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충주호반에서 꽃소식을 듣다

林 山 2007. 5. 25. 21:01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꽃들이 예년에 비해 일찍 필 거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에 매달려서 살다보니 계절이 바뀌고 새봄이 오는 것도 모르고 세월을 무심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를수록 만사에 무덤덤해지고 정서가 메말라가는 것을 느낀다.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이리라.

 

충주호반의 벚꽃길에는 벚꽃이 피었을까? 벚꽃이 활짝 피면 장관을 이룰 텐데...... 불현듯 충주호반의 벚꽃이 보고 싶어진다. 충주댐까지는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강화자(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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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댐 광장의 물레방아

 

중원교를 건너면서부터 시작되는 벚나무 가로수길에는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 꽃봉오리가 이제 막 터지려는 것으로 보아 다음 주에는 활짝 피어날 것 같다. 충주댐 좌안의 휴게소에 있는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쉴새없이 돌아간다. 물레방아를 보니 정선아리랑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어린 신랑에게 시집을 온 여인의 사랑에 목말라 하는 심정이 구구절절한......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도는데

우리집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돌 줄 왜 몰라

  정선읍내 박모래 자락에 비오나 마나

어린 가장 품안에 잠자나 마나

(정선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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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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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

 

충주호반 공원의 잔디밭에는 깨알처럼 작고 노오란 꽃이 핀 꽃다지가 소보록이 깔려 있다. 샛노란 민들레꽃도 활짝 피어났다. 꽃다지는 봄이 되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대표적인 보춘화이지만 정작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는 꽃이다. 그래서 꽃말도 '무관심'이다.

 

그러나 시인 김용택에게는 꽃다지가 '눈부신' 존재로 다가온다. 김용택을 만난 꽃다지는 분명 한없는 행복을 느꼈을 거다. 꽃다지는 그에게 매우 가녀린 존재로 인식된다. 그러기에 그는 '세상에 이는 바람'을 걱정한다.  

 

네 앞에 앉아
너를 바라본다
너를 갖는다는 것이
이렇게 눈부신 것이냐
꽃다지야

세상에
바람이 이는구나

(꽃다지-김용택)

 

꽃다지(Draba nemorosa var. hebecarpa)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코딱지나물이라고도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별로 인기있는 나물은 아니다. 꽃다지와 다닥냉이, 재쑥의 씨앗을 한방에서 정력자라고 하여 한약재로 쓴다. 본초학에서는 정력자가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으로 분류되어 있다. 성질은 차고 맛은 맵고 써서 12경맥(經脈) 중 폐경(肺經)과 방광경(膀胱經)으로 들어간다. 정력자는 사폐평천(瀉肺平喘), 이수소종(利水消腫)의 효능이 있어 기침과 가래, 수종, 소변불리 등을 치료한다.  

 

꽃다지만큼은 아니지만 민들레도 산과 들판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노란색 꽃의 민들레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일년 내내 피는 꽃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반면에 토종 하얀색 꽃의 민들레는 구경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토종 민들레는 봄에만 꽃이 피는데다가, 토종끼리만 꽃가루받이(수분)를 하는 식물이기에 노란색 민들레에 비해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흰 꽃 민들레를 지조가 있는 식물이라고 해서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부른다. 

 

민들레는 번식력과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이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왕성해서 뿌리에서도 싹을 틔우며, 아무리 나쁜 환경이라도 적응해서 잘 자란다. 씨에는 갓털이 달려 있어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기에 번식력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민들레는 겨울에 줄기는 죽지만 이듬해 다시 되살아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마구 짓밟고 억눌러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서는 백성과 같다고 해서 민초(民草)나 민중에 비유되기도 한다. 

 

우주 삼라만상 모든 존재를 신을 바라보듯이 경건하게 바라보는 수녀시인 이해인..... 수녀가 된 지 아직 얼마 안 되어 속세에서 이별하고 온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는 내면적인 갈등으로 자학하고 있을 때 돌틈을 비집고 피어난 노오란 민들레를 만나게 된다. 민들레는 그녀에게 '넌 왜 고민하니? 나처럼 살면 되잖아. 네가 원하기만 하면 좁은 땅에 앉아서도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할 수 있어.' 하고 속삭인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안주해야 할 땅, '민들레의 영토'를 발견하고 신에게 오도송(悟道頌) '민들레의 영토'를 지어바친다. 그리고 '민들레의 연가(戀歌)'를 부르면서 세상을 향한 사랑의 홀씨들을 날려보낸다.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 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민들레의 연가-이해인)

 

옛말에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는 말이 있다. 포공은 민들레를 가리킨다. 옛날 선비들은 민들레가 인(忍)과 강(剛), 예(禮), 용(用), 정(情), 자(慈), 효(孝), 인(仁), 용(勇) 등 아홉 가지의 덕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서당에서는 화단에 민들레를 심어서 학동들로 하여금 그 덕을 본받도록 하였다. 민들레가 마소나 수레바퀴에 짓밟혀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은 인(忍)의 덕이고, 뿌리를 자르거나 캐어서 며칠을 두어도 싹이 돋아나는 것은 강(剛)의 덕이며, 잎사귀 수만큼 꽃이 차례를 지켜 한송이씩 피어나는 것은 예(禮)의 덕, 여린 잎이나 뿌리 등 온몸을 다 바쳐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은 용(用)의 덕이라는 것이다. 또, 민들레의 꽃에 꿀이 많아 벌과 나비들이 모여드는 것은 정(情)의 덕, 잎이나 줄기를 자를 때 나오는 하얀 즙이 아이를 기르는 젖과 같은 것은 자(慈)의 덕, 약재로 쓰면 머리를 검어지게 하여 늙은이를 젊게 하는 것은 효(孝)의 덕, 모든 종기에 민들레의 즙을 바르면 낫는 것은 인(仁)의 덕,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서 스스로 번식하고 융성하는 것은 용(勇)의 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민들레의 영어식 이름은 'Dandelion'이다. 'Dandelion'의 어원은 중세 불어에서 유래하는데, 'dan (이빨) + de (~의) + lion (사자)'으로 '사자의 이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민들레의 잎을 보면 엽맥(잎의 중심 줄기)의 가장자리에 깊게 갈라진 톱니가 나 있는데, 서양사람들은 이것을 사자의 이빨처럼 생겼다고 본 것 같다. 민들레의 일본식 이름은 'タンボボ(단뽀뽀)'인데, 재미있는 이름이다.

 

민들레에 얽힌 전설이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대홍수가 나서 온세상이 물에 잠기게 되자 모두들 높은 곳으로 피하였는데, 민들레는 발이 빠지지 않아서 몸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물이 점점 차오르자 민들레는 그만 두려움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민들레는 신에게 살려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였다. 기도를 들은 신은 민들레를 가엾게 여겨 그 씨앗을 바람에 날려 높은 산 양지바른 곳에 떨어지게 해주었다. 그리하여 민들레는 신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살게 되었다. 그때부터 민들레는 아침이면 해를 향해 꽃잎을 활짝 열었다가 저녁에는 지는 해를 따라서 꽃잎이 움츠러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민들레와 관련된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아주 먼 옛날 어떤 나라에 한 왕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왕위에 오르면서 하늘의 별들로부터 평생 단 한 번의 명령밖에는 내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래서 나라에 큰 일이 있거나 군대를 통솔해야 할 때, 심지어 공주나 왕자의 혼례를 치를 때에도 그는 아무런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명령을 언제 내려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권력자는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라, 그는 신하나 백성들 앞에서 왕으로서의 권위가 전혀 없었다. 낙심한 왕은 '가장 중요한 일에 단 한 번의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그때가 언제일까?'라는 생각하면서 궁궐을 몰래 빠져나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름없는 백성들조차 가장의 뜻에 따라 집안 일을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초라한 움막에 사는 백성들이 화려한 궁궐에 사는 자신의 처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 왕은 절망감으로 전보다 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왕은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만든 하늘의 별들을 한없이 원망하면서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밖으로 나가 큰 소리로 밤하늘의 별들을 향해 '이 못된 별들아! 모조리 떨어져서 땅 위의 꽃이 되거라! 내 너희들을 밟아주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을 별들에게 내린 것이다. 그러자 하늘에서 별들이 우르르 땅에 떨어져 노란색의 민들레꽃으로 피어났다. 왕은 양치기로 변하여 민들레꽃들을 마구 밟고 다니면서 복수를 하였다는 이야기......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민들레(Taraxacum platycarpum Dahlst)는 줄기가 없으므로 키가 작아서 '앉은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유사종으로 좀민들레, 산민들레, 흰민들레, 서양민들레가 있다. 노란색 꽃이 피는 서양민들레는 귀화식물이다. 서양민들레는 두상화서를 이루며 봄부터 가을까지 피며, 흰색의 꽃은 주로 봄철에만 핀다. 꽃이 필 때는 흰 털이 있지만 점차 없어지다가 두상화서 밑에만 남는다. 씨앗에 붙어 있는 흰 털은 약한 바람에도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하여 번식에 유리하다. 

 

민들레의 뿌리나 잎, 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흐르는데, 약이 귀하던 시절 민간에서는 산모가 젖이 안나올 때 이것을 최유제(催乳劑)로 쓰기도 하였다. 봄철에 어린 잎과 뿌리를 나물로 이용한다. 요즈음은 민들레가 성인병의 치료와 예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나물이 되었다.  

 

민들레와 동속근연식물(同屬近緣植物)의 전초(全草)를 한방에서 포공영(蒲公英)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민들레의 전초에는 타락사스테롤(taraxasterol)과 콜린(cholin), 이눌린(inulin), 펙틴(pectin), 베헨산(behenic acid), 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 카페산(caffeic acid) 등이 함유되어 있다. 포공영은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해독약으로 분류되는데, 성질은 차고 독이 없으며, 맛은 쓰면서도 단맛이 난다. 12경맥 가운데 간경(肝經)과 위경(胃經)으로 들어가서 청열해독, 소종산결(消腫散結), 이뇨통림(利尿通淋), 건위(健胃)의 효능을 발휘하여, 급성유선염(急性乳腺炎, 유방염), 나력(연주창, 결핵성경부림프선염), 정창종독( 瘡腫毒, 종기, 악창), 목적(目赤, 급성결막염), 열성감기(熱性感氣), 인통(咽痛, 급성편도선염), 폐옹(肺癰, 폐농양), 급성기관지염, 위염, 간염, 담낭염, 황달, 열림삽통(熱淋澁痛, 요로감염) 등을 치료한다. 최근에는 포공영이 유방암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약은 매우 쓰고 차서 장기간 사용하면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실열화독증(實熱火毒證)에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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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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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진분홍색의 진달래꽃과 노오란색의 개나리꽃도 피었다. 봄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산에 진달래, 들에 개나리다. 이처럼 개나리와 진달래는 봄을 알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진달래가 산기슭을 붉게 물들이고, 개나리가 들판을 노란색으로 물들이면 비로소 사계 중에서 가장 생기 발랄하고 아름다운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마 이때가 한국에서 가장 낭만적인 계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어난 것을 보면 '봄처녀'란 노래가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게 마련이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양 나가 물어볼까나
 

(봄처녀-이은상 시조, 홍난파 작곡)  

 

봄을 이처럼 아름답게 노래한 시가 또 있을까! 새봄을 처녀에 비유해서 봄이 오는 모습을 우아하게 표현한 노래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설레어 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좋은 노래나 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술과도 같은 힘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꽃나무인 진달래는 봄에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3월 초순 제주도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서울 중부지방에서는 4월 중순경 활짝 피고, 설악산과 한라산, 지리산 정상 부근에서는 5월 말경에 활짝 핀다. 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var. mucronulatum)는 참꽃이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두견화(杜鵑花)라고 한다. 유사종에 꽃이 흰색인 흰진달래(for. albiflorum T. Lee), 가지와 잎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var. ciliatum Nakai), 잎이 넓은 타원형이나 원형인 왕진달래(var. latifolium Nakai), 잎의 표면에 광택이 있고 양면에 사마귀같은 돌기가 있는 반들진달래(var. maritimum Nakai), 열매가 약간 가늘고 긴 한라산진달래(var. taquetii Nakai)가 있다. 털진달래는 한라산이나 설악산 산정에서 자라는데, 꽃색이 짙은 특징이 있다. 진달래의 꽃색은 분홍색이나 진분홍색, 흰색, 자주분홍색 등 다양하다. 진달래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삼천리 금수강산은 그야말로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다.

 

진달래는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친숙한 꽃이다. 그래서 진달래는 예로부터 뭇사람들의 시와 노래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시가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전형적인 조선의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인이다. 여인은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을 체념하고 부디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임이 떠나더라도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반어적 표현에는 역설적으로 그 임이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심정이 들어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꽃-김소월)

 

진달래는 꽃이 아름답고 관상가치가 높아서 정원이나 공원 등에 많이 심는다. 진달래꽃은 날것으로 먹기도 한다. 어린 시절 뒷동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따먹곤 하던 기억이 난다. 옛날 조상들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 진달래꽃으로 만든 화전을 먹으며 봄맞이를 하였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딸려 있는 섬인 손죽도(巽竹島)에는 화전놀이를 하면서 부르던 '제화 좋소'라는 화전가가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민요를 통해서 옛사람들은 봄철에 화전놀이를 매우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또 진달래꽃으로 빚은 진달래술(杜鵑酒)은 봄철의 명주로 사랑받았다. 특히 충남 당진군 면천면 일대의 진달래술은 중요무형문화재 86-나호로 지정될 정도로 그 명성이 높다.

 

진달래의 뿌리나 줄기, 잎, 꽃은 한방에서 백화영산홍(白花映山紅)이라 하여 약이 귀하던 시절 한약재로 쓰기도 하였다. 화혈산어(和血散瘀)의 효능이 있어 토혈(吐血), 장풍하혈(腸風下血), 혈붕(血崩) 등 각종 출혈증과 이질, 타박상을 치료한다. 또, 꽃잎은 약성이 따뜻하고 맛은 시며 단맛이 난다. 조경활혈(調經活血), 진해(鎭咳)의 효능이 있어 월경불순, 폐경(閉經), 붕루(崩漏), 토혈(吐血), 타박성 동통, 기침, 고혈압 등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꽃잎을 꿀에 재어 놓았다가 천식을 치료하기도 하였다. 꽃도 먹을 수 있고 약재로도 쓸 수 있는 진달래꽃을 그래서 참꽃이라고도 부른다.  

진달래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중국 촉(蜀, 지금의 四川省)나라 왕 망제(望帝)는 문산(汶山)을 지나다가 죽은 시신이 다시 살아 났다는 별령(鱉靈)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망제는 그를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라 믿고 정승으로 임명하여 나라의 일을 맡겼다. 그러나 별령은 몰래 왕위를 찬탈하려는 음흉한 생각을 품었다. 그는 경국지색인 자신의 딸을 왕에게 바치고, 신하들을 매수하여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다. 마침내 그는 망제를 쫓아내고 왕위에 올랐다. 졸지에 왕위를 잃은 망제는 깊은 한을 품고 죽어서 두견새가 되었다. 두견새는 밤마다 불여귀(不如歸)를 울부짖으며 목에서 피가 터지도록 울었다. 그 피가 땅에 떨어져 진달래꽃으로 피어났다. 망제의 한맺힌 넋으로 피어난 진달래꽃은 그때부터 붉은색으로 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먼 훗날 사람들은 그 새를 원조(怨鳥) 또는 두우(杜宇), 귀촉도(歸蜀途) 혹은 망제혼(望帝魂)이라고 불렀다. 

 

서정주의 '귀촉도'는 망제의 설화에 나타난 망국의 한을 사별한 임에 대한 정한과 슬픔으로 변형시켜 노래한 시다. 서정주는 일제강점기의 친일반민족적 행위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귀촉도' 자체는 매우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라고 할 수 있다. '귀촉도'는 '가신 님'의 상징인 동시에 임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며, 임에게로 가고 싶은 시적 자아의 간절한 소망과 한을 상징하는 것이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 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신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 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미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귀촉도-서정주)


개나리(Forsythia koreana Nakai)는 물푸레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영어로는 'Korean Golden-bell(한국의 금종)'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아마도 꽃이 노란색의 종을 닮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개나리꽃은 4월에 밝은 노란색으로 피어 봄날의 경치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개나리는 일년내내 시도때도 없이 꽃이 핀다. 한겨울에도 노오란 꽃이 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개나리를 지조가 없다 하여 그림이나 글의 소재로 삼지도 않았다. 개나리꽃이야 기후와 날씨가 알맞아서 피어난 것일 뿐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내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처음 배운 노래가 '학교 종이 땡땡땡'과 함께 '봄나들이'란 동요가 아닌가 생각된다. 코흘리개 시절의 내 모습이 언뜻 그려지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리라.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봄나들이)

 

개나리는 한국의 특산식물이지만 중국의 개나리와 별 차이가 없어서 중국산의 변종으로 취급하기도 하며, 명칭도 중국식 이름인 연교(連翹)로 불리기도 한다. 연교는 연꽃의 연자(蓮子, 연밥)에서 유래한 것으로 개나리꽃의 열매가 연꽃의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함경도에서는 개나리꽃이 일찍 핀다고 해서 매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신이화, 영춘화, 어리자, 어아리라는 이름도 있다. 개나리는 번식력과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로 실생(實生)이나 삽목, 휘묻이, 포기나누기 등 어떤 방법으로도 번식이 잘 된다. 개나리의 유사종에는 황해도와 강원도, 경북에서 자라는 만리화(Forsythia ovata Nakai), 북한산과 관악산, 수원의 화산에서 자라며 열편이 선상 장타원형인 산개나리(F. saxatilis Nakai), 꽃이 많이 달리고 길며 비틀리는 장수만리화(F. nakaii T. Lee) 등이 있다.  

개나리는 꽃이 예뻐서 정원이나 울타리, 공원, 도로변에 심으면 좋다. 또 차폐(遮蔽)를 요하는 곳에 심어도 좋고, 경계식재나 사방용 식재로도 이용할 수 있다. 개나리는 매염제를 쓰지 않고도 짙은 색을 얻을 수 있어 매우 좋은 염료식물이다. 개나리의 꽃에는 색소배당체(色素配糖體)가 함유되어 있어 술을 담가서 마시면 여성의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가을에 개나리 열매를 따서 말린 다음 술을 담그기도 한다. 열매술은 꽃술보다 향기가 적고 맛도 없으나 약효는 좋다고 한다. 개나리와 의성개나리, 당개나리의 열매를 한방에서 연교(連翹)라 하여 한약재로 쓴다. 그러나 개나리는 열매가 많이 열리지 않으므로 주로 의성개나리(약개나리)의 열매가 한약재로 쓰여져 왔다. 청열약 가운데 청열해독약에 속하는 연교는 성질이 약간 차고 독이 없으며, 맛은 쓰다. 12경맥 중 심경(心經)과 폐경(肺經), 담경(膽經)으로 들어가 청열해독, 소종산결(消腫散結), 살충배농(殺蟲排膿)의 효능을 발휘하여 옹저(癰疽, 종기), 나력, 유옹(乳癰, 젖멍울), 단독(丹毒, 급성열독병증), 풍열감모(風熱感冒), 온병(溫病, 외감성급성열병), 고열번갈(高熱煩渴), 신혼발반(神昏發斑), 열림요폐(熱淋尿閉) 등을 치료한다. 연교는 포공영과 함께 천연 항균소염제로서 매우 뛰어난 효능을 가진 한약재다.

 

개나리꽃의 유래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스님이 어느 부자집에 시주를 청하러 갔다. 그러나, 부자는 '우리집엔 개똥도 없소.'라고 하면서 문전박대를 했지만,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하였다. 그러자 스님은 가난한 사람에게 짚으로 둥구미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금방 큰 부자가 되었다. 이웃 부자는 이 사실을 알고 몹시 원통해 하였다. 이듬해 그 스님이 또 시주를 청하러 오자 이번에는 부자가 쌀을 시주하였다. 스님은 가난한 사람에게 했던 것처럼 부자에게 짚으로 둥구미 하나를 만들어 주고 사라졌다. 부자는 잔뜩 기대를 하고 둥구미를 열어보았더니 글쎄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부자는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 묻어버렸다. 얼마 뒤 그 자리에서 노오란 개나리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다. 

 

인도에도 개나리에 관한 전설이 있다. 옛날 인도에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새를 무척 사랑하여 세계 각국의 예쁘고 귀여운 새들을 모두 사들여 직접 길렀다. 신하들은 새를 좋아하는 공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장에서 예쁜 새를 사다가 바치기도 하고, 이웃 나라에서 귀한 새를 구해서 바치기도 했다. 신하들이 아름답고 귀한 새를 구하느라 정치를 돌보지 않자 백성들의 원성은 커져만 갔다. 공주에게는 비어 있는 새장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공주는 그 새장에 예쁜 새를 갖다 놓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선언하였다. 얼마 뒤 한 노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가져왔다면서 공주에게 만나기를 청했다. 공주가 뛸 듯이 기뻐서 나가 보니 과연 처음 보는 아름다운 새였다. 공주는 그 노인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때부터 공주는 다른 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그 새만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그 새는 하루가 다르게 흉한 모습으로 변해 갔고, 울음소리도 점차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변해 갔다. 그 새는 공주에게 아첨하는 신하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노인이 까마귀에게 화려한 색칠을 입히고, 목에 은방울을 달아서 예쁘게 꾸민 새였다. 이 사실을 안 공주는 몹시 분하고 화가 났다. 결국 공주는 화를 못 이겨 그만 죽고 말았다. 그 후 공주의 무덤가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 노란색 꽃을 피웠는데, 이 꽃이 바로 개나리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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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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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봉오리

 

목련꽃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탐스러운 꽃봉오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목련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인 목련(木蓮, Magnolia kobus DC.)은 진달래처럼 3~4월 중순부터 잎이 나오기 전에 하얀색 꽃이 먼저 피어난다. 목련의 기본종으로 코브시목련 또는 산목련이라고도 하는데, 외국에서 개량된 화려한 종들과는 달리 한국적인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꽃눈이 붓을 닮아서 목필(木筆), 꽃봉오리가 피려고 할 때 그 끝이 북쪽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높이는 10~20m, 지름은 1m까지 자란다. 꽃색은 흰색을 비롯해서 노란색, 분홍색, 심홍색, 자주색이 있다. 유사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백목련(Magnolia denudata Desr.), 자목련(Magnolia liliiflora Desr.), 일본목련(Magnolia obovata Thunb.)이다. 목련은 백목련과 비슷하지만 꽃잎이 6~9장이고, 꽃의 지름은 10cm이하이며, 꽃의 밑부분에 연한 홍색의 줄이 있는 것이 다르다.

 

목련은 제주도 한라산의 해발 1,800m인 개미목 부근에 자생지가 있으며,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자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80여 종의 교목과 관목이 있는데, 북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히말라야산맥, 동아시아 등이 원산지이다.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6종의 목련속 식물 중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와 목련만이 고유종이고, 자목련과 백목련, 일본목련, 태산목(Magnolia grandiflora L.) 등은 중국과 일본, 북아메리카에서 도입된 종들이다. 잎이 두터워 후박(厚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일본목련은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 후박나무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목련꽃은 '양화소록(養花小錄)'의 화목구등품제(花木九等品第)에서 7등품에 속할 정도로 꽃이 크고 아름우며 향기가 좋다. 또 잎이 아름답고 수형도 멋져서 정원이나 공원에 가장 많이 심는 나무이다. 목련나무 목재의 재질은 치밀하고 연하여 상이나 칠기 등 가구재나 건축재로 적합하다. 목련의 꽃은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목련의 꽃봉오리을 한방에서 신이(辛夷)라 하여 한약재로 쓴다. 신이는 본초학에서 해표약(解表藥) 중에서도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으로 분류된다.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맵다. 12경맥 중 폐경과 위경으로 들어가 거풍통규(祛風通竅)의 효능을 발휘해서 풍한두통, 비연(鼻淵, 비염), 비색(鼻塞, 코막힘), 비류탁체(鼻流濁涕), 치통 등을 치료한다. 신이는 비염을 치료하는 우수한 한약재다.  

 

목련꽃에는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아주 먼 옛날 하늘나라에 아름답고 착하고 상냥한 공주가 살고 있었다. 하늘나라의 젊은이들은 저마다 공주를 사모하여 그녀와 결혼하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공주는 하늘나라의 젊은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북쪽 바다지기의 사나이다운 늠름한 모습에 홀딱 반한 나머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공주는 부왕 몰래 궁궐을 빠져나가 북쪽으로 바다지기를 찾아 갔다. 그러나 바다지기는 정직하지 못한 데다가 흉악한 사람이었다. 물어 물어서 바다지기를 찾은 공주는 그에게 이미 아내가 있음을 알고는 절망한 나머지 바다에 몸을 던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바다지기는 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에 대한 공주의 사랑에 감동하여 그녀를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 주었다. 그 후 바다지기는 삶의 의지를 잃은 듯 기운도 없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웃음도 잃어버렸다. 바다지기의 아내는 남편의 사랑이 자신에게서 영원히 떠나갔음을 깨닫고는 독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다지기는 그의 아내를 공주의 옆에다 나란히 묻어주었다. 하늘나라의 왕은 두 여인을 불쌍하게 여겨 공주는 백목련으로, 바다지기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그녀들의 못 다한 사랑으로 인해 목련은 항상 바다지기가 살고 있는 북쪽을 향해서 꽃봉오리를 터뜨린다고 한다.  

4월의 첫날 목련꽃 그늘 아래서 '4월의 노래'를 떠올리며 지나간 3월을 추억한다. 2007년의 봄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세월의 강을 건너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의 노래-박목월 시, 김순애 작곡)

 

2007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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