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중 김성동 선생 2주기 추모식 및 유고 역사 에세이 '미륵뫼를 찾아서' 출판 기념회가 2024년 9월 21일 오후 2시 대전문학관에서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전중 선생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분들이 참석해 행사는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살다가 어쩌다 보니 뜻하지도 않게 고 전중 김성동 글지의 기념사업회 대표를 맡게 되었다. 내 작은 그릇에 비해 너무 큰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여 회원들에게 몇 번이나 고사하고 역량과 인품이 출중하면서 사회적 명망도 큰 분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김성동 선생의 호는 전중이다. 호 '전중'에는 '전직 스님'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9월 21일 오후 2시 대전문학관에서 열린 전중 선생의 추모식 겸 출판기념회에는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분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주셨다.
조성남 대전문학관장은 식장을 마련해 주셨고, 박헌오 초대 관장, 이은봉 2대 관장도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다. 이찬현 대전민예총 이사장, 이미숙 대전작가회의 회장은 기꺼이 행사 후원단체를 맡아 주셨다.
후원단체 세종마루시낭독회 김영호 회장은 유고 에세이 '미륵뫼를 찾아서'가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많은 애를 쓰셨다. 강봉구 도서출판 '작은숲' 대표는 출판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선뜻 유고 에세이 책 출간을 맡아 주셨다. 모두 매우 고마운 분들이다.
전중 선생과 동갑 친구로 많은 세월을 함께 보낸 양평의 시민운동 원로 윤형로 선생도 김희원, 하현주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분들과 함께 먼 길을 달려와 주셨다. 김조년 한남대 교수는 유고집 출간에 대한 감회를 들려 주셨고, 김사인 동덕여대 교수와 이동영 대전불교연수원장은 전중 선생에 대한 추모사를 해 주셨다. 정미숙 시인은 추모시를 감동적으로 낭독해 주셨다.
김성동기념사업회 상머슴으로서 인사말을 해야 해서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갔더니만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단연 군학일계(群鶴一鷄)였다! 양복을 언제 입었던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격식이 있는 자리라서 나름대로 의관을 정제하고 참석했다. 그런데, 넥타이가 목을 졸라서 어찌나 답답하던지 혼났다.
박홍순 대전인디음악협회 대표는 대전 인디음악 축전 'play 樂'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달려와 '눈 오는 밤'을 열창해 주셨다.
싱어송라이터 박홍순 대표는 김성동 선생의 시 '눈 오는 밤'에 곡을 붙이고 녹음까지 완성해 음원으로 등록하였다. 박 대표는 시노래 콘서트 '도시락'을 통해 '눈 오는 밤'을 처음 발표하였다.
김성동 선생의 시에는 '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라는 싯구처럼 외로움이, 그리움이 사무친다. 박홍순 대표는 음악에 맞도록 김성동 선생의 시를 상당히 변형했다. 시인과 작곡가의 협업 과정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원시와 노래 가사 사이에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눈 오는 밤 - 김성동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나는 왜 또 이 산 속으로 왔나 물통은 또 어디 있나,
도끼로 짱짱 얼음장 깨면 퍼들껑 멧새 한 마리.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般若가 없다.
없는 般若가 올 리 없으니 煩惱를 나눌 동무도 없다.
산 속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平安道 詩人은 말했지만 내겐 버릴 세상도 없다.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그립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눈이 내린다.
念佛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2021년 6월 17일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김성동 선생이 양평에서 충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어떨 때는 이웃, 어떨 때는 동무, 어떨 때는 도반, 또 어떨 때는 술 친구처럼 지냈다. 외로움보다 무서웠다는 그리움을 나누면서.....
김성동 선생은 그렇게 딱 1년 좀 넘게 재미지고 살판나게 지내다가 2022년 9월 25일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바람처럼 왔다가 나를 두고 매정하게 먼저 떠났다.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유골이나마 내 소유의 산자락에 모셨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조성남 대전문학관장은 인사말에서 김성동 작가의 유품 정리 및 전시 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유품이 아직 수장고에 있지만, 전시관이 마련되는대로 전시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성동 선생과 생전에 각별한 친분을 나눴던 김사인 시인은 195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1982년 ‘시와 경제’에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74년에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김사인 시인은 '대학신문'에 '戀詩를 위한 이미지 연습'(1976. 3. 29), '밤 지내기'(1976. 9. 27) 등의 시를 발표한 청년 문사였다. 대학생 시위가 계속되던 1970년대 후반인 1977년 11월 18일 ‘서울대 반정부 유인물 배포 미수 사건’에 연루되어 74학번 동기들과 함께 구속되면서 그의 고초는 시작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그는 시인, 평론가로 등단하고 민중문학 진영의 이론가로 활동하며, 1982년 '한국문학의 현단계'에 평론 '지금 이곳에서의 시'를 발표했다. 1987년 이후에는 노동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조정환, 박노해와 더불어 1989년 3월에 ‘노동해방문학’을 창간하고 발행인이 되었다.
1987년 10월에 첫 시집 '밤에 쓰는 편지'(도서출판 청사)를 펴냈으며, 후기에 ‘심약과 우유부단함’, ‘노동과 사랑’이라는 자신의 성격과 시의 지향점을 썼다. 첫 시집을 낸지 19년 후인 2006년 4월에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를 냈다. 이 시를 표제로 한 시집에 발문을 썼던 평론가 임우기는 "정수리로 내려치는 우레 같은 시"라고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02~)로 재직하고 있다.
시인 나해철, 소설가 박현주, 도문 스님, 김현정, 연용흠, 윤옥희, 윤원기, 윤프라즈냐, 이 경, 이정하, 이정희, 임형재, 정금윤, 차승준, 사진작가 이강산 님도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다.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복희 교육민주화동지회 상황실장도 반가운 발걸음을 하셨다. 김 실장은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부르짖으며 일어선 교육민주화운동 동지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노태우 군부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대량해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학민주화운동으로 해직의 아픔을 겪으셨다.
이미숙 시인으로부터 신작 시집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2024, 신생)를 받았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서평은 '시인은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를 매우 철저히 인식하고자 하는 바탕 위에서 타자와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애씀과 그 좌절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타자와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거기서 새롭게 대상을 포용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시인이 동일성의 자장 안에 안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동일성으로서의 관계를 집요하게 성찰하는 이유는 타자와 대상에 대한 서정의 폭력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력 있는 언어로 빚어낸 시편들이 깊은 사유와 울림을 자아낸다.'고 쓰고 있다.
박현주 작가로부터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를 다룬 장편소설 '랑월-대전에 살다 골령골에 묻히다'(2021, 모두의책)를 받았다. '랑월'은 일제 강점기를 견뎌내고 민주주의 국가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비극적이고 처절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들의 아름다운 꿈과 열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박현주 작가의 역작이다.
김영호 시인으로부터 '세종시마루' 12호(2024)를 받았다. 끊임없이 시를 쓰고 또 낭송하는 시인들의 모음집이다. 고마운 마음 한량없다.
김성동기념사업회 신석준 사무총장은 식장 준비부터 진행까지 고생이 많았다. 남궁담 회원도 충남 아산에서 달려와 행사장 일손을 거들었다. 모두모두 고맙다.
2024년 9월 21일 林 山(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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