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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光復節)과 국적(國籍) - 조민제 변호사

林 山 2024. 8. 17. 07:36

광복절(光復節)과 국적(國籍)

"일제시대 당시 우리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

독립기념관(獨立記念館, Independence Hall of Korea) 관장으로 임명을 받은 김형석이 후보 면접 과정에서 한 말이라는데, 이로 인해 광복절(光復節, National Liberation Day) 행사에 광복회(光復會, Liberation Association)가 참석을 하지 않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였다.  

김형석은 그래서 국권(國權, national sovereignty)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독립운동(獨立運動)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고 하고, 광복회는 독립기념관장이 일본의 당시 강점을 합법화, 정당화하는 발언이라며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김형석의 주장과 달리 광복회를 비릇한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이해하고 있는 바처럼 일본이 강제적으로 지배를 하고 있었지만 그 강점이 무효였다고 해도 일제 강점기(日帝強占期)의 독립운동을 설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형석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굳이 독립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저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김형석은 또 "일본 국민이 되어 국제대회에도 일본 대표로 가야만 했고, 여행을 하려 해도 일본 여권으로 여행을 했어야만 했고,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단순히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처럼 말한다. 

김형석의 말 그 자체로 보면 틀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쉬워 보이는 말에는 대단한 함정이 있다. 이는 최근 북한 이탈주민의 국적 문제를 살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북한 주민은 국제대회에도 북한 대표로 가고, 북한 여권으로 여행을 한다. 그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이유로 해서 북한 주민의 국적을 북한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사실(?)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따라 우리는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보고 북한 이탈주민이 생기면 귀화로 보지 않고, 비보호조치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한 대한민국의 국적(國籍, Nationality)을 바로 회복시켜 주고 있다. 

또한 김형석은 자신의 관점이 역사를 세계 속에서 바라보는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김형석이 식민지배를 불법화 또는 무효화하지 않는 국제질서를 언급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적 시각에서도 국적에 관해서는 각 나라의 법률 규정과 해석에 따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김형석의 견강부회(牽强附會, forced analogy)일 뿐이다. 

김형석이 국제적 시각 운운하므로, 우리의 국적 문제에 관해 미국(美合衆國,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 관여하여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자.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건국이 아니라 '정부 수립'임)되기 이전인 미군정청(駐韓美軍政廳, United States Army Military Government in Korea, USAMGIK) 시절에 국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군정법률을 제정한 바 있는데, 1948년 5월 11일 군정법률 제11호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가 그것이다. 지나가는 이야기이지만, 1948년 8월 15일에 비로소 건국이 되었다면 어떻게 그 이전에 국적이 존재했겠는가?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 제2조 제1호는 '조선(朝鮮, Chosun)의 국적'에 대해 "조선인(朝鮮人)을 부친(父親)으로 하야 출생한 자"로 규정하였다. 이 조항에서 '조선인'이 무엇인지 논란이 있지만, 이는 실제 역사에 대한 규정이라기 보다는 흔히 국적에 관한 부계(父系) 혈통주의(血統主義, Jus sanguinis)의 원칙을 선언한 규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일제시대의 국적에 대한 직접적 언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참고로 현재는 국적법에서 부계 혈통주의는 폐기되었다.   

그런데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 제5조는 흥미로운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외국의 국적 또는 일본의 호적을 취득한 자가 그 적을 포기하거나 일본의 호적을 이탈한 자는 단기 4278년 8월 9일 이전에 조선의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간주함"이 바로 그 규정이다. 

먼저, 여기에는 외국(일본 포함)의 국적을 직접 취득하거나 일본의 호적에 편입된 경우(일본인의 처 또는 입양자가 된 경우 등)에 대한 별도 처리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조선의 국적'과 '일본의 국적'이 구별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후적으로 포기 또는 이탈하면 미군정이 개시되기 이전인 1945년(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부터 '조선의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므로 여기에서도 '조선의 국적'='일본의 국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조선, 대한제국(大韓帝國, Empire of Korea)  그리고 일제시대(日帝時代)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의 혈통이 조선인으로 이어져 있으면 '조선의 국적'을 가진다는 것이지 결코 일본의 국적을 승계하여 조선의 국적으로 되고, 대한민국의 국적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안이 위와 같으므로, 나로서도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자가 왜 저런 생뚱맞은 발언을 굳이 하는 이유에 대해 일제강점기의 일본 지배와 그에 부화뇌동(附和雷同, blind following)했던 친일반민족행위(親日反民族行爲)를 합법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예비적 작업이라는 것 외에 달리 추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광복절이 왔건만 광복절이 아닌 시절에 대통령 하나로 나라가 어디까지 망가지는지를 목도하고 있다. 덥고 더운데 인내는 한계점을 지나는 듯하다.

글쓴이 조민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