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백두산 야생화] 고본(藁本)

林 山 2024. 12. 2. 09:57

2024년 7월 19일 중국(中國) 지린성(吉林省) 방문 이틀째 되는 날 백두산(白頭山, 2,744m) 북파(北坡) 산문(山門) 중국 국가대표 운동원촌 숙소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최고봉이자 조선민족(朝鮮民族, 한겨레)과 만주족(滿洲族)의 영산(靈山)인 흰머리뫼(白頭山)에서 살아가고 있는 들꽃 뫼꽃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소형 승합차에 올라 어둠을 뚫고 가파른 북파 천문봉(天文峰, 2,620m)에 올랐다. 신령한 하늘연못(天池) 북파 천문봉에는 대륙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태풍급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며 먼동이 터오자 천문봉 북쪽 기슭에 드넓은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이 펼쳐진 천문봉 천상의 화원에는 두메양귀비, 좁은잎돌꽃, 천지괭이눈, 바위구절초, 구름송이풀, 두메자운, 구름범의귀, 호범꼬리, 나도개미자리, 하늘매발톱, 두메분취, 나도황기, 씨범꼬리, 바위솜나물, 바위돌꽃, 노랑만병초, 담자리꽃나무, 구름국화, 좀참꽃, 둥근범꼬리, 고산봄맞이 등 온갖 뫼꽃 들꽃들이 피어나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백두산의 들꽃 뫼꽃들은 추위와 강풍 때문인지 대부분 키가 작아 땅에 납작 엎드려서 자라고 있었다.  

 

헤이펑커우에서 바라본 비룡폭포(2024. 7. 19)

 

고산봄맞이를 마지막으로 본 다음 천문봉 정상부에서 조금 내려와 헤이펑커우(黑風口)로 자리를 옮겼다. 한자어로 '흑풍구(黑風口)'라 불리는 곳이다. '헤이펑(黑風)'은 '폭풍(暴風), 광풍(狂風)', '펑커우(風口)'는 '바람받이, 바람이 통하는 곳, 바람구멍'을 뜻한다. 곧 '강풍 또는 미친 바람이 부는 바람받이'라는 뜻이다. 지명처럼 헤이펑커우에는 사람을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헤이펑커우에서 바라보는 비룡폭포(飛龍瀑布, 白頭瀑布, 중국인들은 창바이푸부長白瀑布라고 부름)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선경(仙境)이라고나 할까!  

헤이펑커우에서 처음 만난 뫼꽃은 고본(藁本)이었다. 이제 막 산형꽃차례(繖形花序)에 아주 작은 흰색 꽃들을 피워올린 고본은 바람받이에 자리잡은 채 미친 듯이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고본을 여기서도 만나다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풍한두통(風寒頭痛)의 치료에 빠질 수 없는 고본은 실제 임상에서 필자도 자주 처방하는 한약재였기 때문이다. 백두산 그것도 헤이펑커우에서 고본을 보리라고는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고본(백두산 북파 천문봉 흑풍구, 2024. 7. 19.)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고본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장미아강(薔薇亞綱, Rosidae) 미나리목(Apiales) 미나리과(Apiaceae) 산천궁속(山川芎屬, Conioselinum)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립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은 고본을 (繖形花目, Umbellales) 산형과(繖形科, Umbelliferae) 당귀속(Angelica)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생정, 국제식물명색인(IPNI, International Plant Names Index), 왕립식물원 큐(Royal Botanic Gardens, Kew) 등재(登載) 고본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안겔리카 테누이시마 나카이(Angelica tenuissima Nakai)다. 국표 등재 이명(異名, synonymy)은 Ligusticum tenuissimum (Nakai) Kitag., Conioselinum tenuissimum (Nakai) Pimenov & Kljuykov, Ligusticum multifidum Nakai 등이 있다. 국생관 등재 학명은 코니오셀리눔 테누이시뭄 (나카이) 피메노프 & 클류이코프[Conioselinum tenuissimum (Nakai) Pimenov & Kljuykov]다. 국생관 등재 이명은 Angelica tenuissima Nakai, Ligusticum tenuissimum (Nakai) Kitag. 등이 있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안겔리카(Angelica)'는 식물의 마법 같은 특성을 암시하는 후기 라틴어 '안겔리쿠스(angelicus)'의 여성형 단수 주격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고유명사다. '안겔리쿠스(angelicus)'는 '천사(angel)'라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안겔로스(ángelos)를 차용한 '안겔루스(angelus)'에 '~에 속한(belonging to), ~에서 유래한(derived from)'의 뜻을 가진 라틴어 접미사 '-이쿠스(-icus)'가 붙어서 이루어진 라틴어 형용사로서 '천사에 관한 또는 천사와 관련된, 천사의'라는 뜻이다.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식물, 천사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유용한 식물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당귀속 식물은 중세에 병든 사람들을 돕는 가장 중요한 약초의 하나로 꼽혔다.    

속명 '코니오셀리눔(Conioselinum)'은 '코니오-[conio-, 코니움(Conium)에서 유래한]'와 '셀리눔[Selinum, 현재 속명으로 사용되는 코니오셀리눔(Conioselinum)]'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명사다. '코니움(Conium)'은 '독당근, 독미나리(poison hemlock)'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명사 '코네이온(kṓneion)'을 차용한 라틴어 명사에서 유래했다. '셀리눔(Selinum)'은 '셀러리(celery)'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명사 '셀리논(sélinon)' 기원의 고대 라틴어 '셀리눔/셀리논(selinum/selinon)'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다. 미나리과의 한 분류 속을 가리킨다. 잎이 많이 갈라지고 작은 흰색 꽃이 복합 산형꽃차례(複合繖形花序)로 피는 것을 표현한 이름인 듯하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테누이시마(tenuissima)'는 '얇은(thin), 아주 작은(fine), 가느다란(slender), 가는(tenuous)'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테누이스(tenuis)'의 최상급 '테누이시무스(tenuissimus)'의 탈격(奪格)/여성/단수형이다. 꽃이 아주 작고, 잎이 가늘게 갈라지는 것을 표현한 이름으로 보인다. 테누이시뭄(tenuissimum)'은 '테누이시무스(tenuissimus)'의 주격/대격/호격/중성/단수형이다. 의미는 '테누이시마(tenuissima)'와 같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군국주의 일본의 조선 강제점령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命名者)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나카이는 1919년 'Botanical Magazine. [Shokubutsu-gaku zasshi]. Tokyo'(植物學雜誌)에서 고본의 학명 Angelica tenuissima Nakai를 최초로 출판했다.  

괄호 안의 인명(人名)은 원명명자(原命名者)다. 린네가 창안한 이명법(二名法, binomial nomenclature)에서는 식물의 학명이나 속명이 바뀌는 경우 먼저 학명을 출판한 원명자를 괄호 안에 기재한 뒤 신명명자(新命名者)를 기재해야 한다.  

신명명자 '피메노프 & 클류이코프(Pimenov & Kljuykov)'는 러시아 식물학자 미하일 게오르기예비치 피메노프(Michael Georgievich Pimenov, 1937~ )와 예브게니 바실리예비치 클류이코프(Evgeniy Vasilyevich Kljuykov, 1950~2023)다. 피메노프와 클류이코프는 2003년 'Willdenowia 33: 373'에서 고본의 속명을 당귀속에서 산천궁속으로 변경하는 학명 Conioselinum tenuissimum (Nakai) Pimenov & Kljuykov를 출판했다. 하지만, 이 학명은 IPNI와 Kew에는 아직 등재되지 않았다.   

대한본초학회지(大韓本草學會誌) 제36권 제3호(2021년 5월)에 실린 '분류학적 개념을 기반으로 한 동북아 5개국 공정서 미나리과(산형과) 기원종 비교 연구'(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송준호, 양선규, 김홍빈, 최고야)를 보면 '식물학적으로 고본은 기름당귀속(Ligusticum)도 당귀속도 아닌 산천궁속(Conioselinum)의 한 종으로 인식된다. 구대륙의 산천궁속 재개정 연구에서는 본 종을 Conioselinum tenuissimum (Nakai) Pimenov & Kljuykov로 인식하며 수재된 학명을 모두 명명법적 이명으로 처리하였다. 다수의 식물학명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본 종을 산천궁속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고본의 학명을 Conioselinum tenuissimum (Nakai) Pimenov & Kljuykov로 수정하여 고시하는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학명은 현재 제안된 상태이고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된 학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표, 국생정의 학명을 따르기로 한다.   

 

고본(백두산 북파 천문봉 흑풍구, 2024. 7. 19.)

 

국표, 국생정 등재 학명 Angelica tenuissima Nakai의 국명(國名, Korean common name)은 고본(藁本, 추천명), 고번 등이 있다. 고본(藁本)이라는 이름은 중국 탕(唐)나라 신수번차오(新修本草, 唐本草)'에 '뿌리 위와 싹 아래(根上苗下)가 볏짚(禾藁)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본(本)은 뿌리(根)라는 뜻이다.'라고 나와 았다. '밍이비에루(名醫別錄)'의 설명도 같다. 또, 밍(明)나라 리싀전(李時珍)에 따르면 옛 사람들이 이것을 향료로 많이 이용하였기 때문에 고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국표, 국생정 등재 학명 Angelica tenuissima Nakai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common name)은 코리언 고본(Korean gobon) 또는 슬렌더 앤젤리커(Slender angelica)다. '코리언 고본(Korean gobon)'은 '한강토(Korean) 산 고본(gobon)'이라는 뜻이다. '슬렌더 앤젤리커(Slender angelica)'는 '가느다란(Slender) 당귀속(angelica) 식물'이라는 뜻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차이이즈 러비지(chinese lovage)다. '중국(chinese) 미나리과(lovage) 식물'이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학명 Angelica tenuissima Nakai, 일본어판 아토미군뽀우후(跡見群芳譜) 등재 학명 Conioselinum tenuissimum의 일본명(日本名, Japanese common name)은 니오이우이쿄우(ニオイウイキョウ)다. '향기(ニオイ, 匂い)가 있는 회향(ウイキョウ, 茴香)'이라는 뜻이다. 중국 식물명 '후이샹(茴香)'은 썩은 생선에 쓰면 향이 돌아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일본식 이름인 우이쿄우(茴香)의 어원은 일본에 전해졌을 때 '후이(茴)'를 당음(唐音) '우이(ウイ)', '샹(香)'을 한음(漢音) '쿄우(キョウ)'로 읽어서 붙여졌다고 하는 설이 있다. 

중국식물지(中国植物志) 등재 학명 Conioselinum tenuissimum (Nakai) Pimenov & Kljuykov, 이명 Ligusticum tenuissimum, Angelica tenuissima. 아토미군뽀우후(跡見群芳譜) 등재 학명 Conioselinum tenuissimum의 중국명(中國名, Chinese common name)은 시예까오번(細葉藁本)이다. '가는 잎(細葉) 고본(藁本)'이라는 뜻이다. 중국식물지 등재 이명에는 까오번(藁本)이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국생관처럼 변경된 학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본(백두산 북파 천문봉 흑풍구, 2024. 7. 19.)

 

고본은 일본, 만주,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제주, 경기(광릉, 천마산), 평북, 함남, 함북에 야생한다. 심산 지역 산록에서 자란다(국생관). 고본은 한강토 전역에 나며,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국생관). 필자는 경북 문경 주흘산(主屹山, 1,106m)에서 자생하는 고본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 일대에서는 고본을 재배하고 있다.  

시예까오번(細葉藁本)은 랴오닝성(辽宁省)에 난다. 돌이 많은 산비탈 숲 아래에 자란다. 조선(朝鲜, 한강토)에도 분포한다(中国植物志). 시예까오번(細葉藁本)은 베이징(北京), 허베이(河北), 랴오닝(辽宁)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조선(朝鲜)과 중국 대륙의 랴오닝 등지에 분포한다. 해발 500m 지대의 돌이 많은 산비탈 숲 아래에 자란다. 인공적으로 재배도 하고 있다(維基百科).  

 

고본(백두산 북파 천문봉 흑풍구, 2024. 7. 19.)

 

고본의 키는 높이 30~80cm 정도이다. 줄기 전체에 털이 없으며 향기가 강하다. 근생엽(根生葉)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葉柄)이 길고 3회 우상(羽狀)으로 갈라지며, 열편(裂片)은 선형(線形)이고 윗부분에서는 엽병 전체가 엽초(葉鞘)로 되어 굵어진다. 

꽃은 8~9월 원줄기 끝과 가지 끝의 큰 우산 모양 꽃차례(大繖形花序)에 달린다. 총산경(總傘梗)은 15~20개, 꽃자루는 20~22개이다. 포(苞)는 0~2개로서 총산경보다 짧으며 피침형(披針形)이고, 작은포(小苞)는 1~5개가 꽃자루보다 길다. 꽃받침조각은 절두(截頭)로서 밋밋하다. 꽃잎은 5개로서 거꿀달걀 모양(倒卵形)이며 안으로 굽고 흰색이다. 씨방은 타원형(楕圓形)이고 길이 0.5~1.5mm로서 녹색이다. 수술은 5개이고, 꽃밥은 자주색이다. 

열매는 분과(分果)다. 분과는 편평한 타원형이고 길이 4mm 정도로서 3개의 능선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날개가 있다. 종자는 9~10월에 익는다. 분과는 열과(裂果)의 하나인 골돌과(蓇葖果)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 씨방에서 만들어지지만 서로 분리된 2개 이상의 열매로 발달한다. 여러 개의 씨방이 한 묶음이 되어 자라다가 각각 열매가 익으면 떨어져 나간다. 

 

고본(백두산 북파 천문봉 흑풍구, 2024. 7. 19.)

 

고본의 뿌리를 복수초근(福壽草根)이라 한다(국생정). 그런데, 국생정이 고본의 뿌리를 복수초근이라고 한 출전(出典)이나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필자가 과문(寡聞)한 탓인지 고본의 뿌리가 복수초근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고본의 근경(根莖) 및 근(根)을 고본(藁本)이라 하며 약용한다. 발표산한(發表散寒), 거풍지통(祛風止痛)의 효능이 있다. 풍한두통(風寒頭痛), 두정통(頭頂痛), 한습복통(寒濕腹痛), 설사, 산하, 풍습통양(風濕痛痒), 두통목종(頭痛目腫), 골동(骨疼) 및 춘하(春夏)의 상한(傷寒)을 치료한다. 양증두통(陽證頭痛)에는 기(忌)한다(다음백과 국생정). 여기서 '산하'라는 병증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다. 한의사인 필자도 '산하'라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음백과 국생정은 오해하기 쉬운 용어에 대해서는 한자를 병기(竝記)하거나 출전을 밝히기 바란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고본(Ligusticum sinense Oliv.)과 요고본(遼藁本, Ligusticum jeholense Nakai et Kitag.)의 근경(根莖) 및 근(根)을 본초명 고본이라고 한다. 한강토에서는 Ligusticum tenuissimum (Nakai) Kitag.(=Angelica tenuissima Nakai)를 고본으로 쓴다. 고본의 이명에는 울향(蔚香), 미경(微莖), 귀경(鬼卿), 지신(地新) 등이 있다.'고 나와 있다.       

고본의 맛은 맵고(辛) 독이 없으며(無毒), 성질은 따뜻하다(溫). 방광경(膀胱經)으로 들어간다. 거풍산한(祛風散寒), 제습지통(除濕止痛)의 효능이 있다. 주로 풍한감모(風寒感冒), 전정동통(巓頂疼痛), 풍습지절비통(風濕肢節痹痛), 한습복통(寒濕腹痛), 설사(泄瀉, diarrhea)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     

고본(藁本)의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微溫](약간 차다[微寒]고도 한다) 맛은 맵고 쓰며[辛苦] 독이 없다. ○ 160가지의 악풍(惡風)을 낫게 하고 풍으로 인한 두통(頭痛)을 낫게 하며 안개와 이슬독을 받지 않게 하고 풍사로 손발을 쓰지 못하는 것을 낫게 한다. 또 쇠붙이에 다친 데 쓰며 살을 살아나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며 주근깨, 주사비[酒齄鼻], 여드름을 없애며 목욕하는 약과 얼굴에 바르는 기름을 만들 수 있다. ○ 잎은 구릿대(백지)와 비슷하며 또 궁궁이(천궁)와도 비슷하나 고본의 잎은 가늘다. 그 뿌리 위에선 싹이 돋아나지만 밑으로는 마른 것 같기 때문에 고본이라 한다. 음력 정월 2월에 뿌리를 캐 햇볕에 30일 동안 말리면 된다[본초]. ○ 태양본경의 약이다. 안개나 이슬의 사기가 침범하였을 때는 반드시 이 약을 써야 한다. 한사가 태양경에 들어가 머리와 속골이 아픈 것과 모진 추위가 뇌에 침범하여 속골이 아프면서 이빨까지 아픈 데 쓴다. 약 기운이 몹시 세므로 속골이 아픈 것을 낫게 한다. 목향과 같이 쓰면 안개와 이슬의 사기를 없앤다. 노두를 버리고 쓴다[탕액]. ○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도 현풍 지방에 있다[속방](동의보감 탕액편 풀). 

시예까오번(細葉藁本)은 뿌리(根)와 뿌리줄기(根茎)를 약으로 쓴다. 훠까오번(火藁本)이라고도 한다. 산풍한조습(散风寒燥湿)의 효능이 있다. 풍한두통(风寒头痛), 한습복통(寒湿腹痛), 설사(泄泻)를 치료한다. 외용(外用)하면 개선(疥癣), 신경성 피부염(神经性皮炎) 등 피부병(皮肤病)을 치료할 수 있다(中国植物志). 

필자는 산에서 캔 고본의 뿌리를 약술로 담가서 마셔보았는데 그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에서는 고본주를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 중이다. 풍한두통 등 고본 작응증이 있는 사람들은 고본주를 한 잔 마셔보는 것도 괜찮겠다.  

 

고본(백두산 북파 천문봉 흑풍구, 2024. 7. 19.)

 

국표 등재 고본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강활(Angelica reflexa B.Y.Lee), 개구릿대(Angelica sachalinensis Maxim.), 갯강활(Angelica japonica A.Gray), 고산바디(Angelica saxatilis Turcz. ex Ledeb.), 구릿대[Angelica dahurica (Fisch. ex Hoffm.) Benth. & Hook.f. ex Franch. & Sav.], 궁궁이(Angelica polymorpha Maxim.),  바디나물[Angelica decursiva (Miq.) Franch. & Sav.], 부전바디[Angelica nakaiana (Kitag.) Pimenov], 삼수구릿대(Angelica anomala Avé-Lall.), 왜천궁(Angelica genuflexa Nutt. ex Torr. & A.Gray), 잔잎바디[Angelica czernaevia (Fisch. & C.A.Mey.) Kitag.], 제주사약채(Angelica fallax H.Boissieu), 지리강활(Angelica amurensis Schischk.), 참당귀(Angelica gigas Nakai), 처녀바디[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Makino ex Y.Yabe) Nakai], 흰바디나물[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Makino ex Y.Yabe) Nakai var. distans (Nakai) Kitag.] 등 16종이 있다.  

강활(By-gone ostericum)은 강원도에 분포하며, 세계적으로는 러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키는 0.8m~1.2(2)m이다. 뿌리는 수염뿌리이며, 비후하다. 줄기의 기부는 자색이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상부에서 분지하며, 표면에 주름이 나타난다. 엽축은 흔히 굽어진 형태이며, 엽병이 길게 발달하고, 엽초는 좁은 장타원형이다. 엽신은 넓은 난형 또는 삼각형이며, 상면에 강모가 산생하고, 하면은 무모이다. 소엽에는 소엽병이 발달되어 있으며, 최종열편은 넓은 피침형 또는 좁은 난형이다. 근생엽은 대개 조락한다. 화경은 소수이며, 전체에 강모가 산생한다. 총포편은 1개이거나 없으며,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다. 소화경은 길이가 균일하지 않다. 꽃은 악편이 발달하지 않으며, 화판은 백색이고, 도란형이다. 8~9월 흰색으로 핀다. 결실기는 10월이다. 

개구릿대(Eumenol angelica, エゾノヨロイグサ, 蝦夷の鎧草, 庫頁當歸)는 한강토 전역에 나며, 타이완, 러시아 동시베리아, 사할린, 아무르, 우수리,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근경은 회갈색이고 향기가 난다. 줄기는 높이 80~100cm, 세로로 난 주름이 있고 보통 자줏빛을 띤다. 줄기 윗부분은 갈라지며 전체에 짧고 부드러운 털이 있으나 밑부분에는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난다. 뿌리잎은 잎자루가 있고 잎몸은 2~3회 깃꼴겹잎, 꽃이 피는 시기에 일찍 시든다. 줄기잎은 2~3회 깃꼴겹잎, 길이 8~13cm의 잎자루가 있으며 맨 아래쪽 잎의 잎자루는 절반 이상이 줄기를 감싸고 위쪽은 대부분이 줄기를 감싼다. 잎자루는 긴 타원형, 보라색이며 겉에는 털이 빽빽하다. 잎몸은 삼각상 난형, 길이 30cm, 너비 25cm이며, 가장 마지막 작은잎은 타원상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이다. 꽃은 7~8월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겹산형꽃차례로 핀다. 꽃대는 31~58개로 갈라지고, 하나의 꽃가지에 27~44개의 꽃이 핀다. 꽃잎은 5장, 흰색이다. 열매는 분과이며 편평한 타원형, 8~9월에 익는다. 잎 뒷면에 흰빛이 돌고 가장자리에 털이 없는 점이 구릿대와 다르다.  

갯강활(Coastal angelica, Japanese angelica, ハマウド, 浜独活, 日本当归)은 제주도와 거문도에 자생하며, 일본, 대만 등에 분포한다. 키는 50~100cm이다. 줄기 속에 황백색의 즙액이 있고 윗부분에 잔털이 있다. 근생엽은 잎자루가 길며 넓은 난상 삼각형이고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고 1~2회 깃꼴겹잎이며 윗부분의 것은 잎집이 커져서 타원형으로 된다. 작은잎은 난형 또는 난상 타원형이며 끝이 둔하거나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백색으로 피며, 겹산형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분과로 납작한 타원형이고 털이 없으며 옆에는 두꺼운 날개 모양의 능선이 있다. 즙액이 황백색, 작은잎이 넓으며 두껍고,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광택이 있는 점에서 구릿대와 다르다. 뿌리를 약용한다. 

고산바디(High-mountain angelica, 高山芹)는 북부 지방 부전 고원, 백두산 등지의 고원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60~80㎝이다. 뿌리가 굵고 둥글고 목질이며 밤색을 띤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3출 복엽이며, 열편은 넓은 피침형이고 예리한 톱니가 있다. 잎 밑동은 넓은 싸개골로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백색으로 복산형 꽃차례를 이루고, 소산형 꽃차례에 20여 개의 꽃이 달린다. 총포조각은 송곳 모양이다. 꽃은 7~8월에 핀다. 열매는 분과로 9월에 성숙한다. 

구릿대(Dahurian angelica, ヨロイグサ, 鎧草, 白芷)는 한강토 전역에 자생하며, 러시아 동시베리아, 아무르, 우수리,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뿌리는 굵고, 냄새가 난다. 줄기는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 1~2.5m, 지름 7~8cm, 속이 비어 있다. 잎은 어긋나며, 아래쪽 잎은 2~3번 갈라지는 3출 깃꼴겹잎, 길이 30~50cm, 너비 25~40cm, 밑이 부풀어서 줄기를 감싼다. 꽃은 6~8월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대에 겹산형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꽃차례는 지름 10~15cm이다. 꽃잎은 5장, 도란형, 끝이 오목하고, 안으로 말린다. 열매는 분과, 둥근 모양 또는 넓은 타원형, 길이 5~7mm, 9~10월에 익으며, 가장자리가 날개 모양이다. 마지막 산형꽃차례 기부에 선형의 작은꽃싸개 조각이 있는 점에서 개구릿대와 다르다. 뿌리는 약용한다. 

궁궁이(Chinese Angelica, Polymorphic angelica, シラネセンキュウ, スズカゼリ, 白根川弓, 拐芹當歸, 拐芹)는 한강토 전역에 나며,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키는 80~150cm이다. 잎집에만 털이 있고 근생엽과 줄기 밑부분의 잎은 잎자루가 길며 삼각형이고 삼각상 넓은 난형이며 4회 3출겹잎이다. 작은잎은 난형, 피침형이고 길이 3~6cm이며 3갈래로 갈라지기도 하고 끝이 뾰족하며 결각 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흰색이며 긴 타원형의 잎집이 발달한다. 꽃은 8~9월 큰 겹산형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작은 산형꽃차례는 20~40개이고 총포엽은 5개이며 선형이다. 열매는 분과이고 납작한 타원형이며 양 끝이 오목하고 털이 없다. 유관은 3개이다. 9~10월에 익는다. 왜천궁과 비슷하나 중앙 작은잎의 잎자루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 점에서 구분된다. 뿌리를 두통, 빈혈, 월경불순 등에 약용한다.  

바디나물(Purple-flower angelica, ノダケ, 野竹, 紫花前胡)은 한강토 전역에 나며, 러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뿌리는 지름 1~2cm, 갈색이다. 줄기는 높이 80~150cm, 보통 자줏빛 녹색이 돌고, 털이 없으며, 능선이 있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는 길이 13~36cm로 밑부분은 잎집으로 되어 줄기를 감싼다. 잎몸은 1~2회 깃 모양으로 갈라지고, 가운데 갈래잎 밑은 아래로 흘러 날개가 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 줄기와 가지 끝 겹산형꽃차례에 자주색으로 달린다. 총포엽은 1~2개, 소총포엽은 5~7개, 보통 자줏빛이 돈다. 꽃잎은 도란형 또는 타원상 피침형이다. 열매는 분과로 9월에 익으며 편평한 타원형이다. 당귀에 비해 작은잎의 밑부분이 흘러 날개 모양으로 되고 꽃잎이 오목하게 들어가지 않아 구분된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뿌리는 약용한다. 사약채라고도 한다. 

부전바디(Bujeon angelica, 长白高山芹, 白山芹)는 백두산을 비롯한 함경남북도, 평안북도의 높은 산에 분포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해발 2,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굵고 땅속으로 깊게 뻗는다. 줄기는 높이 30cm 가량 자라고, 능선이 있으며 가지의 윗부분과 산경 및 작은꽃자루를 뺀 부분에는 털이 없고 아랫부분에서부터 몇 개의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잎과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며, 잎자루는 아랫부분이 넓어져서 원줄기를 감싸고 위쪽 잎의 잎자루는 완전히 잎집으로 된다. 줄기잎은 2회 삼출겹잎이며 잎끝 열편은 난형 또는 타원형이고 끝이 가시처럼 뾰족한 톱니가 있다. 꽃은 8월 겹산형꽃차례에 홍백색으로 핀다. 산경이 굵으며 작은산형꽃차례는 20여 개다. 총포엽은 없고 소총포엽은 선형이며 녹색이고 작은꽃자루보다 훨씬 길다. 작은꽃자루는 길이 6mm 정도이다. 꽃은 소산형꽃차례에 20여 개씩 달린다. 열매는 분과이고 길이 4mm이며 타원형이고 날개 같은 능선이 10개 있다. 분과가 납작한 타원형으로 모든 날개의 크기가 거의 동일하고, 날개가 두꺼운 점에서 날개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은 당귀속과 구별된다. 

삼수구릿대(Amrokgang angelica, wild celery , dang gui, アリナレノダケ, 狹葉當歸, 額水獨活)는 함경남도 나며, 중국에 분포한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근경은 굵고 방추형이다. 근생엽은 2회 깃꼴겹잎이고 털이 없으며 갈래는 피침형이고 길이 1.5~2.5cm이며 뾰족한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 겹산형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꽃차례가 둥근 모양이다. 총포엽은 없으나 소총포엽은 5~7개이다. 열매는 분과, 8~9월에 익으며 긴 타원형이고 두드러진 능선이 있다. 유관은 4개이다. 한 꽃 안에 있는 꽃잎의 크기가 일정하고 씨방에 털이 나 있어서 갯강활과 유사하나, 삼수구릿대는 잎자루 기부의 잎집 표면에 털이 나 있어서 구분된다. 뿌리는 약용, 어린순은 식용한다. 

왜천궁(Kneeling angelica, オオバセンキュウ, 大葉川弓, 毛珠当归)은 한강토 강원도 금강산 이북에 자생하며, 러시아 사할린, 캄차카, 일본, 중국 동북부, 북미 북서부 등에 분포한다. 뿌리줄기는 굵고 곧게 뻗으며, 지름 1~1.5cm, 가로사이막이 여러 개 있다. 줄기는 높이 80~150cm, 지름 1~1.5cm, 속은 비어 있고 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윗부분의 마디 사이에 짧은 털이 있다. 잎몸은 2~3회 깃꼴겹잎, 길이 30cm, 너비 20~25cm이다. 아래쪽의 작은잎은 뒤로 벌어지며, 가장 위의 작은잎은 난형 또는 피침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 겹총상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꽃잎 끝부분은 오목하고 안으로 말려 있다. 암술대 밑부분은 짧고 가늘다. 열매는 분과, 타원형, 길이 4~5mm, 털은 없다. 8~9월에 익는다. 가장자리 주름은 넓어져서 날개 모양으로 되고, 등 쪽 주름은 3개로 돌출한다. 궁궁이에 비해 깃꼴작은잎이 난상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한 점이 디르다. 왜천궁 꽃자루는 50~60개로 궁궁이 20~40개보다 많고, 씨방에 짧은 털이 있는 점이 다르다. 관상용, 약용한다.  

잔잎바디(Diverse-petal angelica, コバノダケ, タチウド, 柳叶芹)는 한강토 함경도 등 북부 지방에 자생하며, 러시아,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키는 1m쯤 자란다. 잎은 2~3회 깃꼴겹잎이고 잎자루는 길며 잎집이 원줄기를 감싼다. 작은잎은 긴 난형, 피침형이며 가장자리에 딱딱한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 겹산형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작은산형꽃차례는 10~30개이고 둥근 모양이며 총포엽은 수 개, 소총포엽은 다수이고 가늘고 소형이다. 열매는 분과이고 둥근 모양이며, 8~9월에 익는다. 유관은 12개이다. 북부 지방에 매우 드물게 나는 식물로 각 꽃 안에 있는 꽃잎의 크기가 같지 않고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는 점에서 강원도 지역에서 자라는 왜천궁 및 전국에 걸쳐 분포하는 궁궁이와 유사하다. 그러나 잔잎바디는 줄기 상부의 잎집이 원통형으로서 부풀어 오르지 않는 특징으로 왜천궁 및 궁궁이와 구분된다. 어린순은 식용한다. 

제주사약채(サイシュウオニウド)는 국표에 학명, 국명, 일본명만 실려 있다. 이명은 개강활이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제주도 고유종이다. 제주사약채는 지금까지 궁궁이의 이명으로 취급되었다. 제주사약재는 뒤로 휘어진 잎자루, 분명치 않은 꽃받침 톱니, 4~5개의 뚜렷한 작은 포, 약간 대칭형의 주변부 꽃, 팽창된 바닥에 두꺼운 1차 맥이 있는 분과 등이 궁궁이와 명확히 구별된다. 제주사약채의 분과는 궁궁이보다 더 크다[Korean Journal of Plant Taxonomy, Re-evaluation of the taxonomic identity of Angelica fallax (Apiaceae) and its conservation status]. 

지리강활(Amur angelica, 黑水当归)은 덕유산, 지리산, 치악산, 오대산 등에 분포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줄기는 1m 높이로 곧게 자라며 털이 없다.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2회 3출겹잎이다. 작은잎은 달걀 모양 또는 넓은 타원 모양이고 끝이 얕게 3갈래로 갈라진다. 꽃은 7월 줄기 윗부분에 지름 10~15cm의 겹산형꽃차례를 이루어 흰색으로 핀다. 작은꽃대는 20~30개 정도이다. 지리강활은 뿌리에서 악취가 나고, 잎이 분지되는 지점들마다 자주색을 띠는 점에서 당귀나 바디나물과 다르다. 당귀와는 달리 독이 있으므로 식용할 수 없다. 뿌리를 약용한다. 개당귀라고도 부른다.   

참당귀(Korean angelica, purple angelica, オニノダケ, 鬼野竹, 朝鲜当归)는 만주, 일본에 분포한다. 당귀라고도 한다. 한강토 전역의 산계곡 습기가 있는 토양에서 자생하며 약용식물로 재배하고 있다. 굵은 뿌리와 함께 분지된 뿌리가 있다. 키는 높이 1~2m 정도에 이른다. 줄기는 자줏빛이 돌며, 세로맥이 있다. 근생엽과 기부의 잎은 엽병이 길며, 기수 1~3회 우상복엽이다. 소엽은 3개로 완전히 갈라지고 다시 2~3개로 갈라지며 열편은 긴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이고 겹톱니가 있다. 정소엽은 엽신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작은 잎자루가 있고 표면의 맥 위와 가장자리가 거칠다. 윗부분의 잎은 퇴화되고 엽초가 타원형으로 커진다. 엽병의 기부는 칼집처럼 되어 기부를 감싼다. 꽃은 8~9월 큰 겹우산모양꽃차례가 가지와 줄기끝에서 나와 15~20개로 갈라지고 끝에 20~40개의 자주색 꽃이 달린다. 총포는 1~2개로서 엽초처럼 커지며 소총포는 5~7개이고 가늘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길이 8mm, 너비 5mm로서 넓은 날개가 있으며 늑(肋)사이에 유관이 1개씩 있다.  

처녀바디(Bristly-margin angelica, コウライヒメノダケ, 高麗姫野竹, ヒメノダケ, 姫野竹, 长鞘当归)는 한강토 전역에 나며,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에 분포한다. 뿌리는 굵고, 근경은 짧다. 줄기는 높이 50~80cm, 가늘고, 털이 없으며, 위에서 가지를 친다. 뿌리잎과 줄기 아래쪽 잎은 홀수 깃꼴겹잎이며, 길이 10~25cm, 잎자루가 있다. 작은잎은 5~9개, 아래 1~2쌍은 밑이 3~5갈래로 갈라지며, 작은잎자루는 거의 없다. 끝 쪽의 작은잎은 보통 3갈래로 갈라지며, 잎몸은 피침형 또는 긴 피침형, 가장자리는 잔 톱니 모양이고, 밑이 약간 늘어져 날개 모양이 된다. 잎 뒷면은 갈색이 도는 녹색이고, 양면의 잎맥 위에 짧은 털이 성기게 난다. 줄기 위쪽의 잎은 긴 잎집 모양으로 퇴화되었다. 꽃은 8~9월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에 여러 개가 모여 겹우산꽃차례를 이루어 흰색으로 핀다. 꽃자루는 8~12개, 길이 2~5cm, 가늘고, 안쪽에 가는 돌기가 있다. 꽃잎은 난형으로 끝은 점차 뾰족하고, 안쪽으로 말린다. 열매는 수과, 넓은 난상 타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길이 2mm쯤이며, 가장자리는 너비 0.3mm의 좁은 날개 모양이고, 9~10월에 익는다. 줄기 윗부분의 잎자루가 원통형인 점에서 잎자루가 부풀어 배가 불룩한 보트 모양인 바디나물, 당귀 등과 구별된다. 

흰바디나물(White bristly-margin angelica, オニシラハノダケ)은 경기도 광릉, 북한산, 전남 광주, 중부 지방에 자생하나 거의 멸종 상태다. 근경은 짧으며 뿌리가 굵다. 키는 높이 약 1m에 달한다. 줄기는 전체에 털이 없고 곧게 서며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며, 엽병 밑부분이 엽초로 된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2~3회 우상으로 갈라지지만 3개씩 갈라진 것 같이 보인다. 열편은 피침형이고 첫째의 1쌍, 둘째 것과의 간격은 8~13cm이며 첫째 것이 바로 엽초에 달리는 것이 처녀바디와 다르다. 그 밖의 것은 거의 처녀바디와 비슷하며 가장자리가 딱딱하고 규칙적인 톱니가 있다. 정열편은 흘러서 날개처럼 되기 때문에 첫째 열편과의 거리가 2~6cm밖에 안된다. 꽃은 8월에 유백색으로 핀다. 큰 우산모양꽃차례가 원줄기 끝과 가지끝에서 발달하고, 소산경은 10여 개이며 소총포는 5~6개로서 선형이다. 총포는 가늘고 길다. 꽃부리는 소형이며 지름 3mm 이내이다. 꽃잎과 수술대 및 꽃밥은 거의 유백색이다. 열매는 분과로 구형에 가깝다. 뿌리를 백전호라 한다. 

국표 등재 고본의 유사종 재배식물(栽培植物, cultivated plants)은 노르웨이당귀(Angelica archangelica L.), 미국당귀(Angelica atropurpurea L.), 숲당귀(Angelica sylvestris L.), 신선초(Angelica utilis Makino ex Y.Yabe=Angelica keiskei (Miq.) Koidz.), 왜당귀(Angelica acutiloba (Siebold & Zucc.) Kitag.) 등 5종이 있다. 이들은 국표에 학명, 국명, 외국명 등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노르웨이당귀(garden angelica, セイヨウトウキ, 西洋当帰, 挪威当归, 欧白芷)는 알프스, 피레네, 보헤미아 등의 한랭지에서 자생하고 있던 식물이다. 지금은 유럽 각지, 북유럽, 동유럽, 시베리아, 그린란드 등의 습원이나 알자스 지방 등의 산지에 퍼져 자생한다.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스칸디나비아에서는 귀중한 야채로 이용된다. 

미국당귀(美國當歸, アメリカンアンジェリカ, 紫莖當歸)는 동부 캐나다, USA 등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키는 1.8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보라색이고 매끄러우며 속이 비어 있다. 잎은 2회 깃꼴 겹잎이며 잎 하나당 3~5개의 소엽이 있다. 꽃은 산형꽃차례에 녹색을 띤 흰색으로 핀다. 하나의 산형꽃차례는 가지가 최대 40개까지 있다. 각 꽃에는 꽃잎이 5개 있다. 줄기는 셀러리처럼 먹을 수 있으며 맛도 비슷하다. 초기 USA 정착민들은 이 식물의 일부를 끓여 사탕을 만들고 케이크에 넣었다. 유럽에서는 이 식물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숲당귀(Wild angelica, ワイルドアンジェリカ, 林当归)는 유럽과 중앙 아시아가 원산지다. 야생당귀라고도 한다. 키는 2.5m까지 자란다. 줄기는 보라색이다. 꽃은 늦여름 둥근 산형꽃차례에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으로 핀다. 정원에서 재배한다. 20세기까지 야채로 쓰였다. 줄기는 신선하게 먹었고, 잎은 보관을 위해 스튜로 끓이거나 우유와 함께 조리했다. 이 식물은 염색에도 사용되었다. 캐나다에서는 침입성 잡초로 지정되었다.  

신선초(神仙草, アシタバ, 明日葉·鹹草, ハチジョウソウ, 明日叶, 长寿草)는 일본 고유종이다. 일본 혼슈(本州)의 간토(関東) 지방 남부와 이즈 제도(伊豆諸島), 도우카이(東海) 지방(동해 바다가 아니라 일본 중부 지방 남쪽의 기후현, 미에현, 시즈오카현, 아이치현 등 4현을 말함), 기이 반도(紀伊半島), 그리고 이즈 반도 남쪽의 오가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에 분포한다. 아시타바(アシタバ, 明日葉)라는 이름은 잎을 따도 내일(明日)이면 잎(葉)이 다시 나올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린 잎은 채소로 먹을 수 있다. 야채로 재배되고 있다. 신선초는 쌈밥집에 가면 거의 빠지지 않는 채소가 되었다. 신선초는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잎은 2회 3출복엽이다. 소엽은 광란형의 날개 모양으로 갈라지고, 고르지 못한 거친 톱니가 있다. 잎자루의 기부가 주머니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칼집 모양이 되고, 줄기 윗부분에서는 엽신이 퇴화하여 엽초로 된다. 큰 산형꽃차례에 담황록 또는 담백록색의 작은 꽃이 다수 핀다. 큰 산형꽃차례의 자루는 10여 개. 총포편은 없고, 광선형의 소총포편은 몇 개 붙는다. 소총포편은 가장자리가 매끄러우며 뒷면은 털이 없다. 열매는 길이 7~10mm의 긴 타원형이다. 줄기나 잎자루를 자르면 선명한 노란색 즙이 나온다. 자른 지 하루가 지나도 선명한 노란색은 변하지 않는다. 신선초는 독성이 있는 하마우도(ハマウド, 浜独活)와 비슷하다. 따라서 신선초 잎을 딸 때는 주의해야 한다. 하마우도는 꽃이 봄에 피고 흰색이다. 잎은 두껍고 광택이 나며 잎맥과 톱니가 촘촘하다. 줄기에는 붉은 줄이 있다. 신선초는 줄기를 자르면 선명한 노란색의 즙을 내지만, 하마우도의 즙은 연한 황백색이다. 하마우도는 열매의 날개가 넓고 광타원형이다.  

왜당귀(倭當歸, Japanese angelica root, トウキ, 当帰, イブキトウキ, 伊吹当帰, ニホントウキ, 日本当帰, 東當歸)의 원산지는 일본, 조선(朝鮮, 한강토), 중국이다(FOM). 한강토에서는 재배한다. 원래 일본 원산으로 식민지 시대 일본에서 이식해 온 후 토당귀 대용으로 사용되었다(국생정). 한의사들은 이 종을 일본당귀(日本当帰) 또는 일당귀(日当帰), 일본에서는 도우키(当帰)라고 칭한다. 왜당귀라는 국명은 일본당귀나 일당귀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대중들이 쓰지도 않는 이름을 국명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는 국표의 국명을 쓰지 않고 일당귀라고 칭한다. 일당귀는 토당귀(참당귀, 당귀), 중국당귀와 함께 한의사들이 약성의 차이에 따라 임상에서 실제로 처방하는 한약재다. 일당귀의 키는 높이 30(60)~(90)100cm이다. 뿌리는 황갈색이고, 길이 10~25㎝, 너비 1~2.5㎝, 강한 방향이 있다. 줄기는 속이 실하고, 보라색을 띠며, 가는 늑(肋)이 있다. 근생엽과 하부의 잎은 잎자루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10~30㎝, 잎집은 장원형, 엽신은 삼각상 란형, 길이 10~25㎝,1~2회 3출 우상복엽이고 털이 없다. 우편(羽片)은 짧은 소엽병이 있고 길이 2~9㎝, 너비 1~3㎝, 3열한다. 열편은 피침형,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예거치 모양(鋭鋸歯状), 끝은 첨예형 또는 예형이다. 꽃차례 자루는 길이 5~20cm이다. 포는 없거나 또는 1~여러 개가 붙어 있으며, 선상 피침형, 길이 1~2㎝. 큰 산형꽃차례 자루 18~30개이고, 털이 있다. 소포는 5~8개, 선형, 길이 5~15mm. 소산형꽃차례는 꽃이 30여 개 달린다. 꽃자루는 가늘다. 꽃받침은 쇠퇴하여 떨어진다. 꽃은 7~8월 흰색으로 핀다. 꽃잎은 도란형 또는 장원형이다. 열매는 좁은 타원형, 길이 4~5mm, 너비 1~1.5mm이다. 등쪽 능선은 실 모양이고, 옆 능선은 좁은 날개가 있다. 유관은 각 홈에 3~4개, 합성면에 4~8개이다. 종자는 8~9월에 익는다. 

2024. 12. 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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