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백두산 야생화] 큰오이풀

林 山 2024. 12. 19. 11:31

2024년 7월 19일 중국(中國) 지린성(吉林省) 방문 이틀째 되는 날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최고봉이자 조선민족(朝鮮民族, 한겨레)과 만주족(滿洲族)의 영산(靈山)인 흰머리뫼(백두산, 白頭山, 2,744m) 북파(北坡) 천문봉(天文峰, 2,620m)에 올랐다. 신령한 하늘연못(천지, 天池) 북쪽에 우뚝 솟은 천문봉 기슭에 끝없이 펼쳐진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에는 두메양귀비, 좁은잎돌꽃, 천지괭이눈, 바위구절초, 구름송이풀, 두메자운, 구름범의귀, 호범꼬리, 나도개미자리, 하늘매발톱, 두메분취, 나도황기, 씨범꼬리, 바위솜나물, 바위돌꽃, 노랑만병초, 담자리꽃나무, 구름국화, 좀참꽃, 둥근범꼬리, 고산봄맞이 등 온갖 뫼꽃 들꽃들이 피어나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고산봄맞이를 마지막으로 천문봉 정상부에서 조금 내려와 헤이펑커우(黑風口)로 자리를 옮겼다. 한자어로 '흑풍구(黑風口)'라 불리는 곳이다. '헤이펑(黑風)'은 '폭풍(暴風), 광풍(狂風)', '펑커우(風口)'는 '바람받이, 바람이 통하는 곳, 바람구멍'을 뜻한다. 곧 '강풍 또는 미친 바람이 부는 바람받이'라는 뜻이다. 지명처럼 헤이펑커우에는 사람을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헤이펑커우에서 바라보는 비룡폭포(飛龍瀑布, 白頭瀑布)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선경(仙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중국인들은 비룡폭포를 창바이푸부(長白瀑布)라고 부른다. 

헤이펑커우에는 천문봉 정상부와는 또 다른 야생화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헤어펑커우에서는 고본(藁本), 가는다리장구채, 오랑캐장구채, 긴개싱아 등을 만났다. 긴개싱아를 마지막으로 헤이펑커우를 떠나 비룡폭포 대협곡과 소천지(小天池)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이르렀다. 전망대 근처에서 설령쥐오줌풀에 이어 선명한 붉은색 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패랭이꽃을 만났다. 남한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라는 패랭이꽃을 백두산에서도 만나니 몹시 반가왔다. 마치 타향에서 정든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천문봉 기슭에서 자라는 들꽃 뫼꽃들을 보고 창바이산(長白山) 북파 산문(山門)으로 내려왔다. 천문봉을 오르는 관문인 북파 산문에는 창바이산빙설훈련기지(長白山高原氷雪訓鍊基地)가 있다. 이 기지는 말하자면 중국 국가대표팀 동계 훈련 선수촌이다. 선수촌 주변에는 천문봉 북파와는 또 다른 들꽃 뫼꽃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북파 산문에서 처음 만난 뫼꽃은 큰오이풀이었다. 큰오이풀은 2012년 8월 17일 백두산 서파(西坡)에 올랐을 때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12년만에 큰오이풀을 다시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큰오이풀은 백두산 등 한강토 북부 지방에서만 자라는 식물이기에 휴전선 이남에서는 볼 수가 없는 식물이다.  

백두산에 오기 위해 남의 나라 중국(中國) 땅을 거쳐 참으로 먼 길을 돌아서 왔다. 백두산은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가면 단 몇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지름길을 두고도 남의 나라로 돌아서 가야만 하는 상황에 치미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남한과 북한이 상호불가침협정(相互不可侵協定)을 체결하고, 대사 교환(大使交換)을 한 뒤 민간인 자유 왕래를 실현했더라면 이렇게 남의 나라 땅을 통해 빙 돌아서 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아직도 같은 민족끼리 오가지도 못하는 못난 민족이다. 남북간 민간인 자유 왕래를 가로막는 세력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천지신명(天地神明)님께 빌고 또 빈다. 민간인 자유 왕래 실현을 가로막는 악(惡)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명령이 아닐까 한다. 

 

장백산빙설훈련기지간개석(長白山高原氷雪訓鍊基地簡介石, 2024. 7. 19.)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큰오이풀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장미아강(薔薇亞綱, Rosidae) 장미목(薔薇目, Rosales) 장미과(薔薇科, Rosaceae) 오이풀속(Sanguisorba)의 여러해살이 고산식물(高山植物)로 분류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생관은 피자식물문 대신에 현화식물문(顯花植物門, Anthophyta)이란 분류명을 사용하고 있다. 피자식물문과 현화식물문은 같은 개념이다. 피자식물(被子植物, 속씨식물, Angiosperms)은 꽃이 피는 식물이다. 따라서, 진정한 현화식물(顯花植物, Phanerogams, flowering plants)은 피자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피자식물은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 약 25만 종 이상이 퍼져 살고 있는 지구 최우점종(最優占種)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제식물명색인(IPNI), 큐(Kew) 등재(登載) 큰오이풀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상귀소르바 스티풀라타 라피네스크(Sanguisorba stipulata Raf.)다. 국표 등재 이명(異名, synonymy)에는 Sanguisorba canadensis L. var. latifolia Hook., Sanguisorba sitchensis C.A.Mey., Sanguisorba latifolia (Hook.) Coville, Sanguisorba stipulata Raf. var. latifolia (Hook.) H.Hara, Sanguisorba canadensis L. subsp. latifolia (Hook.) Calder & Roy L.Taylor 등이 있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상귀소르바(Sanguisorba)'는 '피(blood)'라는 뜻의 라틴어 명사 '상귀스(sanguis)'와 '지혈(止血, staunch)하다' 또는 '흡수하다(to soak up)'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소르베오(sorbeō)'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다. 오이풀속(burnet), 혈근초(血根草, bloodroot) 등 장미과 내의 분류학적 속을 가리킨다. 오이풀속 식물들이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음을 표현한 이름이다. 라틴어'Sanguisorba'의 발음은 '상귀소르바' 또는 '산귀소르바'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스티플라타(stipulata)'는 '명시된, 규정된(stipulated)'의 뜻을 가진 라틴어 '스티풀로르(stipulor)'의 과거완료분사(Perfect passive participle) '스티풀라투스(stipulātus)'의 주격/호격/여성/단수형이다. 식물학에서 '스티퓰레이트(stipulate)'라는 용어는 잎자루 밑부분에 턱잎(托葉, stipule)이라고 불리는 잎과 비슷한 돌기가 있는 것을 말한다. 'stipulate'는 '줄기' 또는 '짚'을 의미하는 라틴어 '스티풀라(stipula)'에서 유래했다.  

명명자(命名者) '라피네스크(Raf.)'는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서 태어난 프랑스 박식가(博識家) 콩스탕틴 사뮈엘 라피네스크 슈말츠(Constantine Samuel Rafinesque-Schmaltz, 1783~1840)다. 그는 젊은 시절 US를 여행한 뒤 1815년 오하이오에 정착하여 북아메리카의 식물학, 동물학, 선사시대 토목 연구에 주목할 만한 공헌을 했다. 라피네스크는 1833년 'Herbarium Rafinesquianum...Philadelphia, PA'에서 큰오이풀의 학명을 세계 최초로 출판했다.  

 

장백산빙설훈련기지(長白山高原氷雪訓鍊基地, 2024. 7. 19.)

 

국표 등재 학명 Sanguisorba stipulata Raf.의 추천 국명(國名, Korean common name)은 큰오이풀(대한식물도감, 이창복, 1980)이다. 비추천명은 구름오이풀(조선식물지, 임록재, 1996+), 백두오이풀(우리나라식물명감, 박만규, 1949), 큰산오이풀, 큰흰지우초 등이 있다. '큰흰지우초'의 '지우초'는 '지유초(地楡草)'가 와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큰오이풀은 꽃차례가 길고 크며, 잎을 뜯어서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표 등재 큰오이풀의 추천 영문명(英文名, English common name)은 와이트 버넷(White burnet,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 이름 목록집 개정판, 국립수목원, 2022)이다. '흰색 꽃(White)이 피는 오이풀속(burnet) 식물'이라는 뜻이다.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문명은 시트카 버넷(Sitka burnet)이다. '시트카(Sitka)에 자라는 오이풀속(burnet) 식물'이라는 뜻이다. 시트카는 US 얼래스커(Alaska) 주 동남부 앨리그잰더(Alexander) 제도 중의 배러노프(Baranof) 섬에 있는 소도시다. 러시아 영토(領土)였을 당시 주도(主都)였다. 

국표 등재 큰오이풀의 추천 일본명(日本名, Japanese common name)은 오오시로와레모코우(オオシロワレモコウ)다. '크고 흰(大白) 오이풀(吾木香·吾亦紅)'이라는 뜻이다. FOM 등재 일본명은 다카네토우우치소우(タカネトウウチソウ, 高嶺唐打草)다. '높은 산(高嶺)에 나는 산오이풀(唐打草)'이라는 뜻이다. 도우우치소우(唐打草)는 '산오이풀'이라는 뜻을 가진 가라이토소우(カライトソウ, 唐糸草)의 별명(別名, Synonym)이다. 

FOM 등재 큰오이풀의 중국명(中國名, Chinese common name)은 '太白花地榆'라고 표기하고 발음기호를 '따바이화띠위(da bai hua di yu)'로 적어놓았다. '太'는 '大'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太'와 '大'는 종종 통용되기도 한다. 중국식물지(中国植物志) 등재 중국명은 따바이화띠위(大白花地榆, 东北植物检索表)다. '크고 흰 꽃(大白花)이 피는 오이풀(地榆)'이라는 뜻이다.  

큰오이풀은 일본, 사할린, 북아메리카 서부에 분포한다. 함북 백두산 고원에 난다. 백두산 꼭대기 풀밭에서 자란다(국생정). 큰오이풀은 한강토 북부 지방에 자라며, 러시아,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국생관). 

다카네토우우치소우(高嶺唐打草)의 원산지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간토(関東)와 쥬우부(中部) 지방, 조선(朝鮮, 한강토), 중국, 러시아, 북아메리카이다(FOM).  

따바이화띠위(大白花地榆)는 중국 지린(吉林), 랴오닝(辽宁)에 난다. 해발 1400~2300m의 산지(山地), 산골짜기(山谷), 습지(湿地), 나무가 듬성듬성한 숲(疏林), 숲가장자리(林缘)에 자란다. 러시아 연방(苏联), 조선(朝鲜), 일본, 북아메리카에도 분포한다(中国植物志). 

 

큰오이풀(백두산 북파 산문, 2024. 7. 19)

 

큰오이풀의 근경(根莖)은 굵고 옆으로 자란다. 줄기는 높이 30~80cm 정도까지 자라고, 곧추서며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근생엽(根生葉)은 모여나기하며 5~6쌍의 소엽(小葉)으로 구성된 기수1회깃모양겹잎(奇數一回羽狀複葉)이다. 소엽은 난상 원형(卵狀圓形) 또는 긴 타원형(長楕圓形)이며 둔두(鈍頭)에 원저(圓底) 또는 심장저(心臟底)이며 길이2~4cm, 폭 1.5~3cm로서 뒷면이 분백색(粉白色)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작은잎자루는 길이 5~15mm이며 줄기잎은 밑부분에 복모(伏毛, sericeous)가 있다. 

꽃은 9월에 밑에서부터 피고 흰색이다. 화수(花穗)는 길이 3~8cm, 폭 7~10mm(수술 제외)로서 곧추선다. 꽃받침조각은 4개이고 꽃잎이 없다. 수술은 4개이고 길이 7~8mm로서 윗부분이 다소 넓다. 꽃밥은 연한 황갈색(黄褐色)이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수과(瘦果, achene)로서 사각형이다. 수과는 속씨식물이 생산하는 열매의 한 종류로서 바람을 타고 가볍게 잘 날아가도록 수척한 씨앗이라는 뜻이다. 수과의 특징은 소형이고 건조하며, 과피(果皮)가 단단하고 열개(裂開)하지 않는다. 한 개의 종자(種子)를 가지고 있으며, 원래 한 개의 심피(心皮, carpel)로 된 과실(果實)이다. 익어도 터지지 않으며, 씨가 작다.  

 

큰오이풀(백두산 북파 산문, 2024. 7. 19)

 

오이풀, 산오이풀, 긴오이풀, 큰오이풀, 가는오이풀, 애기오이풀의 뿌리(根)와 근경(根莖)을 지유(地楡)라 하며 약용한다. 양혈지혈(凉血止血), 청열해독(淸熱解毒)의 효능이 있다.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혈리(血痢), 붕루(崩漏, 자궁출혈), 장풍(腸風), 치루(痔漏), 옹종(癰腫), 습진, 금창(金瘡), 화상을 치료한다(국생정). 

따바이화띠위(大白花地榆)는 뿌리를 약으로 쓴다. 수렴(收敛), 지혈(止血), 소염작용(消炎作用)이 있다. 띠위(地榆)와 동일한 용도로 사용한다(中国植物志). 

지유(地楡, 오이풀뿌리)의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평(平)하다고도 한다) 맛은 쓰고 달며 시고[苦甘酸] 독이 없다. 부인의 7상(七傷), 대하, 몸푼 뒤에 어혈로 아픈 것을 낫게 한다. 혈리(血痢)를 멈추고 고름을 빨아내며[排] 쇠붙이에 다친 것을 낫게 한다. ○ 산과 들에서 자라는데 잎은 느릅나무(楡)와 비슷하고 길며 꽃과 씨는 검은 자줏빛이고 약전국(豉)과 비슷하기 때문에 일명 옥시(玉豉)라고도 한다. 뿌리의 겉은 검고 속은 붉다. 음력 2월, 8월에 뿌리를 캐 햇볕에 말린다[본초]. ○ 성질은 무겁고 차서[沈寒] 하초에 들어가 열로 난 혈리(血痢)를 낫게 한다. 하초의 혈풍, 장풍, 설사나 이질로 피를 쏟는 데 반드시 써야 할 약이다. 양(陽) 속에 약간 음(陰)이 있기 때문에 하부의 혈병[下部血]을 낫게 한다[탕액](동의보감 탕액편). 

지유(地楡)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한 다년생 초본인 오이풀(Sanguisorba officinalis Linné) 또는 장엽지유[長葉地楡, Sanguisorba officinalis Linné var. longifolia (Bert.) Yϋ et Li]와 동속(同屬) 근연식물(近緣植物)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지유의 이명에는 옥시(玉豉), 白地楡(백지유), 鼠尾地楡(서미지유), 삽지유(澀地楡) 등이 있다. 지유는 지혈약(止血藥) 중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에 속한다.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 독이 없으며(無毒), 맛은 쓰고 시며 떫다(苦酸澀). 간(肝), 대장경(大腸經)으로 들어간다. 양혈지혈, 해독염창(解毒斂瘡)의 효능이 있다. 변혈(便血), 치출혈(痔出血), 혈리, 붕루, 수화탕상(水火燙傷), 옹종창독(癰腫瘡毒) 등을 치료한다(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 

지유는 본초학에서 매우 중요한 한약재다. 본초학 교과서 양혈지혈약 부문에 지유는 대계(大薊), 소계(小薊)에 이어 세 번째로 수재(收載)되어 있다. 지유는 예로부터 화상을 치료하는 요약(要藥)으로 사용되어 왔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각종 출혈증 환자에게 지유를 자주 처방한다. 다만, 성질이 약간 차기에 허한냉리(虛寒冷痢)나 이질(痢疾) 초기에는 복용을 금한다.  

 

큰오이풀(백두산 북파 산문, 2024. 7. 19)

 

국표 등재 큰오이풀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은 가는오이풀(Sanguisorba × tenuifolia Fisch. ex Link), 구름오이풀(Sanguisorba argutidens Nakai), 긴오이풀(Sanguisorba longifolia Bertol.), 두메오이풀(Sanguisorba obtusa Maxim.), 산오이풀(Sanguisorba hakusanensis Makino), 오이풀(Sanguisorba officinalis L.) 등 6종이 있다.   

가는오이풀[Asian burnet, ナガボノワレモコウ, 長穂の吾木香(FOM), ナガバノシロワレモコウ(국표), 细叶地榆)은 한강토 전역에 나며, 세계적으로 러시아, 일본, 중국 및 동유럽 등에 분포한다. 고산 습지에 자란다. 뿌리줄기는 굵다. 줄기는 가지가 갈라지며 높이 50~120cm이다. 뿌리에서 난 잎은 홀수깃꼴겹잎으로 길이 20~45cm이다. 작은잎은 3~7쌍이며 잎자루가 보통 없고, 좁고 긴 피침형(長披針形)으로 길이 4~15cm, 폭 5~13mm이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이삭꽃차례로 달리며 흰색이다. 꽃차례는 옆이나 밑을 향하며 길이 3~9cm, 폭 4~7mm로 가늘고 길다. 수술은 꽃받침 밖으로 길게 나오며 꽃밥은 흰색이다. 암술은 1개, 꽃받침에 싸여 있다. 열매는 수과이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으며, 덩이뿌리 말린 것을 약재로 쓴다. 흰가는오이풀, 흰오이풀이라고도 한다. 꽃이 진한 붉은색인 것을 자주가는오이풀로 구분하기도 한다. 

구름오이풀(High-mountain burnet, コウライトウウチソウ, 高麗唐打草)은 함북 백두산, 도정산, 함남 부전고원, 평북 낭림산 등 북부 지방에 분포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고산의 풀밭이나 다소 습한 곳에서 자란다. 줄기는 높이 40~60cm에 달하고, 곧추서며,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며, 뿌리잎의 경우 잎자루는 길이 8~10cm이다. 잎몸은 1회깃꼴겹잎이며, 뿌리잎에서 11~13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된다. 작은잎은 장타원형 또는 타원형(楕圓形)으로 길이 2~2.5cm이다. 기부(基部)는 자른 모양 또는 심장 모양(心臟形) 비슷하고, 가장자리는 규칙적인 톱니가 있고, 잎끝은 둔하다. 잎 뒷면은 연녹색이며, 줄기에 붙는 잎몸은 피침형(披針形)으로 길이 1.8~3.5cm이다. 꽃은 줄기 끝에 긴 원통형(圓筒形)의 이삭꽃차례에 많은 수가 다닥다닥 붙어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받침 열편은 타원형 또는 도란형으로 4~5개이고, 꽃잎은 없다.  

긴오이풀[Long-leaf burnet, ミヤマワレモコウ, 深山吾木香(FOM), ホナガワレモコウ(국생정), 长叶地榆, 绵地榆]은 한강토 중부 이북에 자라며, 중국에 분포한다. 산지 습지에 자란다. 전체에 털이 없다. 줄기는 높이 80~100cm이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잎 5~9장으로 된 깃꼴겹잎, 잎자루가 위로 갈수록 짧아진다. 작은잎은 선상 긴 타원형(線狀長楕圓形),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길이 8~10cm, 폭 0.8~1.0cm, 뒷면은 분을 칠한 것처럼 희다. 꽃은 8~10월에 피는데 가지 끝의 이삭꽃차례에 빽빽하게 달리며, 붉은색으로 위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온다. 꽃차례는 길이 3~4cm이다. 꽃싸개잎은 피침형이다. 꽃받침은 4갈래, 난형(卵形)이며, 끝이 뾰족하고, 뒤로 젖혀진다. 꽃잎은 없다. 수술대는 실 모양으로 꽃밥보다 가늘고 길이 4~5mm이다. 열매는 수과, 9~10월에 익는다. 오이풀보다 작은잎과 꽃차례 길이가 길고, 수술대는 실 모양으로 꽃밥보다 가늘므로 구분된다. 뿌리를 약재로 쓴다. 이삭지우초, 이삭오이풀이라고도 한다. 

두메오이풀(Alpine burnet, ナンブトウウチソウ, 南部唐打草, 圆叶地榆)은 평안남도 낭림산, 함경북도 백두산에 분포한다. 고산 지대 풀숲에서 자란다. 키는 30~50cm이다. 뿌리는 갈라져 옆으로 퍼지며 방추형(紡錘形)이다. 뿌리에서 난 잎은 1회우상복엽이고 밑부분에 턱잎 같은 소엽이 있으며, 소엽은 13~17개이고 난형 또는 타원형이며 원두(圓頭) 심장저이고 빽빽하게 배열된다. 꽃은 연한 분홍색이다. 수상화서(穗狀花序)는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달리며, 길이 4~7cm, 지름 9~12cm로서 곧추서거나 끝이 약간 처지고, 꽃자루에는 간혹 털이 있다. 꽃잎은 없으며 꽃받침잎과 수술은 각각 4개이고 수술이 꽃받침보다 길다. 꽃은 8~9월에 피며,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산오이풀(Korean mountain burnet, カライトソウ, 唐糸草)은 경남 지리산, 가야산, 전남 무등산, 전북 덕유산, 강원 설악산 등의 이북에 나며, 일본에 분포한다. 고산 지대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풀숲에 자란다. 뿌리줄기는 굵고 옆으로 뻗는다. 줄기는 높이 40~80cm이고 털이 거의 없다. 잎은 어긋나며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고 깃꼴겹잎이며 4~6쌍의 작은잎으로 구성된다. 줄기잎은 보다 작으며 뒷면 밑부분에 흔히 누운털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붉은 자줏빛이고,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로 다닥다닥 달린다. 열매는 수과, 네모가 진다. 산오이풀은 수술의 수가 6~12개로 많은 점에서 수술의 수가 4개로 적은 유사종들과 구별된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뿌리는 약용한다. 

오이풀(Great burnet, burnet bloodwort, salad burnet, sanguisorba, ワレモコウ, 吾木香, 地榆)은 한강토 전역에 나며, 유럽,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에 분포한다. 고도가 낮은 산지, 들판에서 흔하게 자란다. 뿌리줄기는 굵으며, 방추형이다. 줄기는 곧추서며,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 30~150cm이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잎 3~13장으로 된 깃꼴겹잎이다. 뿌리잎은 여러 장, 잎자루가 길고, 작은잎에 6~30mm의 자루가 있으며, 보통 턱잎이 있다. 작은잎은 긴 타원형 또는 타원형, 길이 3~5cm, 폭 1~4cm, 끝이 둥글다. 잎 앞면은 짙은 녹색, 윤이 난다. 꽃은 7~9월에 이삭꽃차례로 빽빽하게 달리며, 진한 붉은색 또는 드물게 흰색이다. 꽃차례는 곧추서며, 원통형이고, 길이 1~2cm, 폭 0.6~0.8cm다. 꽃받침은 4갈래, 꽃잎은 없다. 수술은 4개, 꽃밥은 어두운 갈색이다. 열매는 수과, 9월에 익으며 모서리를 따라 날개가 있다. 긴오이풀에 비해 작은잎은 타원형으로 길쭉하지 않으며, 꽃차례는 길이 1~2cm로서 짧으므로 구분된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뿌리는 약용한다. 수박풀, 외순나물, 외풀, 지우초라고도 부른다. 

국표 등재 큰오이풀의 유사종 재배식물(栽培植物, cultivated plants)은 멘지스오이풀(Sanguisorba menziesii Rydb.), 캐나다오이풀(Sanguisorba canadensis L.) 등 2종이 있다.  

멘지스오이풀(Alaskan Burnet)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초여름부터 가을에 루비빛 빨간색 병솔 모양의 꽃이 핀다. FOM과 KEW에는 오이풀의 이명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꽃차례의 모양과 크기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UK 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 RHS)는 Sanguisorba menziesii Rydb.(멘지스오이풀)을 정명으로 기재하고 있다.  

캐나다오이풀(Canadian burnet, white burnet, wild burnet)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중국식물지(Flora of China), 큐사이언스(Kewscience), 북아메리카식물지(Flora of North America)에서는 캐나다오이풀과 Sanguisorba stipulata Raf.(큰오이풀)을 별도의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물 목록(The Plant List)은 큰오이풀을 캐나다오이풀의 유사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YList에서는 큰오이풀을 캐나다오이풀의 아종(亞種)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식물지 등을 따랐다. 캐나다오이풀은 래브라도에서 조지아까지 습지, 늪, 길가에서 자란다. 키는 1.2~1.5m까지 자라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원통형 꽃대에 크림색 꽃이 핀다. 

국표 등재 큰오이풀의 유사종 외래식물(外來植物, alien plant)은 술오이풀(Sanguisorba minor Scop.) 1종이 있다. 술오이풀(garden burnet, little burnet, small burnet, オランダワレモコウ)의 원산지는 러시아, 서아시아, 코카서스, 유럽, 북아프리카이다. 키는 30~70cm이며, 털이 없고 가는 줄기가 곧게 자라며 가지를 친다. 7~19개의 소엽으로 이루어진 깃꼴 겹잎이 나는데, 작은 잎은 난형 또는 광란형(廣卵形)으로,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다. 5월에 피는 꽃은 가지 끝에 머리 모양 꽃차례(頭狀花序)로 달리는데, 꽃차례의 아래쪽에 수꽃, 중간에 양성꽃, 윗쪽에 암꽃이 달린다. 수꽃과 양성꽃의 수술은 12개 이상의 긴 수술대가 꽃잎 밖으로 길게 늘어진 모양이다. 암꽃은 수술이 없고, 암술대 2개에 술 모양 암술머리가 있다. 오이풀과 비슷하지만 수꽃술이 술 모양의 다발로 늘어져서 술오이풀이라 불린다.  

2024. 12. 2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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