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백두산 야생화] 둥근범꼬리

林 山 2024. 11. 28. 14:40

2024년 7월 19일 중국(中國) 지린성(吉林省) 방문 이틀째 되는 날 백두산(白頭山, 2,744m) 북파(北坡) 산문(山門) 중국 국가대표 운동원촌 숙소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최고봉이자 조선민족(朝鮮民族, 한겨레)과 만주족(滿洲族)의 영산(靈山)인 흰머리뫼(白頭山)에서 살아가고 있는 들꽃 뫼꽃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소형 승합차에 올라 어둠을 뚫고 가파른 북파 천문봉(天文峰, 2,620m)에 올랐다. 신령한 하늘연못(天池) 북파 천문봉에는 대륙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태풍급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며 먼동이 터오자 천문봉 북쪽 기슭에 드넓은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이 펼쳐진 천문봉 천상의 화원에는 두메양귀비, 좁은잎돌꽃, 천지괭이눈, 바위구절초, 구름송이풀, 두메자운, 구름범의귀, 호범꼬리, 나도개미자리, 하늘매발톱, 두메분취, 나도황기, 씨범꼬리, 바위솜나물, 바위돌꽃, 노랑만병초, 담자리꽃나무, 구름국화, 좀참꽃 등 온갖 뫼꽃 들꽃들이 피어나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백두산의 들꽃 뫼꽃들은 추위와 강풍 때문인지 대부분 키가 작아 땅에 납작 엎드려서 자라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은은한 분홍색 꽃이 피어난 둥근범꼬리를 만났다. 백두산에서 둥근범꼬리를 보리라고는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뜻밖의 만남이라서 더 반가왔다.  

둥근범꼬리는 함경북도 백두산, 관모봉(冠帽峰, 2,541m) 등 해발 2,500m 이상 높은 산에서만 살아가는 고산성 식물(高山性植物)이다. 그래서, 둥근범꼬리는 남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야생화다. 그런 둥근범꼬리가 흰머리뫼 하늘연못가에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백두산 천문봉에서 바라본 천지(2024. 7. 18)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둥근범꼬리가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석죽아강(石竹亞綱, Caryophyllidae) 마디풀목(Polygonales) 마디풀과(Polygonaceae) 범꼬리속(Bistorta)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제식물명색인(IPNI, International Plant Names Index), 왕립식물원 큐(Royal Botanic Gardens, Kew) 등재(登載) 둥근범꼬리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비스토르타 글로비스피카 나카이(Bistorta globispica Nakai)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비스토르타(Bistorta)'는 '두 번(two two times, twice)'이란 뜻의 라틴어 '비스(bis)'와 '꼬인, 비틀린(twisted), 접힌(folded over)'이라는 뜻을 가진 '토르투스(tortus)'의 합성어에서 여성형 어미 변화가 일어난 고유명사다. '토르타(torta)'는 '빵 한 롤(a roll of bread)'이라는 뜻의 '토르타 파니스(torta pānis)'나 빵의 형태를 설명하는 '토르투스(tortus)', '케익의 형태(type of pastry)'를 뜻하는 '투르타(turta)'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다. 뿌리가 꼬인 모습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글로비스피카(globispica)'는 '둥근 물체(round object), 구체(sphere), 구(globe)'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글로부스(globus)'의 속격(屬格) '글로비(globi)'와 '머리(head), 이삭(ear), 이삭꽃차례(spike)'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스피카(spica)'의 합성어다. 머리 모양의 둥근 이삭꽃차례를 표현한 이름이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군국주의 일본의 조선 강제점령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命名者)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나카이는 1938년 '식물연구잡지(植物研究雑誌, Journal of Japanese Botany. Shokubutsu Kenkyu Zasshi, Tokyo)'에서 둥근범꼬리의 학명을 최초로 출판했다.   

국표 등재 이명(異名, synonymy), 국생관 등재 원기재명(原記載名)은 폴리고눔 글로비스피카 (나카이) 박종욱[Polygonum globispica (Nakai) C.W.Park]이다. 박종욱은 2007년 한국속식물지(韓國屬植物誌, The Genera of Vascular Plants of Korea)'에서 둥근범꼬리의 속명을 범꼬리속(Bistorta)에서 마디풀속(Polygonum)으로 변경하는 학명을 출판했다.  

국표 등재 학명 Bistorta globispica Nakai의 국명(國名, Korean common name)은 둥근범꼬리(추천명), 갈미범의꼬리, 구름범꼬리풀 등이 있다. 국생정 등재 추천 국명은 둥근범꼬리, 비추천명은 갈미범의꼬리다. 국생관에는 구실범의꼬리라는 이름도 실려 있다.  

둥근범꼬리는 꽃차례 모양이 둥근 범꼬리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범꼬리라는 이름은 이삭꽃차례가 호랑이의 꼬리를 닮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둥근범꼬리의 꽃차례는 호랑이의 꼬리를 전혀 닮지 않았다.  

국표, 국생관 등재 둥근범꼬리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common name)은 글로보스-스파이크 비스토트(Globose-spike bistort),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문명은 글로벌-스파이크 비스토트(Global-spike bistort)다. '구형의 이삭꽃차례(Globose-spike, Global-spike)를 가진 범꼬리(bistort)'라는 뜻이다. 한글명과 그 의미가 같다.   

국표, 국생정 등재 둥근범꼬리의 일본명(日本名, Japanese common name)은 다마자키이부키토라노오(タマザキイブキトラノオ)다. 다마자키이부키토라노오(タマザキイブキトラノオ)는 구글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름이다. 일본명의 출전(出典)이 어디인지 국표에 묻고 싶다. 출전을 밝히는 것은 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자세다.

 

이부키토라노오(イブキトラノオ, 伊吹虎の尾)는 한글명 범꼬리이고, 일본 긴키(近畿) 지방 북동부 시가현(滋賀県)과 기후현(岐阜県)의 경계를 이루는 이부키산(伊吹山, 1,377.3m)에서 발견되었으며, 꽃차례가 큰까치수염(オカトラノオ, 丘虎の尾)을 닮았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마자키(タマザキ)는 아마도 '둥글게 피다'라는 뜻의 '다마자키(玉咲き)'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마자키이부키토라노오(玉咲伊吹虎の尾)는 둥근범꼬리라는 뜻이 된다.  

 

둥근범꼬리(백두산 북파 천문봉, 2024. 7. 19.)

 

둥근범꼬리는 관모봉 해발 2,500~2,540m에서 자란다(국생정). 둥근범꼬리는 함경북도 관모봉에 자생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해발고도 2,500m 정도의 높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국생관). 

둥근범꼬리는 땅속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직립(直立)한다. 꽃대는 높이 30~40cm이다. 근생엽(根生葉)은 엽병(葉柄)과 더불어 길이 15cm 정도이며 털이 없고 엽신(葉身)은 길이 9cm, 너비 3cm로서 전형(箭形)이다. 잎 표면은 광택이 나는 녹색이고, 뒷면은 연녹색이며 가장자리에 잔털이 있다. 꽃대에는 2개의 잎이 달리는데, 엽병이 없다. 엽초(葉鞘)는 길이 30~36mm이고 잎집의 탁엽(托葉)은 막질(膜質)이며 앞쪽이 터진다. 화경(花莖)에 달려있는 잎은 전형(箭形) 또는 선상 전형(線狀箭形)이고 길이 6~8cm, 너비 0.5~1.5cm이다. 

꽃은 이삭꽃차례에 달린다. 꽃차례는 둥글거나 타원체(楕圓體)이고 길이 13~25mm, 지름 13mm로서 꽃이 밀생(密生)한다. 포(苞)는 건막질(乾膜質, scarious)이며 거꿀달걀 모양(倒卵形)으로서 까락처럼 뾰족하다. 꽃자루는 길이 1mm 정도로서 털이 없으며, 꽃 밑에 환절(環節)이 있다. 화피(花被, perianth)는 살색(肉色) 또는 분홍색이고, 수술이 다소 밖으로 나오며, 꽃밥은 자주색(紫朱色)이다. 열매는 수과(瘦果, achene)이다. 

 

둥근범꼬리(백두산 북파 천문봉, 2024. 7. 19.)

 

국표 등재 둥근범꼬리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가는범꼬리[Bistorta alopecuroides (Turcz. ex Kom.) Nakai], 넓은잎범꼬리(Bistorta officinalis Delarbre), 눈범꼬리[Bistorta suffulta (Maxim.) Greene ex H.Gross], 범꼬리[Bistorta officinalis Delarbre subsp. japonica (H.Hara) Yonek.], 북범꼬리[Bistorta manshuriensis (Petrov ex Kom.) Kom.], 씨범꼬리[Bistorta vivipara (L.) Delarbre], 이른범꼬리[Bistorta tenuicaulis (Bisset & S.Moore) Nakai], 참범꼬리[Bistorta pacifica (Petrov ex Kom.) Kom. ex Nakai], 호범꼬리[Bistorta ochotensis (Petrov ex Kom.) Kom. ex Nakai], 흰범꼬리[Bistorta incana (Nakai) Nakai ex T.Mori] 등 10종이 있다.    

가는범꼬리(Slender bistort, ホソバイブキトラノオ, ナガバノイブキトラノオ, 長葉の伊吹虎の尾, 狐尾拳参, 狐尾蓼)는 제주도 한라산, 경기도 등에 분포한다. 키는 15~30cm이다. 근생엽은 길이 15~22cm, 너비 1cm이다. 꽃은 6월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범꼬리에 비해 잎이 좁다. 염료의 원료로 사용한다. 뿌리줄기를 지사제, 지혈제, 해독제, 소염제 등의 약재로 쓴다.  

넓은잎범꼬리(European bistort, bistort, Easter-ledges, snakeweed, red bistort, イブキトラノオ, 伊吹虎の尾, 拳参)는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코카서스, 서아시아, 파키스탄 등지에 분포한다. 알바니아, 오스트리아에도 분포한다. 키는 50~80㎝이다. 근생엽 잎자루는 길이 10~20cm이다. 잎은 길이 4~18cm, 너비 2~5cm이다. 꽃은 6~7월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눈범꼬리(Ovate-leaf bistort, クリンユキフデ, 九輪雪筆, 支柱拳参)는 제주도 한라산에 자생한다. 일본, 중국에도 분포한다. 키는 20~40cm이다. 잎은 길이 5~10cm, 너비 3~7cm이다. 꽃은 7~8월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1개의 이삭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범꼬리(Asian bistort, イブキトラノオ, 伊吹虎の尾)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의 북부 및 고산에 분포한다. 한강토 전국 각처에 분포한다. 줄기는 5~6개의 마디가 있고, 높이 30~100cm이다. 근생엽은 길이 7~22cm, 너비 2-5cm이다. 잎자루가 길다. 잎 뒤는 흰색이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 이삭꽃차례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북범꼬리(Manchurian bistort, Asian bistort, マンセンイブキトラノオ, 満鮮伊吹虎の尾, 耳叶拳参)는 한강토 전역에 나며, 러시아 극동, 중국 동북부 등지에도 분포한다. 줄기는 마디가 5~6개 있고, 높이 30~100cm다. 근생엽은 길이 7~22cm, 너비 2~5cm이다. 아래쪽 줄기잎은 뿌리잎과 비슷하지만 작고, 위쪽 줄기잎은 잎자루가 없다. 꽃은 6~8월 줄기 끝의 이삭꽃차례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씨범꼬리(Alpine bistort, タカネムカゴトラノオ, 高嶺珠芽虎尾, ムカゴトラノオ, 珠芽虎尾, コモチトラノオ, 子持虎尾, 珠芽蓼, 珠芽拳参, 山谷子)는 한강토 북부 지방 양강도, 함경도 등에 자생하며,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에 분포한다. 고산 지대에 자라는 식물로 꽃차례의 아랫부분에 무성생식을 할 수 있는 살눈이 달리는 특징으로 범꼬리 종류의 다른 분류군과 뚜렷이 구분된다. 키는 10~30cm이다. 뿌리줄기는 굵고 짧다. 뿌리잎은 피침형 또는 긴 타원상 피침형,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뒷면은 흰색을 띠고, 잎자루가 길다. 꽃이삭은 길이 2~5cm, 원기둥 모양이며, 하부에 살눈이 달린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흰색 또는 연분홍색이고, 화피는 5장, 수술 6개, 암술대는 3개이며, 길게 꽃 밖으로 나오고 결실하지 않는다. 뿌리줄기를 약용하며, 가죽 가공 약품, 물감 원료로 이용한다.  

이른범꼬리(Early-blooming bistort, ハルトラノオ, 春虎の尾)는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키는 7~15cm 정도이다. 꽃은 4~5월 총상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가 갈라지기도 한다. 관상용으로 이용가치가 높다.   

참범꼬리(Common bistort, ホクセンイブキトラノオ, 北鮮虎の尾)는 한강토 북부 지방에 자생하며, 인천시 강화도와 경기도 소요산, 평안도 및 함경도의 심산 지역에서 자란다. 러시아 우수리, 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키는 70cm 정도이다. 근생엽은 20cm에 달하고 엽병에는 날개가 있다. 탁엽도 막질의 관상(管狀)으로 길이 7cm에 이른다. 줄기잎에는 엽병이 없다. 잎은 길이 4~18cm, 너비 3~8cm이다. 꽃은 7~8월에 연분홍색으로 핀다. 전초를 염료원으로 사용하고, 뿌리줄기를 지사제, 지혈제, 해독제, 소염제의 약재로 쓴다. 

호범꼬리(Hairy bistort, オホツクトラノオ, Okhotsk 虎の尾, オホーツクイブキトラノオ, Okhotsk 伊吹虎の尾, 倒根蓼, 倒根拳参)는 한강토 강원도와 북부 지방에 자생하며, 러시아 시베리아 동부, 중국 등에 분포한다. 높은 산 초원에 난다. 키는 5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뿌리는 굵다.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며, 잎몸은 긴 삼각형이고, 가죽질이다. 줄기잎은 잎자루가 없으며, 난상 피침형,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집 모양의 턱잎은 막질이다. 꽃은 7~8월 이삭꽃차례에 연붉은색으로 핀다. 꽃차례의 길이가 폭보다 긴 장타원형이고, 작은꽃자루는 4~5mm 정도이다. 화피는 5장, 난형이다. 수술은 8개며, 암술대는 3개이다. 

흰범꼬리(White bistort, ウラジロイブキトラノオ, 裏白虎の尾)는 한강토 양강도, 함경도 등에 자생하며, 중국 만주에도 분포한다. 키는 1m에 이른다. 잎 뒷면에 흰색 털이 밀생하여 은백색을 띤다. 꽃은 6~8월 이삭꽃차례에 연한 붉은색으로 핀다. 염료원으로 사용하고, 뿌리줄기를 약재로 쓴다.  

2024. 11. 2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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