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큰방울새란 '미덕(美德)'

林 山 2024. 5. 27. 17:28

2024년 5월 26일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전라북도 군산 어느 바닷가 야산에서 연한 홍자색 꽃이 활짝 핀 큰방울새란을 만났다. 큰방울새란은 실개천이 흐르는 습지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었다. 자생지도 몇 군데 안되고, 개체수도 많지 않아 희귀식물로 알려진 큰방울새란을 만난 것은 야생화 애호가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큰방울새란은 꽃 모양이 방울새를 닮았고, 식물체가 방울새란에 비해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을 보면 새가 날아가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방울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언뜻 연상이 잘 안된다.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의 큰방울새란 분류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아강(百合亞綱, Liliidae) 난초목(蘭草目, Orchidales)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 방울새란속(Pogoni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다음백과 국생관은 피자식물문 대신에 현화식물문(顯花植物門, Anthophyta)이란 분류명을 사용하고 있다. 피자식물문과 현화식물문은 같은 개념이다. 피자식물(被子植物, 속씨식물, Angiosperms)은 꽃이 피는 식물이다. 따라서, 진정한 현화식물(顯花植物, Phanerogams, flowering plants)은 피자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피자식물은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 약 25만 종 이상이 퍼져 살고 있는 지구 최우점종(最優占種)이다.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큰방울새란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포고니아 자포니카 라이헨바흐(Pogonia japonica Rchb.f.)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포고니아(Pogonia)'는 '수염(beard)'이라는 뜻의 '포곤(pṓgōn)' 기원의 고대 그리스어 '포고니아스(pōgōnías)'에서 차용한 라틴어 명사다. '포고니아(Pogonia)'는 '포고니아스(pōgōnías)'의 탈격(奪格, Ablative), 호격(呼格, Vocative)이다. 탈격은 '에서부터, ~에 의해'의 뜻을 나타내는 격 형식이다. 입술꽃잎(脣瓣)에 있는 수염 같은 돌기를 표현한 이름이다.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에 따르면 '포고니아(Pogonia)'는 그리스어 '포곤(pogon-)'에 명사화 접미사 '-이아(-ia)'가 붙어서 이루어진 근대 라틴어다. '포곤(pogon-)'은 '(위)에(on), 에(서)[at]'란 뜻의 그리스-키프로스 방언 '포스(pos)' 유사어 '포-(pō-)'와 '턱, 아래턱(jaw)'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게니스(genys)' 유사어 '-곤(-gōn)'의 합성어 기원 그리스어 '포곤(pōgō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아래턱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수염(beard)'이다. '-이아(-ia)'는 일반적으로 '-우스(-us)로 끝나는 형용사 또는 드물게 후기 라틴어에서는 '-이우스(-ius)'로 끝나는 형용사, 또는 현재분사 어간, 때로는 명사 어근에 붙어서 여성형 추상명사를 형성하거나 국가 이름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접미사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species epithet) '자포니카(japonica)'는 '일본의(of Japan)'라는 뜻의 라틴어다. 표본 식물을 처음 발견한 곳 또는 자생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라이헨바흐(Rchb.f.)'는 식물학자이자 19세기 독일 최고의 난초학자 하인리히 구스타프 라이헨바흐(Heinrich Gustav Reichenbach, 1823~1889)다. 그의 아버지 하인리히 고틀리프 루트비히 라이헨바흐(Heinrich Gottlieb Ludwig Reichenbach, 1793~1879)도 독일의 유명한 식물학자이자 조류학자, 삽화가였다. 구스타프 라이헨바흐는 1852년 'Linnaea; Ein Journal für die Botanik in ihrem ganzen Umfange. Berlin'에서 최초로 큰방울새란의 학명을 출판했다.   

국표 등재 국명(國名, common name)은 큰방울새란(추천명), 큰방울비란, 큰방울새난초, 흰큰방울새란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추천 국명은 큰방울새란, 비추천명은 큰방울비란이다. 국생관 등재 국명은 큰방울새란(추천명), 국명이명(國名異名, synonymy)은 큰방울새난이다. 큰방울새란의 꽃말은 '미덕(美德)'이다.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국표, 국생정, 다음백과 국생관 등재 큰방울새란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에이션 퍼고우니어(Asian pogonia)다. '아시아(Asian) 큰방울새난초(pogonia)'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큰방울새란의 일문명은 토키소우(トキソウ, 朱鷺草)다. '토키(とき, 鴾·鴇·桃花鳥·朱鷺)'는 '따오기' 또는 '토키이로(とき色, 연분홍빛)'의 준말이다. '토키소우(朱鷺草)라는 이름은 꽃색이 특별천연기념물(特別天然記念物)로 지정된 새인 따오기(朱鷺)의 날개 아래의 색이 이른바 연분홍색(とき色)을 띠고 있는 것에서 유래했다. 토키소우의 꽃말은 '겸손(控えめ), 헌신(献身), 환애(幻の愛), 전하고 싶은 마음(届けたい想い)'이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큰방울새란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주란(朱兰)이다. '(꽃이) 붉은색(朱) 난초(兰)'라는 뜻이다.  

언제부터인지 국표는 그동안 기재해왔던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삭제했다. 국표는 국명의 출처와 연도를 다시 기재해야 한다. 출처와 연도는 국명의 유래를 밝히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국표는 북한명(北韓名, North Korean name)과 중문명도 등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명은 국명만큼 중요하고, 중문명은 많은 국명의 유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큰방울새란은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경상남북도, 제주도에 분포한다. 습지에서 자란다. 산지 양달의 습한 들에서 보이며, 자생지가 대단히 산성이 강한 곳이 많다. 전국의 고산 및 내륙 습지에 10곳 이상의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수는 많지 않다. 야생화 채취 및 생태계 천이에 의한 자생지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국생정). 한강토 전역에서 자생하며, 러시아 아무르, 우수리, 일본, 중국 만주 등에 분포한다(국생관). 전라북도, 강원도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큰방울새란은 국가적색목록(Redlist)에 준위협(NT)으로 평가되어 있다.     

토키소우(朱鷺草)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한강토, 조선반도, 한반도), 일본, 중국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우(北海道), 혼슈우(本州), 시코쿠(四国), 큐우슈우(九州)에 분포한다(FOM).    

주란(朱兰)은 중국 둥베이(东北), 화베이(华北) 및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광시(广西), 쓰촨(四川), 구이저우(贵州), 윈난(云南)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 조선반도(朝鲜半岛) 등지에도 분포한다. 해발 400~2000m의 산 정상 풀밭, 계곡 옆 숲속, 관목 아래 습지나 기타 습한 곳에서 자란다. 세계자연보존연맹멸종위기종적색 목록(世界自然保护联盟濒危物种红色名录, IUCN)에 준위협종(近危, NT)으로 등재되어 있다(百度百科).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큰방울새란의 키는 높이 15~30cm이다. 잎이 원줄기 중앙에 1개 달린다. 잎은 선상 긴 타원형(線狀長楕圓形)이고 길이 4~10㎝, 너비 7~13mm로서 끝이 둔하며, 밑부분이 좁아져서 원줄기에 붙고 날개처럼 흐른다. 

꽃은 6~7월에 원줄기 끝에 1개가 홍자색(紅紫色)으로 핀다. 포(苞)는 잎 같고 길이 2~4㎝, 너비 3~6mm로서 보통 씨방보다 길다. 꽃받침조각은 윗부분의 것은 긴 타원상 거꿀피침 모양(長楕圓狀倒披針形)이며 길이 1.5~2.5mm, 너비 3~5mm로서 끝이 둔하고 옆의 것은 다소 너비가 좁으며 윗부분의 것과 길이가 비슷하다. 꽃잎은 긴 타원형으로서 끝이 둔하고 꽃받침보다 다소 짧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꽃받침과 길이가 비슷하다. 정열편(頂裂片)은 거꿀달걀 모양(倒卵形)이고 안쪽과 가장자리에 육질(肉質)의 돌기(突起)가 있다. 씨방은 길이 1.5㎝정도이다.  

큰방울새란의 번식 방법은 땅 속에서 옆으로 뻗는 뿌리가 있으므로 가을에 이것을 잘게 절단하여 번식시킨다. 그러나, 길이 3~5cm 이하의 짧은 뿌리는 개화할 때까지 2~3년이 걸리므로 너무 짧게 자르지 않는 것이 좋다. 어미포기의 뿌리목에 씨를 뿌려서 실생묘(實生苗)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주란(朱兰)은 전초(全草)를 약으로 쓴다. 맛은 쓰고(苦) 성질은 차다(寒). 청열해독(清热解毒), 윤폐지해(润肺止咳), 소종(消肿),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다. 간염(肝炎), 담낭염(胆囊炎), 독사교상(毒蛇咬伤), 옹창종독(痈疮肿毒) 등의 치료에 쓴다(百度百科). 

 

주란(朱蘭) 또는 큰방울새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 수재(收載)되지 않은 본초명(本草名)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주란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큰방울새란 같은 멸종 위기에 있는 식물을 약초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주란보다 효능이 뛰어난 약초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큰방울새란(전북 군산, 2024. 5. 26)

 

국표 등재 큰방울새란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방울새란[Pogonia minor (Makino) Makino] 1종이 있다. 방울새란(Minor pogonia, ヤマトキソウ, 山鷺草, 小朱兰)의 원산지는 일본, 타이완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우, 혼슈우, 시코쿠, 큐우슈우에 분포한다(FOM). 한강토 전역에 분포한다(국생관). 꽃은 5~6월에 줄기 끝에서 1개씩 흰색 바탕에 연한 붉은 보라색으로 피며, 벌어지지 않는다. 큰방울새란에 비해 식물체가 전체적으로 작으며, 꽃 색이 연하고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또, 입술꽃잎의 곁갈래가 작으므로 구분된다.   

2024. 5. 2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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