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봄의 메시지 설강화(雪降花) '희망(希望)'

林 山 2025. 3. 6. 16:55

2025년 2월 24일 풍문(風聞)으로 납매(臘梅, 蠟梅)와 풍년화(豊年花), 설강화(雪降花)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소재 천리포수목원(千里浦樹木園)을 찾았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천리포수목원은 초행길이라 기대가 사뭇 컸다. 수목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상당히 알차게 가꾼 흔적이 역력했다. 어디선가 바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납매의 향기가 코를 향그럽게 자극했다. 드디어 노란색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봄소식 전령사(傳令使)' 납매를 만났다. 1월 초에 피었다는 납매 꽃들은 이미 지고 새로운 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납매가 자라고 있는 동산에는 '봄의 화신(花信)' 풍년화(豊年花)도 활짝 피어 있었고, 연못가에는 상당히 많은 개체들이 자라고 있는 설강화(雪降花) 군락지(群落地)도 있었다. 군락지의 설강화들은 대부분 꽃봉오리만 맺혀 있었다. 이들 가운데서 유난히 눈부시게 흰색 꽃이 활짝 피어난 설강화 한 송이를 발견했다. 하얀 눈송이가 그대로 꽃으로 변한 듯한 자태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설강화(천리포수목원, 2025. 2. 24)

 

설강화는 외국에서 들어온 재배식물(栽培植物, cultivated plants)이라서 그런지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학명(學名, Scientific name), 국명(國名, Korean common name), 영문명(英文名, English common name) 등만 기재되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중국식물지(中国植物志, FRPS)에는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는 설강화를 수선화과(水仙花科, ヒガンバナ科, Amaryllidaceae) > 대설초속(待雪草屬, マツユキソウ属, Galanthus, 雪降花屬)으로 분류하고 있다. 維基百科(위키백과)에는 유관식물(维管植物, Tracheophyta, 관다발식물) > 피자식물(被子植物, Angiosperms, 속씨식물) > 단자엽식물(单子叶植物, Monocots, 외떡잎식물) > 천문동목(天门冬目, Asparagales, 비짜루목, 아스파라거스목) > 석산과(石蒜科, Amaryllidaceae, 水仙花科) > 석산아과(石蒜亚科, Amaryllidoideae, 水仙花亞科) > 설적화속(雪滴花属, Galanthus, 雪降花屬)으로 분류되어 있다. 百度百科(바이두백과)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门) > 목란강(木兰纲, 木蓮綱) > 천문동목(天门冬目) > 석산과(石蒜科) > 설적화속(雪滴花属)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표, FOM, 왕립식물원 큐(Kew) 등재(登載) 설강화의 학명은 갈란투스 니발리스 린네(Galanthus nivalis L.)이다. 설강화는 정원(庭園, Garden) 기원의 수많은 품종들이 개발되어 있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갈란투스(Galanthus)'는 고대 그리스어 '갈라(gála, 영어 milk, 우유)'와 '안토스(ánthos, 영어 flower, 꽃)'의 합성어(合成語)에서 유래한 라틴어 고유명사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이른 봄에 피는 작은 흰색 꽃인 스노드랍(snowdrop) 등의 분류학적 속명이다. 우유처럼 흰색으로 피는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니발리스(nivalis)'는 라틴어 명사 '닉스(nix, 영어 snow, 눈)'의 제3 변격형 어간 '니브(niv)'에 형용사화 접미사 '알리스(ālis, 영어 -al)'가 붙은 말에서 파생된 라틴어 형용사로서 '눈덮인, 새하얀(snowy), 눈에 뒤덮인(snow-covered)'의 뜻이다. 눈처럼 흰색 또는 눈을 뒤집어쓴 채 피어나는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명명자(命名者)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1735년 '갈란투스(Galanthus)'라는 속명을 창안한 린네는 1753년에 'Species Plantarum : 288(식물의 종)'에서 설강화의 학명을 최초로 출판했다. 

국표 등재 학명 Galanthus nivalis L.의 추천 국명은 설강화(雪降花), 비추천명은 자이언트 스노드롭(Giant snowdrop)이다. '설강화'는 '눈(雪, snow)이 내릴 때(降, drop) 피는 꽃(花)'이라는 뜻이다. 하늘에서 내리는(降, drop) 눈(雪, snow)처럼 소복이 피어나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서양에는 천사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를 위로하기 위해 떨어지는 눈송이를 꽃으로 바꾸었는데, 그 꽃이 바로 설강화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설강화의 꽃말은 '희망(希望)'이다. 추운 겨울 삭풍한설(朔風寒雪)을 물리치고 언젠가는 반드시 따뜻한 봄이 돌아오리라는 낙관적인 세계관이 담겨 있는 꽃말이다.  

체코의 세계적인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는 The Gardener's Year(정원가의 열두 달)이라는 책에서 설강화를 대표적인 '봄의 메시지'라고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설강화에 대해 '아무리 지혜로운 식물이라 해도 바람에 흔들거리는 줄기에서 피어나는 이 꽃의 연약한 꽃송이만큼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극찬했다.  

'자이언트 스노드롭(Giant snowdrop)'은 식물체가 크고(Giant), 눈방울(snowdrop)처럼 생긴 꽃'이라는 뜻이다. '스노드롭(snowdrop)'을 '눈방울 귀고리'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설강화 꽃봉오리는 눈방울이 맺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눈방울 귀고리 같기도 하다.   

국표 등재 설강화의 추천 영문명은 스노드랍(Snowdrop)이다. 스노드랍은 1633년 잉글랜드의 약제사(藥劑士) 존 제라드(John Gerard, 1545~1612)가 1597년에 쓴 '허벌(Herball, 藥草)' 초판에 처음 등장했다. 스노드랍(Snowdrop)의 이름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독일어 '슈네트로펜(Schneetropfen, 눈방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당시 유행했던 귀고리였다.  

FOM 등재 설강화의 영문영은 카먼 스노드랍(common snowdrop), 스노드랍(snowdrop) 등이 있다. '카먼(common)'은 '흔한, 공동의, 공통의'라는 뜻이다. '일반적인'이라는 뜻도 있다. 영국 일부 지방에서 꽃말은 '죽음의 상징'이다.  

FOM 등재 설강화의 일본명(日本名, Japanese common name)은 마츠유키소우(マツユキソウ, 待雪草), 스노드롭(スノードロップ)이다. '마츠유키소우(待雪草)'는 '눈(雪)을 기다리는(待) 풀(草)'이라는 뜻이다. 눈이 내리는 시기에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스노드롭'은 '눈의 물방울' 같은 외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본에서 꽃말은 '희망(希望), 위로 또는 위안(慰め), 역경 속 희망(逆境の中の希望)'이다.  

百度百科, 維基百科 등재 설강화의 중국명(中國名, Chinese common name)은 쉬에디화(雪滴花)이다. '눈방울(雪滴)처럼 생긴 꽃(花)'이라는 뜻이다. 스노드랍(snowdrop)을 중국어로 직역(直譯)한 이름이다. 百度百科 등재 별명(別名, synonymy)은 쉬에화롄(雪花莲)이다. 중국에서 꽃말은 '희망(希望), 강한 활력(生命力强), 용감하게 전진하는 힘(勇往直前的力量)이다. 

마츠유키소우(待雪草)의 원산지는 유럽, 러시아이다(FOM). 쉬에디화(雪滴花)의 원산지는 서쪽의 스페인부터 동쪽의 우크라이나까지 유럽 대부분 지역이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북아메리카 일부 지역도 원산지로 여겨지고 있다. 한때는 영국 원산의 야생화로 여겨졌거나 로마인이 영국에 가져온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1500년대 초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유럽의 정원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維基百科). 쉬에디화(雪滴花)의 원산지는 중부 유럽과 코카서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중국 양쯔강 중류와 하류 유역에서는 겨울을 날 수 있다. 중국에서도 널리 재배되고 있다(百度百科). 

 

설강화(천리포수목원, 2025. 2. 24)

 

설강화의 키는 7~20(40)㎝이다(FOM). 대부분 10~15cm 크기이지만, 30cm까지 자라는 재배 품종도 있다(百度百科). 구근(球根)은 작고 구형(球形)으로서 길이 1.5~2.5㎝, 폭 1~1.5(2)㎝이다. 잎은 모여나고 선형(線形)이며 녹색에 흰 가루가 묻어 있다. 잎 길이는 15~23cm, 폭 1.3cm이다. 칼 모양(剑形)의 잎은 넓고 두텁거나(宽厚), 가늘고 길고, 말려 있거나 꼬이기도 한다. 잎 색깔은 밝은 녹색(亮绿), 회녹색(灰绿), 청록색(蓝绿) 등 다양하다 

구근에서 꽃줄기(花葶)가 나온다. 꽃줄기는 직립(直立)하고 속이 비어 있으며 납작하다. 꽃자루(花梗)는 1.2~3(4)㎝로 짧다. 꽃은 3월 하순~4월(百度百科) 또는 늦겨울(晩冬)~이른봄(早春, FOM)까지 꽃대 끝에 하나의 꽃이 아래로 처져 흰색으로 핀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2월 24일 활짝 핀 설강화를 관찰했다. 꽃잎은 6개이고 타원형(椭圆形)이며, 통부(筒部)가 없고 넓은 종 모양(广钟形)이다. 각 열편(裂片) 끝에 녹색 점이 있다. 꽃봉오리(花蕾)는 직립하지만, 꽃이 피면 자연스럽게 처져서 수분(授粉)을 위해 벌을 끌어들인다. 꽃부리(花冠)는 두 개의 꽃잎(花瓣)으로 되어 있는데, 바깥쪽 꽃잎(外轮)은 흰색이고 꽃이 피면 갈라지며, 장타원형(長楕圓形) 또는 도란형(倒卵形), 길이 1.5~2(2.5)㎝, 폭 0.6~1.1㎝이다. 안쪽 꽃잎(内轮)은 바깥쪽 꽃잎의 절반 길이이고 원통형(圆筒形)으로 모여 있으며, 좁은 도란형(狹倒卵形) 또는 장타원형, 길이 7~12㎜, 폭 4~6㎜, 바깥쪽 윗부분에는 녹색 패치(斑块, patch)가 있고, 안쪽에는 녹색 줄무늬가 있는 꿀 같은 물질(条纹蜜状物)이 있다. 수술(雄蕊)은 6개, 꽃밥(葯)은 길이 3~5㎜이다. 수술은 암술머리(柱头)를 둘러싸고 있다. 암술머리는 돌출되어 있고 길이 6~8㎜이다. 씨방(子房)은 길이 5~6㎜, 폭 3~4㎜이다.  

쉬에디화(雪滴花)는 추운 날씨에도 강하다. 반그늘 숲이나 잔디밭에 심기에 적합하다. 또한 화단과 바위 정원을 장식하는 데에도 좋다. 실내 장식용 화분이나 절화로 이용할 수도 있다(百度百科). 

 

설강화(천리포수목원, 2025. 2. 24)

 

국표 등재 설강화의 유사종 재배식물은 겹꽃설강화 '플로레 플레노'(Galanthus nivalis f. pleniflorus 'Flore Pleno'), 엘위스설강화(Galanthus elwesii Hook.f.), 코카서스설강화[Galanthus caucasicus (Baker) Grossh.] 등 3종이 있다.  

겹꽃설강화 '플로레 플레노'는 초봄에 피는 작은 다년생(多年生) 구근 식물이다. 키는 20~25cm 정도이다. 종종 눈이 아직 땅에 있을 때 나타난다. 잎은 회록색이다. 단일한 가느다란 꽃줄기 끝에 독특한 흰색 종 모양 꽃이 흰색으로 핀다. 각 꽃잎은 독특한 녹색 반점이 찍혀 있다. 꽃은 향기가 있다. 잎은 모여나고 좁으며, 섬세한 꽃에 아담한 녹색 배경을 형성한다. 

엘위스설강화(영 giant snowdrop, greater snowdrop, 일 オオユキノハナ, ジャイアント・スノードロップ, 중 大雪滴花)의 원산지는 튀르키예, 몰도바,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발칸반도, 그리스 에게해 제도이다. 키는 높이 9~15(20)㎝ 정도이다. 구근은 길이 2~3cm, 폭 1.5~2cm이다. 잎은 싹내 형태(vernation)가 돌돌 말리거나 회선상(回旋狀, convolute, supervolute)이고, 기부(基部)의 엽초(葉鞘) 속에 남는다. 잎은 좁은 도피침형(狹倒披針形), 길이 10~30㎝, 폭 0.5~2.5(3.5)㎝이다. 불염포(仏炎苞, 花苞, 苞)는 길이 3~5㎝이다. 꽃은 늦겨울~봄까지 흰색ㅇ으로 핀다. 외화피편(外花被片)은 흰색, 타원형 또는 광도란형(廣倒卵形), 원형(圓혀形)에 가까우며 길이 2~2.5㎝, 폭 1~2㎝이다. 내화피편(内花被片)은 흰색으로 기부와 끝에 녹색 얼룩이 있거나 또는 기부에서 끝까지 녹색의 줄무늬가 있으며, 협도란형(狭倒卵形), 길이 10~12㎜, 폭(4~) 6~7㎜이다. 꽃밥(葯)은 길이 4~6mm이다. 씨방은 길이 5~8㎜, 폭 4~5㎜이다. 암술대는 길이 8~10㎜. 꽃자루는 길이 (1.5)3~4 cm이다.  

코카서스설강화의 원산지는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러시아 등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이다.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은 Galanthus alpinus var. alpinus이다. 다년생 구근 식물이다. 구근은 길이 2.5~4cm, 지름 1.5~2cm이다. 잎은 선형이고 녹색이다. 잎 길이는 꽃이 피기 전에 4~8cm이고 꽃이 핀 후에는 10~18cm로 늘어난다. 꽃은 길이 1.7~2.5cm, 너비 0.8~1.5cm이다. 바깥쪽 꽃잎은 흰색이지만 안쪽 꽃잎에 녹색 반점이 있다. 이 종에는 알칼로이드 갈란타민(galantamine)이 포함되어 있다. 알칼로이드를 분리하면 경증 또는 중등도 알츠하이머병을 성공적으로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갈란타민은 또한 신경계 손상을 치료하고 임신 초기의 유산을 유도하는 데 사용되었다.  

2025. 3. 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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