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닭의난초 '숲속의 요정, 짧았던 즐거움'

林 山 2024. 7. 1. 17:32

2024년 6월 말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전라북도 군산의 어느 바닷가에서 닭의난초를 만났다. 꽃이 활짝 핀 닭의난초는 빗물을 흠뻑 뒤집어쓴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바닷가 숲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비바람을 맞고 있는 닭의난초가 가여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닭의난초는 활짝 핀 꽃이 닭의 벼슬과 닮았다고 하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꽃이 토종닭의 깃털 색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또, 활짝 터뜨린 꽃의 순판(脣瓣)이 닭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의 닭의난초 분류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아강(百合亞綱, Liliidae) 난초목(蘭草目, Orchidales)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 닭의난초속(Epipactis)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닭의난초가 미종자목(微種子目) 난초과 닭의난초속으로 분류되어 있다. 미종자목은 씨를 강조하여 종자(種子)가 매우 작은(微) 목(目)이라는 뜻이다. 난초의 씨앗은 먼지처럼 매우 미세한 종자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미종자목 대신 난초목이란 분류명을 사용한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 닭의난초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에피팍티스 툰베르기이 A.그레이(Epipactis thunbergii A.Gray)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에피팍티스(Epipactis)'는 '석죽과 헤르니아리아(Herniaria) 속 식물(rupturewort)' 또는 '닭의난초, 금난초(helleborínē)'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에피팍티스(epipaktís)'에서 차용한 라틴어 명사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툰베르기이(thunbergii)'는 '툰베리(Thunberg)의'라는 뜻으로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를 기념하여 명명한 것이이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큐슈(九州) 나가사키(長崎)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A.그레이(A.Gray)'는 유신론적 진화주의자로서 하버대대학 식물학 교수를 역임한 아사 그레이(Asa Gray, 1810~1888)다. 유신론적 진화주의자였음에도 아사 그레이는 모든 종의 생명체가 공통 조상의 후손이라는 학설을 정립한 진화생물학의 시조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레이는 1856년 'M.C.Perry, Exp. Jap. 2: 319'에서 닭의난초 학명을 최초로 출판했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국표, 국생정 등재 학명 Epipactis thunbergii A.Gray의 국명(國名, common name)은 닭의난초(추천명), 닭의란 등이 있다. 닭의난초의 꽃말은 '숲속의 요정, 짧았던 즐거움'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툰베리스 헬레보린(Thunberg's helleborine)이다. '툰베리(Thunberg's)의 닭의난초(helleborine)'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카키란(カキラン, 柿蘭)이다. '감(柿) 난초(蘭)'라는 뜻이다. 꽃 색깔이 감(柿) 색을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FOM 등재 이명(異名, Synonym)은 수주란(スズラン, 鈴蘭)이다. 수주란(鈴蘭)은 원래 은방울꽃이다. 꽃말은 '강한 심지(芯の強さ), 꿈에서도 당신을 생각한다(夢でもあなたを想う)'이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닭의난초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졘예훠샤오란(尖叶火烧兰)이다. '뾰족한 잎(尖叶) 닭의난초(火烧兰)'라는 뜻이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닭의난초속 식물은 주로 북반구의 온대 기후대에 약 25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자란다. 산골짝 습지에서 자란다. 햇빛이 잘 들고 습기가 많은 구릉지 내의 비옥한 곳에서 다른 잡초들에게 가리워진 상태로 생육한다(국생정). 닭의난초는 중부 이남에 나며 일본, 중국에도 분포한다(국생관). 국가적색목록(Redlist)에 약관심(LC)으로 평가되어 있다(국표).

카키란(柿蘭)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한강토), 중국 동북 지방,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재래종(在来種)이다. 일본 홋카이도우(北海道), 혼슈우(本州), 시코쿠(四国), 큐우슈우(九州)에 난다(FOM). 

졘예훠샤오란(尖叶火烧兰)은 중국 쩌쟝성(浙江省)의 톈타이(天台), 린하이(临海)에 난다. 일본에도 분포한다. 관상 가치가 매우 높아서 재배도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등재되었다(百度百科).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닭의난초의 근경(根莖)은 옆으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 키는 30~70cm 정도이다. 줄기는 털이 없고 매끄러우며, 기부(基部)에 3~4개의 초상엽(鞘狀葉)이 있으며 자줏빛이 돈다. 줄기 아래쪽은 보라색을 띤다. 잎은 6~12장이 거의 2줄로 어긋나며, 가운데 부분의 잎이 가장 크고 넓은 피침형(廣披針形)으로 밑이 줄기를 감싼다. 잎은 좁은 달걀 모양(狹卵形) 또는 넓은 피침형이며 길이 6~13cm, 너비 3~5cm로서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닭의난초 꽃은 6~7월 줄기 끝의 총상화서에 10개 정도가 황갈색(黃褐色)으로 핀다. 포(苞)는 꽃보다 짧고 꽃받침 조각은 긴 달걀 모양(長卵形)이며 끝이 뾰족하고 길이 12~15mm로서 녹갈색(綠褐色)이 돈다. 꽃잎은 달걀 모양(卵形)이며 끝이 둔하고 꽃받침과 길이가 같으며 등황색(橙黃色)이다. 입술 모양 꽃부리(脣瓣)는 백색으로서 꽃잎과 길이가 같으며 안쪽에 홍자색(紅紫色) 반점(斑點)이 있다. 상하 입술 모양 꽃부리 사이는 다소 관절(關節)로서 2개로 갈라지고, 윗 입술 모양 꽃부리에 종선(縱線)이 3개 있으며, 밑 입술 모양 꽃부리는 안쪽이 오목하게 들어간다. 씨방은 대가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좁은 장타원형(狹長楕圓形)이다. 열매의 길이는 2~2.5cm로서 옆으로 비스듬히 서거나 밑으로 처진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국표 등재 닭의난초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청닭의난초(Epipactis papillosa Franch. & Sav.), 임계청닭의난초(Epipactis papillosa Franch. & Sav. var. imkoeensis Y.N.Lee & K.S.Lee) 등 2종이 있다.   

 

닭의난초(전북 군산, 2024. 6. 29)

 

청닭의난초(Green-flower helleborine, エゾスズラン, 蝦夷鈴蘭, アオスズラン, 青鈴蘭, 细毛火烧兰)의 원산지는 일본(北海道, 本州, 四国, 九州), 조선(朝鮮). 중국. 러시아다(FOM). 한강토에는 충북 단양 이북, 북부 지역에 나며, 세계적으로 일본 홋카이도, 혼슈, 중국 만주, 러시아 사할린, 아무르 등에 분포한다(국생관). 일본, 한강토(강원도 삼척시, 영월군, 홍천군)에 분포한다(국생정). 줄기는 높이 40~70cm로 자라며 잔털이 있다. 잎은 5~7장이 어긋나며 밑이 줄기를 조금 감싼다. 잎몸은 난상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으로 길이 7~12cm, 폭 2~4cm다. 꽃은 7~8월에 줄기 끝의 총상꽃차례(總狀花序, raceme)에 20~30개씩 달리며 연한 녹색으로 활짝 벌어지지 않는다. 꽃싸개잎은 잎 모양으로 녹색이고 피침형으로 꽃보다 길다. 꽃받침은 꽃잎 같으며 긴 난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잎 가장자리와 맥에 유리 같은 뾰족한 돌기가 있고, 꽃이 녹색인 것이 닭의난초와 다르다.  

임계청닭의난초(Imgye helleborine)는 청닭의난초의 일종인데,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에 분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키는 높이 20~25cm 정도이다. 줄기는 곱슬곱슬한 털로 덮이고, 3개 정도의 초상엽과 4장의 잎이 달린다. 잎은 타원형이며, 큰 잎은 길이 8cm, 너비 3cm 정도 이다. 잎맥이 11개 정도이며, 잎가와 잎맥 뒤에 젓꼭지 모양의 돌기가 있다. 꽃은 총상꽃차례에 황록색을 띈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6mm 정도이다. 밑의 포는 피침형으로서 밑꽃보다 훨씬 길고, 가운데 맥이 뚜렷하다. 꽃잎은 녹백색이고, 넓은 피침형으로서 가운데 맥이 뚜렷하며 측맥은 희미하다. 입술 모양 꽃부리는 타원형으로서 3개의 녹색맥, 젓꼭지 모양 돌기가 맥 위에 있다. 

2024. 7. 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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