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100대 명산 대암산 야생화 포토기행

林 山 2006. 7. 26. 13:47

주말을 맞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를 몰고 충주를 출발해서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남리로 향한다. 평소 몹시 가보고 싶었던 대암산을 보러가기 위해서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질 무렵 신남리에 도착해서 대암산 안내를 해주기로 한 심마니 고동옥씨를 만났다. 신남리 마을은 높은 산들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분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산간지방이라 그런지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고동옥씨와 그의 고향선배라는 사람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오리수육을 안주로 술을 한 잔 나누면서 상견례를 하였다. 고동옥씨는 수염을 기르고 있어 도인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부인과 두 아들은 교육문제로 창원에 따로 살고 있으며, 자신은 고향인 신남리에서 노부모님을 모시면서 산삼과 약초를 캐러 다닌다고 했다. 밤이 이슥해서 고동옥씨의 집으로 돌아와 여장을 풀었다.

 

*고동옥씨의 집

 

이튿날 새벽 청청한 기운에 저절로 잠에서 깨었다.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진다. 비가 오면 안 되는데..... 고동옥씨 집 뒤안에는 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에 심었다는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야생화를 키우는 텃밭도 둘러본다. 텃밭에는 복주머니난(일명 개불알난)을 비롯해서 온갖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다. 밭 한가운데는 산에서 캐어온 어린 산삼도 심어 놓았다.

 

고동옥씨와 함께 원통으로 가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원통읍내로 들어가 식사할 곳을 찾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다. 마침 문을 연 김밥집이 눈에 띄어 순두부로 아침을 먹었다. 식당을 나와 대암산을 향해서 가다가 12사단 신병교육대 입구에서 야생화 탐사모임 회원들과 합류했다. 공터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지프차로 갈아탔다. 대암산 입구까지 가려면 험하고 가파른 비포장 산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인제군 북면을 지나 서화면 윗골로 들어서자 자갈이 깔린 비포장 도로가 나타난다. 이 지역은 휴전선에서 가깝고 민통선 지역이어서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대암산도 전에는 민통선 안에 들어 있어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하는데 최근에 와서 풀렸다고 한다.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 표지판이 가끔 눈에 띄어 약간의 긴장감마저 느낀다.


*대암산 등산로 입구

 

이 지역은 비무장지대가 가까운 전방이라서 가파른 산을 깎아서 군사도로를 많이 닦아 놓았다. 길이 좁고 울퉁불퉁한 까닭에 지프차가 요동을 친다. 계곡을 따라서 난 길가에는 꽃창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한다. 산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사람이 사는 마을도 전혀 보이지 않고 이정표조차 없다. 이곳에 처음 오는 오거나 길눈이 어두운 사람은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겠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계곡길에서 갈라져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로 들어선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한 재를 하나 넘자마자 대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등산로 입구에는 교통 표지판 하나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대암산 가는 길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조금 올라가자 물이 제법 많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난다. 길가의 풀들이 아침에 내린 비를 맞아서 촉촉하게 젖어 있다. 아침에 쏟아질 것 같던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먹구름은 여전히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만.....  


*참배암차즈기꽃

 

대암산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활짝 핀 갖가지 풀꽃들이 반겨 준다. 참배암차즈기꽃은 대암산에 와서 처음 만나는 꽃이다.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인 참배암차즈기는 점봉산, 설악산, 태백산 일대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특산식물이다. 그런데 대암산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자생범위를 더 확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꽃의 모양을 보면 마치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참배암차즈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양순형의 꽃이 7~8월에 노란색으로 피는데, 마디에 4~6개씩 수상으로 달린다. 꽃받침잎도 양순형으로 겉에 선상의 털과 더불어 털이 다소 있고, 화관 겉에도 선상의 털이 있다. 꽃이 아름다워서 정원에 심거나 지피용 식물로 이용해도 좋다.


*딱총나무 열매

 

딱총나무의 열매는 이미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다. 송이를 이룬 열매가 탐스럽다. 인동과의 낙엽활엽관목으로 3m까지 자라는 딱총나무는 한국이 원산지로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봄에 어린 새싹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정원수나 가로수로 심기도 하며, 목재는 세공재로 이용된다. 꽃은 5월에 피는데 암수한그루다. 화관은 황록색을 띠고 털이 없으며 꽃밥은 황색이다. 화서는 짧은 원추화서로서 입상의 돌기가 있고 털이 없다. 열매는 둥글고 7월에 암홍색으로 익는다. 유사종으로 화서에 입상돌기가 없는 청딱총나무, 화서는 반원형이며 전체에 털이 없는 넓은잎딱총나무, 말오줌대, 덧나무, 지렁쿠나무가 있다. 털딱총나무, 털지렁쿠나무도 유사종이다.

 

딱총나무, 덧나무, 말오줌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한방에서 접골목(接骨木)이라고 하는데, 거풍이습(祛風利濕), 활혈지통(活血止痛)의 효능이 있어 류머티즘에 의한 근골동통(筋骨疼痛), 요통, 수종, 풍양(風痒), 은진(隱疹), 산후빈혈, 타박상에 의한 종통(腫痛), 골절, 창상출혈(創傷出血) 등 증을 치료한다. 


*좀조팝나무꽃

 

좀조팝나무꽃은 이제 한창 피어나는 중이다. 꽃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우 섬세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장미과의 낙엽활엽 소관목인 좀조팝나무는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잎은 타원형으로 밑과 끝은 날카롭고 뾰족하며 겹톱니가 있다. 꽃은 5~7월 피고 산방꽃차례로서 밀화이며 홍백색 또는 담홍색을 띤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정원이나 도로변에 심으면 좋다. 좀조팝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중부 이북 지방에서 자란다. 유사종으로 꽃색이 더 연한 분홍색인 참조팝나무, 북한의 강원도 삼방지역에 자생하는 바위좀조팝나무(var. velutina)가 있다. 

 

*박쥐나무꽃

 

길가에 있던 박쥐나무꽃은 하마터면 못 보고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커다란 잎에 가려 꽃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이 좀 특이하게 생긴 것 같아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하얀 꽃잎이 뒤로 돌돌 말려 올라가 있다. 그래서 수술과 암술이 길게 늘어져 보인다. 박쥐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인 이 나무의 이름은 잎이 박쥐의 날개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유사종으로 잎이 단풍나무와 비슷한 단풍박쥐나무, 어린가지와 잎 뒷면 및 엽병에 갈색 밀모가 있는 누른대나무가 있다. 꽃은 양성으로서 5~7월에 피고 소화경에 환절이 있다. 취산화서는 액생 또는 액상생하며 털이 있거나 없다. 꽃받침은 환상으로서 얕은 톱니가 있고, 꽃잎은 선형으로 누른 빛이 도는데 꽃이 피면 뒤로 말려 올라간다. 

 

박쥐나무는 꽃과 열매, 잎이 아름다워 관상수나 조경수로 심어도 좋다. 이른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식용할 수 있고, 껍질은 섬유로 이용할 수도 있다. 단풍박쥐나무와 박쥐나무의 뿌리(껍질)나 수염뿌리를 한방에서 팔각풍근(八角楓根)이라고 한다. 팔각풍근은 거풍통락(祛風通絡), 산어지통(散瘀止痛)의 효능과 마취 및 근육이완작용이 있어서 류머티성 동통(疼痛), 마목탄탄(반신불수), 심력쇠갈(心力衰竭), 노상요통(勞傷腰痛), 타박상 등증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약재다.

 

*초롱꽃

 

산길을 따라서 올라가노라니 길가 바위틈에 초롱꽃 한 송이가 다소곳이 피어 있다. 야생화를 보기 위해 숲을 헤치고 멀리 들어갈 필요도 없다. 길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각종 야생화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한국이 원산지인 초롱꽃은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6~8월에 흰색 또는 홍자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꽃이 핀다. 종처럼 생긴 꽃은 아래로 쳐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초롱꽃을 들여다 보려면 머리를 낮추어야 한다. 초롱꽃의 유사종으로는 평북에서 자라며 짙은 자주색 꽃이 피는 자주초롱꽃, 울릉도에서 자생하며 자주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섬초롱꽃, 역시 울릉도에서 자라는 자주섬초롱꽃, 그리고 흰섬초롱꽃 등이 있다. 꽃이 아름다와 정원이나 화분에 심어서 키우기도 한다. 초롱꽃은 보면 볼수록 우아하고 품위가 있는 꽃이다.

 

*옥잠난초꽃

 

이제 막 꽃이 피고 있는 옥잠난초도 보인다. 옥잠난초는 대암산에 와서 처음 만나는 꽃이다.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옥잠난초는 땅 위나 다른 나무에 붙어서 살아간다. 유사종으로 나나벌이난초가 있는데, 옥잠난초와 닮았지만 크기가 작고 입술꽃잎의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다. 꽃은 6~7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는데 자줏빛이 돌기도 한다. 화경(花莖)은 능선에 좁은 날개가 있고 여러 송이의 꽃이 드물게 붙는다. 포는 난상 삼각형이고, 꽃받침은 끝이 둔하며 좁은 타원형이다. 꽃잎은 선형으로 꽃받침과 길이가 거의 비슷하며 아래로 드리워지고 중앙부에 얕은 홈이 있다. 순판은 중앙 윗부분에서 뒤로 젖혀지고 현부(舷部)는 끝이 약간 뾰족하다. 예주는 낮은 능선이 있으며 윗부분에 좁은 날개가 있다.  

 

*큰뱀무꽃과 열매

 

대암산에서도 큰뱀무꽃을 보았다. 이 꽃은 어느 산을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다. 큰뱀무가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이리라.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큰뱀무는 6~7월에 황색꽃이 줄기나 가지끝에서 취산화서로 피어난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생긴 수과로 황갈색털이 밀생하고 꼭대기에 갈고리모양의 암술대가 달려 7~8월에 익는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큰뱀무는 뱀무와 비슷하지만 소화경에 퍼진 털이 있고 과탁의 털이 짧다. 그리고 큰뱀무는 정소엽(제일 끝에 난 큰 잎)에 불규칙한 톱니가 나 있는데 비해, 뱀무는 정소엽이 대체로 세 갈래로 갈라진다. 또 뱀무는 열매가 원형으로 익고 큰뱀무는 처음에는 원형이었다가 나중에 타원형으로 익는다.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한방에서 오기조양초(五氣朝陽草)라고 하는데 거풍제습(祛風除濕), 활혈소종(活血消腫)의 효능이 있다. 민간에서 요퇴비통(腰腿痺痛), 이질, 붕루(崩漏), 백대(白帶), 타박상, 옹종창양(癰腫瘡瘍), 인통(咽痛), 나력, 소아경풍(小兒驚風), 급성유선염(急性乳腺炎)을 치료하는데 쓰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다.

 

*가는잎쥐오줌풀꽃(?)

 

키가 큰 나무에 마치 기대듯이 피어 있는 이름모를 풀꽃을 만난다. 작고 하얀 꽃이 앙징맞고 귀엽다. 어떤 사람은 가는잎쥐오줌풀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뚝갈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생긴 모양이 가는잎쥐오줌풀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뚝갈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도무지 모르겠다. 새로운 식물종 한 가지를 발견한 것일까!

 

*구실바위취꽃

 

산을 높이 오를수록 길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한다. 숲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숲그늘이 진 길가에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구실바위취 군락지가 있다.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구실바위취는 깊은 산 응달진 곳의 바위에 붙어서 자란다. 연한 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구실바위취의 잎은 모두 뿌리에서 돋아나는데 엽병은 털이 있고 흔히 자줏빛이 돈다. 엽신은 신장형이나 난형 또는 도란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톱니끝이 선형(腺形)이다. 잎의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서 털이 없고 뒷면 밑부분에 털이 약간 있다. 7월경 녹백색으로 피는 꽃은 선모(腺毛)가 달린 화경(花莖)에 원추화서로 달린다. 가장자리에 털이 다소 있는 포는 선상 피침형, 선상 도피침형 또는 선형인데 녹색을 띠고 잎같이 생겼으며 매우 작다. 소화경은 가늘고 선모가 있다. 침형으로 생긴 꽃받침잎은 다섯 개로 젖혀진다. 백색의 꽃잎은 다섯 장으로서 도피침형이고 끝이 둔하다.

 

*도깨비엉겅퀴꽃

 

구실바위취 군락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깨비엉겅퀴꽃이 피어 있다. 키가 커서 전체 모습을 사진에 담기 곤란하여 꽃만 찍는다.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도깨비엉겅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키가 1.5m까지 자란다. 큰엉겅퀴, 부전엉겅퀴, 수그린엉겅퀴라고도 부른다. 어린 잎은 나물로 식용할 수 있다. 7~9월에 자주색으로 피는 꽃은 두상화로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한 개씩 달리는데 밑으로 처진다. 총포는 둥글고, 포편은 여섯 줄로 배열되며 끝이 뾰족하고 뒷면에 점질이 있거나 없다. 화관은 자주색이다. 

 


*계곡의 폭포

 

도깨비엉겅퀴꽃을 보고 나서 조금 더 올라가자 작은 폭포가 나타난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요즘같은 장마철에 폭우가 쏟아질 경우 이런 계곡길은 매우 위험하다.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 길이 끊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산에서 폭우를 만나면 계곡쪽으로 내려가서는 큰일난다. 반드시 능선쪽으로 올라가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폭포의 위쪽으로 돌다리가 놓여 있어 신발을 벗지 않고도 건너갈 수 있다. 계곡물을 건너면서부터 갑자기 길이 좁아진다.

 

*토현삼(土玄蔘)

 

대암산은 정말 각종 약초와 야생화, 산나물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것 같다. 지나가는 길가에서 토현삼을 만나다니...... 토현삼은 실제 임상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는 약초인데 실물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꽃이 한 송이 피긴 피었는데 너무 작아서 가까이 다가가야만 비로소 꽃인 줄 알겠다.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토현삼은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현삼과 비교해서 화서는 성기고, 잎이 긴 난형이며 꽃자루는 길다. 토현삼은 희귀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기에 보호되어야 한다. 유사종으로 원줄기와 잎, 엽병 및 화서에 털이 밀생하며 경북 일월산과 평북 대흥산에서 자생하는 일월토현삼이 있다.

 

현삼과 큰개현삼, 토현삼, 섬현삼의 뿌리를 한방에서 현삼(玄蔘)이라고 하는데 자음강화(滋陰降火), 거번해독(祛煩解毒)의 효능이 있다. 청열약인 현삼은 열병에 의한 번갈발반(煩渴發斑), 골증노열(骨蒸勞熱), 불면증, 자도한(自盜汗), 진상변비(津傷便秘), 각종 출혈증, 인후염, 종기, 나력 등을 치료한다. 임상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한약재다. 

 

*미나리냉이 씨방

 

미나리냉이는 꽃이 진 자리에 씨앗 꼬투리가 달려 있다. 십자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미나리냉이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민간에서 뿌리와 근경을 백일해, 타박상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 잎이 보다 크며 자방에 털이 있는 통영미나리냉이는 유사종이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흰색 십자화가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총상으로 달린다. 꽃받침잎은 긴 타원형으로 녹색이고 털이 있다. 꽃잎은 꽃받침보다 두 배 또는 그 이상 길고 도란형이다.

 

*산꿩의다리꽃

 

산꿩의다리꽃은 대암산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산꿩의다리를 보양약인 삼지구엽초(음양곽)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지구엽초의 일경삼지(一莖三枝), 일지삼출엽(一枝三出葉)의 형태가 산꿩의다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산꿩의다리는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원줄기 윗부분에 산방상으로 달린다. 꽃받침잎은 타원형으로 일찍 떨어지고 꽃잎이 없다. 수술은 많으며 환상으로 배열된다. 수술대는 윗부분이 넓으며 밑부분은 실처럼 가늘다.

 

*동의나물 열매

 

산이 높아질수록 식물생태의 변화가 뚜렷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의나물은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달려 있다. 동의나물은 언뜻 보면 곰취같아 보인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동의나물은 동이나물이라고도 부른다. 꽃은 4~5월에 줄기 끝에 두 송이씩 선명한 노란색으로 핀다. 꽃잎은 없으나 노란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보인다. 꽃과 잎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동의나물은 독성이 있어 날것으로 먹을 경우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하게 된다. 나물로 먹으려면 반드시 삶아서 잘 우려내서 독성을 없애야 한다. 동의나물의 전초를 한방에서 노제초 또는 수호려하고 하는데 거풍, 진통의 효능이 있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터리풀꽃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터리풀(Filipendula glaberrima (Nakai) Nakai) 군락지가 나타난다. 터리풀은 주로 깊은 산 계곡에서 자란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터리풀은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속명 Filipendula는 라틴어 filum(絲(사))과 folium의 합성어로 잎이 실처럼 가늘다는 뜻이며, 종명의 glaberrima는 털이 없음을 나타낸다. 유사종인 단풍터리풀(F. multijuga Max.)은 주로 북부지방에서 자생한다. 꽃은 양성으로서 7~8월에 백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피는데 가지끝과 원줄기 끝의 취산상 산방화서에 밀생하여 달리고 털이 없다. 꽃받침열편은 나중에 뒤로 젖혀지고 꽃잎은 둥글며 밑부분이 짧게 뾰족해진다. 수술이 꽃잎보다 훨씬 길고 많으며, 심피는 다섯 개로서 앞뒤에 털이 있다. 꽃이 특이해서 정원에 심으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할 수 있고, 절화용 소재로도 좋다.

 

*흰숙은노루오줌꽃

 

터리풀 군락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흰숙은노루오줌 군락지가 있다.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흰숙은노루오줌은 숙은노루오줌과 비슷하지만 흰꽃이 피는 것이 다르다. 꽃은 6~7월에 하얀색으로 피는데, 원추화서는 옆으로 처지면서 꼬불꼬불한 갈색 털이 밀생한다.

 

*오리방풀

 

오리방풀은 아직 꽃이 피기 전이다. 잎을 뜯어서 냄새를 맡아보니 좋은 향기가 난다. 향신료로 써도 좋겠다. 생선 매운탕을 끓일 때 잎을 몇 장 넣으면 비린내를 없애줄 것 같다.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오리방풀은 깊은 산속의 응달진 곳에서 자란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유사종으로 꽃색이 하얀 흰오리방풀, 잎의 나비가 길이보다 긴 지리오리방풀, 톱니가 넓은 치아상인 둥근오리방풀이 있다.

 

오리방풀의 잎은 대생하고 난상 원형이며 끝이 거북꼬리와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엽병을 보면 날개가 달려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윗부분의 잎이 거북꼬리처럼 되지 않는다. 6~8월에 피는 꽃은 엽액과 원줄기 끝에서 대생하는 취산화서에 달린다. 화서는 꽃받침과 더불어 퍼진 털이 있다. 꽃받침은 녹색이고 열편은 삼각형이다. 화관은 통부가 짧고 자주색인데, 상순은 젖혀지고 얕게 갈라지며 하순은 주형으로서 앞으로 돌출한다.

 

방아풀과 오리방풀의 지상부 전초를 한방에서 연명초(延命草)라고 하는데 건위(健胃) 양혈해독(凉血解毒), 소종지통(消腫止痛)의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 식욕부진, 복통, 타박상, 옹종(癰腫), 암종(癌腫), 독사교상(毒蛇咬傷)을 치료한다. 오리방풀의 쓴 맛을 이용하여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잘 되게 하는 건위제로 쓸 수 있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요즘에는 향신료로서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풀

 

오리방풀 군락지 바로 옆에는 이미지가 고들빼기나 씀바귀와 비슷한 풀이 있었는데, 작고 하얀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 같이 갔던 야생화 전문가는 이것이 두메고들빼기라고 한다. 두메고들빼기라면 꽃잎이 최소한 열 장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이 꽃은 다섯 장 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산씀바귀라고 보기도 어렵다. 산씀바귀는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꽃잎은 6장 안팎이다. 고들빼기와 씀바귀의 꽃은 꽃잎의 수에서 차이가 있을 뿐 꽃의 모양이나 색은 거의 비슷하다. 하얀 꽃이 피는 흰씀바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새로운 식물종 한 가지를 새로 발견한 것이란 말인가! 신종식물이라면 내가 최초로 발견했으니 이 풀에게 이름을 붙여 줄 권리가 있다. 고들빼기와 씀바귀 사이에서 고민하게 했으니 '씀빼기'가 어떨까? 깊은 산속에서 찾았으니 '두메씀빼기' 또는 '산씀빼기'도 좋을 것 같다.

 

*산겨릅나무 열매

 

산겨릅나무가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산겨릅나무에는 콩꼬투리처럼 생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단풍나무과의 낙엽활엽소교목인 산겨릅나무는 중부 이북의 해발 500m 이상 되는 깊은 산 계곡에서 자란다. 꽃은 노란색이며 일가화 또는 이가화로서 5월에 핀다. 총상화서는 가지 끝에서 밑으로 처지며 다소 연약하다. 줄기는 녹색 수피에 백색줄이 세로로 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수피는 섬유가 잘 발달해 있어 새끼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유사종으로 청시닥나무와 신나무가 있다. 

 

산청목 또는 벌나무라고도 하는 산겨릅나무는 민간에서 알코올 해독과 간경화, 간암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요즘 수난을 당하고 있다. 도벌꾼들의 마구잡이 남벌과 약초꾼들의 수피채취로 인해서 산겨릅나무가 남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산겨릅나무가 멸종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사람들이 검증되지 않은 약효를 믿고 함부로 복용하다가 오히려 질병을 더 악화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의사들은 산청목을 거의 쓰지 않는다. 산겨릅나무가 그렇게 좋다면 한의사들이 먼저 약재로 쓰지 않겠는가!

 

*도깨비부채 열매

 

도깨비부채는 언뜻 봐서는 꽃이 핀 것인지 열매가 달린 것인지 분간을 잘 못 하겠다. 생긴 모양이 작고 영롱한 루비알에 하얀 털이 방사상으로 뻗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깨비부채의 꽃은 황백색이므로 이것은 열매가 분명하다.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도깨비부채는 깊은 산 응달진 곳에서 자란다. 줄기에 강모가 있고 하얀 꽃이 피는 개병풍은 유사종이다. 도깨비부채의 잎은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이것보다 큰 잎을 가지는 식물은 아마 큰병풍(병풍쌈)이나 개병풍 밖에 없을 것이다. 초본 중에서는 개병풍의 잎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6~7월에 피는 꽃은 취산형 원추화서를 이루는데 유두상의 털이 있으며 가지끝이 처음에는 말려 있다. 꽃받침잎은 퍼지며 꽃잎은 없다. 수술은 꽃받침보다 다소 길고 암술대는 두 개이다.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

 

나무들이 꽉 들어찬 숲은 거의 밀림지대를 이루고 있다. 밀림 사이로 심마니나 나물 채취꾼들이나 다닐 법한 길이 나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길가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대암산은 가히 야생화의 천국이라 할 만도 하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도 지천으로 깔려 있다. 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무한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박쥐나물

 

박쥐나물은 이제 막 꽃이 피는 중이다. 세모꼴 모양의 큰 이파리가 박쥐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민박쥐나물, 큰박쥐나물이라고도 하는 박쥐나물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해발 500m 이상 되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여러 종류의 박쥐나물을 통털어 통칭 박쥐나물이라고 하는데 아주 맛있는 산나물이다. 봄에 생나물로 먹어도 좋고, 묵나물이나 국거리, 샐러드, 튀김용으로도 좋다. 영양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강장효과도 있어서 건강나물이라고 할 수 있다. 1~2m까지 자라는 박쥐나물은 대궁의 속이 비어 있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꽃이 필 때 없어지고 중앙부의 잎은 호생하며 삼각형 또는 창모양이다. 꽃은 7~9월에 피고 원줄기 끝의 원추화서에 달린다.   


*참줄바꽃

 

참줄바꽃은 아직 어리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참줄바꽃은 유독식물로 가는돌쩌귀 또는 가는잎선바꽃이라고도 한다. 잎은 호생하고 긴 엽병이 있으며 세 개로 완전히 갈라지고 측열편은 다시 두 개로 깊게 갈라지기 때문에 다섯 개로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열편은 다시 우상으로 갈라지며 최종열편은 선형 또는 피침형으로서 끝이 뾰족하다. 뒷면은 털이 없으나 표면은 엽병의 가장자리와 더불어 꼬부라진 털이 있다. 꽃은 8~9월에 청자색으로 피는데 총상화서에 달린다. 소화경에 황갈색의 퍼진 털이 밀생하고 중앙부의 소포는 피침형이며 긴 연모가 있다. 

 

*참당귀

 

대암산에는 참당귀도 많이 보인다. 산형과의 숙근성 초본인 참당귀는 조선당귀라고도 하는데 깊은 산 계곡의 습기가 있는 토양에서 자생하며 약용식물로도 재배되고 있다. 참당귀를 보통 당귀라고 한다. 한약재로 쓰는 당귀에는 당귀와 일당귀가 있다. 당귀는 중부 이북지역의 서늘한 고산지대에서, 일당귀는 따뜻한 중남부 지방에서 재배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귀의 근생엽과 기부엽은 엽병이 길고, 기수 1~3회 우상복엽이다. 소엽은 세 개로 완전히 갈라지고 다시 두세 개로 갈라지며, 열편은 긴 타원형 또는 난형이고 복거치가 있다. 정소엽은 엽신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소엽병이 있고 표면의 맥위와 가장자리가 거칠다. 윗부분의 잎은 퇴화되고 엽초가 타원형으로 커진다. 엽병의 기부는 칼집처럼 되어 기부를 감싼다. 8~9월에 큰 복산형화서가 가지와 줄기끝에서 발달하여 자주색 꽃이 핀다. 꽃 모양과 색이 특이해서 관상가치도 높은 식물이다. 유사종으로 흰바디나물, 흰꽃바디나물, 개구릿대, 갯강활, 궁궁이, 제주사약채 등이 있다. 당귀는 희귀 및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로서 보호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귀의 연한 잎은 향기가 독특하고 맛이 좋아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당귀잎으로 삼겹살 쌈을 싸서 먹으면 상추나 깻잎과는 또 다른 향취를 맛볼 수 있다. 향이 강해서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을 없애 준다. 한국에서는 참당귀, 중국에서는 당귀, 일본에서는 대화당귀(大和當歸)의 뿌리를 말린 것을 당귀(當歸)라는 한약재로 사용한다. 최고의 보혈약(補血藥)으로 임상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한약재 중 한 가지다. 나도 당귀를 많이 쓰고 있다. 당귀는 보혈화혈(補血和血), 조경지통(調經止痛), 윤조활장(潤燥滑腸), 거풍진정(祛風鎭靜)의 효능이 있어 빈혈, 생리불순, 혈허두통, 복통, 어지러움증, 타박상, 변비, 신체허약증, 관절염, 염좌 등증을 치료한다. 일체의 혈병과 생리불순에 양호한 효능이 있어 부인과 질환에 중요한 약이다.  

 

당귀의 뜻을 풀이하면 '당연히 돌아온다'는 뜻이다. 영어권 지역에서는 당귀를 천사라는 뜻을 가진 안젤리카(Angelica)로 부른다. 당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몸이 허약하여 시집에서 쫓겨난 부인이 당귀를 먹고는 건강을 되찾아 시집으로 돌아왔다는 전설도 있다. 그만큼 당귀가 부인병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옛날 중국에서는 부인이 남편을 전쟁터에 보낼 때 반드시 품안에 당귀를 넣어 주었다. 치열한 전투로 인해 기진맥진하여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품안에 있던 당귀를 달여서 먹고 기적처럼 몸이 회복되어 성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얼마나 고마운 당귀인가! 이처럼 당귀는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남편들을 아내에게 고이 돌려보내 주기도 했던 것이다. 또 옛날에는 이별을 고할 때는 작약(芍藥), 사람을 부를 때는 당귀, 거절을 하고 싶으면 원지(遠志)를 보내서 자신의 뜻을 알리기도 했다. 약재가 완곡한 의사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했던 예다.

 

*푸른박새

 

푸른박새는 대암산에도 자라고 있었다. 용문산에서는 꽃이 활짝 피었던데 이곳의 푸른박새는 이제 꽃이 막 피려 하고 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푸른박새는 1.5m까지 자란다. 꽃은 7~8월에 연록색 또는 황백색으로 피는데 넓은 깔때기모양이고 원줄기끝에서 큰 원추화서가 발달한다. 화서지(花序枝)에 꽃이 총상으로 달리며 화서축에 잔털이 있다. 화피는 여섯 장으로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이고 화피밑에 V형의 짙은 녹색의 꿀샘이 있다. 수술은 여섯 개다. 푸른박새의 뿌리를 한방에서 여로(藜蘆)라고 하는데 용토풍담(湧吐風痰), 살충의 효능이 있어서 중풍에 가래가 끓는 증(中風痰湧), 풍간전질(風癎癲疾), 황달, 오래가는 학질, 설사와 이질, 두통, 후두염, 편도선염, 비식, 옴, 악창 등을 치료한다. 그러나 유독성 약재이므로 한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약재의 효능과 성분도 모른 채 자신의 지식만을 믿고 함부로 시용하다가 건강을 망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참나물

 

산의 높이가 점점 더 높아지면서 참나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연한 잎 하나를 따서 씹으니 그윽한 향이 입안에 가득히 퍼진다. 참나물은 맛과 향이 좋은 고급 산나물이다. 주로 쌈과 같은 생나물로 먹을 때 참나물의 독특한 향미를 맛볼 수 있다. 몇 년 전 백두대간을 순례할 때 점봉산에서 뜯어온 참나물을 가지고 오색으로 내려와 삼겹살을 구워서 쌈을 싸먹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생나물로 먹는 방법 말고도 참나물로 샐러드를 만들거나 김치를 담그기도 하는데, 참나물 김치는 봄철에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라고 할 수 있다. 참나물은 영양도 풍부한 데다가 고혈압과 중풍을 예방하고 신경통이나 대하증에도 좋으며, 지혈과 해열의 효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참나물은 깊은 산 음지의 비옥한 땅에서 잘 자란다. 꽃은 6~8월에 피고 백색이며 가지끝과 원줄기 끝의 복산형화서에 달린다. 

 

*사라진 등산로

 

7,8부 능선 쯤 올랐을까. 산을 오를수록 점점 희미해지던 길이 이제는 아예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은 아마도 약초를 캐거나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만이 주로 다녔던 것 같다. 깊은 산에서 더군다나 초행길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경우 조심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등반을 포기하고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 산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곰취꽃

 

밀림과 수풀을 헤치면서 산을 오른 보람은 있었다. 약 백 평 쯤 되는 산나물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곰취 군락지를 만난 것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워낙 어려운 곳이라 곰취 군락지가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곰취도 잎이 매우 큰 편에 속한다. 근생엽이 85cm에 달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국화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인 곰취는 고산지대 깊은 산속에서 자라며, 7~9월에 노란색 꽃이 핀다. 곰취에는 여름철 더위에 잘 견디고 쓴 맛이 강한 제주형과 더위에 견디는 능력이 약하고 지하부의 뿌리가 넓게 퍼지면서 자라는 내륙형 두 가지가 있다. 백두산을 비롯한 북북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화살곰취, 북한에서 자생하는 무산곰취, 곰취와 비슷하지만 꽃잎이 3~4장인 곤달비, 어리곤달비는 곰취의 유사종들이다.

 

곰취는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난 산나물이다. 생나물로 먹어도 좋고 묵나물을 만들어 두고두고 먹어도 좋다.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곰취는 또 잎이 크고 시원하게 생긴 데다가 꽃도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큰 식물이다. 다만 고산식물인 까닭에 산간지방의 도로 주변이나 고원지대 관광지의 화단같은 곳에 심는 것이 좋다. 표고가 낮은 지역에 옮겨 심으면 적응하지 못 하고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곰취의 뿌리를 한방에서 호로칠(胡蘆七)이라고 하는데 이기활혈지통(理氣活血止痛), 거담지해(祛痰止咳)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 노상(勞傷), 요퇴통(腰腿痛), 기침, 천식, 백일해, 폐옹객혈(肺癰喀血)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이런 용도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참조팝나무꽃

 

나무와 풀이 빽빽하게 들어찬 가파른 산비탈을 벗어나 능선으로 올라서자 길이 조금 편해진다. 9부 능선 쯤에서 활짝 피어 있는 참조팝나무꽃을 만난다. 장미과의 낙엽활엽 소관목인 참조팝나무는 높은 산속에서 자란다. 작은 꽃들이 모여 송이를 이루면서 피는 참조팝나무꽃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당히 아름답다. 장미과의 낙엽활엽소관목으로 1.5m까지 자라는 참조팝나무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가치가 매우 높은 한국 특산식물이다. 꽃은 5~7월경 연분홍색으로 새가지 끝에 달리는 겹산방화서로 화려하게 핀다. 중앙부는 조금 더 진한 연분홍색이다. 꽃받침잎은 뒤로 젖혀지며 꽃잎은 둥글다. 유사종으로 좀조팝나무와 바위좀조팝나무가 있다. 좀조팝나무는 키가 50cm 정도까지 자라고 꽃색이 참조팝나무꽃보다 더 붉은 색을 띤다. 바위좀조팝나무는 이보다 더 작다. 그리고 참조팝나무 잎의 거치는 잎의 끝에서 잎자루쪽으로 반쯤 진행되다가 사라지는데, 좀조팝나무 잎의 거치는 전체에 걸쳐 있다.

 

*세잎종덩굴꽃

 

정상부에 가까와질수록 경사가 더 가파라진다. 땀을 흘리면서 조금 더 올라가자 이번에는 세잎종덩굴꽃이 반갑게 맞아 준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낙엽활엽 만경목인 이 꽃은 종덩굴, 누른종덩굴, 음달종덩굴이라고도 한다.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식용할 수 있다. 유사종으로 잎이 2회3출엽이며 설악산 대청봉에서 자라는 왕세잎종덩굴이 있다. 꽃의 모양과 색이 특이해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어도 좋다.

 

잎은 대생하고 3출 또는 2회3출복엽이다. 소엽은 난형이고 점첨두이며 아심장저 또는 절저이다. 잎의 양면에 잔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예리한 치아상의 톱니가 있다. 꽃은 5~7월에 정생 또는 액생으로 한 개씩 피고, 종처럼 생긴 꽃받침은 황색 또는 암자색이며 아래로 처진다. 꽃받침잎은 피침상 난형으로 적자색이고 첨두이며 털이 밀생한다. 꽃밥이 없는 퇴화된 수술은 꽃받침 길이의 반 정도 된다.


 

 

*대암산 정상

 

9부 능선 쯤 오르자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바로 앞에 대암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부는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암봉이다. 암봉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해 보이는 큰 바위돌 하나가 얹혀져 있다. 꿈속에 그리던 연인을 만날 때처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의 암봉에 올라서면 어떤 경치가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거기서 또 무엇을 느끼고 깨달을 것인가? 끝없이 흐르는 시공간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 대암산으로 난 나의 인생길을 오르고 있다. 여기서 바로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까지는 나에게 아직 미지의 세계다. 그리고 저 길을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몫이다. 대암산 정상으로 난 길을 내가 선택하는 순간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후회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인생길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편도이기에.....   


*대암산 정상에서

 

가파른 암릉길을 올라 마침내 대암산(大巖山, 1304m) 정상에 서다. 정상 산봉우리는 큰 바위들로 이루어진 암봉으로 대암이라는 산이름과 걸맞다. 바위봉우리 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힘차게 뻗어가는 끝없는 산맥과 깊은 계곡들..... 수많은 산봉우리들과 밀림의 바다..... 그만 말을 잃어버리고 만다.

 

문득 고려 중기의 시인 김황원의 일화가 떠오른다. 어느날 김황원은 대동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부벽루에 오른다. 부벽루에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대동강을 노래한 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김황원은 대동강의 유유함과 부벽루의 아름다운 경치를 제대로 노래한 시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대동강과 부벽루의 풍광을 가장 멎지게 노래한 절세의 시를 남기리라 마음먹고는 하루 해가 다 가도록 시상을 떠올리며 가진 애를 다 썼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해가 질 무렵에서야 겨우 칠언절구 중 '긴 성벽 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물이요, 넓은 들 동쪽으로는 점점이 산이로다(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라는 두 구절만을 짓고는 나머지 두 구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울면서 부벽루를 내려왔다는 이야기..... 대동강과 부벽루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어떠한 미사여구나 시로 표현하기에는 천하의 대시인 김황원도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화다.

 

나도 대암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맥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말로써 표현해 보려고 하지만 진실로 역부족임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산 정상에 서면 언제나 늘 허무감 비슷한 느낌이 찾아들곤 하는데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인제군 북면과 서화면의 경계가 되는 대암산 정상은 사방이 낭떠러지인 암봉이다. 무슨 까닭인지 정상표지석도 보이지 않는다. 지도와 현지 지형을 비교해 보면 틀림없이 여기가 정상인데.....

 

*대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용늪과 1304m봉

 

북서쪽으로 큰 용늪과 작은 용늪, 그리고 그 건너 안개에 휩싸여 있는 1304m봉이 바로 앞에 보인다. 1304m봉은 인제군과 양구군의 경계가 되는 산이다. 백두대간의 국사봉(1384.9m)과 무산(1320m) 사이에 있는 매자봉(1144m)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져서는 바로 남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어 매봉(1290m)과 가칠봉(1242m), 대우산(1179m), 도솔산(1148m)을 지나 저 앞에 보이는 1304m봉에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봉화산, 사명산(1198m), 죽엽산, 부용산, 오봉산, 수리봉을 거쳐 북한강과 소양강의 두물머리를 이루는 우두산까지 도상거리 124km에 이르는 산맥이 도솔지맥이다. 그러니까 도솔지맥은 동금강천, 양구서천, 서천이 흘러드는 북한강과 소양강 사이에 있는 산맥이라고 보면 된다. 대암산은 도솔지맥의 1304m봉에서 용늪을 지나 남동쪽으로 조금 비켜나 있는 산이다. 어떤 산악인은 이 산맥의 이름을 금강천과 소양강의 두 글자씩을 따서 금강소양기맥(金剛昭陽岐脈)이라 붙이기도 했다. 매자봉에서 휴전선을 지나 배봉령, 가칠봉, 돌산령에 이르는 도상거리 30km에 이르는 구간은 남북분단으로 인해 민간인이 산행을 할 수가 없는 구간이다.


*1304m봉 기슭의 큰 용늪과 작은 용늪

 

1304m봉은 지도상에는 대암산과 높이가 같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대암산보다 1304m봉이 더 높아 보인다. 산의 덩치가 더 커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1304봉이 더 높은 것인지 모르겠다.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과 1304m봉 사이에 있는 광활한 분지가 세계적으로 그 유명한 고층습지인 큰 용늪이다. 그리고 큰 용늪 바로 위의 작은 봉우리와 1304m봉 사이에 있는 분지가 작은 용늪이다.  

 

용늪은 약 4,000년~4,5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은 용늪은 이미 육지화가 진행되어 습지의 특성을 거의 잃어버렸으나 큰 용늪은 아직까지 습지생태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용늪은 연중 기온의 차가 크고 안개일수가 많은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습도가 높고 표층수의 증발량이 적어 자연스럽게 늪지가 형성되어 고층습지로서 매우 독특한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 용늪의 지하층에는 여러 종류의 퇴적층이 쌓여 있는데 이것은 저온다습한 기후적 특성과 산성 수질로 인해 죽은 식물 등이 분해되지 않고 퇴적되어 적갈색의 이탄층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탄층은 깊이가 평균 약 1m 정도이지만 1.7m에 이르는 곳도 있어 그 속에 퇴적되어 있는 꽃가루와 같은 유기물질을 분석하면 과거의 기후나 식생변화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어낼 수 있다.

 

용늪에 서식하는 동식물상은 매우 다양하여 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각종 사초 군락지를 비롯해서 끈끈이주걱과 같은 식충식물, 특산종인 금강초롱, 희귀식물인 비로용담 뿐만 아니라 물매화, 산새풀, 큰방울새란 등 약 19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곤충류도 복숭아순나방붙이, 늦반딧불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용늪은 군부대의 주둔과 군사도로의 개설로 인해 유출된 토사가 늪지로 유입되어 건조화와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탐방객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각종 식물 군락지가 훼손되고 있어 보전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정부는 1989년 12월 29일 용늪 일대를 생태계보전지역에 지정하였고, 1997년 각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의무적으로 보전하고 보호정책을 펴야 한다고 규정한 람사협약에 가입하여 용늪을 고층습지로 등록하였으며, 1999년 습지보전법을 만들어 용늪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정부는 또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용늪에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해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오늘은 용늪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내려갈 수 밖에 없다. 2010년 용늪에 대한 출입금지가 풀리면 꼭 다시 와서 살펴볼 생각이다. 그때까지 생태계가 잘 복원되기를 바란다.


*올라온 계곡

 

이번에는 북쪽으로 내가 올라왔던 계곡을 내려다 본다. 계곡이 매우 깊어서 처음 출발했던 곳은 보이지도 않는다. 계곡 아래쪽에서 서서히 안개가 일기 시작한다. 높고 깊은 산에서는 날씨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하늘이 맑다가도 삽시간에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퍼붓고 가는 때도 많다.

 

*대암산 동쪽 능선

 

동쪽으로는 암릉지대로 이루어진 능선이 남동쪽을 향해서 뻗어가고 있다. 동쪽은 설악산이 있는 방향이다. 동쪽 능선 너머로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서 그 뒤로 경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동쪽 능선이 인제군 서화면과 북면의 경계가 된다. 대암산 정상에서 바로 앞 암봉까지의 능선과 오른쪽으로 거의 직각으로 꺾은 다음 남동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의 왼쪽이 서화면이고 오른쪽이 북면이다.

 

*대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인제군 북면 소재골

 

서쪽으로 눈을 돌려 인제군 북면 소재골 계곡을 바라다 본다. 소재골도 매우 깊은 계곡이다. 소재골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능선이 사이좋게 나란히 남동쪽을 향해서 치달려 간다. 소재골처럼 깊고 좁은 계곡은 폭우가 쏟아질 때 조심해야 한다. 예상 밖으로 물이 갑작스럽게 불어나 순식간에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우기에 이런 계곡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일기예보를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등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비가 많이 오면 계곡길은 끊어지기 일쑤고, 물이 불어난 골짜기를 건너다가 급류에 휩쓸려 갈 위험성이 아주 많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돌양지꽃

 

정상의 바위틈에는 노란색 돌양지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돌양지꽃은 어이하여 비바람만이 몰아치는 높은 산꼭대기 바위틈에 자리를 잡았을까? 저 하늘의 태양에 조금이라도 더 기까이 다가가기 위함일까? 태양을 닮았는지 돌양지꽃은 샛노란 색을 띠고 있다. 노란색은 소망의 색이다. 돌양지꽃은 무엇을 소망하는가!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높은 산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고고한 돌양지꽃......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돌양지꽃(Potentilla dickinsii Franch. & Sav. var. dickinsii)은 해발 5백미터가 넘는 산지의 바위에 붙어서 잘 자라기에 바위양지꽃이라고도 부른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화탁에 백색털이 밀생한다. 정생 또는 액생하는 취산화서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잎은 끝이 뾰족하며 좁은 난형이고 부악편은 피침형이며 꽃밥은 넓은 난형이다. 한국에 자생하는 potentilla 속 식물은 20여종에 이르는데 돌양지꽃과 같이 고산성식물은 한라산 1,500m 이상에서 자생하는 좀양지꽃(P. matsumurae)과 백두산에 자생하는 은양지꽃(P. nivea)이 있으며 둘 다 돌양지꽃의 유사종이다. 또 수과 밑에 있는 털이 수과보다 훨씬 짧은 참양지꽃, 잎의 맥 위에만 털이 있고 뒷면이 회청색이 아니며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양지꽃도 유사종이다.

 

*금마타리꽃

 

노오란 금마타리꽃도 수줍은 듯 피어 있다. 이 꽃은 돌양지꽃과 비슷한 환경인 고산지대의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둘 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식물이다. 금마타리는 꽃 모양과 색이 마타리와 비슷하지만 키가 훨씬 작다. 마타리는 키가 1.5m까지 자라는데 비해 금마타리는 20cm 정도 밖에 안 자란다.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금마타리는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꽃은 5~7월에 피는데 원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달린다. 화경과 소화경 안쪽에 돌기같은 털이 밀생한다. 화관은 종형으로 끝이 다섯 개로 갈라진다.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 심어도 좋다. 유사종인 마타리는 한방에서 패장이라고 하는데 청열해독, 소종배농(消腫排膿), 거어지통(祛瘀止痛)의 효능이 있어 종양의 소염제, 해열제, 배농성 이뇨제, 정혈(淨血)해독, 부종의 이뇨제, 코피가 나거나 토혈시 지혈제로 이용된다. 주로 뿌리를 이용한다. 임상에서 종종 쓰이는 한약재다.

 

*올라온 계곡에서 몰려오는 안개

 

정상에서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동쪽에서 짙은 안개가 몰려오더니 삽시간에 계곡을 뒤덮어 버린다. 이것은 안개라기보다는 비구름이다. 저 산아래 낮은 곳에서 보면 비구름으로 보일 터이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온다.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갑자기 비구름이 몰려오면 십중팔구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


*용늪과 1304m봉으로 휘몰아쳐 가는 안개

 

구름은 빠른 속도로 용늪과 1304m봉 쪽으로 몰려간다. 순식간에 용늪과 1304m봉이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용왕님이 조화를 부리심인가! 소나기를 맞지 않으려면 서둘러서 산을 내려가야 한다. 왔던 길을 되밟아 내려오는데 능선길에서 계곡으로 빠지는 길을 놓쳐서 한참을 헤매야 했다. 가까스로 하산길을 찾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큰 산 더구나 초행길인 산에서 길을 잃으면 조난을 당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황급히 배낭에서 우비를 꺼내어 입고 차를 세워둔 곳까지 와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야생화 탐사모임 회원들과 함께 인제군 남면 신남리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신남리 동산에는 보름달에 가까운 밝은 달이 떠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회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충주로 돌아오는 길에 오르다.

 

이번 대암산 등반은 여러 모로 나에게 뜻깊은 산행이었다. 그것은 대암산이 한국의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일 뿐만아니라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도 많아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처음 와보는 대암산은 나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다음에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은 산이다. 그 때는 용늪과 1304m봉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암산이여,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안녕! 

 

2006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