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조름나물

林 山 2024. 4. 18. 18:17

2024년 4월 중순경 멸종위기 야생생물(滅種危機野生生物, Endangered wild animals and plants) Ⅱ급으로 지정된 조름나물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름나물을 만나기 위해 백두대간(白頭大幹) 건의령(巾衣嶺, 887m)을 넘어 둘밭마을을 찾았다.

 

수생식물(水生植物)인 조름나물 군락지(群落地)는 둘밭마을 연못에 있었다. 연못 주위는 사유지라 주인의 허락을 얻어야만 한다. 허락을 얻어 연못으로 들어가니 조름나물은 이제 막 흰색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활짝 핀 꽃은 단 두 송이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먼 길을 달려와 한 송이의 꽃도 보지 못했다면 몹시 서운했을 것이다.    

둘밭마을 연못(태백시 상사미동, 2024. 4. 14)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조름나물이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국화아강(菊花亞綱, Asteridae) 가지목(Solanales) 조름나물과(Menyanthaceae) 조름나물속(Menyanthes)의 여러해살이 수초(水草)로 분류되어 있다. 조름나물 1종이 조름나물속 1속을 이룬다.    

조름나물은 현재 국가적색목록에 멸종위기범주인 취약종(VU)으로 평가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국가적색목록(Redlist) 기준 평가 위기(EN) 등급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조름나물이 잡초 취급을 받을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국명(國名, common name)은 조름나물(추천명)이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메니안테스 트리폴리아타 린네(Menyanthes trifoliata L.)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메니안테스(Menyanthes)'는 '수생식물, 수초(water plant)'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메누안토스(mēnúanthos)'에서 유래한 다국어(多國語, Translingual) 고유명사다. '메니안테스(Menyanthes)'는 아마도 '메네[mḗnē, 달(month), 초승달(crescent moon)]'나 '메누오[mēnúō, 드러내는(to disclose)]'와 '안토스[ánthos, 꽃(flower)]'의 합성어로 추정된다. 꽃차례의 꽃이 순차적으로 피어나는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種小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트리폴리아타(trifoliata)'는 '잎이 세 개 달린(three-leaved), 세 잎의(trifoliate)'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트리폴리아투스(trifoliatus)'의 여성형이다. '트리폴리아투스(trifoliatus)'는 '트리[tri-, 3(three)]'와 '폴리아투스[foliātus, 잎이 달린(leaved)]'의 합성어다.    

'린네( 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린네는 1753년 '식물의 종(Species Plantarum)'을 통해서 Menyanthes trifoliata L.(조름나물)을 최초로 출판했다.     

조름나물(태백시 상사미동, 2024. 4. 14)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 등재 조름나물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벅빈(Buckbean)이다. ウィキペディア 등재 영문명에는 보그-빈(Bog-bean)도 있다. 프랑스어 '보그(Bog)'는 '(스코틀랜드의) 늪, 습지, 수렁', '빈(bean)'은 '잠두(蠶豆), 강낭콩'이다. 영어 '빈(bean)'은 '콩'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마쉬 트레포일(Marsh trefoil)이다. '습지(濕地, wetland, Marsh) 삼엽형(三葉形) 식물(trefoil)'이라는 뜻이다.   

ウィキペディア 등재 조름나물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미츠가시와(ミツガシワ, 三槲)다. 잎 세 장이 마주보고 붙어서 모여나고, 잎 가장자리의 물결 모양이 카시와(カシワ, 柏·檞, 떡갈나무) 잎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실제로 카시와(柏·檞) 잎 가장자리의 톱니는 미츠가시와(三槲)보다 훨씬 더 깊다.    

미츠가시와(三槲)의 별명(別名, Synonym)에는 미즈한게(ミズハンゲ, 水半夏, 물반하)가 있다. 또, 잎을 말린 것은 잠을 잘 오게 하는 약효가 있어서 중국에서는 수이사이(スイサイ, 睡菜, 중국어 발음 슈이차이) 또는 메이사이(メイサイ, 瞑菜, 중국어 발음 밍차이)라고 부르며, 수면제(睡眠薬)로 쓴다. 일본에서는 잎의 쓴맛 성분을 건위약(健胃薬)으로서 생약명 수이사이요우(スイサイヨウ, 睡菜葉)를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부터 이용해왔다(botanica-media.jp).  

일본에서 미츠가시와(三槲)의 꽃말은 '나는 표현한다(私は表現する)'이다. 꽃차례가 아래에서 위로 향해 점점 희고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자신의 존재를 조심스럽지만 자랑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조름나물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슈이차이(睡菜)다. 말 그대로 '졸음(睡)나물(菜)'이라는 뜻이다. 별명에는 밍차이(暝菜), 추어차이(绰菜) 등이 있다. '밍차이(暝菜)'는 '잠을 오게 하는(暝) 나물(菜)이라는 뜻이다. 국명 조름나물은 중문명 슈이차이(睡菜)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슈이차이(睡菜)->수채(睡菜)->졸음(睡)나물(菜)->조름나물로 변천(變遷)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명 조름나물을 원래의 이름 졸음나물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해 본다.     

밍(明)나라 의학자(醫學者) 리싀젠(李時珍)이 지은 본초서(本草書) 뻰차오강무(本草纲目) '싀밍(释名)'에 밍차이(暝菜), 추어차이(绰菜), 쭈이차오(醉草), 란푸(懒妇)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추어차이(绰菜)와 밍차이(瞑菜)는 진대(晋代) 문인(文人)이자 식물학자(植物學者) 지한(嵇含)이 쓴 난팡차오무쫭(南方草木状)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책은 "추어차이(绰菜)는 여름에 연못이나 늪에서 자라는데, 잎은 치구(茨菰, 慈姑, 자고, 소귀나물)와 비슷하고, 뿌리는 어우탸오(藕条, 연근)와 같다. 난하이(南海, 南支那海) 사람들이 추어차이(绰菜)를 먹으면 졸음이 온다(思睡)고 해서 밍차이(瞑菜)라고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름나물은 북반구(北半球, northern hemisphere)의 온대(溫帶)와 한대(寒帶)에 분포한다.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에서는 함경남북도, 평안북도, 강원도 양구군과 평창군, 경상북도 울진군 등지에 난다. 연못, 늪이나 도랑에 난다. 대암산 용늪의 개체들은 꽃을 피우지 않고 영양번식(營養繁殖, vegetative propagation)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생지(自生地, Natural Habitat)는 10곳 미만으로 개체수도 많지 않다(국생정). 강원도 태백시에도 자생지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미츠가시와(三槲)는 일본을 포함하여 주로 북반구의 한랭지(寒冷地)에 분포하며, 습지나 얕은 물속에 자란다. 아한대(亞寒帶)나 고산(高山)에 많지만, 쿄토시(京都市)의 미도로가이케(深泥池)나 도쿄도(東京都) 네리마구(練馬区) 산뽀우지이케(三宝寺池) 등 난대(暖帶)의 일부 지역에도 고립적으로 자생하고 있다. 이들은 빙하기(氷河期) 생존 식물로 여겨지며, 이들을 포함한 수생식물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미츠가시와(三槲)는 홋카이도(北海道) 이와나이군(岩内郡) 쿄우와정(共和町)의 정화(町花)이기도 하다(ウィキペディア).  

슈이차이(睡菜)는 북반구 온대(北温带), 중국 둥베이(中国东北)와 시난(西南) 및 허베이(河北), 쩌쟝(浙江) 등지에 모두 번식(繁殖)하고 있다(維基百科). 슈이차이(睡菜)는 중국 허베이, 쩌쟝, 시장(西藏, 티베트), 윈난(云南), 쓰촨(四川), 구이저우(贵州), 헤이룽쟝(黑龙江), 랴오닝(辽宁), 지린(吉林)에 분포한다. 조선(朝鲜, 한강토, 조선반도, 한반도), 일본, 러시아 및 북아메리카(北美) 각국(各国)에도 분포한다. 인공번식에는 종자번식과 뿌리줄기번식 방법이 있다(百度百科).

조름나물(태백시 상사미동, 2024. 4. 14)

 

조름나물의 근경(根莖)은 녹색이며 길게 옆으로 자란다. 근경의 지름은 7~10mm이며 끝에서 엽병(葉柄)이 긴 3출엽(三出葉)이 5~6개씩 나온다. 줄기는 높이 20~35cm 정도로 자란다.  

잎은 엽병이 길고 3출된다. 소엽(小葉)은 긴 타원형(長楕圓形), 난상 타원형(卵狀楕圓形) 또는 사각상 타원형(四角狀楕圓形)이고 엽병이 없으며, 둔두(鈍頭) 예저(銳底)다. 소엽은 길이 4~8cm, 너비 2~5cm로서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

꽃은 4~8월에 백색(白色) 혹은 더러 엷은 자색(軟紫色)으로 핀다. 꽃 지름은 1~1.5cm이다. 화경(花莖)은 길이 20~40cm로서 잎 사이에서 나오며, 끝부분에 꽃이 총상꽃차례(總狀花序, raceme)로 정생(頂生)한다. 포(苞)는 길이 3~8mm로서 넓은 달걀 모양(廣卵形)이며, 꽃자루는 길이 1~2.5cm이다. 꽃받침은 짧고 5개로 갈라지며, 열편(裂片)은 타원형(楕圓形)이다. 꽃부리는 짧은 깔때기 모양(短漏斗形)이고 5개로 중앙까지 갈라지며, 열편 안쪽에 긴 털이 밀생(密生)한다. 수술은 5개이며 화통(花筒)에 붙어 있다. 암술은 1개다. 포기에 따라 긴 수술에 짧은 암술의 꽃과 긴 암술에 짧은 수술의 꽃이 있다. 

조름나물의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지름 2~3.5mm로서 원형(圓形)이다. 종자(種子)는 원형으로서 둥글고 부플어올랐다. 종자의 표면은 매끄럽다. 

조름나물(태백시 상사미동, 2024. 4. 14)

 

슈이차이(睡菜)의 잎은 맥주(啤酒)를 만들 때 쓴맛을 내는 재료(苦味料)로 사용된다. 또한 소나 양 등 가축의 먹이로 쓰일 수 있다. 고대인들은 슈이차이(睡菜)가 불면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뻰차오강무(本草纲目)에 따르면 슈이차이(睡菜)는 전초(全草)를 약으로 쓴다. 맛은 달고 약간 쓰며(味甘微苦), 성질은 차다(性寒). 안신제번(安神除烦), 건위소식(健脾消食)의 효능이 있어 심장과 횡격막에 사열(心膈邪热)이 있어서 잠을 못 자는 증상(不得眠), 위염(胃炎), 위통(胃痛), 소화불량(消化不良), 습열황달(湿热黄痘), 담낭염(胆囊炎), 수종(水肿), 소변불리(小便不利) 또는 적열삽통(赤热涩痛)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현대 중의학(中醫學)에서도 슈이차이(睡菜)는 평간식풍(平肝息风), 청열해서(清热解暑)의 효능이 있어 위염, 위통, 소화불량, 심계실면(心悸失眠), 심신불안(心神不安) 등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百度百科).  

조름나물의 잎 또는 전초(全草)를 수채(睡菜), 근경(根莖)은 수채근(睡菜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수채는 건비소식(健脾消食), 양심안신(養心安神)의 효능이 있다. 심격사열(心膈邪熱), 위염, 위통, 소화불량, 심계(心悸)와 불면증, 정신불안증을 치료한다. 수채근은 윤폐지해(潤肺止咳), 소종(消腫), 강혈압(降血壓)의 효능이 있다(다음백과 국생정).

 

수채나 수채근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수재(收載)되지 않는 본초명이다. 한의사들도 실제 임상에서 수채나 수채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024. 4. 1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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