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다릅나무 '선한, 착한'

林 山 2024. 7. 12. 16:16

2024년  7월 7일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五臺山, 1,563m)을 찾았다. 옛날 이 산의 동대(東臺), 서대(東臺), 남대(東臺), 북대(東臺), 중대(東臺) 등 5대(五臺)에는 각각 암자가 있어 오대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오대산에는 주로 전나무, 분비나무, 신갈나무, 자작나무 등이 많다. 특히 월정사(月精寺) 입구와 상원사(上院寺) 입구의 전나무들은 수령(樹齡) 500년 이상의 노거수(老巨樹)들이다. 2004년 조사를 통해 오대산에서 실제 확인된 양치식물 이상의 고등식물은 91과 350속 555종 1아종 85변종 14품종으로 총 665분류군이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대산 주봉(主峰)인 비로봉(毘盧峰, 1,565m)에 올랐다가 상왕봉(象王峰, 1,493m)을 넘어 소명골로 내려오다가 노란빛을 띤 흰색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다릅나무를 만났다. 다릅나무는 20m 정도까지 자라는 큰키나무이기 때문에 가까이서 꽃을 관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대산에서 만난 다릅나무는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바로 눈앞에서 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비 모양의 꽃을 보면 다릅나무가 콩과 식물임을 알 수 있다. 다릅나무의 잎은 언뜻 보면 아까시나무와 유사하다. 하지만, 작고 많은 꽃이 달린 꽃차례가 하늘을 바라보면서 피는 것이 다르다.  

 

다릅나무(평창 오대산, 2024. 7. 7)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다릅나무가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장미아강(薔薇亞綱, Rosidae) 콩목(Fabales) 콩과(Fabaceae) 다릅나무속(Maackia)의 큰키나무(喬木, tree)로 분류되어 있다. 큰키나무는 키가 8m 이상 자라고, 곧은 줄기가 있으며, 줄기와 가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중심줄기의 생장이 현저한 목본식물을 말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다릅나무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마키아 아무렌시스 루프레흐트(Maackia amurensis Rupr.)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마키아((Maackia)'는 러시아의 식물 분류학자 리하르트 오토 마크(Richard Otto Maack, 1825~1886)를 기리기 위해 명명한 것이다. 성 '마크(Maack)에 붙은 '이아(-ia)'는 여성형 추상명사화 접미사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아무렌시스(amurensis)'는 처음 발견된 곳 또는 자생지가 극동 아시아의 아무르(Amur) 강 유역임을 나타낸다. 아무르 강은 러시아와 중국의 경계를 이루는 강으로 러시아, 중국, 몽골에 걸쳐 있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이라고 부른다.   

루프레흐트(Rupr.)는 프란츠 요셉 루프레흐트(Franz Josef Ruprecht, 1814~1870)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식물학자였다. 프란츠 이바노비치 루프레흐트(Frants Ivanovič Ruprekht)로도 알려져 있다. 루프레흐트는 1856년 'Bulletin de la Classe Physico-Mathematique de l'Academie Imperiale des Sciences de Saint-Pétersbourg. St. Petersburg'에서 최초로 다릅나무 학명을 출판했다.   

국표 등재 학명 Maackia amurensis Rupr.의 국명(國名, common name)은 다릅나무(추천명), 개물푸레나무, 개박달나무, 소터래나무, 쇠코둘개나무, 쇠코뜨래나무, 좀실다릅나무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추천 국명은 다릅나무, 비추천명은 개물푸레나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국명은 다릅나무(추천명), 선화삼, 쇠코들개나무, 소허래나무 등이 있다. 다릅나무의 꽃말은 '선한, 착한'이다.  

다릅나무라는 이름 유래는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고, 추정설만 분분하다. 그중에서 나무의 가운데 심재(心材, heartwood)가 짙은 갈색(褐色)이고, 바깥쪽 변재(邊材, sapwood)는 황백색(黃白色)으로 달라서 '다름나무'라고 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제법 그럴듯하다.  

국표, 국생정 등재 다릅나무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아무어 마키아(Amur maackia)이다. '아무르(Amur) 강 유역에 자생하는 마크(Maack) 나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다릅나무의 일문명 (日文名, Japanese name)은 카라이누엔쥬(カライヌエンジユ)다. 'カライヌエンジユ'는 네이버 일본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식물명이다. 일본어판 위키피디아(ウィキペディア) 등재 학명 Maackia amurensis Rupr. et Maxim.의 일문명은 이누엔쥬(イヌエンジュ, 犬槐)다. '개(イヌ, 犬) 회화나무(エンジュ, 槐)'라는 뜻이다. 일문명은 중국에서 귀하게 여겨지던 '회화나무(槐)'와 비슷하지만, 품격(品格)이 떨어진다고 해서 '개(犬)'를 붙인 것이다. '회화나무'의 어원·고칭(語源・古称)으로 여겨지는 '에니수(エニス)'는 재래종 회화나무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ウィキペディア에 등재된 별명(別名, Synonym)은 카라이누엔쥬(カライヌエンジュ), 토우이누엔쥬(トウイヌエンジュ), 하네미노이누엔쥬(ハネミノイヌエンジュ), 하네미이누엔쥬(ハネミイヌエンジュ), 케하네미이누엔쥬(ケハネミイヌエンジュ) 등이 있다. 이누엔쥬(犬槐)의 꽃말은 '행복(幸福), 품위가 있음(上品), 그리워하는 마음(慕情)'이다.   

ウィキペディア,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다릅나무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차오셴화이(朝鮮槐)'다. '조선(朝鮮) 회화나무(槐)'라는 뜻이다. 원산지가 조선(朝鮮, 한강토, 조선반도, 한반도)이고, 회화나무(槐)와 비슷한 나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인들도 다릅나무를 회화나무와 비슷한 별개의 종으로 인식했다. 百度百科에 등재된 별명은 까오리화이(高丽槐), 샨화이(山槐), 황쓰무(黄色木) 등이 있다.    

다릅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러시아,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에 난다. 심산 지역의 산록, 산복 또는 계곡부의 토심 깊은 비옥한 습윤지에서 잘 자란다. 내한성, 내음성, 내조성, 내건성이 강하며 각종 공해에도 잘 견딘다(국생정). 

이누엔쥬(犬槐)는 아무르 강 유역, 러시아에서 중국 동북부, 조선반도(朝鮮半島),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우(北海道), 혼슈(本州, 中部地方以北) 등지의 산지나 강변에 자생한다(ウィキペディア).  

차오셴화이(朝鮮槐)의 원산지는 조선(朝鲜)이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네이멍구(内蒙古), 허베이(河北), 샨둥(山东) 등지에 분포한다. 러시아 극동 지방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다릅나무(평창 오대산, 2024. 7. 7)

 

다릅나무의 키는 높이 15~20m, 지름 5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추서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나무껍질은 흙갈색 또는 황갈색으로 두껍고 평활하다. 나무껍질이 얇게 벗겨지면서 말리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홀수깃모양겹잎(奇數羽狀複葉)이고, 소엽(小葉)은 9~11개이며 타원형(楕圓形) 또는 긴 달걀형(長卵形)이고 짧은 점첨두(漸尖頭) 원저(圓底)로 길이 5~8cm이며 양면에 털이 없다.  

꽃은 7월 가지 끝에서 위를 향한 길이 10~20cm의 총상꽃차례(總狀花序) 또는 원뿔모양꽃차례(圓錐化序)에 노란빛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꽃은 나비 모양으로 지름 8mm~1.2cm이고, 꽃대 길이 0.3~1cm이다. 꽃받침은 길이 0.2~0.4cm이다. 

열매는 협과(莢果)다. 협과는 넓은 선형(線形) 또는 납작한 타원형이고 털이 없으며 길이 3.5~5cm, 너비 7~9mm이다. 위쪽 가장자리에 좁은 날개가 있다. 열매자루는 길이 5~10mm이다. 종자는 길이 6mm로 콩팥 모양이며 9월에 성숙한다.

 

다릅나무(평창 오대산, 2024. 7. 7)

 

다릅나무는 주요 조림수종으로서 특용수종이다. 목재는 기구재, 가구재, 완구재, 공예재 등으로 쓰인다. 나무는 정원수, 공원수, 조림용, 밀원수로 이용할 수 있다. 잎은 가축의 사료로 쓸 수 있으며, 나무껍질은 염료, 약용으로 사용되고, 꽃은 밀원식물로 가치가 높다. 건조한 척박지에도 잘 자라므로 척박지 녹화용으로 시험식재를 해볼 만하다(국생정). 

이누엔쥬(犬槐)는 식재수로서 정원수 등에 이용된다. 햇볕을 좋아하는 성질 때문에 남쪽에서 서쪽 방향의 정원에 적합하다. 식재 적기는 12~3월 중순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는 아이누어(アイヌ語)로 치쿠페니(チクペニ)라 부르며 묘표(墓標)로 사용했다. 회화나무(槐)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재목은 실제로는 개회화나무(犬槐, 다릅나무)이다. 붉은빛이 짙은 심재(芯材)와 담색(淡色)의 변재가 특징으로 미관, 강도, 내구성이 있으나 유통량이 한정되어 바닥기둥 등 장식재로 쓰이고, 마룻바닥, 가구, 기타 공예품이나 세공품 등에 이용된다(ウィキペディア).  

차오셴화이(朝鮮槐)는 독특한 색의 나무껍질과 아름다운 잎 모양, 색깔로 인해 정원사들의 사랑을 받는 식물이다. 정원수로 활용하기 위해 야생식물을 도시에 많이 이식하고 있어 녹화에 탁월한 수종이다. 요즘에는 많은 도시에서 녹화용으로 대량 활용하고 있다.  

연한 황백색의 변재, 암갈색의 심재를 갖는 목재로 재질은 약간 무겁고 단단하며, 광택이 나고 색상이 아름답다. 내식성은 일반 활엽수에 비해 강하고, 대직경 목재는 고급 가구 및 장식재, 차량, 고급 목재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바닥재 블록 및 군수 산업에도 사용된다. 강수량이 충분하면 꿀이 분비되지만 건조기에는 꿀이 분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꿀은 연한 노란색이고 약간 쓴맛이 나며 헥타르당 500kg의 꿀을 생산할 수 있다. 나무껍질은 태닝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종자의 기름 함량은 9.07%이며, 공업용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조선족(朝鲜族)은 잎과 가지의 껍질을 종양(肿瘤) 치료에 사용했으며, 러시아 극동 지역의 나나이족(那乃族)은 심부 상처와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 궤양(溃疡) 치료에 속껍질 분말을 사용했다. 티눈(鸡眼) 치료에는 가는 생뿌리를 사용했다. 줄기와 가지에는 항류마티스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이용하고, 꽃은 지혈제로 쓴다. 심재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제제로 사용될 수 있으며, 잎과 나무껍질은 간질환과 담낭염 치료에 좋다. 나무껍질은 항염증 효능이 있어 실험 결과 쥐의 귀 부종, 급성 염증에 의한 주의 발 부종, 면구육아종(棉球肉芽腫)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출물은 항종양 효과가 있어 인간 위암 세포에 효과적이었다. 특히 BGC 세포의 성장에 대해 강력한 억제 효과, HL-60 세포의 성장에 대해 강력한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다. 동물 모델 실험과 인간 실험에서 동물 뼈에 Ca, Mg, P의 침착을 촉진할 수 있으며 폐경기 여성의 뼈 손실과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간 보호 효과도 있다. 심재에서 추출한 폴리페놀 화합물은 CCL4로 인한 급성 간염에 걸린 쥐의 간세포 손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간 조직 섬유화 및 간조직 콜라겐과 뮤코다당 합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간 보호 및 간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百度百科). 

 

다릅나무(평창 오대산, 2024. 7. 7)

 

국표 등재 다릅나무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개물푸레나무[Maackia amurensis Rupr. var. buergeri (Maxim.) C.K.Schneid.], 솔비나무[Maackia fauriei (H.Lév.) Takeda], 잔털다릅나무(Maackia amurensis Rupr. var. stenocarpa Nakai) 등 3종이 있다.  

개물푸레나무(Buerger's maackia, イヌエンジュ)는 한강토 경기도, 일본에 분포한다. 줄기는 높이 10~20m, 나무껍질은 녹갈색, 광택이 있다. 잎은 어긋나며, 5~11개의 작은잎으로 된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타원형 또는 난형, 끝은 점차 뾰족해지며, 가장자리는 뒤로 말린다. 잎 뒷면에 털이 있다. 꽃은 7월에 연한 노란색으로 핀다. 가지 끝에 여러 개가 모여 총상 또는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 길이 4mm쯤이며, 짧은 털이 있고, 5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다. 열매는 협과, 편평한 타원형이며, 9월에 익는다. 다릅나무에 비해 잎 뒷면에 털이 있고, 열매의 길이가 10cm로 길어 구분된다. 긴열매다릅나무, 잔털다릅나무, 털다릅나무라고도 한다. 

솔비나무(Jejudo maackia)는 한강토 제주도 한라산에 자생하며, 일본 혼슈 이남에 분포한다. 해발고도 1,200m 이하의 산 중턱에 드물게 자생하는 낙엽 작은큰키나무 또는 큰키나무로 15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녹색을 띠는 갈색으로 후에 종잇장처럼 벗겨져 둥글게 말린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있다. 잎몸은 1회 깃꼴겹잎이며, 9~17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된다. 작은잎은 타원상 난형 또는 좁은 난형이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끝은 둔하다. 꽃은 가지 끝의 총상꽃차례에 많은 수의 양성화가 붙어 7~8월에 연한 황백색으로 핀다. 꽃차례에 갈색 털이 밀생한다. 꽃받침은 종형으로 선단이 얇게 5갈래진다. 열매는 협과로 납작한 장타원형 또는 넓은 선형으로 길이 3~6cm, 봉선을 따라 너비 1~2mm의 날개가 발달한다. 다릅나무에 비해 꽃이 작고, 작은잎이 좁은 난형으로 수가 많으며, 열매의 봉선을 따라 발달한 날개가 보다 넓은 점에서 구별된다. 솔비나무를 제주도 고유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나무껍질을 염료로 이용한다.  

잔털다릅나무(Short-hair Amur maackia)는 국표에 정명, 국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2024. 7. 15. 林 山
#다릅나무 #Amurmaackia #カライヌエンジユ #イヌエンジュ #犬槐 #朝鮮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