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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호주 오픈] 남자 단식, '괴물' 야닉 시너 - '문어' 다닐 메드베데프 결승 격돌

林 山 2024. 1. 27. 00:53

'이탈리아 괴물 신예' 야닉 시너(이탈리아, 4위, 22세)와 '러시아 문어'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3위, 27세)가 2024 호주 오픈(Australian Open, AO, 총상금 8650만 호주달러, 약 762억 원)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타이틀을 놓고 맞붙게 되었다.  

4번 시드의 시너는 1월 26일 빅토리아 주도 멜버른 파크(Melbourne Park)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준결승 경기에서 그랜드 슬램 24회 제패 신기록 보유자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 36세)를 3시간 22분 만에 3-1[6-1, 6-2, 6(6)-7(8), 6-3]로 제압하고 호주 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결승에 올라갔다. 

결승전 진출이 확정되자 두 팔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야닉 시너

 

시너는 역시 '괴물 신예'였다. 시너는 경기 초반부터 자타공인 우승 후보 0순위 조코비치를 신들린 듯 몰아붙여 1, 2세트를 각각 6-1, 6-2로 따내는 괴력(怪力)을 선보이며 상대의 기선(機先)을 제압했다. 챔피언은 최고 시속 211km를 넘나드는 시너의 '괴물' 서브 시전(示展)에 고전(苦戰)을 면치 못했다.   

세트 스코어 0-2로 뒤진 조코비치는 3세트에 들어서자 혼신의 힘을 다해 반격에 나섰다. 두 선수는 각각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게임 스코어 1-1, 2-2, 3-3, 4-4, 5-5에 이어 6-6까지 불꽃튀는 공방전을 벌였다.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간 승부에서도 쫓고 쫓기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챔피언이 2포인트 달아나면 시너가 바로 2포인트 따라잡는 상황이 3번이나 되풀이되며 6-6이 되었다. 챔피언은 시너의 백핸드 포스드 에러(Forced Error)에 이은 백핸드 범실로 3세트를 8-6으로 따내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4세트에 들어서자 심기일전(心機一轉)한 시너는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하나 잡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 5-2로 달아났다. 시너는 챔피언의 실수를 가차없이 공격해 포인트로 연결했다. 패색(敗色)이 짙은 챔피언은 서브 게임을 3-5로 따라붙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시너는 위너 두 개와 에이스 하나를 작렬시키며 4세트를 6-3으로 따내고 대망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시너는 "대박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멜버른 중심 비즈니스 지구에서 남동쪽으로 7km 떨어진 교외) 쿠용(Kooyong)에서 몇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가능한 한 많은 준비를 하고 왔다. 지난해 말의 자신감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는 믿음을 확실히 갖게 됐고, 일요일에 생애 첫 그랜드 슬램 결승에 진출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세계 1위 조코비치는 윔블던 준결승에서 시너를 물리치는 데 거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시너는 이후 조코비치와 세 번의 맞대결에서 두 번의 승리는 자신감을 북돋아주었으며, 그의 믿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너는 "매우 힘든 경기였다. 나는 시작을 정말 잘했다. 노박은 두 세트를 놓쳤다. 코트에서 상대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계속 밀어붙이려고 하다가 3세트에서 세트 포인트를 잡고도 포핸드 범실로 놓쳤는데, 아다시피 이게 바로 테니스다. 4세트를 준비하려고 노력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윔블던 준결승에서 패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모두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포핸드 리턴 자세를 취한 다닐 메드베데프

 

이어 열린 준결승 경기에서 3번 시드 메드베데프는 4시간 18분에 걸친 혈투(血鬪) 끝에 '독일 전차' 6번 시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6위, 26세)에게 극적으로 3-2[5-7, 3-6, 7(7)-6(4), 7(7)-6(5), 6-3] 대역전승을 거두고 영화 '레버넌트(Rrevenant):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주인공이 되었다.  

메드베데프는 1세트에서만 5개의 더블 폴트를 기록하며 초반부터 난조를 보였다. 이를 틈타 즈베레프가 1, 2세트를 따내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섰을 때만 해도 승리가 곧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러시아 문어'의 저력(底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드베데프는 불굴의 투혼(鬪魂)을 불사르며 3, 4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각각 7-4, 7-5로 따내고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데 성공했다.  

5세트에서 메드베데프는 상대 서브 게임을 하나 잡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모두 지켜 게임 스코어 4-2로 리드를 잡았다. 반격에 나선 즈베레프는 서브 게임을 지켜 3-4로 추격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메드베데프는 두 게임을 연달아 이겨 5세트를 6-3으로 따내고 2021, 2022 대회에 이어 생애 세 번째 호주 오픈 결승에 올라갔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코트 인터뷰에서 메드베데프는 "1, 2세트를 졌지만 3세트에서는 '이 경기에서 지면 내 자존심이 구겨질 텐데...'라고 계속해서 혼자 중얼거렸다. 지면 지는 거지만 이겨서 너무 뿌듯하다. 3세트에서는 몸이 피곤한 것 같았다. 1세트처럼 연속 40타를 치기가 버겁다는 걸 알고 '좀 더 공격적으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더 나은 서브를 하기 시작했고 4세트 타이브레이크 5-5 상황에서 약간 운이 좋았다. 슬라이스는 의도적이었지만 바람에 백스핀을 꽂은 드롭 샷 리턴은 그렇지 않았다. 가끔 운이 좋을 때가 있다. 오늘은 나의 날이었다."고 말했다. 

시너 대 메드베데프의 결승전은 1월 28일에 열린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메드베데프가 6승 3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적은 시너가 메드베데프에게 3연승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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