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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된 김성동의 시 '눈 오는 밤' -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그리움

林 山 2024. 8. 23. 11:58

글지 김성동의 '눈 오는 밤'이라는 시가 노래로 나왔다. 시노래 콘서트 '도시락'을 통해 김성동의 시에 싱어송라이터 박홍순이 곡을 붙이고 녹음까지 완성해 음원으로 등록하였다. 

 

눈오는 밤 - 김성동 詩, 박홍순 曲

 

눈 오는 밤 - 김성동 시, 박홍순 곡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은 천지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거지,
세상에 지는 게 아니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본 세상이 없어,
버릴 세상이 내겐 없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거지,
세상에 지는 게 아니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본 세상이 없어,
버릴 세상이 내겐 없다.

 

그립다. 보고싶다.
세상이 사람들이.

 

배고픔보다 더 무서운 건 외로움.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

 

김성동의 시에는 '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라는 싯구처럼 외로움이, 그리움이 사무친다. 박홍순은 음악에 맞도록 김성동의 시를 상당히 변형했다. 시인과 작곡가의 협업 과정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원시와 노래 가사 사이에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눈오는 밤 - 김성동 詩, 박홍순 曲

 

눈 오는 밤 - 김성동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나는 왜 또 이 산 속으로 왔나 물통은 또 어디 있나,
도끼로 짱짱 얼음장 깨면 퍼들껑 멧새 한 마리.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般若가 없다.
없는 般若가 올 리 없으니 煩惱를 나눌 동무도 없다.

 

산 속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平安道 詩人은 말했지만 내겐 버릴 세상도 없다.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그립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눈이 내린다.
念佛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

 

충주시 연수동 유원아파트 자택에서 김성동 선생(우)과 필자(2022.7.22)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2021년 6월 17일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김성동이 양평에서 충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어떨 때는 이웃, 어떨 때는 동무, 어떨 때는 도반, 또 어떨 때는 술 친구처럼 지냈다. 외로움보다 무서웠다는 그리움을 나누면서.....

 

김성동은 그렇게 딱 1년 좀 넘게 재미지고 살판나게 지내다가 2022년 9월 25일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바람처럼 왔다가 나를 두고 매정하게 먼저 떠났다.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유골이나마 내 소유의 산자락에 모셨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2024. 8. 23.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