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반디지치 '희생(犧牲)'

林 山 2024. 5. 7. 15:07

2024년 5월 5일 충남(忠南) 태안군(泰安郡) 안면도(安眠島) 방포항(傍浦港)을 찾았다. 비 내리는 방포해변에는 바람마저 세차게 불고 있었다. 방포전망대로 난 산길을 오르다가 벽자색(碧紫色) 꽃이 활짝 피어난 반디지치를 만났다. 빗물에 흠뻑 젖은 채 바람에 흔들리는 반디지치 꽃이 더욱 선명한 청자색(青紫色)으로 다가왔다.  

 

반디지치(충남 태안군 안면도, 2024. 5. 5)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반디지치가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국화아강(菊花亞綱, Asteridae) 꿀풀목(Lamiales) 지치과(Boraginaceae) 지치속(Lithospermum)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登載) 국명(國名, common name)은 반디지치(추천명), 깔깔이풀, 억센털개지치 등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등재 추천 국명은 반디지치, 비추천명은 깔깔이풀이다. 다음백과 국생관에는 반디지치(추천명), 억센털개지치, 센털개지치, 자목초, 반디개지치, 반듸지치 등의 국명이 실려 있다.  

반디지치는 '반디'와 '지치'의 합성어다. '반디'는 '반딧불이풀'의 준말, '지치'는 뿌리가 지치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디지치는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 호타루카즈라(ホタルカズラ, 蛍葛, 반딧불이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보인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리토스페르뭄 졸링게리 알퐁스 드 캉돌(Lithospermum zollingeri A.DC.)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리토스페르뭄(Lithospermum)'은 '지치 또는 개지치(gromwell), 꿩의비름(stonecrop)'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리토스페르몬(lithóspermon)' 기원의 라틴어 '리토스페르몬(lithospermo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고유명사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졸링게리(zollingeri)'는 스위스의 식물학자 하인리히 졸링거(Heinrich Zollinger, 1818~1859)를 기리기 위해 프랑스계 스위스 식물학자 알퐁스 피라뮈 드 캉돌(Alphonse Pyramus de Candolle, 1806~1893)이 명명한 것이다. 졸링거는 스위스의 식물학자 오귀스탱 피라뮈 드 캉돌(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와 그의 아들 알퐁스 드 캉돌의 제자다. 인명(人名)을 종명으로 쓰는 경우에는 이름 뒤에 영문 소문자 'i'를 붙인다. 'i'는 종명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했음을 표시하는 문자다. 'i'의 발음 원칙은 '아이'라고 한다. 'A.DC.'는 알퐁스 피라뮈 드 캉돌이다. 그는 1846년 'Prodromus Systematis Naturalis Regni Vegetabilis'에서 최초로 학명 Lithospermum zollingeri A.DC.을 출판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스타-플라워 그롬월(Star-flower gromwell)이다. '별꽃(Star-flower) 지치 또는 개지치(gromwell)'라는 뜻이다. 다음백과 국생관 등재 영문명은 졸링거 그롬월(Zollinger Gromwell)이다. '졸링거(Zollinger) 지치 또는 개지치(Gromwell)'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반디지치의 일문명은 호타루카즈라(ホタルカズラ, 蛍葛)다. '반딧불이(蛍) 풀(葛)'이라는 뜻이다. '카즈라(かずら, 葛·蔓)'는 '덩굴, 덩굴풀'이다. 호타루카즈라(蛍葛)는 봄에 청자색의 5판화(5弁花)가 피는데, 꽃 중앙부의 밝은 흰색 줄무늬가 눈에 띈다. 호타루(蛍)는 밝은 흰색 줄무늬의 모습을 반딧불이(ホタル)가 내는 빛에 비유한 것이고, 카즈라(葛)는 길게 자라는 가지에서 유래한 것이다.  

FOM, 중국어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반디지치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즈무차오(梓木草)다. FOM에는 띠셴타오(地仙桃)라는 중문명도 실려 있다. 중국에서는 즈무차오(梓木草)의 과실을 띠셴타오(地仙桃)라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국표는 그동안 기재했던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삭제했다. 국표는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다시 기재해야 한다. 출처와 연도는 국명의 유래를 밝히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국표는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과 중문명도 등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명은 국명만큼 중요하고, 중문명은 많은 국명의 유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반디지치(충남 태안군 안면도, 2024. 5. 5)

 

반디지치는 제주도와 영남(嶺南), 호남(湖南) 지방에 분포한다. 국외로는 일본, 중국, 타이완 등에 널리 분포한다. 산야(山野)의 볕이 잘 드는 건조지(乾燥地)나 숲 속의 응달, 모래땅에서도 자란다(국생정).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호타루카즈라(蛍葛)의 원산지는 일본, 조선(朝鮮, 한강토, 조선반도, 한반도), 중국 타이완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 오키나와(沖縄)에 분포한다(FOM). 

즈무차오(梓木草)는 중국, 조선, 일본, 타이완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윈난(云南) 서북부, 쩌쟝(浙江), 쟝쑤(江苏), 안후이(安徽), 구이저우(贵州), 쓰촨(四川), 샨시(陕西), 깐쑤(甘肃) 동남부 언덕이나 낮은 산의 풀이 무성한 경사지, 관목 아래에서 자란다(百度百科). 

 

반디지치(충남 태안군 안면도, 2024. 5. 5)

 

반디지치의 줄기는 높이 15~25cm까지 자란다. 전체에 거친 털이 있다. 원줄기에는 퍼진 털이 있고, 다른 부분에는 비스듬히 선 털이 있으며, 꽃이 핀 후 옆으로 뻗는 가지가 자라서 뿌리가 내리고 다음해에 싹이 돋는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葉柄)이 없다. 잎은 길이 2.5~6cm, 너비 1~2cm로서 긴 타원형(長楕圓形) 또는 거꿀피침 모양(倒披針形)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좁아져서 직접 원줄기에 달린다. 잎 기부(基部)에는 밑부분이 굵은 센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나 양면이 거센 털로 인해 껄끄럽다. 

꽃은 5~6월 줄기 상부의 잎겨드랑이에 1개씩 청자색 또는 벽자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15~18mm이다. 꽃받침은 녹색이며 5개로 깊게 갈라지고 선상 피침형(線狀披針形)이며 길이 5~6mm로서 끝이 뾰족하다.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이다. 꽃부리 기부는 통 모양이고 상부는 깊게 5개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지며 지름 약 15mm이고 겉에 복모(伏毛)가 있으며 안쪽에 5개의 모열(毛列)이 있고, 각 조각의 중앙부는 흰색으로 융기(隆起, uplift)되어 있다. 수술은 5개이며 판통(瓣筒)에 달려 있다. 열매는 소견과(小堅果)로서 지름 2.5~3mm이며 매끄럽다. 분과(分果)는 흰색이다. 

 

반디지치(충남 태안군 안면도, 2024. 5. 5)

 

즈무차오(梓木草)의 과실을 본초명 띠셴타오(地仙桃)라고 한다. 띠셴타오는 소종지통(消肿止痛)의 효능이 있어 정창(疔疮), 기관지염(支气管炎), 소화불량(消化不良)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반디지치, 개지치의 과실을 지선도(地仙桃)라 하며 약용한다. 온중건위(溫中健胃), 소종지통(消腫止痛)의 효능이 있다. 위창반산(胃脹反酸), 위한동통(胃寒疼痛), 토혈(吐血), 타박상, 골절 등을 치료한다(다음백과 국생정). 

지선도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지선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반디지치(충남 태안군 안면도, 2024. 5. 5)

 

국표 등재 반디지치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지치(Lithospermum murasaki Siebold), 개지치(Lithospermum arvense L.) 등 2종이 있다. 

지치(Red-root gromwell, purple gromwell, red gromwell, redroot lithospermum, ムラサキ, 紫, 紫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일본, 러시아다. 한강토 전역에 나며, 러시아 아무르, 우수리, 일본, 중국 만주 등에 분포한다. 여러해살이풀로 특히 석회암 지대에 많이 난다. 뿌리는 땅속 깊이 들어가며, 굵고, 마르면 자주색(紫朱色)이다. 꽃은 5~6월 줄기 끝의 총상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개지치에 비해 잎이 피침형이고 소견과는 평활하며, 뿌리는 마르면 자주색으로 변하므로 구별된다. 

개지치(Corn gromwell, field gromwell, pigeonweed, take-all-weed, white ironweed, イヌムラサキ, 犬紫, 田紫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서남아시아, 유럽 등 온대 지역이다. 한강토 전역에 난다. 전체에 누운털이 있다. 잎은 좁은 바늘 또는 넓은 선 모양이다. 꽃은 5~6월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1개씩 흰색으로 달린다. 두해살이풀이고, 잎이 좁으며, 열매조각에 주름이 있고, 뿌리에 지치와 같은 색소가 없으므로 지치와 구분된다. 

국표 등재 반디지치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은 청자지치(Lithospermum purpureocoeruleum Desf. ex DC.) 1종이 있다. 청자지치는 국표에 정명, 국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2024. 5. 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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