고 써 놓는 등 불안과 공포를 조성한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이러한 만행은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다. 수사를 의뢰해도 경찰은 "악성 댓글 몇 개 갖고 뭘 어쩌겠는가?"라고 도리어 반문한다. 남편은 여성 혐오 범죄로 인해 "전체가 엉망이 됐다."라고 한탄한다. 하원의원은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 한 노동조합 모임에서 그녀는 "(권리를 찾는 운동에 대해) 역사가 주시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시작하라."고 역설한다.
프랑스 페미니스트 배우에게는 '진짜 역겹다.', '닥쳐! 몹쓸 계집아!', '더러운 걸레', '따귀 맞을래?' 같은 모욕과 살해, 강간 협박이 무려 4만 건이나 쏟아졌다. 여성 혐오자들은 페미니스트 배우에게 마치 늑대나 하이에나 무리처럼 달려든다.
캐나다 퀘벡 주 교사는 대학에 다닐 때 여성 혐오 범죄의 희생자가 됐다. 여성 혐오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놀랍게도 같은 과 남학생이었다. 총장에게 남학생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그는 이를 무시했다. 남학생은 폭행과 강간, 살해 협박과 함께 소포로 총알을 보내왔다. 그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여교사는 "그가 언제 협박 내용을 실행할지 몰랐다. 폭행과 강간, 살해 협박을 받고 있는데도 경찰은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한다."면서 절망적인 상태에 빠진다.
여성 혐오는 현대 시대의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테러리즘은 현실 세계의 폭력으로 직접 이어지는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 범죄를 방기한다면 우리 모두 공범이 되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피해 여성들은 여성 혐오 범죄에 맞서 싸우는 전사들로 변모해 간다. 이들은 여성 혐오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 발의에도 힘을 쏟고, 차별에 맞서 다시 온라인 플랫폼으로 용감하게 뛰어든다.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여성 혐오 범죄자들이 공공연하게 '걸레', '페미나치', '몹쓸 것'이라고 함부로 내뱉는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계속 침묵하면 수십 년간 노력해서 얻어낸 권리를 자칫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여성을 혐오하는 돼먹지 못한 남성 우월주의자들로부터 여성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다. 여성 혐오자들의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당장! 이것이 바로 레아 클레르몽 디온과 길레인 마로이스트가 시종일관 부르짖고 있는 '백래쉬'의 주제다. 정의로운 인류,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줄 때다.
2023. 8. 29. 林 山
#백래쉬 #여성혐오
'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IDF2024] 지구의 노래: 피오르의 속삭임(Songs of Earth) - 장엄한 대자연의 영상시 (0) | 2024.08.21 |
---|---|
[EIDF2024] 어떤 프랑스 청년(A French Youth) - 아랍계 투우사 벤하무와 바쿨 이야기 (3) | 2024.08.20 |
[EIDF 2023] '끝나지 않는 인형극(Dolls Don't Die)' 사라져가는 예술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 (0) | 2023.08.24 |
[EIDF 2023] '프랭클린(Franklin)' 호주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환경운동을 찾아가는 여정 (1) | 2023.08.24 |
[EIDF 2023] '마인드 게임(The Mind Game)' 아프간 소년의 목숨을 건 망명기 (0) | 2023.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