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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인휘와의 만남

林 山 2005. 7. 13. 18:23
오늘 출근을 하니 소포 하나가 와 있다. 겉봉투를 뜯자 '내 생의 적들'(실천문학사))이란 제목의 이인휘 장편소설 한 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첫장을 들추니 '임종헌 님께 이인휘 드립니다. 2005년 7월 6일'이라고 적힌 이인휘 작가의 친필 사인이 나타난다. 나는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바로 이인휘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이인휘와의 첫 만남은 바로 며칠 전에 이루어졌다. 그 날 퇴근한 뒤 마라톤을 하고나서 충주 시인의 공원 근처에 있는 '각기우동'에 들렀더니 김하돈 시인과 낯선 두 사람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김 시인이 두 사람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소설가 이인휘였다. 다른 한 사람은 음성 감곡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윤동수였고.....

공교롭게도 우리들 네 사람 모두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다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곧 의기투합해서 막걸리잔을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문학과 정치,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각기우동'집을 나와 생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인휘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야학에 다니며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명지대 무역학과에 들어간다. 명지대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광주민중항쟁을 겪으면서 대학을 자퇴하고 군대로 피신아닌 피신을 하게 된다. 군 제대후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농촌을 떠돌면서 농사를 짓다가 서울로 돌아와 공장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노동운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노동운동 과정에서 그와 함께 활동했던 박영진이 파업도중에 분신자살하자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추모사업회를 만든다. 그후 그는 구로구 독산동 지역에서 추모사업회를 통해 노동운동을 하면서 소설을 썼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활화산'은 광산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그린 장편소설이고, '문밖의 사람들'은 수배당한 노동운동가의 삶의 질곡을 그린 소설이며, '그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남성 페미니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소설이다. 이인휘는 소설을 쓰는 외에도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을 만들어 6년 동안 이끌어 오다가 '사단법인 디지털 노동문화 복지센터'로 발전시킨 뒤 후배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10월 5일 초판이 나온 '내 생의 적들'은 실로 8년만에 나온 이인휘의 새로운 소설이다. 그는 작가후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돌아보면 이 글은 내가 썼으나, 어두운 시대를 겪어온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김광훈이라는 인물 역시 내가 겪었던 삶과 내가 살면서 만나온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들어낸 인물이다. 결코 가상의 인물이 아닌 한 시대가 만들어낸 인물이며, 여전히 우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진행형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치열한 삶의 경험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 날 헤어지면서 이인휘는 나에게 신작소설을 한 권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는 그의 약속을 지켰다. 전화통화에서 이인휘는 나에게 자신의 소설을 끝까지 한번 읽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내 생의 적들'을 한 번 읽어 보는 일이다. 이 책을 정성들여서 읽는 것이야말로 이인휘가 자신의 소설을 내게 보내준 깊은 뜻에 보답하는 길이리라.  이인휘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05년 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