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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24] 지구의 노래: 피오르의 속삭임(Songs of Earth) - 장엄한 대자연의 영상시

林 山 2024. 8. 21. 15:18

제21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4) 출품작 '지구의 노래: 피오르의 속삭임(Songs of Earth)'은 노르웨이의 영화 감독/시나리오 작가/영화 제작자 마그레트 올린(Margreth Olin)이 2023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2023 토론토 국제영화제 공식 선정작이기도 하다. 러닝 타임은 91분이다.    

'Songs of Earth' 포스터

 

마그레트 올린은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유명하며, 그러한 작업들로 많은 국내 및 국제 상을 받았다. 올린의 이름은 노르웨이 국제영화제 아만다 어워드(Amanda Award) 수상작 'My body(내 몸, 2002)'가 언론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널리 알려졌다. 'Raw Youth(풋내기, 2004)'는 2005년 유럽영화상(European Film Award)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올린은 새로운 망명 제한을 반대하는 활동으로 주간지 니 티드(Ny Tid)에 의해 2008년 '올해의 노르웨이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그레트 올린

 

2009년 올린은 'Angel(천사)'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2010년 노르웨이 오스카상(Norway Oscar Award)을 받았다. 2012년에는 보호자 없는 소수 망명 신청자들에 관한 영화 'Nowhere Home(어디에도 없는 집)'은 노르웨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해외의 여러 영화제와 컨퍼런스에서 상영되었다. 2013년 'Cathedrals of Culture(문화의 전당)', 2017년 'Childhood(천사들의 합창: 노르웨이 유치원)'로 주목을 받은 올린은 2020년 'Self Portrait(자화상)'로 세계 여러 나라 영화제에서 7개의 상을 받았다.   

올린은 노르웨이 남서부 베스트란(Vestland) 주 스트린 지방자치시(Stryn Municipality) 하곡(河谷) 마을 올데달렌(Oldedalen)을 찾는다. 올데달렌은 깎아지른 듯한 협곡이 남북으로 20km 뻗어 있으며, 올덴(Olden) 마을의 북피오르덴(Nordfjorden, 북피오르)에서 끝난다. 계곡의 남쪽 끝은 조스테달스브린 국립공원(Jostedalsbreen National Park)의 거대한 조스테달스브린(Jostedalsbreen) 빙하(氷河, glacier)까지 이어진다.  

'Songs of Earth'의 한 장면

 

올린이 30여년 전 떠났던 고향 마을 올덴에는 85세 된 그녀의 아버지 요르겐 미클렌(Jørgen Mykløen)과 어머니 망힐 미클렌(Magnhild Mykløen)이 살고 있다. 올덴은 올린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 올린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올덴의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 환경 속에서 부모와 함께 1년을 보낸다.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올린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올린의 실존적 여정에는 빙하가 갈라지고 무너지는 굉음,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협곡을 가로질러 볼어오는 바람소리 등이 멋진 화음을 빚어낸다. 올덴의 협곡에 메아리치는 피오르의 속삭임은 지구의 노래가 되어 올린의 가슴 깊숙이 울리며 고동친다.   

올린은 "어려서부터 아빠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었죠. 이 길에서, 당신 뒤에서 이제 전 다른 여정을 함께하러 고향에 왔어요. 아빠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아빠는 일 년쯤 걸려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라고 말한다.   

'Songs of Earth'의 한 장면

 

요르겐은 조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협곡 곳곳을 데리고 다니며 딸에게 올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요르겐의 삼촌이 심었다는 방목장의 아름드리 가문비나무는 올린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올린은 가문비나무를 통해서 대대로 전해진 조상들의 숨결을 새삼스레 느낀다.   

어느 날 요르겐은 방목장 고목 근처에 가문비나무 묘목을 새로 심는다. 요르겐이 가문비나무를 심은 뜻은 무엇일까? 올린이 가문비나무를 볼 때마다 엄마, 아빠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르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요르겐은 딸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가문비나무와 함께 심은 것이다. 요르겐과 망힐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과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은 가문비나무와 함께 자라날 것이다.        

'Songs of Earth'의 한 장면

 

요르겐은 올린에게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아마 느끼게 될 거다. 우린 아주 큰 세상 속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존재인지 아니까 삶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요르겐은 자신이 평생 살아오면서 깨달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딸에게 들려준다.    

요르겐 부부는 모닥불이 타오르는 호숫가에서 사랑스런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며 춤을 춘다. 망힐이 "내 남자...."라고 말하자 요르겐은 "노인을 그렇게 부르면 안 되지."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자 망힐은 "돼. 말할 수 있는 한 그렇게 부를 거고"라고 응수한다. 부부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는 평생의 충성스런 사랑이 듬뿍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Songs of Earth'의 한 장면

 

'Songs of Earth'에 대해 스크린(Screen)은 "우리에게 보는 법을 다시 배우도록 고무시킨다.", 모던 타임스(Modern Times)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명상.", 코페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CPH:DOX)는 "올해 최고의 영화 속 자연 체험", 폴리티켄(Politiken)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것은 범죄다."라고 평했다.   

복스 미디어(Vox Media)의 알리사 윌킨슨(Alissa Wilkinson )은 "놀라운 명상시 '지구의 노래'는 인간 수명의 짧고 유한함을 장구한 지구 역사에 엮어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영상 미학으로 담아냈다."고 극찬했다. 올린과 그녀의 영화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2024. 8. 21.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