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 김성동의 '눈 오는 밤'이라는 시가 노래로 나왔다. 시노래 콘서트 '도시락'을 통해 김성동의 시에 싱어송라이터 박홍순이 곡을 붙이고 녹음까지 완성해 음원으로 등록하였다.
눈오는 밤 - 김성동 詩, 박홍순 曲
눈 오는 밤 - 김성동 시, 박홍순 곡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은 천지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거지,
세상에 지는 게 아니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본 세상이 없어,
버릴 세상이 내겐 없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거지,
세상에 지는 게 아니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본 세상이 없어,
버릴 세상이 내겐 없다.
그립다. 보고싶다.
세상이 사람들이.
배고픔보다 더 무서운 건 외로움.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
김성동의 시에는 '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라는 싯구처럼 외로움이, 그리움이 사무친다. 박홍순은 음악에 맞도록 김성동의 시를 상당히 변형했다. 시인과 작곡가의 협업 과정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원시와 노래 가사 사이에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눈오는 밤 - 김성동 詩, 박홍순 曲
눈 오는 밤 - 김성동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나는 왜 또 이 산 속으로 왔나 물통은 또 어디 있나,
도끼로 짱짱 얼음장 깨면 퍼들껑 멧새 한 마리.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般若가 없다.
없는 般若가 올 리 없으니 煩惱를 나눌 동무도 없다.
산 속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平安道 詩人은 말했지만 내겐 버릴 세상도 없다.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그립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눈이 내린다.
念佛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2021년 6월 17일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김성동이 양평에서 충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어떨 때는 이웃, 어떨 때는 동무, 어떨 때는 도반, 또 어떨 때는 술 친구처럼 지냈다. 외로움보다 무서웠다는 그리움을 나누면서.....
김성동은 그렇게 딱 1년 좀 넘게 재미지고 살판나게 지내다가 2022년 9월 25일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바람처럼 왔다가 나를 두고 매정하게 먼저 떠났다.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유골이나마 내 소유의 산자락에 모셨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2024. 8. 2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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