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 영화 오딧세이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

林 山 2005. 8. 7. 08:19

2005년 6월 10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을 보러 갔다. 흔치 않은 외국 유명화가들의 그림전시회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전시회는 8월 28일까지 열린다는데..... 입장료는 9천원. 미술관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관람객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 많은 그림이 개인 컬렉션이라니......! 이른바 나까무라 컬렉션이다. 재일교포 3세인 나까무라 다께오(한국명 진창식)는 14세가 되던 해 집안에 걸려 있던 밀레의 '만종'을 찍은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과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어른이 되면 반드시 사진이 아닌 밀레의 그림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진창식은 후에 엄청난 양의 19세기 프랑스 사실파(바르비종파)의 그림들을 수집하게 된다. 정말 대단한 수집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르비종파(Ecole de Barbizon)란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 근교 퐁텐블로 숲에 위치한 바르비종 마을에 거주하면서 풍경화를 그렸던 화가들을 일컫는다. 지금은 바르비종에 거주하지 않았던 몇 사람의 풍경화가들까지 포함시켜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바르비종파의 7대 화가는 코로, 밀레를 비롯해서 루소, 디아즈, 트루아용, 도비니, 뒤프레를 꼽는다. 이 중 밀레와 루소, 디아즈만 바르비종에 거주하였다. 코로와 도비니는 바르비종을 자주 방문하면서 자연의 풍경을 그렸던 화가들이다. 당시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쿠르베는 인간의 사실적 묘사를 통해서 리얼리즘 미술운동의 선구자가 되고, 밀레와 루소 등은 자연의 사실적인 풍경을 그렸다.  

 

미술관 입구 왼쪽에는 코로(Jean Baptiste Camille Corot 1796~1875)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1796년 파리에서 부유한 의류상의 아들로 태어난 코로는 다른 바르비종파의 화가들이 1810년생이었던 것에 비하면 한 세대 쯤 선배가 된다. 코로는 프랑스 근대 풍경화의 확립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는 바르비종파의 출현을 이끈 선구자이며 인상파의 초기까지도 모네, 시슬레, 피사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주로 서정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렸으며, 1860년대는 강한 구성력을 지닌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인물화도 그렸다.

 

나까무라 컬렉션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코로의 그림들이다. 태풍이 금방이라도 몰려올 듯 한 몽마르뜨 언덕의 풍경을 그린 '몽마르뜨의 풍차'를 비롯해서 1828년 나폴리 여행 당시 제작한 '나폴리에서 오렌지를 파는 어린 아이', 산 죠르쥬 마죠레 교회의 종루를 배경으로 곤돌라가 지나가는 모습을 그린 '베네치아, 대운하 위의 곤돌라', 주변의 나무와 바위 그리고 인물들이 하늘과 수면의 밝음과 대비를 이루면서 전체는 실루엣으로 그려진 '해질 무렵 그물을 끄는 어부', 코로의 그림으로는 드물게 흐린 날씨의 하늘에 비중을 두고 표현한 '골짜기에서 소를 모는 여자' 등 코로의 그림 19점이 전시되어 있다.


 

 Corot(코로)- Marsh with Big Trees and Goatgirl(큰 나무와 염소치는 여자가 있는 늪지).1850~55년경.유화

 

'큰 나무와 염소치는 여자가 있는 늪지'는 코로의 서정적 풍경화 시대의 전형적인 그림으로 그가 가장 많이 그렸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는 울창하게 우거진 큰 나무들을 그리고 늪지를 사이에 두고 염소에게 풀을 먹이는 여자를 포인트로 그리고 있다. 저 멀리 안개낀 지평선으로부터 석양에 물든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고.....  은회색 늪지에 둘러싸인 나무들은 마치 흔들리는 것처럼 엷은 빛을 발하고..... 새싹이 달린 듯 한 나무들은 석양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다. 코로의 풍경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설화성이나 영원성과 관계되는 그 어떤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는 염소치는 여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초원'은 친구이자 화가인 콘스탄 뒤테이유가 살고 있는 아라스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과수원, 수확하는 계절'은 일드프랑스나 그 북쪽의 피카루데이 지방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경쾌한 터치로 바탕을 한번에 빠르게 그린 화면에서 발랄한 화가의 심리가 느껴진다. '호숫가(이탈리아의 추억)'은 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과 아련히 안개가 낀 듯이 그려진 환상적인 나무들에서 그 무엇인가에 영감을 받은 듯 한 코로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선착장'은 노르망디의 항구도시 디옛푸보다 더 북쪽에 있는 르 트레폴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코로의 몇 안 되는 해변의 풍경을 그린 귀중한 작품이다. 

 

이어서 세부 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눈으로 본 당시의 인상을 순간적으로 그려서 그것의 생생함을 잃지 않도록 한 스케치 스타일의 유채화인 '평원에 늘어선 나무들'을 감상한다. 안정된 구도와 서 있는 나무의 미묘한 움직임에서 코로의 뛰어난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다. 코로의 별장이 있던 부에르 다부레를 상상하면서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민들레를 따는 여인들'을 보면 코로가 매우 시적인 화가였음을 알 수 있다. 민들레는 기독교에 있어서 슬픔의 상징이다. 그 무렵 친한 친구인 뒤테이유가 죽었고 민들레가 주제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그림에는 친구를 잃은 코로의 슬픔이 반영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시내를 건너는 목동, 이탈리아 풍경'은 젊은 날에 방문했던 이탈리아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Corot(코로) - Woman Picking Daisies(데이지를 따는 여인들).1865~70년경.유화

 
코로의 '데이지를 따는 여인들' 앞에 선다. 이 그림을 그린 1865~70년 무렵은 코로가 이탈리아 여행의 추억을 기억에 의지해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던 시기이다. '데이지를 따는 여인들'은 세로형 캔버스의 양쪽 뒤편으로 키가 큰 나무들을 배치하고, 그 사이의 원경에 하늘을 그리고, 근경에 인물을 그려넣은 구도이다. 이러한 구도는 '화장-인물이 있는 풍경'(1859), '나폴리 모래밭의 추억'(1870~72) 등과 매우 비슷하다. 다이내믹한 터치와 옅은 풀의 색, 밝고 싱싱한 꽃의 색을 사용하여 화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두운 색과 밝은 빛의 대비가 인상파의 도래를 예고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이 밖에도 화면 좌측의 숲이 우거진 풍경과 원경의 교회를 배경으로 기도하는 사람을 소박하게 그린 '기도하는 농부', 숲에서 첼로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수도승을 그린 '첼로를 켜는 수도승', 파리에서 북동쪽으로50km 떨어진 몰트 퐁테누를 주제로 한 서정적인 풍경화 시리즈 중 하나인 ''새 둥지를 모으는 아이들', 뛰어난 경치를 배경으로 하얀 벽의 집과 해질녘의 목장 등 부에르 다부에의 특징적 요소를 지닌 '소몰이 여자와 연못이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세 번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그린 '이탈리아 여인'을 보았다. 이 그림은 루브르 미술관 수복실에 있었는데, 원래는 숲속의 연못에 떠 있는 보트와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복사가 표면을 제거하자 그 밑에서 이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코로는 프랑스 자연주의 풍경화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그는 로마 유학도 하고 살롱전에서 입상했으며, 레종 도뇌르 훈장까지 받는 등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그림작업을 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코로는 그의 말처럼 '자연을 직시하여 그것을 뚜렷이 잡고, 자기가 본 것과 여기서 받은 인상을 밝히도록 작업'을 한 화가라고 할 수 있다.
 
코로의 그림들을 감상한 다음 밀레의 그림을 보기로 한다. 밀레의 그림들은 코로의 전시장 맞은 편에 걸려 있다. 도합 22점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장-프랑수아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는 바르비종의 농촌풍경을 통해서 종교적 경건함과 대지의 순박함을 가장 잘 표현한 화가이다. 그는 '예술은 결코 한가로운 오락이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예술을 순교자의 고행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먼저 단순한 포즈와 배경 처리가 특징인 '프레리의 초상', 밀레의 전형적인 초기 초상화라고 할 수 있는 '오퀴스트 페르당의 초상', 점잖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사의 초상인 '트루아앙의 초상', 밀레가 그린 초상화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담배를 들고 있는 남자의 초상' 등 밀레의 초기작품을 바라다 본다. 밀레의 초기작품은 초상화가 주를 이루는데, 주로 파리에서 그린 인물 초상화는 고전적 기법으로 견고한 조각적 형태와 어두운 색채를 사용한 무거운 느낌을 준다. 
 
이어 입을 반쯤 열고 자는 귀여운 소녀를 그린 '잠', 고전적인 주제를 다룬 그림 시리즈 중 하나인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들', 미켈란젤로 데생의 강한 영향을 느끼게 하는 '헤엄치는 사람들'을 보고나서 '우물에서 돌아오는 여자'를 감상한다. 이 그림은 밀레의 초기 초상화와 달리, 건장하고 튼튼한 체격에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조각처럼 표현되고 있다. 굳은 표정의 얼굴에서 고된 하루의 일과를 느낄 수 있다. 두 손에 든 무거운 물통, 나무로 만든 나막신, 누렇게 색이 바랜 웃옷과 머리에 두른 수건, 색이 바래고 때가 묻은 청색 치마..... 여성의 우아함보다는 삶의 진실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Millet(밀레) - Woman Returning from the Well(우물에서 돌아오는 여자).1885~60년경.유화

 
밀레의 전기작가이자 친구인 알프레도 생시에의 전기에서 밀레는 이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이 여자는 하녀가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에게 스프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물을 길어오는 여자이다. 그리고 물통 가득한 물의 무게와 그것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그녀의 양팔을 끄는 무게와 햇빛의 눈부심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찡그린 모습에서 참으로 시골사람다운 선량함을 찾을 수 있다. 그녀가 그것을 고역으로 보지 않고, 다른 집안잡일과 같이 매일 해야하는 하나의 행위로서 받아들이는 소박성과 선량함을 지니고 있는 점을 그리고 싶었다. ..... 그 오래된 우물을 통해서 그녀 훨씬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물을 길으러 오고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 그가 그리려고 노력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Millet(밀레) - Returning from the Fields(밭에서 돌아오는 길).1873년.유화

 
'밭에서 돌아오는 길'은 하루일을 끝낸 부부가 양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정경을 그린 것이다. 황혼 무렵의 뿌옇고 희미한 하늘아래 비현실적인 세계라는 느낌마저 주는 연무가 낀 화면은 고요하면서도 슬픈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 나귀에 태운 아내를 향한 농부의 눈길에는 오랫동안 고생시킨 아내 까뜨린느에 대한 밀레의 애틋함과 배려가 반영되어 있는 듯이 느껴진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밭으로 일하러 나가는 부부를 그린 '작업하러 나가는 사람', 유화같은 치밀성을 느끼게 하며 완성도가 높은 '새덫', 밀레가 가을에 스위스 국경 근처에 있는 보르주 지방을 여행하고나서 그린 '소나무 숲 주변을 지나는 소'는 파스텔화이다. 그리고 아내 까뜨린느를 모델로 힘찬 터치로 그린 '닭의 모이를 주는 여자-습작', 양치기 소녀가 선 자세로 뜨게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지팡이를 짚고 있는 양치기 소녀'는 연필화이다. 이어서 1850년 말 살롱에 출품한 유화의 석판화 버전인 '씨뿌리는 사람', 잡초와 돌투성이의 황폐한 대지를 일궈 밭을 만들고 있는 두 농부를 그린 '밭 가는 사람'(에칭), '씨 뿌리는 사람', '만종'과 함께 밀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유화 '이삭줍기'의 에칭 버전,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일하는 여성의 헌신적인 모습을 그린 에칭 '우유를 휘젓는 여자', 16세기 폰텐누브 독일 동판화의 영향이 짙은 오리지널 에칭 '바느질하는 여자', 밀레의 판화작품 중 최고의 걸작인 '일하러 나가는 사람', 밀레의 소묘를 그의 동생이 목판화한 '앉아있는 양치기 여자', 단 두 점 뿐인 유리판화 중 하나인 '물통에 물을 비우는 여자' 등 밀레의 그림을 차례로 보고나서 나는 행복감에 잠긴다. 밀레의 그림들을 내 두 눈으로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니..... 그러나 한편 '만종'을 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밀레는 상상속의 인물이 아닌 평범한 농촌의 여인과 농부들을 통해 미의 진실을 발견하고자 한 화가이다. 바르비종파를 대표하는 밀레의 농촌풍경과 인물화는 자연과 현실의 진실한 모습을 담으려는 리얼리즘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밀레의 리얼리즘은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씨뿌리는 사람'은 고흐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Troyon(트루아용)- Flock of Cows and Sheep in the Meadow(목장의 소와 양떼).1862년.유화

 
다음은 트루아용(Constant Troyon, 1810~1865)의 작품을 감상하기로 한다. 먼저 '목장의 소와 양떼'가 눈에 띈다. 이 그림은 하늘과 대지를 거의 이등분하고 대지에는 소와 양 그리고 인물을 균형있게 배치해서 스펙타클한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트루아용의 그림은 이 밖에도 '소를 모는 소년', '우물가의 말', '개울을 건너는 소들'이 걸려 있다. 트루아용은 목장의 소와 말 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풍경화가이다. 그의 동물화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와 말을 드넓은 초원과 조화를 이루도록 표현하고 있다. 트루아용은 동물의 사실묘사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여 프랑스를 대표하는 동물화가로 알려지게 된다.  
 

 

Dupre(뒤프레) - Riverside View(개울가의 풍경).유화

 

뒤프레(Jules Dupre, 1811~1889)의 그림은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개울가의 풍경'은 어두운 낭만주의적인 기법이 보이는 풍경화다. 이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숨결과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일몰'은 뒤프레가 즐겨 그렸던 해질녘 늪지의 풍경이다. 뒤프레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주로 서정적 감성의 낭만적인 풍경화를 그렸는데, 루소와 친교를 가진 뒤로 사실적인 풍경화에 전념하게 된다. 


 

Rousseau(루소) - Edge of Woods(숲 주변).1850~60년경.유화

 

루소(Pierre-Etienne-Theodore Rousseau, 1812~1867)의 '숲 주변'은 유려한 터치로 치밀하게 그린 온화한 느낌의 풍경화이다. 이 그림은 루소 중기의 자연주의 풍경화 시대에 속하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루소의 그림은 이 밖에도 퐁텐블로 숲을 제재로 한 대작인 '도토리나무, 퐁텐블로 숲', 자연주의적인 풍경화 시대 초기 작품으로 하늘과 대지의 대비가 아름답게 표현된 '늪지의 풍경', 석양이 아름다운 랜드지방 늪지의 풍경을 그린 '저녁풍경', 친할머니의 초상화를 위한 데생인 '루소의 할머니의 초상' 등 4 점이 전시되어 있다. 루소의 풍경화는 대부분 수평적 구도의 사실적 풍경묘사로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바르비종의 지도적 위치에 있었던 루소는 계절의 느낌과 숲의 사실묘사에 뛰어났으며, 자연주의 풍경의 생동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Jacque(자끄) - Shepherd and his Flock(양치기와 양떼).유화

 

자끄(Charls-Emile Jacque,1813~1894)는 양의 온순함과 겁이 많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미묘하게 포착하고, 또한 양떼와 양우리의 광경 등을 다양하게 표현해서 '양치는 자끄', '양의 라파엘로'라는 별명이 붙은 화가이다. 그래서 그는 1850년 이후 동물화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다. 여기 전시된 일몰을 배경으로 양떼를 몰고 돌아오는 광경을 그린 '해질녘의 양치기', 양떼를 몰고 돌아와 노을이 지는 양우리의 벽에 기댄 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를 그린 '양떼의 귀로', 물을 마시는 양들 곁에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우울한 표정을 한 여자양치기를 그린 '나무그늘에서 쉬는 양치기여자와 양떼', 고목에 기대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바라보는 여자양치기를 그린 '양치기여자와 양떼', 1860~70년대에 걸쳐 대중의 인기를 끈 자끄의 전형적인 구도로 그려진 '양치기와 양떼', 한 무리의 양떼와 모이를 쪼고 있는 닭, 물을 나르는 아낙네의 뒷모습을 그린 '바르비종의 농가', 동물과 풍경 모티프가 뛰어난 '농장', 광대한 들판을 배경으로 이동하는 양떼와 양치기를 그린 '양떼' 등 8점의 그림에는 하나같이 양떼가 등장하고 있다.       


 

Daubigny(도비니) - Sunset(석양).1858년경.유화

 

도비니(Charles-Francois Daubigny, 1817~1878)는 바르비종에 거주하지는 않았고 주로 오페르 마을에 살면서 풍경화를 그렸다. 그의 풍경에서는 두터운 표면의 마티에르가 강조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우아즈 강이나 세느강에 띄운 배 위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그림을 그린 일화로도 유명하다. '석양'은 막 지려고 하는 석양을 등지고 양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양치기를 그린 그림이다. 역광에 의한 나무들의 실루엣이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해안가의 저지대'는 풍요로운 녹색의 풀밭에서 풀을 뜯는 소들과 쉬고 있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Courbet(쿠르베) - Woman with a Fan(부채를 든 여자).1861년.유화

 
사실주의 거장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는 1871년 파리 코민에 참가했다가 지도자로 체포되어 재산이 몰수되는 등 역경을 겪어야만 했던 화가이다. '부채를 든 여자'는 미소를 머금은 채 검은 드레스로 몸을 감싼 여성의 초상화이다. 쿠르베의 초상화 가운데 더없이 우아한 인물화 중 하나다. 이 그림의 모델은 나폴레옹 3세 당시 수상을 지낸 사람의 부인인 에밀 오리벨이라고 한다. '잠자는 방적하는 여자-습작'은 육감적 여인이 무방비상태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그린 섹슈얼한 그림이다.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가 곧 다가올 폭풍우를 예고하는 듯 한 '바다풍경,파도'와 '파도'는 쿠르베의 '인상적' 풍경화의 시작을 알리면서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준 작품이다. '파도'는 역동적인 파도의 움직임과 짙은 색채로 사실주의를 넘어선다.
 
사실주의 거장 쿠르베와 자연주의 화가 도비니, 뒤프레 등은 리얼리즘을 심화시키면서, 인상주의 화가 모네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구름과 파도의 움직이는 형태와 빛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점묘의 색채로 19세기 미술사조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인상주의 미술을 탄생시킨다. 사실적 자연주의 풍경의 빛에 의한 색채변화와 함께 개인의 인상(impression)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인상주의 미술이다. 따라서 풍경의 인상은 색점으로 나타나게 된다. 인상주의에 와서야 화가들은 비로소 모티브(대상)에서 벗어나 창작의 자유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화가 외에도 '사랑의 편지'를 그린 루이 가브리엘 외젠 이자베, '투우'의 자끄 레이몽 브라(하)스까사, '비너스와 큐피드'. '큐피드의 섬'. '공터에서 땔감을 줍는 여자'. '데보라의 노래'. '놀고 있는 아랍 아이들'. '목욕하는 여인들'을 그린 디아즈가 있다. 또 '보죤의 정원'을 그린 니꼴라 루이 까바, '추수후의 휴식'의 페이앙, '물가의 소'를 그린 노엘, '농사가 끝난 10월의 들판'을 그린 신트뢰이, '늪의 소떼'를 그린 빅토르 뒤프레, '털실을 감는 여자'의 봉벵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월광'과 '소가 지나가는 풍경'. '큰나무'. '고기잡는 사람'의 화가 아르피그니, '황혼'의 라비엔, '비누방울'. '사냥꾼'의 리보, '퐁텐블로 숲, 길 안내인'을 그린 베이라(하)싸, '풍경'의 부뎅, '저녁무렵에 부르는 소리'. '잡초'의 브르통, '물고기를 낚는 두 명의 소년'과 '자화상'의 트루이베르, '카미유 코로의 초상'의 보셰, '세탁부들'의 델피, '<수확작업 인부들에게 일당을 주다>를 위한 습작'과 '수확하는 사람'의 레르미뜨, '쉬고 있는 양치기 여자'의 뻬레, '숲에 있는 작은 집'과 '숲속의 길', '세탁부'를 그린 리쉐, '건초를 모으고 있는 여자'. '농부의 옆얼굴'. '양치는 여자'. '닭에게 모이를 주는 여자'의 줄리앙 뒤프레, '일몰'의 로제의 그림도 감상하였다.  
 
코로를 비롯해서 총 31명의 화가들이 그린 106점의 그림을 보고나니 허기가 지고 눈이 빙빙 도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그림을 단시간에 감상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다. 내가 서울에 살고 있다면 매일 와서 그림 삼매경에 빠질텐데..... 이런 전시회가 지방에서도 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미술관을 떠나다.
 
 

2005년 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