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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신부’ 문규현의 낮은 삶 이야기 - 너 어디 있느냐

林 山 2024. 9. 9. 10:11

문상붕, 이정관 외 저 '너 어디 있느냐'(파자마 출판사)

 

책 소개

1989년 8·15일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임수경과 울먹이며 통일의 기도를 드렸던 신부.

2009년 용산 참사 비극에 유족의 슬픔과 함께하려 단식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신부.

2003년 부안에서 광화문까지 이름도 없는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65일간을 삼보일배로 기어서 갔던 신부. 지리산에서 임진각까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참회와 성찰을 요구하며 126일간 오체투지로 엎드려 기도했던 신부.

그는 항상 낮은 자리 소외된 자리에 함께 있었다.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는 생명과 평화의 사제이기도 하지만 불의에는 깡패 신부이기도 했다. 자칭 '길바닥 신부'인 문규현 신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담백하고 간결하게 쓰고자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음과 영성에 끌려 들어갔다.

이 책은 오늘의 고통을 은총으로 바꾸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실천으로 바꾸는 한 사제의 뜨거운 신앙고백이다.

책 속으로

사제 서품을 받은 다음 날, 규현은 구속된 문정현 신부의 면회를 간다. 그날 문정현 신부는 새로이 사제가 된 동생에게 첫 강복을 청하였다. 문정현 신부가 사제의 길은 이렇게 고난의 길인데 함께 하겠느냐고, 기쁨 반 염려 반으로 동생에게 물었다. 이에 문규현 신부는 "형님은 그렇게 외롭고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니까 가는 거 아니에요? 나도 내 가야 할 길이라면 내가 잘 알아서 갈게요. 어렵고 힘든 길에 동반자 하나 생겼으니 우리 함께 갑시다."라는 말로 사제로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다시 확인하였다. (1장 사제가 되기까지)

문 신부도 역시 변하고 있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는 사제로서의 나의 사명을 깨달았습니다."라는 고백처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가야 할 길을 오롯하게 뚜벅뚜벅 가고 있었다. (2장 사제 문규현)

문 신부는 고산성당, 군산 팔마성당의 주임신부와 전주교구 교육국장 등을 거치면서 현장의 민중들과 발걸음을 같이 했다. 그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신부였지만, 부당한 권력의 편에 서는 자에게는 거친 투쟁가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 개혁이 시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들의 신부님'이었고, 현실 순응과 질서 유지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깡패 신부'였다. (2장 사제 문규현)

그들의 판문점 통과는 정전협정 위반이 몰고 올 남북 관계에 파문이 우려돼 결행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선을 넘었다. 그들의 판문점 귀환은 그렇게 극적이었다. 그들이 이 분단의 벽을 처음 넘은 뒤 민간인인 이산가족들이 넘어가고 넘어오고, 소 떼가 넘어가고, 개성 공단 사람들과 물건들이 오고 가고, 금강산 관광객이 오고 갔다. (3장 휴전선을 넘어 통일의 길로)

문 신부가 삼보일배순례를 출발할 때 "생명과 죽음 그 가운데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 없이 부활의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으니 이 고행을 기꺼이 받겠습니다."라고 했던 말은 현재 진행형이다. 왜냐하면 아직 정성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사랑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명과 평화를 향한 간절한 기도를 아직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장 생명과 평화)

이제 순례길이 마무리되는데도 숙제를 끝내지 못한 아이처럼 동동거리며 마지막 밤을 맞는다. 밤이 깊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일개 신부와 승려의 오체투지가 세상에 얼마나 반향을 일으키겠는가? 끝나간다는 안도감과 후련함보다는 가슴이 꽉 막힌다. 부엉이처럼 밤을 지키며 침묵에 빠진다. 문 신부는 오체투지의 마지막 밤, 기도문을 적는다. (4장 생명과 평화)

비록 사목 현장은 떠났지만 문 신부는 자신이 만나는 새로운 현장에서 희망을 찾는다. 문 신부에게 희망은 함께하는 연대이고, 힘없는 이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리고 생명과 평화였다. 문 신부는 그를...

출판사 서평

해방이자 분단이 시작된 1945년에 태어난 문규현 신부는 평생 그 분단을 무너뜨리는 삶을 살고자 했다.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고 임수경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통일로 향하는 길이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어진다면 기꺼이 십자가 지는 것을 사제의 당연한 일로 여겼다. 그의 평생 화두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어떻게 만드느냐였다. 때로는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자벌레와 갯지렁이, 도요새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일상을 당연시하게 한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남북한은 극한 대결의 장을 펼치고 있다. 거기다 사람이든 뭇 생명이든 공공연히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에는 그 배후에 돈이 있고 자본주의가 있다.

문규현 신부는 맘몬이 지배하는 세상과 무기 하나 없이 온몸으로 싸우면서 신음하는 자들과 함께한다. 이런 이유로 '빨갱이 신부' 누명을 쓰기도 하지만 그는 예수님을 따르고 닮으려는 천생 신부다.

이 책은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길을 온 힘을 다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사람, 문규현 신부가 이루고자 하는 하느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통일이 멀어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시대에 통일과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또한 느끼고 함께 하기 위한 책이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품위 있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책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