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마라도의 야생화

林 山 2006. 9. 25. 19:40

산이수동 송악산포구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마라도행 유람선에 오른다. 그동안 제주도를 여러 번 다녀갔지만 마라도는 이번에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마라도는 한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섬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마라도

 

송악산포구에서 마라도까지는 약 3,40분 정도 걸린다. 마라도는 북쪽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용암 해식단애 지형으로 서쪽보다 동쪽이 약간 더 높은 편이다. 섬 전체는 파란 잔디가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자리덕 선착장에 내려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마라도에서는 어떤 들꽃들이 나를 반겨 줄까?

 

*낚시돌꽃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바로 앞에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팔각정 근처 풀밭에 피어 있는 키작은 낚시돌꽃이 해풍에 흔들리고 있다. 갯치자풀이라고도 하는 낚시돌꽃은 꼭두선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남부 해안지대의 바위 틈에서 자란다. 줄기는 높이 5~20cm 정도로 자라는데, 많은 가지가 옆으로 퍼지고 털이 없으며 다소 육질이다. 잎은 대생하고 도란상 긴 타원형이다. 잎의 표면에 광택이 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뒤로 다소 말린다. 엽병은 아주 짧고 탁엽은 작으며 양쪽에 각각 두 개의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백색이며 정생하는 취산화서에 달린다. 

 

*한련초꽃

 

풀밭에는 한련초꽃도 보인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인 한련초는 경기도 이남과 제주도에 분포한다. 줄기는 높이 10~60cm이며 곧게 자라고 전체에 강모가 있다. 가지는 대생하는 엽액에서 나오기 때문에 대생하고 다시 가지 끝에서 한 개의 가지가 자란다. 잎은 피침형으로 예두 예저이고 양면에 굳센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두화는 8~9월에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하나씩 달린다. 설상화관은 백색이고 끝이 밋밋하거나 두 개로 갈라진다. 통상화는 연한 녹색이며 화관이 네 개로 갈라진다.

 

이 풀의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한련초(旱蓮草) 또는 묵한련(墨旱蓮)이라고 하는데 보익약(補益藥) 중에서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보신익음(補腎益陰), 양혈지혈(凉血止血)의 효능이 있어 치아부실, 수발조백(鬚髮早白, 머리가 일찍 하얗게 세는 증상), 현훈이명(眩暈耳鳴), 요슬산련(腰膝酸軟), 음허혈열(陰虛血熱), 각종 출혈증을 치료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서쪽 해안지대의 백년초 군락

 

*동쪽 해안지대의 백년초 군락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바닷가에 많이 자라고 있는 백년초가 마라도에도 그 군락지가 보인다. 1976년 제주도 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된 백년초는 손바닥선인장이라고도 부른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선인장을 포함해서 선인장의 종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많다. 그러나 한국에 자생하는 선인장은 제주도에서 자라는 백년초 한 종 뿐이다. 백년초가 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약 150여 년 전부터 제주도 북부 해안가에 자라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년초에는 식이섬유 , 칼슘 ,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리고 자주색이 도는 열매는 맛이 상큼하여 과일로도 인기가 있다. 제주도 특산물인 백년초를 이용해서 만든 잼이나 젤리 , 술 , 피클, 효소 등 여러 가지 상품들이 나와 있다.  

 

선인장은 선인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북아메리카 남부지방이 원산지다. 선인장과에 속하는 식물은 전 세계에 2,000종 내외가 있으며 나무선인장류, 선인장류, 흰털선인장류 등 3군으로 크게 나눈다. 선인장은 열대산 식물로 키가 2m까지 자라고 손바닥처럼 편평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있다. 줄기마디(莖節)는 짙은 녹색이고 긴 타원형 또는 긴 도란형이다. 표면에는 가늘고 뾰족한 가시가 다수 돋아 있다. 잎은 작은 침형(針形)이고 일찍 떨어진다. 여름철에 경절 윗가장자리에서 황색의 꽃이 핀다. 열매는 서양배와 비슷한 모양으로 많은 종자가 들어 있으며 먹을 수 있는데, 열대 지방에서는 대개 새들이 먹는다. 

한방에서 선인장의 뿌리와 줄기를 선인장(仙人掌), 열매를 선장자(仙掌子)라고 한다. 선인장은 행기활혈(行氣活血),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 심위기통(心胃氣痛, 심장이나 위의 통증), 비괴, 이질, 치혈(痔血), 해수, 인후통, 폐옹(肺癰), 유방염, 정창, 화상, 사교상(蛇咬傷) 등을 치료한다. 선장자는 보비건위(補脾健胃)하고 각력(脚力)을 강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오랜 설사를 치료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런 용도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선인장은 약성이 차(寒)고 맛이 쓰(苦)기 때문에 지나치게 복용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최남단비

 

한국의 최남단에 있는 마라도, 마라도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장군바위 광장에는 '대한민국최남단'이라고 새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곳에 이어도라는 섬이 있다. 이어도는 바다 표면에서 4.6m 밑에 잠겨 있는 수중암초였는데, 해양수산부가 2003년 6월 과학기지를 설치하여 인공섬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세워져 있는 최남단비는 이어도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갯방풍

 

*갯방풍

 

장군바위 주변과 동쪽 해안절벽 위에는 갯방풍이 많이 자라고 있다. 어린 싹은 향기로우며 연하고 매운맛과 단맛이 있어 생선회에 곁들이면 별미다. 건조시킨 뿌리는 목욕재로써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뿌리를 북사삼(北沙蔘)이라 하며 약용한다. 양음청폐(養陰淸肺), 거담지해(祛痰止咳)의 효능이 있어 폐열조해(肺熱燥咳), 음상인건(陰傷咽乾), 구갈 등을 치료한다.

 

*해국

 

해국은 꽃이 피려면 아직 멀은 것 같다. 국화과의 반목본성 초본식물인 해국은 제주도 및 전국 바닷가의 절벽에 자생하며 일본에도 분포한다. 줄기는 높이 30~60cm이고 목질성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기부에서 여러 개로 갈라진다. 잎은 호생하지만 밑부분의 것은 총생한 것처럼 보이고 주걱형 또는 도란형이며 둔두 예저이다. 잎 양면에는 융모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거나 몇 개의 큰 톱니가 있다. 겨울에도 잎이 반상록으로 남아 있다. 꽃은 7~11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두화는 가지 끝에 달린다.

 

*갯쑥부쟁이꽃

 

*갯쑥부쟁이꽃

 

마라도 등대 근처 풀밭에는 연한 자주색 갯쑥부쟁이꽃이 함초롬히 피어 있다. 갯쑥부쟁이꽃은 마라도에 와서 처음 보는 꽃이다. 이 꽃은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등 온대에서 아열대의 바닷가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줄기는 높이 30∼100cm 정도로 곧게 자라며 가늘고 긴데 윗쪽에서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고 뿌리잎은 거꾸로 세운 바소 모양이며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양면에 잔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안으로 굽은 톱니와 털이 있다. 줄기잎은 줄 모양 또는 거꾸로 세운 바소꼴로 끝이 둔하고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꽃은 8∼11월에 피며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달린다. 두상화(頭狀花)의 중심꽃은 노란색이고 가장자리꽃은 자주색의 설상화이다. 열매는 수과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마라도 등대

 

언덕 위의 하얀 집 마라도 등대는 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등대 주변에는 푸르른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마라도에서 가장 멋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등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반들가시나무꽃

 

*반들가시나무꽃

 

등대 앞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다가 반들가시나무의 하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찔레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반들가시나무꽃이다. 반들가시나무를 돌가시나무, 돌가시낭(제주), 땅가시뿌랭이(전남 보성)라고도 부른다. 장미과의 반상록 포복성 관목인 이 나무는 한국이 원산지로 일본, 중국, 대만에도 분포한다. 한국에는 남부 해안지방의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바닷가 양지쪽 돌틈에서 자란다. 유사종으로 열매가 타원형인 긴돌가시나무, 붉은색 꽃이 피는 홍돌가시나무가 있다.

 

반들가시나무의 줄기는 길고 가시가 많으며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고 7∼8개의 작은잎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넓은 달걀 모양 또는 도란형으로 끝은 뭉뚝하며 밑은 둥글고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턱잎은 톱니가 있고 잎자루에 붙는다. 꽃은 5~8월경 흰색으로 피는데 향기가 있으며 가지 끝에 1∼5개씩 달리고 꽃자루에 선모가 있다. 꽃잎은 도란형이고 끝이 오목하며, 꽃받침조각은 바소꼴로 안쪽에 털이 있다. 암술대는 겉에 털이 있다. 열매는 거의 둥글며 가을에 붉게 익는다. 찔레나무와 비슷하지만 땅을 기면서 뻗어가는 점이 다르다.

 

*번행초

 

번행초도 마라도에 와서 처음 만나는 꽃이다. 번향이라고도 하는 이 식물은 번행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호주, 뉴질랜드, 남미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중부이남의 해안 모래사장이나 낭떠러지에서 자라는데, 일명 갯상추 또는 뉴질랜드 시금치(Newzealand spinach)라고 부른다. 뉴질랜드 시금치라는 영어이름은 쿡크선장이 뉴질랜드에 자생하는 것을 유럽에 소개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번행초는 60cm까지 자라는데, 줄기가 땅을 기듯 뻗어가면서 가지를 많이 치기 때문에 포기가 커진다. 줄기와 잎은 다육질로 꺽으면 희고 끈적끈적한 즙이 나온다. 줄기는 털이 없으나 사마귀 같은 돌기가 있다. 호생하는 잎은 두꺼운 난상 삼각형으로 둔두이고 넓은 예저 또는 절저이다. 털은 없고 명아주처럼 표피세포가 우둘투둘하여 까실까실하다. 꽃은 개화기가 길어서 4월부터 11월까지 계속 피며 제주도에서는 1년 내내 꽃이 핀다. 꽃은 종모양의 악편으로 된 노란색 꽃이 엽액에 1~2개씩 피는데 화경은 짧고 굵다. 꽃받침열편은 넓은 난형으로서 겉은 녹색이고 안쪽은 황색이며 꽃잎은 없다. 자방은 하위이며 도란형으로서 4~6개로 갈라지는 암술대가 있다. 꽃이 지면 시금치 씨처럼 4~5개의 딱딱한 뿔같은 돌기와 더불어 꽃받침이 붙어 있는 열매가 달린다. 

 

번행초의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이른 봄에 생나물을 쌈으로 먹으면 맛과 향이 아주 좋다. 번행초를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서 먹거나 무쳐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또 전초에는 철, 칼슘, 비타민 A와 비타민 B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녹즙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 밖에 양념무침, 국거리, 볶음요리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잎이 크면 떫은 맛이 있으므로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우려내는 것이 좋다. 번행초의 전초를 한방에서 번행(番杏)이라고 하는데 청열해독, 거풍소종(祛風消腫)의 효능이 있어 장염, 패혈증, 정창, 홍종(紅腫), 풍열목적(風熱目赤), 암 등을 치료한다. 번행초를 꺽을 때 나오는 흰 유즙은 위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민간에서 위염, 위궤양, 위산과다, 소화불량, 위암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동쪽 해안절벽 위에 있는 연못

 

등대에서 살레덕 선착장으로 내려가다가 보면 풀밭 한가운데 작은 연못이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받아 잔잔한 수면에 물결이 인다. 일년 내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 연못은 그야말로 하늘연못이다.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목마름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하늘바라기 연못이다.   

 

*순비기나무꽃

 


*순비기나무꽃

 

살레덕 선착장 근처에는 자주색 순비기나무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순비기나무꽃도 이곳에 와서 처음 본다. 마편초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인 순비기나무는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경북 및 황해도 이남의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란다. 바닷물에 닿아도 죽지 않는 내염성 수목이며 내한성도 강하다. 순비기나무는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모래밭을 기어가면서 사는 특징이 있다. 유사종인 중국산 목형은 소엽이 대부분 3개로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인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거나 있고 남부지방에서 심고 있다.

 

순비기나무는 지하경이 옆으로 뻗으면서 덩굴처럼 퍼지는 까닭에 만형(蔓荊)이라고도 한다. 줄기는 옆으로 또는 비스듬히 자라며 전체에 회백색의 잔털이 있고, 소지는 약간 네모지며 백색털이 밀생하여 전체가 백분으로 덮여 있는 것 같다. 잎은 두꺼우며 난형이나 도란형, 넓은 타원형으로 마주난다. 표면은 잔털이 밀생하여 회백색이고 뒷면은 은백색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자주색으로 7∼9월에 피고 열매는 흑자색으로 9∼10월에 익는다. 열매는 원형 또는 도란상 원형이며 목질이다.

 

순비기나무의 잎과 가지에는 향기가 있어 목욕탕에 넣어 향료로 쓴다. 내한성이 강하여 정원의 지피식물이나 도로변의 사방용 나무로도 심을 수 있다. 꽃에는 꿀이 많아서 바닷가의 밀원식물로 가치가 높다. 순비기나무와 만형의 과실을 한방에서 만형자(蔓荊子)라고 하는데 해표약(解表藥) 중에서도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으로 분류된다. 만형자는 소산풍열(疏散風熱), 청리두목(淸利頭目)의 효능이 있어 풍열감기, 정두통, 편두통, 두훈목현(頭暈目眩), 치통, 적안(赤眼, 눈의 충혈), 목정내통(目睛內痛), 목암다루(目暗多淚, 눈이 침침하고 눈물이 많이 나는 증상), 습비구련(濕痺拘攣, 관절염으로 수족이 저리고 땡기는 증상)을 치료한다. 실제 임상에서 종종 사용되는 한약재다.

 

만형자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마라도 들꽃기행은 막을 내렸다. 작은 섬 마라도에도 들꽃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자리덕 선착장에서 송악산포구로 돌아가는 유람선에 오르면서 마라도를 다시 찾을 그날을 기약해 본다.

 

2006년 8월 17일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주호반에서 꽃소식을 듣다  (0) 2007.05.25
'들꽃 찾는 사람들' 제1회 사진 전시회  (0) 2006.12.08
한라산의 야생화  (0) 2006.09.02
6월에 피는 꽃  (0) 2006.07.14
5월에 피는 꽃  (0) 200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