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초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충남(忠南) 태안군(泰安郡) 안면도(安眠島)를 찾았다. 안면도라는 이름은 옛날 고려(高麗), 조선(朝鮮) 시대에 세곡(稅穀)을 실은 조운선(漕運船)이 이 섬을 지나갈 때 침몰하는 일이 없어 '편하게 잘 수 있다(安眠)'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느 나지막한 야산((野山) 숲속에서 꽃이 활짝 피어난 새우난초를 만났다. 비에 흠뻑 젖은 새우난초가 반갑게 맞아주는 듯했다. 새우난초는 평생 처음 만나는 식물이라서 더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새우난초는 뿌리줄기(根莖)의 여러 마디가 연결되어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새우등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의 한라새우난초 분류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아강(百合亞綱, Liliidae) 난초목(蘭草目, Orchidales)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 새우난초속(Calanthe)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국명(國名, common name)은 새우난초(추천명), 새우란, 섬새우난초 등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등재 국명은 새우난초(추천명), 새우란(비추천명) 등이 있다. 새우난초의 꽃말은 '겸허(謙虛), 성실(誠實)'이다.
언제부터인지 국표는 그동안 기재해왔던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삭제했다. 국표는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다시 기재해야 한다. 출처와 연도는 국명의 유래를 밝히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국표는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과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도 등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명은 국명만큼 중요하고, 중문명은 많은 국명의 유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새우난초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칼란테 디스콜로르 린들리(Calanthe discolor Lindl.)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칼란테(Calanthe)'는 '아름다운(beautiful), 좋은(nice)'이란 뜻의 그리스어 형용사 '칼로스(kalos)'와 '꽃(blossom)'이란 뜻의 그리스어 명사 '안테(anthē)'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명사다. '꽃(flower)'이란 뜻의 그리스어 '안토스(anthos)와 비슷한 말이다. 아름다운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디스콜로르(discolor)'는 '다른 색깔을 가진(having a different colour), 잡색의(variegated)'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다. 흰색, 연한 자주색(軟紫朱色) 또는 적자색(赤紫色) 등 다른 색깔을 가진 꽃잎을 표현한 이름이다.
'린들리(Lindl.)'는 잉글랜드의 식물학자이자 정원사 존 린들리(John Lindley FRS, 1799~1865)다. 존 린들리는 장미와 디기탈리스속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의 아버지는 묘목장 주인이자 과수재배학자 조지 린들리(George Lindley)다.
국표, 국생정 등재 새우난초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커먼 칼란테(Common calanthe)다. '가장 흔한, 일반적인(Common) 새우난초속(calanthe) 식물'이란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새우난초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에비네(エビネ, 海老根)다. '에비네(海老根)'는 땅속으로 이어진 뿌리줄기(根莖)와 거기서 나온 수염뿌리(鬚根)의 모습이 마치 새우(海老)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집어든 것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본에서의 꽃말(花言葉)은 '성실(誠実), 겸허(謙虚), 겸허한 사랑(謙虚な恋)'이다.
FOM, 중국어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새우난초의 중문명은 샤지란(虾脊兰)이다. '새우등(虾脊) 난초(兰)'라는 뜻이다. '샤지란(虾脊兰)'은 구상(球状)으로 연결된 지하경(地下茎)의 형상(形状)이 구부린(卷曲) 새우(虾)와 흡사하게 보이는 데서 붙여진 일문명 '에비네(海老根, 중국어 하이라오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海老根'는 '샤건(虾根, 새우뿌리)'을 뜻한다. 또, 개별 작은 꽃의 입술판(唇瓣)이 뒤집혀 있는 모양이 새우(小虾)의 꼬리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에서의 꽃말(花语)은 '장수(长寿), 건강(健康)'이다.
새우난초는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충남 태안군, 전남, 제주도에 난다. 산비탈, 숲 속 음지의 비옥한 곳에서 자란다. 서남해안, 제주도에 20여 곳의 자생지가 있으며, 개체수도 풍부하다. 꽃이 아름다운 야생화로 훼손이 심하다(국생정).
에비네(海老根)는 일본 재래종(在来種)이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에 난다. 조선(朝鮮, 한강토, 조선반도, 한반도), 중국에도 분포한다. 드물게 키에비네(キエビネ, 黃海老根, 금새우난초)에 가까운 노란 꽃도 볼 수 있지만, 극히 희귀하다(FOM).
샤지란(虾脊兰)은 주로 중국 쟝쑤(江苏) 서남부, 쩌쟝(浙江, 乐清, 永嘉, 文成, 泰顺), 푸졘(福建), 광둥(广东) 북부,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구이저우(贵州)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 조선반도(朝鲜半岛, 한강토, 한반도) 남부에도 난다(百度百科). 쩌쟝(安吉, 杭州, 临安, 遂昌, 松阳, 龙泉, 缙云, 泰顺), 쟝쑤(句容宝华山), 푸졘 북부(武夷山), 후베이 동남부와 서남부(蒲圻, 五峰), 광둥 북부(乳源), 구이저우 남부(地点不详) 등지에 분포한다. 해발 780~1500m의 상록활엽수림 아래에 난다. 일본에도 분포한다(維基百科).
새우난초의 근경(根莖)은 포복성(匍匐性)이며 마디가 많고 염주형(念珠形)이며 수염뿌리가 다수 있다. 꽃대는 높이 30~50cm 정도이다. 잎은 이년생으로서 첫해에는 2~3개가 다발로 자란다. 다음해에는 잎이 옆으로 늘어지고 도피침상(倒披針狀) 긴 타원형(長楕圓形)이며 양끝이 좁고 길이 15~25㎝, 너비 4~6㎝이다. 잎 밑은 날카롭고 끝은 뭉툭하거나 날카로우며 세로로 주름져 겹쳐져 있다.
꽃은 4~5월 잎 사이에서 나은 꽃대에 길이 15cm 정도에 걸쳐서 총상(總狀)으로 달린다. 씨방과 더불어 짧은 털이 있으며 1~2개의 비늘 같은 잎이 달린다. 포(苞)는 피침형(披針形)이며 길이 5~10mm로서 마른 막질(膜質)이고, 꽃받침조각은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서 길이 15~20mm이다. 꽃잎은 백색, 연한 자주색 또는 적자색이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3개로 깊게 갈라지고, 중앙열편(中央裂片)은 끝이 오므라지며 안쪽에 3개의 능선(稜線, ridge)이 있다. 거(距)는 길이 5~10mm로서 씨방과 평행하며, 씨방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蒴果)이고 밑으로 처진다.
샤지란(虾脊兰)의 꽃은 흰색, 장미색, 파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품종이 있다. 작은 품종은 절화(折花) 및 분재(盆栽, bonsai)로 사용할 수 있으며 주로 발코니, 창틀 및 실내에 배치한다. 대형 품종은 관상용 녹색 식물로 노지 재배에 자주 사용된다(百度百科). 새우난초는 평분(平盆)에 심어 분재로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감상법이다. 남부 지방에서는 정원수의 하부에 심어 감상할 수 있다(국생정).
샤지란(虾脊兰)은 뿌리를 약으로 쓴다. 맛은 맵고 쓰며(辛苦), 성질은 차다(寒). 활혈화어(活血化瘀), 소옹산결(消痈散结)의 효능이 있다. 나력(瘰疬), 풍습골통(风湿骨痛), 옹창종독(痈疮肿毒), 질타손상(跌打损伤)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새우난초의 전초(全草) 또는 근경(根莖)을 구자련환초(九子連環草)라고 하며 약용한다. 산결(散結), 해독(解毒), 활혈서근(活血舒筋)의 효능이 있다. 편도선염, 임파선염(淋巴腺炎), 치창(痔瘡), 타박상, 종독(腫毒)의 치료에 쓰인다(국생정).
구자련환초(九子連環草)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은 본초명(本草名)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구자련환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국표 등재 새우난초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에는 금새우난초(Calanthe sieboldii Decne. ex Regel.), 다도새우난초(Calanthe insularis S.H.Oh, H.J.Suh & C.W.Park), 붉은새우난초(Calanthe rubra S.H.Oh, H.J.Suh & C.W.Park), 신안새우난초(Calanthe aristulifera Rchb.f.), 여름새우난초(Calanthe reflexa Maxim.), 한라새우난초(Calanthe striata R.Br. ex Spreng.) 등 6종이 있다.
금새우난초(Island golden calanthe, Siebold's hardy calanthe orchid, Siebold's hardy orchid, キエビネ, 黄海老根, 大黄花虾脊兰)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일본 , 중국, 타이완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 경북 울릉도, 충남 안면도, 전남 신안군, 완도군 등에 자생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키이반도(紀伊半島) 이남,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에 난다. 땅속줄기는 염주 모양이고, 마디가 많으며 옆으로 뻗는다. 꽃은 4~6월 꽃줄기 끝의 총상꽃차례에 밝은 노란색으로 달린다. 꽃에서 향기가 조금 난다. 새우난초에 비해 꽃이 노란색이라서 구분된다. 금새우난, 노랑새우난초라고도 부른다.
다도새우난초(Bicolor Island calanthe)는 한강토,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남 신안에 난다. 뿌리는 염주 모양이다. 꽃은 5월에 핀다. 꽃자루는 가는 털이 산포하고, 다수의 꽃이 수평으로 달린다. 꽃 색은 연한 황색에서 백색까지 다양하며 간혹 외화피편과 순판을 제외한 내화피편에 연한 홍갈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새우난초와 신안새우난초의 자연잡종으로 추정되며(Karasawa and Isida, 1998; Ito, 1979; Hong et al., 2010) 일본에서 들여온 개체들을 다도새우난초라는 이름으로 재배하여 왔다. 국내에서는 Hong et al.,(2010)에 의해 자생지가 보고 되었으며, 국명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다도새우난초로 하였다.
붉은새우난초(Red Island calanthe)는 국표에 정명, 국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금새우난초, 다도새우난초의 꽃은 노란색이지만 이 종은 꽃이 자줏빛이 도는 적색(赤色)이어서 노란색 꽃이 피는 금새우난초, 다도새우난초와 구분된다. 꽃의 크기는 다도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에 비해 조금 작다. 오상훈, 서화정, 박종욱이 2015년 학술지 'Phytotaxa'에서 이 종의 학명을 최초로 출판했다.
신안새우난초(Sinan calanthe, キリシマエビネ, 霧島海老根, 翘距虾脊兰, 翘距根节兰, 垂花根节兰)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이다. 일본에서는 혼슈 키이반도 서쪽, 시코쿠, 큐슈, 이즈제도(伊豆諸島), 아마미오오시마(奄美大島)에 분포한다. 2017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신규 지정된 식물이다. 한강토에서는 전남 신안에 난다. 꽃은 5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순판은 부채 모양으로 붉은색을 띠는 3줄의 돌기가 있으며, 3개의 열편으로 갈라지고, 가운데 열편은 끝이 뾰족하게 돌출된다. 거는 내화피편보다 길고 자방보다 위로 올라간다. 자방은 털이 있다. 잎 뒷면에 털이 있고 거가 있어 새우난초속 다른 종들과 구별된다. 새우난초와 미지의 종과 자연교잡종이다.
여름새우난초(Summer-flowering calanthe, ナツエビネ, 夏海老根, 镰萼虾脊兰, 反瓣虾脊兰, 反捲根節蘭、捲萼根節蘭)는 전남 흑산도, 진도, 제주도 등에 드물게 자란다. 세계적으로 타이완, 일본, 중국 등에도 분포한다. 짧은 뿌리줄기 밑에서 많은 수염뿌리가 난다. 가짜비늘줄기는 난상 구형으로 2~3개가 옆으로 연결된다. 꽃은 8월에 연한 홍자색으로 핀다. 꽃줄기 윗부분에 10~20개의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여름에 꽃이 피기 때문에 봄에 피는 다른 새우난초속 식물들과 구분된다.
한라새우난초(Halla striata calanthe, タカネ, 飴)는 제주도, 충남 태안 등지에 분포한다. 뿌리줄기는 짧고, 알뿌리는 달걀 모양(卵形)으로 2~3개가 연결된다. 꽃은 4~5월에 핀다. 꽃대 윗부분에 10~20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시작하여 위로 올라가며 핀다. 꽃은 주로 주황색(朱黃色)이지만 색의 변이가 심하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한때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제주도 현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보호 노력이 이루어지면서 자생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4. 5. 10. 林 山
#새우난초 #금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Commoncalanthe #エビネ #海老根 #虾脊兰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난초(金蘭草) '주의(注意), 경계(警戒)' (0) | 2024.05.17 |
---|---|
금새우난초 '미덕(美德)' (1) | 2024.05.13 |
반디지치 '희생(犧牲)' (0) | 2024.05.07 |
인가목조팝나무 (0) | 2024.05.03 |
백작약(白芍藥) '수줍음, 부끄러움' (0) | 2024.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