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우리가 부른 노래는 얼마나 가냘픈가 - 이순일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는
얼마나 연약한가
0.75퍼센트로
선거에서 이긴 무리들이
고속도로 차선을 아무렇게나 그어도
찍소리 못하고
모두 제 먹고 제 살기에 바빠서
꾹 참고 있으니
일상이 위협받고
수많은 목숨이 한꺼번에 날아가도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고
말이 말로써 구실을 못하는 세상이 되어도
애국자를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쫓아내어도
학교 교장도
조국 간성(干城)의 기수 학생회도
제자리가 겁나서
꾹 입다물고 있으니
선진국에 들었다고
경제와 민주주의 두 분 토끼를
한꺼번에 모셨다고
누가 먼저 호들갑 떨었나
사슴을 말(馬)이라 우기는 세상에
언론은
사슴을 비춰야 하나
말을 비춰야 하나
악독한 군사독재도 물리친
시민들은 이미 다 죽어서
민주주의 장송곡을 부르는가
눈, 귀, 입을 막고
제 안일만 챙기는가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는
이렇도록 가냘픈가
이에 깃든 우리들의 노래는
아픈 가슴만 두드리는가
4356.9.6.
이순일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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