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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장편소설 '랑월 : 대전에 살다 골령골에 묻히다'

林 山 2024. 9. 22. 10:16

전중 김성동기념사업회(대표 임종헌)가 주관하고, 대전민예총(이사장 이찬현)과 대전작가회의(회장 이미숙), 세종마루시낭독회(회장 김영호)가 후원한 고 김성동 선생 2주기 추모식 및 유고 역사 에세이 '미륵뫼를 찾아서' 출판 기념회가 2024년 9월 21일 오후 2시 대전문학관(관장 조성남)에서 열렸다. 행사가 끝난 뒤 박현주 작가로부터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랑월-대전에 살다 골령골에 묻히다'(2021, 모두의책)를 받았다. 

박현주 장편소설 '랑월' 표지

 

'랑월(朗月)'은 '맑고 밝은 달'을 말한다. 대전광역시(大田廣域市) 동구(東區) 랑월동(朗月洞)을 가리키는 지명이기도 한 '랑월'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동족 간의 내전인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서 일어난 대전형무소 사건과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을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필자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왜냐면 이 책에는 김성동 선생이 쓴 '그해 여름을 위한 만가(輓歌)'라는 제목의 발문(跋文)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랑월'은 일제 강점기를 견뎌내고 민주주의 국가를 꿈꾸던 사람들의 비극적이고 처절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들의 아름다운 꿈과 열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박현주 작가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이 모든 과정이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임을 깨닫게 해준다. 비극적인 현대사가 궁금한가? '랑월'이 그 해답이다. 패배한 역사를 알고 싶은가? '랑월'이 그 해답이다. 

박현주 작가는 '내가 태어나기 직전, 대전이라는 곳에 어떤 사람들이 먼저 이 땅을 밟고 어떻게 살다 죽었을까, 산내에서 누가 죽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비극적인 현대사로 인해 깊이 묻혀 있던 사건에 대한 단순한 물음으로 출발해서 탈고의 종착역에 도착하기까지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박 작가는 10년 동안 소설 '랑월' 쓰기를 통해서 비극적인 현대사에 대한 해답을 얻었던 것이다.   

박현주 작가는 "내 졸저가 한평생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 숨적여 살아온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김성동 선생이 말했듯 '랑월'은 '그해 여름을 위한 만가(輓歌)'라고 할 수 있다. 그 만가는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 유족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전국 각지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사건의 발생지 대전은 한강토 전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박현주 소설의 문체는 비교적 평이해서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편안한 문장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너무나 강력해서 587쪽이나 되는 긴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랑월'은 전국민 필독서다. '랑월'을 읽지 않고서는 한국 현대사를 논하지 말라.

 

'랑월'에 대해서는 김성동 선생이 한 마디로 정리했다. 선생은 발문에 "박현주 글지가 쓴 '랑월'을 읽던 이 중생은 몇 번이고 숨을 삼켜야만 했다.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독약 같은 화학주병 마개를 따야 했으니, 맑은 정신으로는 도저히 읽어내려갈 자신이 없음에서였다."라고 썼다. 더는 사족이 필요없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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