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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선후보 이재명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林 山 2025. 2. 14. 10:44

오늘(2025년 2월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연설은, 현재 그의 가장 큰 관심사가 야당 대표로서 고민하는 한국사회의 개혁이 아니라, 대선주자로서 갈망하는 보수진영의 호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정의당이 요구해 온 ‘국민소환제’를 수용한 것이나 ‘주4일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천명한 것, 내란 청산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연설을 통틀어 반복되는 ‘성장’에 대한 강조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 대표는 이제껏 자신과 민주당이 진보라 말하며 주장해온 노동, 복지, 평화, 기후위기 등의 가치는 뭉뚱그려 회피하고, 대신 온통 '성장'을 이야기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작동이 중단된 것이 명확한 그 성장담론 말이다. 그가 과연 남태령과 광장, 응원봉, 다시 만날 세계, 사회대개혁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이 대표는 저성장으로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며, "공정한 성장이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성장해야 나눌 수 있고, 더 성장해야 격차도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정경쟁'과 '창조경제'가 떠오른다. 보수의 방식이기도 하거니와 너무나도 낡은 방식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정책 중 하나였던 '기본사회'도 결국 성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극심한 양극화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정책에 대한 언급은 이것이 다였다. 오히려 민주당은 그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자감세에 협력해왔다.

반도체특별법으로 뜨거운 노동시간 이슈에 대해서도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결국 성장을 위해서),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총 노동시간이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몰아서 일하기 자체가 근로기준법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기후위기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구체적 대안은 없고 오로지 성장으로 연결되었다. 이 대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의 항해가능 기간이 늘고" 있다며 북극항로 개발에 관심을 갖자고 제안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갈등을 바탕으로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와중에 한국의 유력 대선주자의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이 대표는 성장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바로 잘사니즘과 먹사니즘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성장의 결과가 누구에게 돌아가게 할 것인지를 담은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이 없다면, 성장은 착취와 양극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기후위기와 평화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성장은 지구를 파괴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괴물일 뿐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잘사니즘은 그저 먹을 것 걱정 없이 살게 해달라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속에서 살아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광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다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제 산업질서가 급변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가 정말 본격적으로 산업과 경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어야 한다. 어떻게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수요를 창출해낼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나와야 한다. AI, 바이오, 재생에너지를 언급했지만 구체적 전략이 없으니 결국 관련 기업 감세와 혜택으로 점철될 것이 뻔하다. 주 52시간 적용 예외 산업만 늘어날 것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도 실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내란의 근본 원인은 결국 한국 정치 자체에 있다. 승자독식 선거제가 만든 극단화된 양당 구도, 여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강화하고,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의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정치인들이 지금의 한국 정치를 만들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밝혀야 한다. 지금 정치체제와 기본권 관련된 개헌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이는 모른 척하면서 국민소환제만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부족하다. 

이재명 대표의 오늘 연설은 제7공화국을 바라는 광장의 사회대개혁 목소리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 6공화국 체제에서 심하게 망가진 부분만 땜질하고 가겠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정의당은 ‘먹고사는’ 것도 아니고 ‘잘사는’ 것도 아닌 ‘함께 살자’는 것이 2025년 광장의 요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며,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받고 나중으로 밀려나는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나아가는 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2025년 2월 10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