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조형예술의 모든 것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심명희 사진전

林 山 2006. 4. 24. 14:08

전시기간 : 2006. 4.22 - 4.29

전시장소;청주무심갤러리(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253-5)

Tel. 043)268-0070 Fax. 043)274-3415

 



















 

심명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생활과 졸업
 청주시청소년수련관 어학당 영어강사
 한국사진작가협회 청주지부 간사
 Zone5 흑백사진연구회 회장
 청주교구 가톨릭사진회 회원
 사진마당 회원

 

평론:"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심명희 사진전

 

심명희!
 
그녀의 사진을 멋지게 말하려면 안드리에 구어스키Andreas Gursky)의 거시적 시각을 말해야하며 70년대 미국 사진에서의 뉴 토포그래픽New Topographic) 사진을 끄집어 내와야 한다. 하지만 난 거시적 시각도, 새로운 지형학적 사진으로 해석되는 뉴 토포그래픽 사진도 그녀의 이번 사진에 거론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면 그녀의 사진이 조금은 폼나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그것은 거짓으로 애써 그녀의 사진시각을 거창하게 부풀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사진이 우스운, 별것도 아닌 사진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그녀의 사진 시작은 처음부터 대단한 개념에 의한 것이 아닌 실생활 속에서 자신의 주거 공간 주변을 산책하며 자신이 주거하고 있는 곳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녀의 사진 속에는 모두 현대인의 주거공간의 표본이 되어버린 아파트가 등장한다. 그녀의 아파트를 바라보는 방식은 마치 우리가 어릴 때 놀던 놀이 중에 하나였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술래놀이 같은 시각으로 이해하면 된다.

 

술래가 눈을 가린 동안 멀리 도망가지만 결국은 술래에게 가까이 돌아가던 놀이처럼, 그녀는 언제나 한걸음 떨어져서 자신의 삶터를 바라보는 것 같지만, 그녀는 자신의 주거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아파트를 축으로 시선이 회전하며 결국은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든 사진에 등장하는 비슷한 아파트 풍경은 마치 영화 스모크에서 폴이 오기의 사진을 보면서 “모두 똑같은 사진이잖아?”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기의 대답 “아니 천천히 봐. 그 사진 속엔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반팔 셔츠를 입은 사람도, 겨울 코트를 입은 사람도......” 심명희의 사진 속에는 영화 속 오기의 답변 같은 그런 시각이 있다. 그녀의 엄청난 양의 반복 시각을 담은 작업은 처음엔 비슷한 사진을 보는듯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보고 있으면 그 지루함을 뛰어넘어 새로운 느낌으로 감상자에게 다가온다. 그녀의 고집스런 반복적 시각은 감상자에게 아파트를 위해 침범당한 자연에 대한 애상을 자아내게 하지 않고 자연과 동떨어진 거대한 구조물로써의 아파트가 아닌 자연과 같이 호흡하고 교감하는 따스한 느낌의 아파트가 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의 삶의 보금자리의 중심을 바라보는 사진이면서 그녀의 사진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동떨어진 위치는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아파트 사진을 보고 있는데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 사진은 연속된 아파트를 보고 있는 어느 순간 그 안에서 살고 있을 우리들의 여러 모습이 상상 속에서 동영상처럼 머리속에 지나가게 한다. 오랜 시간 촬영하며 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생각들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으로 다시 바라보고, 또 다시 생각하고...... 그렇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반복해서 기록한 하나의 소재에 대한 연관성 시각이 묘하게도 감상자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사진으로 그런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녀 사진에 결정적 매력이다. 오랜 작업 끝에 농 익은 자신의 시각을 찾아낸 그녀에게 이번 작업의 정리에 대한 격려와 함께 조금은 조급하게 다음 작업을 종용해 본다.-글 · 사진가 조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