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7일 일요일 오후 2시 반.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우면산 기슭에 세워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들어선다. 오리지널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서..... 뮤지컬을 직접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인지라 약간 흥분도 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에 발표한 소설을 영국의작곡가 앤드루 L. 웨버(Andrew L. Webber)가 뮤지컬로 만들었다. 1986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고전적 선율에 의지하여 극 전체의 구성을 오페라의 형태로 끌어가는 오페레타(Operetta) 형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86년에 런던 올리버 어웨어에서 3개 부문 수상하였고, 1988년에 뉴욕 토니 어웨어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 남우 주연상, 감독상, 여우 조연상, 감독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등 무려 7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8년 브로드웨이 머제스틱 극장(Majestic Theatre) 공연에서 20일 만에 예매액 1,700만 달러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2001년 총제작비 100억원을 투자해서, 극본·음악은 물론 무대장치·의상·조명·연기·무용 등 연출과정을 모두 사들인 뒤 원작과 동일한 오페라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려 호평을 받았다.
드디어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은 막이 오른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까닭에 무대 바로 양옆에 설치되어 있는 전광판의 한글자막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 좀 불편하기는 하다. '오페라의 유령'의 줄거리는 이렇다.
Synopsis..... 무대는 경매가 한창 열리고 있는 1911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 70세의 노인이 된 주인공 라울 샤그니 자작(Raul, Vicomte de Chagny)은 휠체어에 앉아 오페라 광고 포스터와 뮤직박스를 구입하고 있다. 이 때 경매인에 의해 소개되는 오페라 하우스의 샹들리에..... 라울은 오페라의 유령과 관련되었던 지난 날들을 회상한다. 그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관객들은 파리 오페라가 절정에 달했던 당시의 시절로 돌아간다.
1막..... 시공을 뛰어넘어 경매가 있기 수십 년 전, 1861년의 오페라 하우스..... 새로운 오페라 '한니발(Hannibal)'의 리허설 도중 갑자기 무대장치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람들은 그것이 오페라의 유령이 한 짓이라고 수군댄다. 불안을 느낀 프리마돈나 칼롯타 기우디첼리(Carlotta Giudicelli)는 안전해질 때까지는 무대에 설 수없다고 선언하고 오페라 하우스를 떠난다. 발레감독인 마담 지리(Madame Giry)는 '자신의 월 급여와 5번 박스석을 항상 비워둘 것'을 요구하는 유령의 편지를 가져와 매니저에게 전달한다. 칼롯타 대신 합창단원들의 추천으로 프리마돈나를 맡은 무명의 크리스틴 다에(Christine Daae)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서 공연을 멋지게 성공시킨다. 객석에 앉아 있던 오페라 하우스의 새로운 재정 후원자인 귀족청년 라울은 한눈에 크리스틴이 어린 시절의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오페라 '한니발'의 리허설을 끝내고 분장실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라울의 축하를 받으며 재회한다. 라울이 저녁식사를 약속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대기실에 혼자 남은 크리스틴은 갑자기 거울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얼굴 반쪽을 하얀 가면으로 가린 채 연미복 차림의 유령은 크리스틴을 데리고 거울을 통해서 미로처럼 복잡한 파리의 지하 하수도로 사라진다. 검은 돛단배에 앉아 크리스틴은 묘한 두려움과 함께 유령에 대한 매력에 사로잡힌다. 지하세계의 어둠속에서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음악을 가르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흉측하게 일그러진 유령의 얼굴을 본 크리스틴은 경악하고 만다.
얼마 후 새로운 오페라에서 크리스틴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라는 유령의 메시지를 극장 매니저들이 거절하자 공연 도중 무대직원인 죠셉 부케(Joseph Buquet)가 살해당하고 무대는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 라울과 크리스틴은 유령을 피해서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으로 피신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유령은 사랑과 질투에 휩싸인 채 복수를 결심하며 샹들리에를 무대로 떨어뜨린다.
2막..... 유령의 소동이 있은 후 반년 동안 유령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 사이 크리스틴과 라울은 비밀약혼을 올리고..... 무도회 도중 유령이 나타나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 '승리의 돈 주앙(Don Juan Triumphant)'을 오페라 하우스의 재개막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라고 협박한다. 라울은 이 기회에 유령을 사로잡을 계획을 세운다.
'승리의 돈 주앙'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 무대에 오르고..... 극의 절정에서 크리스틴은 돈 주앙의 가면을 벗겨 유령의 정체를 폭로한다. 무대 반대쪽에서는 목이 매어진 채 살해된 남자가수 피앙지(Ubaldo Piangi)가 발견되는데..... 유령은 무대의 혼란을 틈타 크리스틴을 납치해서 자신의 지하세계로 달아난다.
유령의 만행에 분노한 경찰과 군중들이 유령을 잡으러 지하세계로 몰려 든다. 유령의 은신처에는 마담 지리의 도움을 받은 라울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데..... 그러나 라울은 유령이 자신의 뒤로 살그머니 다가서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고..... 결국 라울은 유령이 사람들을 죽일 때 사용하는 마법의 밧줄에 목이 매달리고 만다.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자신과 영원히 함께 살든지 아니면 라울의 죽음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보기 흉한 외모와는 달리 유령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틴은 유령에게 다가가 키스한다. 그녀의 따뜻한 키스에 감동을 받은 유령은 뜻밖에도 라울을 풀어준다.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과 군중들이 점점 다가오자 유령은 크리스틴과 라울에게 빨리 떠나라고 말한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 경찰과 군중들이 유령의 은신처에 다다랐을 때, 그 곳에 남아 있는 것은 유령의 하얀 가면뿐이었다.
장장 2시간 30분 동안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오페라의 유령'은 마침내 막을 내리고..... 12만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어도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이 무대로 나와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올릴 때 나는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었다. 관객들도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관객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계속해서 박수를 쳐댄다. 배우들은 두 번이나 더 나와서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The Phantom Of The Opera(오페라의 유령)-Sarah Brightman(사라 브라이트만)
막이 내려지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오페라의 유령'의 감흥에 젖어 있었다. 복고풍의 환상적인 무대장치, 시대를 고증한 화려한 의상,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특수효과 등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오페라의 유령'을 완벽한 뮤지컬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옥같은 멜로디에 나는 매료되었다. 특히 유령이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지하세계로 노를 저어가는 신비스런 장면에서 유령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Brad Little)과 크리스틴 역을 맡은 마니 랍(Marni Raab)이 함께 부르는 타이틀 곡 '오페라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과 수십 개의 촛불 속에서 유령이 부르는 '밤의 음악'(The Music of the Night), 크리스틴과 라울(라울 역은 Jarrod Carland)의 러브송 '오직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All I ask of You) 등과 같은 감미로운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2005년 7월 17일
'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인휘의 장편소설 '내 생의 적들' (0) | 2005.11.07 |
---|---|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 (0) | 2005.08.07 |
소설가 이인휘와의 만남 (0) | 2005.07.13 |
강순희의 자전소설 '행복한 우동가게' (0) | 2004.12.15 |
언더 락그룹 '죠밴드' 첫 음반을 내다 (0) | 2004.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