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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락그룹 '죠밴드' 첫 음반을 내다

林 山 2004. 12. 14. 15:01

Joe band의 공연 실황 모습  

 

충주의 언더 록그룹 '죠 밴드'가 마침내 첫 음반 '세상속엔?'을 세상에 내놓았다. 1996년 봄에 그룹이 결성된 이후 6년만에 첫 음반을 내게 된 것이다. 음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충주와 같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음반을 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속엔?'을 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지난해부터 '죠 밴드'는 음반을 낼 계획을 세우고 전국각지로 공연을 다니면서 출연료로 받은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가까스로 제작비 6백만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음반을 만들어 주기로 한 엔지니어에게 그 돈을 주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6백만원을 가지고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돈을 가지고 사라진 사람을 백방으로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실망과 낙심 끝에 그룹의 리더인 배 철은 다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죠 밴드'의 어려운 사정을 접한 지역사회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죠 밴드'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내서 다시 6백만원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올해 7월초에 나오기로 되어 있었던 음반이 10월이 다 끝나갈 때 쯤에서야 마침내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자칫했으면 '세상속엔?'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언더에서만 들어야 할 뻔 했다.

앨범에는 '죠 밴드'의 리더인 배 철이 작사,작곡한 여덟 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이번에 나온 노래와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그 에너지와 열정이 온몸을 파고드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노래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들은 바쁘고 어지러운 세상속에서도 순수한 영혼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또 그들의 노래속에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한과 슬픔이 서려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한과 슬픔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기에 아름답다.

앨범의 첫번째 곡인 '변치 않을 시'에는 이런 멋진 가사가 있다. '새벽은 한 줄의 시와 같다.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품으려 한다. 별들과 은하수를 친구하지만 태양을 벗하기엔 부족하구나. ..... ' 자신의 삶에 소신을 갖고 살아가고자 하는 바램이 담겨 있는 곡이다. 이 노래는 미들템포의 휭키통키한 곡으로서, 뒷부분은 라이브 실황처럼 긴 즉흥연주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영화감독 토마스 얀의 'Knocking on heavens door'란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두번째 곡 '존재'에는 많은 오케스트라 신디 세션이 연주되어 있다. 토마스 얀의 영화에서 바다를 찾아가는 두 사나이..... 그리고 마침내 바다 앞에서 쓰러지는 장면은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래서 배 철은 '날이 밝아오면 난 사라져 버리겠지.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지겠지.'라고 노래한다.

세번째 곡 '순간의 망상'은 Rock & Roll의 리듬을 약간 변화시켜서 만든 노래다. 그러나 리듬과 대조적으로 가사와 음색은 약간의 중압감을 주는 편이다. '인간은 허영 덩어리'라는 주제의식이 드러나 있는 네번째 곡 '하루살이의 허영'에서는 세익스피어의 진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다섯번째 노래 '느낌'은 '죠 밴드'의 첫번째 데모(demo)곡이다. '이제 진짜 하늘은 나인걸'이라고 외치면서 소중한 것을 꼭 지켜 가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바램을 노래하고 있다.

여섯번째 곡 '사랑을 하고'는 이 앨범 중에서 가장 밝고 신명이 나는 노래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말고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자는 내용이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는 앞으로 '죠 밴드'가 다시 만들기가 어려울 듯 하다. 앞부분은 합창녹음 연습도중 엔지니어가 장난으로 녹음한 것을 편집했다.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면 그 길이 비록 어둡고 멀다고 할지라도 자신있게 떠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꿈, 현실 그리고 그리움'은 일곱 번째 실려 있는 곡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속엔?'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이 노래는 블루지한 느낌을 주는 곡으로 전통악기 즉 사물놀이와 협연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실제로 사물놀이와 협연을 하려고 계획을 했었다는데 이번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사물놀이와 잘 어우러진 연주를 기대해 본다.

나는 '블랙홀'이나 '윤도현 밴드'보다도 더 '죠 밴드'를 좋아한다. 그들의 음악은 나같은 40대도 즐길 수 있는 포용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충주에서 살고 있기에 언제든지 그들의 연주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회 충주지부 음악위원회에 속한 '죠 밴드'는 그들의 음악에 사회성과 진보성을 담보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비록 가난하기는 하지만 음악을 위해 늘 진지하게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좋다.

'죠 밴드'는 2,30대의 청년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듬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배 철은 영월태생으로 '강원도의 힘'을 물씬 풍기는 사람이다. 그의 목소리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이 쉬지 않을 만큼 타고났다. 그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우직하면서도 박력이 있다. 기타를 담당하는 충주출신 전성우는 호리호리하면서도 큰 키를 가진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이다. 그가 기타와 한몸을 이룬 듯 연주하는 모습은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그의 연주모습 자체가 가히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제천출신의 정진영은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다. 나는 이 친구가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곤 한다. 그는 마치 기타를 배에 얹어놓고 연주를 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 기타가 매우 무거워 보일 수 밖에..... 충주출신의 드러머 이봉우는 정진영과 동갑내기다. 블랙홀의 드러머를 가장 존경한다는 친구다.

불행하게도 '죠 밴드'의 첫 앨범 '세상속엔?'은 충주의 레코드 가게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정치 경제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도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이 충주를 기반으로 활동을 하는데다가 아직 세상에 이름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음반판매에 있어서도 이런 소외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대학교에서 행사 또는 공연이 있을 때 '죠 밴드'를 초청해서 그들의 연주를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그들의 공연은 결코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것이다. 록음악 애호가들은 '죠 밴드'의 첫 음반을 구입하는 것도 좋으리라. 왜냐하면 CD를 2천장 밖에 찍지 않았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다.

'죠 밴드'는 http://www.joe.wo.to (JOE'S 부락)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한 달의 공연스케줄을 볼 수가 있다. 공연문의는 '죠 밴드' 사무실(전화 043-854-2581, 019-449-2581)로 하면 된다.

 

200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