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국명 속단(續斷) ≠ 본초명 속단(續斷)

林 山 2024. 7. 11. 10:50

2024년 7월 7일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五臺山, 1,563m)을 찾았다. 옛날 이 산의 동대(東臺), 서대(東臺), 남대(東臺), 북대(東臺), 중대(東臺) 등 5대(五臺)에는 각각 암자가 있어 오대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오대산에는 주로 전나무, 분비나무, 신갈나무, 자작나무 등이 많다. 특히 월정사(月精寺) 입구와 상원사(上院寺) 입구의 전나무들은 수령(樹齡) 500년 이상의 노거수(老巨樹)들이다. 2004년 조사를 통해 오대산에서 실제 확인된 양치식물 이상의 고등식물은 91과 350속 555종 1아종 85변종 14품종으로 총 665분류군이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대산 주봉(主峰)인 비로봉(毘盧峰, 1,565m)을 지나 상왕봉(象王峰, 1,493m)을 내려가다가 때마침 연보라색 꽃이 활짝 피어난 속단(續斷)을 만났다. 속단은 산지 숲속에 비교적 드물게 자라는 식물이어서 꽃을 보기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속단(평창 오대산, 2024. 7. 7)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속단이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국화아강(菊花亞綱, Asteridae) 꿀풀목(Lamiales) 꿀풀과(Lamiaceae) 속단속(續斷屬, Phlomi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속단이 통화식물목(筒花植物目, Tubiflorae) 꿀풀과 속단속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이 분류는 엥글러 분류 체계(Engler system)를 따른 것이다. 통화식물목은 나팔꽃처럼 관(管) 모양의 꽃을 가진 식물의 분류명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생정, 국생관 등재(登載) 속단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플로미스 움브로사 투르크자니노(Phlomis umbrosa Turcz.)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플로미스(Phlomis)'는 '플로미스 사미아(Phlomis samia, Greek Jerusalem sage)'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플로미스(phlomís)'에서 유래한 다국어(多國語, Translingual) 고유명사다. 꿀풀과에 속하는 분류학적 속명으로 사람들은 보통 지루설럼 세이지(Jerusalem sage) 또는 세이지(sage)라 부른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움브로사(umbrosa)'는 '그늘이 드리워진(shady, shadowy)'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로서 '움브로수스(umbrōsus)'의 주격/호격 여성 단수형 또는 주격/대격/호격 중성 복수형, 탈격 여성 단수형이다. '움브로수스(umbrōsus)'는 '그늘, 그림자(shadow)'라는 뜻의 '움브라(umbra)'에 형용사화 접미사 '-오수스(-ōsus)'가 붙은 것이다. 햇빛에 약해 그늘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표현한 이름이다.   

'투르크자니노(Turcz.)'는 러시아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수집가인 니콜라이 스테파노비치 투르크자니노(Nikolai Stepanovich Turczaninow, 1796~1863)이다. 투르크자니노는 1840년 'Bulletin de la Société Imperiale des Naturalistes de Moscou. Moscow'에서 최초로 속단의 학명을 출판했다.   

국표, 국생정 등재 학명 Phlomis umbrosa Turcz.의 국명(國名, common name)은 속단(續斷, 추천명), 흰속단 등이 있다. 속단(續斷)은 부러지거나 끊어진(斷, 折) 뼈(骨)와 근(筋)을 잘 이어준다(續)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흔히 국표에 등재된 국명 속단(續斷)과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 등재된 본초명(本草名) 속단(續斷, 이명 龍豆, 屬折, 接骨, 南草)을 혼동하기 쉬운데, 두 종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골절이나 뼈 관련 질환에 매우 중요한 한약재로 쓰는 본초명 속단은 중국 기원의 천속단(川續斷, Dipsacus asper Wall.)이다. 천속단은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산토끼꽃(Dipsacus japonicus Miq.)으로 대용(代用)하고 있다.  

국표,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속단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셰이디 지루설럼 세이지(Shady jerusalem sage)다. '그늘(Shady) 예루살렘 세이지(jerusalem sage)'라는 뜻이다. 라틴어 속명과 종명을 영역(英譯)해 그대로 조합해서 붙인 영문명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한자명은 續斷(속단), 영문명은 헤이스티 컨클루전(hasty conclusion)인데, 번역하면 속단(速斷, 지레짐작)이다.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착각하고 엉뚱한 영문명을 버젓이 등재해 놓았는데,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 듯하다.  

국표, 국생정 등재 속단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오오바키세와타(オオバキセワタ)이다. '큰 잎(オオバ, 大葉) 송장풀(キセワタ, 着せ綿)'이라는 뜻이다. FOM 등재 일문명은 히카게키세와타(ヒカゲキセワタ)이다. '그늘(ヒカゲ, 日陰·日蔭) 송장풀(キセワタ, 着せ綿)'이라는 뜻이다. '키세와타(着せ綿, 송장풀)'라는 이름은 화관(花冠)의 상부에 많이 나 있는 흰 털을 '꽃에 입힌 솜'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FOM,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속단의 중문명(中文名, Chinese name)은 차오수(糙苏)다. 취안궈쭝차오야오후이비엔(全国中草药汇编) 등재 별명(別名, Synonym)에는 따예차오수(大叶糙苏), 샨수즈(山苏子, 内蒙古), 쉬돤(续断, 宁夏), 샨즈마(山芝麻) 등이 있다.  

히카게키세와타(ヒカゲキセワタ)의 원산지는 중국이다(FOM). 속단은 한강토, 만주, 중국(만주는 중국 영토가 아니던가?)에 분포한다. 산지에 난다(국생정). 속단은 한강토 전역에 나며, 중국 동북부에도 분포한다(국생관).  

차오수(糙苏)는 중국 랴오닝(辽宁), 네이멍구(内蒙古), 허베이(河北), 샨둥(山东), 샨시(山西), 샨시(陕西), 깐쑤(甘肃), 쓰촨(四川), 후베이(湖北), 구이저우(贵州), 광둥(广东)의 해발 200~3200m의 나무가 듬성듬성한 숲 아래나 풀 언덕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속단(평창 오대산, 2024. 7. 7)

 

속단의 뿌리에는 비대한 덩이뿌리가 4~5개 정도 달린다. 줄기 높이는 1m에 달하며 곧게 서고 네모지며 전체에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엽병(葉柄)이 길며 심장상 달걀 모양(心臟狀卵形)이고 끝이 뾰족하며 심장저(心臟底) 또는 원저(圓底)이다. 잎이 큰 것은 길이 13cm, 너비 10cm 또는 그 이상 되는 것도 있으나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잎 뒷면에는 잔털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는 둔하고 규칙적인 톱니가 있다. 

꽃은 7월에 분홍색 또는 드물게 흰색으로 핀다. 윤산화서(輪繖花序)는 원줄기 윗부분에서 마주나기하여 전체가 큰 원뿔모양꽃차례(圓錐花序, panicle)로 되며, 각 소화서(小花序)는 잎겨드랑이에서 마주나기하고, 다시 분지(分枝) 위에서 꽃자루가 마주나기하여 각각 4~5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은 통형(筒形)이며 길이 8mm 정도이다. 열편(裂片)은 털 같은 돌기로 되며 잔털이 약간 있다. 꽃부리는 순형(脣形)이며 길이 1.8cm 정도이다. 상순(上脣)은 모자형으로서 겉에 우단(羽緞, velvet) 같은 털이 밀생(密生)한다. 하순(下脣)은 3개로 갈라져서 퍼지고 겉에 털이 있다. 작은포(小苞)는 길이 7~10mm로서 선형(線形)이며 짧은 털이 있다. 4개의 수술 중 2개는 길고, 암술대는 2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수과(瘦果)다. 수과는 광란형(廣卵形)으로 꽃받침으로 싸여 익는다(국생정). 열매는 소견과(小堅果)로 9~10월에 익는데 넓은 난형이며 털이 없다(국생관).  

중국 민간에서는 차오수(糙苏)의 뿌리(根)를 약으로 쓴다. 차오수의 맛은 쓰고 매우며(苦辛),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微温). 소종(消肿), 생기(生肌), 속근(续筋), 접골(接骨), 보간신(补肝肾), 강요슬(强腰膝), 안태(安胎) 등의 효능이 있다(百度百科). 

어린잎과 씨는 식용하고, 뿌리는 약용한다(국생관). 어린 순은 식용한다. 속단과 산속단의 뿌리 또는 전초(全草)를 토속단(土續斷)이라 하며 약용한다. 보간신, 활혈(活血). 안태, 속근골(續筋骨), 청열소종(淸熱消腫)의 효능이 있어 요통, 하지동통(下肢疼痛), 창옹종독(瘡癰腫毒)을 치료한다(다음백과 국생정). 

토속단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收載)되지 않은 본초명이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토속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속단(평창 오대산, 2024. 7. 7)

 

국표 등재 속단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에는 산속단(Phlomis koraiensis Nakai), 큰속단(Phlomis maximowiczii Regel) 등 2종이 있다.  

산속단(Korean jerusalem sage, ミヤマキセワタ, 长白糙苏)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한강토), 중국이다(FOM). 한강토 평안도, 함경도 등 북부 지방에 나며, 중국 장백산에 분포한다. 북부 지방 높은 산에 자란다. 뿌리는 가늘며, 꽃싸개잎이 가는 송곳 모양이고, 잎 양면에 별 모양의 털과 긴 털이 섞여나므로 속단과 구분된다. 속단과 큰속단에 비해 뿌리잎의 잎몸 모양이 넓은 삼각형이며 밑이 심장상 귀 모양이므로 구분된다(국생관).   

큰속단(Maximowicz’s jerusalem sage, オオキセワタ, 大叶糙苏)의 원산지는 중국이다(FOM). 큰속단은 속단에 비해 잎이 넓고 성모(星毛)가 없으며 퍼진 털만 있다(국생정). 한강토 중부 이북에서 자라며, 러시아 아무르, 중국 동북부 등에 분포한다. 속단에 비해 잎이 넓고 꽃받침과 꽃부리에 별 모양 털이 없이 퍼진 털만 있어 구분된다. 산속단에 비해 잎몸이 넓은 난형이고 꽃싸개잎이 피침형 또는 좁은 피침형이며 열매 위쪽에 털이 있어 구분된다(국생관).  

국표 등재 속단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에는 뿌리속단(Phlomis tuberosa L.), 예루살렘세이지(Phlomis fruticosa L.), 캐시미어세이지(Phlomis cashmeriana Royle ex Benth.), 터키세이지(Phlomis russeliana Lag. ex Benth.) 등 5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4. 7. 1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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