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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우리가 부른 노래는 얼마나 가냘픈가 - 이순일

林 山 2023. 9. 24. 08:48

시(詩)는, 우리가 부른 노래는 얼마나 가냘픈가 - 이순일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는

얼마나 연약한가

0.75퍼센트로

선거에서 이긴 무리들이

고속도로 차선을 아무렇게나 그어도

찍소리 못하고

모두 제 먹고 제 살기에 바빠서

꾹 참고 있으니

일상이 위협받고

수많은 목숨이 한꺼번에 날아가도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고

말이 말로써 구실을 못하는 세상이 되어도

애국자를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서

쫓아내어도

학교 교장도

조국 간성(干城)의 기수 학생회도

제자리가 겁나서

꾹 입다물고 있으니

선진국에 들었다고

경제와 민주주의 두 분 토끼를

한꺼번에 모셨다고

누가 먼저 호들갑 떨었나

사슴을 말(馬)이라 우기는 세상에

언론은

사슴을 비춰야 하나

말을 비춰야 하나

악독한 군사독재도 물리친

시민들은 이미 다 죽어서

민주주의 장송곡을 부르는가

눈, 귀, 입을 막고

제 안일만 챙기는가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는

이렇도록 가냘픈가

이에 깃든 우리들의 노래는

아픈 가슴만 두드리는가

4356.9.6.

이순일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