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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그린의 '목화마을 소녀와 병사'

林 山 2004. 12. 10. 16:10

베티 그린의 '목화마을 소녀와 병사'는 고3인 아들 정하가 읽어보라고 준 소설이다. 감명깊게 읽었던 책중에서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정하는 이 소설을 권하는 것이었다. 나는 단 며칠만에 이 소설을 다 읽어버렸다. 이 소설은 순수한 영혼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때였다. 미국 중남부 아칸소주 목화밭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마을 젠킨스빌에 유대인 소녀 패티 바겐이 살고 있다. 패티는 순수하고도 어른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직 12살의 어린 소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부모의 사랑이 동생인 샤론에게만 쏠리고 있기 때문에 패티는 늘 외롭고 마음이 아프다.

사랑에 목마른 패티 앞에 순수하고도 착한 독일청년 안톤 라이카가 나타난다. 안톤은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2차대전으로 그는 나찌에 의해 징집되어 전쟁터에 나갔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된다. 포로가 된 안톤은 미국으로 옮겨져 패티네 마을에서 가까운 수용소에 수용된다. 그러나 안톤은 자유가 그리운 나머지 수용소를 탈출한다.

먼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 철길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안톤을 패티가 목격한다. 패티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전쟁중이라 적국의 병사를 숨겨 주는 것은 반역죄에 해당한다. 반역죄는 발각되는 즉시 사형을 면할 수 없는 중죄인 것이다. 패티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패티는 영혼이 인도하는대로 안톤을 자기만의 비밀아지트에 숨겨 준다. 그러는 동안에 패티는 안톤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낀다.

안톤은 자신을 숨겨 준 사실이 탄로나면 패티에게 위험이 닥칠 것을 염려하여 그녀의 비밀아지트를 떠난다. 그의 증조부로부터 내려오던 가문의 반지를 패티에게 남기고....... 추격대에게 쫓기던 안톤은 총격을 받고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안톤을 숨겨준 장본인이 바로 패티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이 때부터 가족은 물론 보안관, FBI요원, 마을사람들과 패티의 싸움이 시작된다. 패티의 마음을 전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은 흑인 가정부이자 유모인 루스뿐이다.

패티는 재판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감화원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부모는 물론이고 세상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패티는 그래도 안톤에 대한 사랑을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감화원에 갇혀서도 패티의 꿈은 독일로 건너가 안톤의 부모에게 비록 짧았지만 그들의 순수했던 사랑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이다.

이상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위험에 처한 적국의 병사를 이념과 국적, 종교를 초월하여 도와주는 과정에서 겪는 패티의 맑고 깨끗한 사랑은 많은 감동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패티는 진정한 용기와 맑은 영혼을 간직한 소녀다. 그러나 실정법은 패티의 진정한 용기와 맑은 영혼에 유죄판결을 내린다.

여기서 나는 '실정법과 양심은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우선하는 것일까?'라고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서슴없이 양심이 실정법에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다가 실정법을 어기게 되면 언제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감옥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왜! 만일 천지신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그의 뜻일 터이니.....

우리들 중에서 과연 그 누가 이 유대인 소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2002년 8월 3일(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