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백작약(白芍藥) '수줍음, 부끄러움'

林 山 2024. 4. 29. 15:15

백작약(白芍藥)은 높고 깊은 산에서 고고(孤高)하게 살아가는 야생화(野生花)다. 산행을 하다가 깊은 산중에서 수줍은 듯 피어난 하얀색 백작약 꽃을 만나면 그 아름답고 우아(優雅)하면서도 기품(氣品)이 있는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한다. 백작약의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이다. 깊은 산중에서 백작약 꽃을 대면하면 꽃말의 유래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백작약(단양 소백산, 2006. 5. 28)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의 백작약 분류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딜레니아아강(Dilleniidae) 딜레니아목(Dilleniales) 작약과(芍藥科, Paeoniaceae) 작약속(芍藥屬, Paeoni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종보시스템(국생정)의 분류는 물레나물목 작약과 작약속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1981년 크론퀴스트 체계(Cronquist system)에서는 속씨식물 계통발생 웹사이트(Angiosperm Phylogeny Website)에서 스티븐스(Stevens)가 딜레니아과(Dilleniaceae)를 딜레니아목으로 분류한 체계를 인식하고, 딜레니아목을 딜레니아아강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딜레니아목에 딜레니아과와 작약과를 배속시켰다. APG III 시스템에서는 작약과를 범의귀목(鹿耳草目, Saxifragales)으로 분류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파에오니아 자포니카 (마키노) 미야베 & 타케다[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이다. 국표 등재 학명이명(學名異名, synonymy)은 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 var. glabra Makino, Paeonia obovata Maxim. var. japonica Makino 등이 있다. 국생관 등재 학명이명은 Paeonia japonica var. pilosa Nakai(털백작약)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파에오니아(Paeonia)'는 '파에안, 신들의 의사(Paean, the physician of the gods)'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파이온(Paiṓn)' 기원의 '모란, 작약(peony)'이란 뜻을 가진 '파이오니아(paiōnía)'에서 유래했다. '파에안(Paean)'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치유(治癒)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이 싸움을 벌이다가 입은 상처를 파에안이 작약의 뿌리로 치료해 주었다고 한다. 약초의 효능이 뛰어남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자포니카(japonica)'는 '일본의(of Japan)'라는 뜻의 라틴어다. 처음 발견된 곳 또는 자생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마키노(Makino)'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1957)다. 일본 식물에 학명을 붙인 최초의 일본인이다.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은 1000여 종, 1500여 변종에 이른다. '미야베(Miyabe)'는 일본의 식물학자이자 조류학자(藻類學者), 균류학자(菌類學者)인 미야베 킨고(宮部金吾, 1860~1951)다. '타케다(Takeda)'는 일본의 식물학자이자 등산가(登山家) 타케다 히사요시(武田久吉, 1883~1972)다. 미야베와 타케다는 1910년 '정원사 연대기(Gardeners' Chronicle. London)'에 학명 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ヤマシャクヤク, 山芍薬)을 최초로 출판했다. 

국표 등재 국명(國名, common name)은 백작약(추천명), 산작약(山芍藥), 털백작약, 흰함박꽃, 강작약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국명은 백작약(추천명), 산작약(비추천명)이다. 

'백작약(白芍藥)'은 '흰색(白) 꽃이 피는 작약(芍藥)'이라는 뜻이다. '작(芍)'은 '함박꽃', '약(藥)'은 '약초(藥草)'라는 뜻이다. 그래서, 작약을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함박꽃이라는 이름은 1431년에 간행된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과 1433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의 향명(鄕名) '대박화(大朴花)'에서 유래했다. 대박화(大朴花)가 한박(大朴)곶(花)->한박꽃->함박꽃으로 변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박'은 '함지박'의 준말이다. 함지박은 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처럼 만든, 전이 없는 그릇이다. '함박꽃'에는 '함지박처럼 생긴 풍성한 꽃', '작약(芍藥)'에는 '함지박처럼 생긴 풍성한 꽃(芍)이 피는 약초(藥)'란 뜻이 담겨 있다. 이름처럼 작약은 아름다운 꽃이 피는 화초(花草)일 뿐만 아니라 뿌리를 한약재로 쓰는 매우 귀중하고 이로운 약초(藥草)이기도 하다. 

국표, 국생정 등재 백작약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와이트 우드랜드 피어니(White woodland peony)다. '흰 꽃(White) 삼림지대 또는 산(woodland) 작약(peony)'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et Takeda., Paeonia obovata Maxim. var. japonica Makino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야마샤쿠야쿠(ヤマシャクヤク, 山芍薬, 산작약)다. 중국 식물지(中國植物誌, Flora of China)와 US 농무부(USDA)는 중국의 차오샤오야오(草芍药, 초작약, Paeonia obovata Maxim subsp. obovata)와 일본의 야마샤쿠야쿠(山芍薬, var. japonica)를 동일종(同一種)으로 분류하고 있다.  

야마샤쿠야쿠(山芍薬)는 산지(山地)에서 자라고, 전체가 샤쿠야쿠(シャクヤク, 芍薬)와 비슷하기 때문에 유래한 이름이다. 샤쿠야쿠(芍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우아하고 상냥한 모습을 뜻하는 '샤쿠야쿠(しゃくやく, 綽約·婥約)'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별명(別名)은 카오요구사(カオヨグサ, 貌佳草)다. '얼굴 생김새가 곱다(顔貌が佳い)'는 뜻이다. 

중국어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Paeonia obovata Maxim.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차오샤오야오(草芍药, 초작약)다. 維基百科에는 학명이명으로 Paeonia obovata Maxim. var. japonica Makino가 등재되어 있다. '차오샤오야오(草芍药)'는 '초본식물(草本植物, herbaceous plants) 또는 풀(草) 작약(芍药)'이라는 뜻이다. 維基百科, 百度百科 등재 별명(別名, Synonym)은 예샤오야오(野芍药, 야작약), 샨샤오야오(山芍药, 산작약) 등이 있다. 즈우퉁(植物通) 등재 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백작약)의 중문명은 샨샤오야오(山芍药)다. 즈우퉁은 일문명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의 백작약은 일본의 야마샤쿠야쿠(山芍薬), 중국의 차오샤오야오(草芍药)와 동일종이다.  

밍(明)나라 리싀전(李時珍, 1518~1593)의 약초학 연구서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샤오야오(芍薬, 작약)는 추어위에(婥約, 작약)와 같은 말이다. 추어위에(婥約)는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 풀의 꽃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이름으로 삼았다.(芍藥猶婥約也, 婥約, 美好貌. 此草花容婥約, 故以為名)'라고 했다. 국명 작약(芍薬)과 일문명 샤쿠야쿠(芍薬)의 유래는 리싀전의 뻰차오강무에서 인용한 것이다. 

작약은 일찍이 샤(夏), 샹(商), 저우(周) 시대부터 중국인들이 관상용으로 재배한 식물이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작약을 모란(牡丹)에 버금가는 고아(高雅)하고 기품이 있는 꽃으로 여겨 모란을 꽃 중의 왕(花中之王)인 화왕(花王), 작약을 꽃 중의 재상(花中宰相)인 화상(花相)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 이름은 이미 기원전 9~7세기에 완성된 시집인 싀징(詩經) 쩡펑(郑风) 쩐웨이(溱洧)의 '처녀와 총각이(维士与女) 서로 즐겁게 희롱하며 놀다가(伊其相谑) 작약을 정표(情表)로 주었네(赠之以芍药)'라는 구절에 등장한다. 쩐웨이(溱洧)를 통해서 작약은 중국 고대로부터 사랑의 꽃으로 여겨져 연인들이 서로 정화(情花)로 주고받았던 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동한(東漢)의 신의(神醫)라 일컬어진 화투어(華佗, 141~203)와 작약의 고사(故事)는 유명하다. 화투어는 진료소를 열어 환자를 치료하는 한편 밭에 여러 가지 약초도 재배했다. 그는 환자에게 사용하기 전에 약성(藥性)을 알기 위해 약초를 주의깊게 맛보곤 했다. 어느 날 낯선 사람이 화투어에게 작약 한 그루를 주었다. 자기 집 앞에 작약을 심고 나서 화타는 작약의 잎, 줄기, 꽃을 맛본 후 약효가 별로 없다고 느꼈다. 하루는 늦은 밤 화타가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작약만 보였다.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여자 울음 소리가 또 들려와 밖으로 나가보니 여전히 똑같은 작약이었다. 화투어는 자고 있던 아내를 깨워 방금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창밖의 약초들를 바라보며 "여기 풀과 나무들이 당신의 손에서 약이 되어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는데, 이 작약만 외면당하니 억울했을 겁니다."라고 했다. 이에 화투어는 "다른 약초들은 다 맛을 보아서 약효가 분명하여 꼭 써야 할 데 썼으니 잘못이 없소, 하지만, 작약은 여러 번 잎과 줄기, 꽃을 맛보았지만 확실히 약으로 쓸 수 없었소. 그런데, 어찌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소?"라고 말했다. 며칠 후, 화투어는 혈붕(血崩, 자궁출혈)과 복통(腹痛)이 발병한 아내에게 약을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에 그의 아내는 몰래 작약 뿌리를 캐서 물에 달여 마셨다. 그랬더니 반나절 만에 복통이 점차 가라앉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다. 그제서야 화투어는 그가 작약을 억울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작약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한 화투어는 작약이 출혈을 멈추고(止血), 혈액순환을 촉진하며(活血), 진통(鎮痛), 자양보허(滋養補虛), 월경을 고르게 하고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調經) 효능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모란(牡丹)과 작약(芍药)이 함께 등장하는 전설도 있다. 작약과 모란은 원래 꽃이 아니었다. 아주 먼 옛날 인간 세상에 역병(瘟疫)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이에 옥녀(玉女)와 화신(花神)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왕모(王母, 서왕모)의 선단(仙丹)을 몰래 훔쳐 역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이에 서왕모는 옥녀를 모란, 화신을 작약이 되게 했다. 그 결과 모란은 나무(木本), 작약은 풀(草本)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고대 서양에도 비슷한 전설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의학과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esculapius)는 명계(冥界)의 신 하데스(Hades)의 상처를 치료해 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제자 파이온(Paion)이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질투와 시기심이 불타올라 제자 파이온을 죽였다. 하데스는 파이온의 은혜를 잊지 않고 그를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작약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서양인들은 작약이 자라는 곳마다 악령(惡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흰독말풀(曼陀罗) 같은 독초와도 싸울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 왔다. 

 

백작약(영양 검마산, 2024. 4. 27)

 

백작약은 한강토 거의 전역에 자생하며 일본, 중국, 러시아 사할린 등에 분포한다(국생관). 백작약은 한강토,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산지에 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전국적으로 20곳 이상의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수는 빈약한 편이다(국생정). 백작약에 대해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라는 국생정의 주장은 오류다. 왜냐하면 백작약과 동일종인 야마샤쿠야쿠(山芍薬)와 차오샤오야오(草芍药)는 각각 일본, 중국에도 분포하기 때문이다.  

야마샤쿠야쿠(山芍薬, 산작약)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한강토, 조선반도, 한반도),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의 칸토우(関東) 지방 서쪽, 시코쿠(四国), 큐우슈우(九州)에 분포한다. 야마샤쿠야쿠(山芍薬)와 베코바나야마샤쿠야쿠(ベニバナヤマシャクヤク, 紅花山芍薬)는 같은 종(同種)이라는 견해도 있다(FOM).  

차오샤오야오(草芍药, 초작약)는 조선(朝鲜), 일본, 러시아 극동 지방, 중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쓰촨(四川) 동부, 구이저우(贵州) 쭌이(遵义), 후난(湖南) 서부, 쟝시(江西) 루샨(庐山), 쩌쟝(浙江) 톈무샨(天目山), 안후이(安徽), 후베이(湖北), 허난(河南) 서북부, 샨시(陕西) 남부, 닝샤(宁夏) 남부, 샨시(山西), 허베이(河北), 둥베이(东北) 등지의 해발 800~2600m 지대에 난다(百度百科, 維基百科). 

 

백작약(영양 검마산, 2024. 4. 27)

 

백작약은 덩이뿌리를 형성한다. 덩이뿌리는 굵고 육질(肉質)이며 외근(外根)이 분지(分枝)하고, 분지된 뿌리에서 잔뿌리가 내린다. 줄기는 높이 40~50cm 정도이고, 밑부분은 비늘 같은 잎으로 싸여 있다. 

잎은 3~4개가 어긋나기하고 엽병(葉柄)이 길며 3개씩 2회 갈라진다. 소엽(小葉)은 긴 타원형(長楕圓形)이거나 거꿀달걀 모양(倒卵形)이고 양끝이 좁다. 잎 길이는 5~12cm, 너비 3~8cm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표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빛이 돌며 털이 없다. 

꽃은 4~6월 원줄기 끝에 한 송이씩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4~5cm이다. 꽃받침조각은 3개이며 달걀 모양이고 크기가 서로 다르다. 꽃잎은 5~7개로서 거꿀달걀 모양이고, 길이는 2.5~4cm이다. 수술은 많으며 꽃밥은 길이 5~7mm이다. 씨방은 3~4개이고, 암술대는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골돌과(蓇葖果)이다. 골돌과는 길이 2~3cm이며, 2~4개가 긴 타원형이고, 벌어지면 안쪽이 붉어지며, 가장자리에 자라지 못한 적색 종자와 익은 흑색 종자가 달린다. 

 

백작약(영양 검마산, 2024. 4. 27)

 

차오샤오야오(草芍药)는 꽃 색상이 밝고 우아하며 고급스럽다.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고, 절화(切花)로도 이용할 수 있다. 뿌리에는 전분이 들어 있어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씨앗에서는 지방유를 추출할 수 있다. 식물 전체를 식물성 살충제로 사용할 수 있다.  

차오샤오야오(草芍药)의 뿌리는 약으로 쓴다. 맛은 시고 쓰며(味酸苦), 성질은 서늘하다(凉). 산어(散瘀), 활혈지통(活血止痛)의 효능이 있어 통경(痛经), 폐경(闭经), 노열토뉵(劳热吐衄), 옹양종통(痈疡肿痛), 질타손상(跌打损伤)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백작약, 산작약(Paeonia obovata Maxim.), 천작약(川芍藥, Paeonia veitchii Lynch)의 뿌리(根)를 백작약(白芍藥)이라 하며 약용한다. 유간지통(柔肝止痛), 양혈염음(養血斂陰), 평억간양(平抑肝陽)의 효능이 있다. 월경불순, 복중경결(腹中硬結), 흉복동통(胸腹疼痛), 협통(脇痛), 표허자한(表虛自汗), 혈리(血痢), 현훈(眩暈) 등을 치료한다(다음백과 국생정).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된 본초명 백작약(白芍药, Paeoniae Radix Alba)은 작약(芍药, 이명 적작약, 가백작, Paeonia lactiflora Pall.)의 뿌리를 거피(去皮)하고 삶은(煮) 뒤 햇볕에 말린 것이다. 본초명 적작약(赤芍药, Paeoniae Radix Rubra)은 작약(Paeonia lactiflora Pall.)과 천적작(川赤芍, Paeonia veitchii Lynch)의 수염뿌리(鬚根)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것이다. 천적작 또는 천작약은 재배식물 비치모란의 본초명이다. 본초학 교과서에 따르면 백작약에 대한 다음백과 국생정의 설명은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본초명 백작약(Paeonia lactiflora Pall.)과 국명 백작약[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조선의 의성(醫聖)으로 일컬어지는 허준(許浚, 1539~1615)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작약을 백작약과 적작약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서 적작약과 백작약을 구분한 설명을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작약(芍藥, 함박꽃뿌리)은 성질이 평(平)하고 약간 차다[微寒]. 맛은 쓰고 시며[苦酸] 조금 독이 있다. 혈비(血痺)를 낫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며 속을 완화시키고 궂은 피를 헤치며[散惡血] 옹종(癰腫)을 삭게 한다. 복통(腹痛)을 멈추고 어혈을 삭게[消] 하며 고름을 없어지게 한다. 여자의 모든 병과 산전산후의 여러 가지 병에 쓰며 월경을 통하게 한다. 장풍(腸風)으로 피를 쏟는 것, 치루(痔瘻), 등창[發背], 진무른 헌데, 눈에 피가 지고 군살이 살아나는[目赤努肉] 데 쓰며 눈을 밝게 한다. ○ 산과 들에서 자라는데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햇볕에 말린다. 산골에서 저절로 자란 것을 쓰는 것이 좋고 집 근처에서 거름을 주면서 키운 것은 쓰지 않는다. 꽃이 벌거면서 홑잎(單葉)의 것을 써야 하며 산에서 나는 것이 좋다. ○ 일명 해창(解倉)이라고도 하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적작약은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기를 내리며 백작약은 아픈 것을 멈추고 어혈을 헤친다. 또한 백작약은 보(補)하고 적작약은 사(瀉)한다고도 한다[본초]. ○ 수족태음경에 들어간다. 또한 간기(肝氣)를 사하고 비위(脾胃)를 보한다. 술에 담갔다가 쓰면 경맥으로 간다. 혹은 술에 축여 볶아서도[炒] 쓰고 잿불에 묻어 구워서도 쓴다[입문]. ○ 함박꽃뿌리(작약)를 술에 담갔다가 볶아 흰삽주(백출)와 같이 쓰면 비(脾)를 보하고 궁궁이(천궁)와 같이 쓰면 간기(肝氣)를 사하고 인삼, 흰삽주와 같이 쓰면 기를 보한다. 배가 아프며 곱똥을 설사하는 것을 멎게 하는 데는 반드시 닦아서<炒> 쓰고 뒤가 묵직한 데는 닦아 쓰지 말아야 한다. 또는 내려가는 것을 수렴하기 때문에 혈해(血海)에 가서 밑에까지 들어가 족궐음경에 갈 수 있다고도 한다[단심](東醫寶鑑). 

 

백작약(영양 검마산, 2024. 4. 27)

 

중국에서도 베이송(北宋) 이전에는 작약을 구별 없이 써 왔다. 작약을 두 가지로 처음 나누기 시작한 베이송 때 나온 뻰차오투징(本草圖經)에서는 '껍질을 벗기고 찌고, 삶은 후 말린 것'을 백작약이라고 정의했다. 밍(明)나라 때 머우중춘(缪仲淳)이 백작약과 적작약을 최초로 구별하여 쓰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본초학 교과서에도 백작약과 적작약의 효능, 주치(主治)가 다르게 나와 있다. 그럼에도 학명 Paeonia lactiflora Pall.(작약, 적작약)을 백작약과 적작약 양쪽에 다 올려 놓았다. 이를 근거로 백작약과 적작약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들도 있다. 

 

중국약전(中國藥典)에는 본초명 백작약(Paeoniae Radix Alba)과 적작약(Paeoniae Radix Rubra)으로 나뉘어져 있다. 방약합편(方藥合編)의 방초(芳草, 향기 나는 풀) 편에도 백작약과 적작약을 구분해 놓았다. 

 

2002년 대한민국약전(大韓民國藥典) 8차 개정 때 백작약과 적작약을 작약으로 통합하면서 공식적으로는 두 한약재에 대한 구분은 사라졌다. 다만, 한의사들의 처방에서만 백작약과 적작약이 나뉘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본초학회(本草學會)는 '적작약과 백작약 구분은 기원종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포제법에 의한 것, 적작약은 청열약이고 백작약은 보혈약, 적작약과 백작약으로 품목 구분'을 건의할 것을 결의했다. 

 

한약재 백작약(좌)과 적작약(우)

 

국표 등재 백작약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작약(Paeonia lactiflora Pall.), 산작약(Paeonia obovata Maxim.), 털백작약[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 var. pillosa Nakai] 등 3종이 있다. 

 

작약(함박꽃, Peony, Chinese peony, シャクヤク, 芍薬)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중국, 몽골, 러시아다. 한강토 전역에 나며,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몽골, 일본, 중국 동북부 등에 분포한다. 꽃은 5~6월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으로 핀다. 꽃받침잎은 4~5장, 꽃잎은 9~13장이다. 잎 뒷면 맥 위에 털이 있는 것을 호작약(胡芍藥), 씨방에 털이 밀생하는 것을 참작약으로 구분한다. 재배 품종 중에는 겹꽃도 있다. 적작약, 함박꽃이라고도 부른다. 산작약(Woodland peony, ベニバナヤマシャクヤク, 紅花山芍薬, 草芍药)의 원산지는 조선, 일본, 중국, 러시아다. 한강토에서는 전역에 분포한다. 꽃은 5~6월경에 분홍색으로 핀다. 강원도 일대에서 확인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이다. 현재 한국적색목록에 멸종위기범주인 위급종(CR)으로 평가되어 있다. 털백작약(Hairy woodland peony, マンシュウヤマシャクヤク, 満州芍薬)은 산지에서 자란다. 잎 뒷면에 털이 있다. 꽃은 6월 원줄기 끝에 1개씩 흰색으로 핀다. 꽃잎은 5~7개다. 

 

국표 등재 백작약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에는 고사리작약, 다우리아작약, 동유럽작약, 마조르카작약, 발칸작약, 아노말라작약, 위트먼작약, 유럽작약, 코카서스작약, 퍼레그리나작약, 모란, 비치모란, 드라베모란, 러들로모란, 록키모란, 루테아모란 등 41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4. 5. 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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