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한라산의 야생화

林 山 2006. 9. 2. 18:02

2006년 8월 15일 여름휴가를 맞아 한라산을 찾았다. 여름철에 한라산을 오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은 어리목에서 사제비동산과 만세동산을 거쳐 윗세오름에 오른 다음 영실로 내려가기로 한다. 한라산에는 어떤 들꽃들이 피어 있을까? 한라산의 여름철 들꽃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을 안고 어리목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리목에서 사제비동산까지는 들꽃을 별로 볼 수가 없다. 그것은 아마도 활엽수들이 우거져 있어 햇빛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엽초 

 

어리목계곡을 지나 사제비동산을 향해서 오르다 보니 아름드리 물참나무에 일엽초가 붙어서 자라고 있다. 일엽초는 잔고사리과 상록 다년초로 양치류에 속하며, 축축하고 그늘진 바위나 오래된 나무 표면에 붙어서 자란다. 식물 전체가 한 장의 잎으로 이루어진 고사리류를 일엽 또는 일엽초라고 한다. 일엽초속의 산일엽초, 다시마일엽초, 애기일엽초, 고사리잎 전체에 황갈색 털이 밀생하는 우단일엽, 제주도의 그늘진 바위 틈에서 자라는 밤일엽, 잎의 길이는 매우 길지만 너비는 아주 좁다란 일엽아재비, 한라산 계곡의 바위나 큰 나무 표면에 자라는 버들일엽속의 숟갈일엽, 버들일엽, 주걱일엽 등이 모두 일엽초에 속한다.

 

일엽초는 잎이 마디사이가 짧은 근경에서 나오므로 총생한 것 같다.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한 선형으로서 두꺼운 혁질이고 밑은 좁아져 짧은 대로 되며 끝이 뾰족하다. 잎의 앞면은 진한 녹색으로 조그만 구멍으로 된 점이 산포되어 있고 잎 뒷면은 엷은 녹색이며 엽맥이 뚜렷하다. 중맥은 뚜렷하게 볼록 튀어나왔고 지맥 및 세맥은 엽육 속에 묻혀 있다. 잎이 마르면 가장자리가 뒤로 말린다. 근경을 통해서 번식을 하는데 약간 타원형인 포자낭은 잎 뒷면에 두 줄로 나란히 달리며, 포막(苞膜)은 없다.

 

일엽초의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와위(瓦韋)라고 한다. 와위는 이뇨, 지혈의 효능이 있어 임질, 이질, 해수토혈, 아감(牙疳), 타박상, 뱀에게 물린 상처를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약재다.

 

*사제비동산

해발고도가 1423.8m인 사제비동산에 올라서면서부터 고원의 초원지대가 시작된다. 사제비동산에서 만세동산, 만세벌판, 윗세오름을 지나 선작지왓에 이르는 고원지대는 해발고도가 높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없는 환경이다. 그 대신 초본식물들이 대초원을 이루고 있어 목가적인 풍경이다. 한여름에도 한라산의 고원지대에는 온갖 들꽃들이 피어 있다. 지금 여기는 그야말로 야생화의 천국이다.

 


*가시엉겅퀴꽃

 

*사제비동산의 가시엉겅퀴 군락지

 

사제비동산에서 처음 만난 꽃은 가시엉겅퀴다. 등산로 주변의 풀숲과 바위틈에 붉은 자주색의 꽃이 핀 가시엉겅퀴들이 많이 보인다. 이 꽃은 내가 살고 있는 충북지방에서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잎의 끝에는 억센 가시가 달려 있다. 아마도 천적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가시엉겅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다닥다닥 달리고 가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유사종으로 엉겅퀴, 잎이 좁고 가시가 다소 많은 좁은잎엉겅퀴, 흰색 꽃이 피는 흰가시엉겅퀴가 있다. 가시엉겅퀴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성숙한 식물체를 말려 약재로 쓰기도 한다. 지혈약 가운데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인 대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금방망이꽃

 

금방망이꽃도 한라산에 와서 처음 보는 것 같다. 사제비동산에서 만세동산 사이에 있는 초원지대에는 노란색의 금방망이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산쑥방맹이라고도 부르는 이 꽃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을 비롯한 중국, 몽골,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한라산과 서해안의 섬 및 북부지방에서 자란다. 잎은 엽병이 짧고 피침형, 긴 타원상 피침형 또는 난상 긴 타원형으로 양끝이 좁으며 털이 다소 있거나 없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잔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밝은 황색으로 피는데, 두화가 산방상으로 달린다. 금방망이의 전초는 간염, 이질, 결막염, 종기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1500m 표지석

 

만세동산(일명 만수동산)으로 오르다가 보면 1500m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사제비동산보다 해발고도가 약 100m쯤 더 높은 지대로 식물생태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만세동산 일대와 그 너머에 있는 광활한 대초원지대 만세벌판(일명 만수벌판)에는 또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


*조밥나물꽃

 

1500m 표지석을 지나면서 처음 만난 꽃은 노란색 조밥나물꽃이다. 꽃모양이 같은 국화과인 서양금혼초나 사데풀과 서로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조밥나물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조팝나물, 버들나물이라고도 하는데,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에 있는 산의 습하고 응달진 곳에서 자란다.

 

조밥나물의 줄기는 곧추서고 잔털이 있으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약간 갈라진다. 줄기를 자르면 흰 즙액이 나온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 없어지고 경생엽은 호생하며 꽃이 필 때 밑부분의 잎이 말라버린다. 중앙부에 달린 잎은 바소꼴로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약간 있으며, 뒷면 맥줄에 잔털이 있다. 꽃은 황색 설상화로 7~10월에 가지 끝에서 산방상으로 달린다. 총포편은 녹색 또는 붉은 빛이 도는 녹색이고, 외편은 점차 짧아지며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다. 내편은 장타원상피침형이다. 열매는 수과로서 10~11월에 까만색으로 익는다.

 

조밥나물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조밥나물의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산유국(山柳菊)이라고 하는데 폐결핵, 임파선 결핵, 부종, 비뇨기계 염증, 이질, 복부적괴, 옹종창독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약재다.


*둥근이질풀꽃

 

분홍색으로 예쁘게 핀 둥근이질풀꽃도 자주 눈에 띈다. 쥐손이풀목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둥근이질풀은 한국이 원산지로 만주에도 분포하며, 왕이질풀, 참쥐손이풀, 참이질풀, 조선노관초, 둥근쥐손이라고도 한다. 유사종에 원줄기와 소화경에 퍼진 털이 있으며 경북, 경기도 및 강원도에서 자생하는 털둥근이질풀과 흰꽃이 피는 흰둥근이질풀이 있다. 해발 1,500m 안팎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고산성 식물로 서늘한 환경조건에서 잘 자란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라는데, 전체에 다소 털이 있고 줄기는 곧게 선다. 여러 대가 한포기에서 나오며 가지가 없는 것도 있고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털이 없다. 잎은 대생하고 4열성으로서 3~5개로 다소 깊게 갈라져 장상으로 되며 열편은 피침형 또는 도피침형이고 큰 톱니가 있다. 전체적으로 약간의 털이 있다. 꽃은 6∼7월에 연분홍색으로 피는데 산형꽃차례에 달린다. 꽃잎은 다섯 개로 달걀 모양이며 꽃받침조각도 다섯 개이다. 수술보다 긴 암술대가 밑부분에서 두 개로 갈라지며 암술머리는 점상이고 수술은 열 개로서 밑부분에 털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 털이 있으며 9월에 익는다.

 

둥근이질풀 및 쥐손이풀의 동속근연식물(同屬近緣植物)의 과실이 달린 전초를 한방에서 노관초라고 한다. 노관초는 활혈거풍(活血祛風),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 류머티즘에 의한 동통, 경련, 마비, 옹저(癰疽, 화농성종양), 타박상, 장염, 이질 등 증을 치료할 수 있다. 임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이질이나 복통, 변비, 대하증, 방광염, 피부염, 종창, 위궤양 등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양계농가에서 병아리 때부터 이질풀을 달인 물을 먹이면 닭의 백리병(白痢病) 등 위장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질풀을 영약으로 여긴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이질에 특히 잘 걸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붉은호장근꽃

 

*붉은호장근꽃

 

섬쥐손이풀꽃을 발견한 바로 근처 길가에서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붉은호장근 군락지대를 만난다. 원래 호장근은 보통 키가 1m 이상 자라는데 이곳의 붉은호장근들은 난장이들이다. 이것은 한라산의 고원지대에 불어오는 강한 바람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풀이나 꽃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키가 작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인 붉은호장근은 꽃과 열매가 붉은 고산형 호장근으로 해발고도 1500~2000m의 햇볕이 잘 드는 산지에서 자란다. 한라산의 고원지대에서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붉은호장근의 유사종에는 호장근, 호장근과 닮았으나 잎이 둥근 모양인 감절대, 어린 줄기에 호랑이가죽 모양의 자줏빛 반점이 퍼져 있는 왕호장이 있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 가지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데, 그 모습이 호피(虎皮)와 비숫하다고 해서 호장근이란 이름이 붙었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자라면서 새싹이 돋아 포기를 형성하며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난형 또는 넓은 바소꼴이다. 잎 끝은 짧게 뾰족하고 밑은 절저(截底)이며 가장자리는 파상(波狀)이다. 턱잎은 막질이다. 꽃은 암수딴그루이며, 6∼8월에 붉은색 꽃이 수상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붉은색 수과로 세모진 난상 타원형이며 꽃받침이 둘러싸고 뒷면에 날개가 생긴다. 9~10월에 익는다.

호장근의 어린 줄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지하부의 뿌리가 크고 튼튼하므로 절개지의 토양침식 방지를 위해 심기도 한다. 호장과 왕호장의 근경(根莖)과 뿌리를 한방에서 호장근(虎杖根)이라고 하는데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으로 분류된다. 호장근은 거풍이습(祛風利濕), 거어지통(祛瘀止痛), 화담지해(化痰止咳), 이뇨통경(利尿通經)의 효능이 있어 류마티즘에 의한 근골동통, 습열황달, 임탁대하(淋濁帶下), 경폐, 산후오로, 복부종괴, 치루출혈, 타박상, 화상, 악창선질(惡瘡癬疾), 가래가 끓는 기침 등 증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진정제로도 쓴다. 실제 임상에서 종종 쓰는 약재다.


*흰그늘용담꽃

 

만세동산으로 오르는 길옆의 도랑가에서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인 흰그늘용담꽃을 보았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용담과의 두해살이풀인 흰그늘용담은 7cm까지 자라며 좀구실봉이, 흰구슬붕이, 산구슬붕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한라산의 해발고도 1500m 이상 되는 고원지대에서만 자란다. 이 꽃은 구슬붕이와 비슷하지만 꽃이 흰색이고 고산지대의 습지에서 자라는 점이 다르다.

 

흰그늘용담의 줄기는 밑에서 갈라져 총생하며 털이 없다. 잎은 뿌리 끝에서 총생하여 꽃무늬처럼 비스듬히 퍼지며 난형이다. 잎의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막질로 되어 있으며 잔돌기가 있다. 그리고 위로 갈수록 점차 작아져서 경생으로 된다. 경생엽은 대생하고 밑부분이 합생하여 엽초로 되며, 끝이 까락처럼 뾰족하다. 꽃은 5~8월에 흰색 또는 엷은 하늘색을 띤 흰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에 한 개씩 달린다. 소화경은 짧으며 윗부분에 점같은 잔돌기가 있다. 꽃받침은 중앙까지 다섯 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백색 막질이다. 화관은 꽃받침보다 두 배정도 길고 끝에 가시같은 돌기가 있다. 열편 사이의 부편은 열편보다 다소 짧고 톱니가 다소 있다.


*채고추나물꽃

 

노란색 채고추나물꽃도 피었다. 물레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채고추나물은 한국이 원산지로 중국, 몽골, 시베리아 동부지역에도 분포한다. 전국의 햇볕이 잘 드는 산야의 메마른 풀밭에서 자란다. 크기는 30~80cm이고 원줄기는 둥글지만 잎 사이에 희미한 종선과 더불어 흑색 점이 있다. 원기둥 모양이고 곧게 선다. 잎은 대생하고 엽병이 없으며 원줄기를 반 정도 감싸고 긴 타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잎의 끝이 둔하고 투명한 점과 흑색 점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다소 뒤로 말린다. 흑색 점이 가장자리에서는 규칙적으로 산포하지만 중앙부에는 없는 것도 있다. 노란색 꽃은 7~8월에 피는데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취산화서로 달린다. 꽃받침잎은 다섯 장이고 난형 또는 넓은 난형이며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고 윗부분에 흑색 점이 있다. 꽃잎은 가장자리가 다소 파상이고 다섯 장이며 다소 비뚤어진 모양이다. 수술과 암술대는 각각 세 개이다. 열매는 난형 삭과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뜰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채고추나물의 전초를 말린 것을 소연교(小連翹)라고 하는데 활혈지혈(活血止血), 조경통유(調經通乳), 소종지통(消腫止痛)의 효능이 있다. 소연교는 각종 출혈증, 생리불순, 유즙불통(乳汁不通), 절종(癤腫, 작은 부스럼), 타박상 등 증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약재다.


*애기솔나물꽃

 

꽃에서 강한 향기가 나는 방향성 식물인 애기솔나물꽃도 바야흐로 한창이다.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애기솔나물(Galium pusillum Nakai)은 한라산 백록담 주변의 고원지대 풀밭에서 자란다. 제주도 특산식물로 관상가치가 매우 높은 자생식물이다. 솔나물의 그리스어 옛 이름인 galion은 gala(乳, 유)에서 유래된 말로서 치즈를 만들 때 젖을 엉키게 하기 위해 솔나물을 이용하였는데 속명 Galium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솔나물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극히 소형이다. 유사종에 솔나물, 줄기 끝에서 흰색 꽃이 피고 향기가 좋은 흰솔나물, 자방에 털이 있는 털솔나물, 연한 황색 꽃이 피고 자방에 털이 있는 흰털솔나물, 연한 황록색 꽃이 피는 개솔나물, 잎에 털이 많은 털잎솔나물 등이 있다.

 

솔나물의 줄기는 총생하며 키가 20cm 정도까지 자란다. 밑동은 누우며 약하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줄기에 가는 털이 나 있다. 잎은 선형이며 원줄기에서는 각 마디에 두 장의 정상엽과 잎모양의 탁엽 5~9장이 윤생하는데, 털이 없고 가장자리가 젖혀진다. 가지에 4~6개씩 달리는 잎도 털이 없고 가장자리가 젖혀진다. 황색의 작은 꽃은 6~8월에 피며 가지 끝에 모여 원추화서를 이룬다. 

 

솔나물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또 꺾꽂이용으로 재배하여도 좋고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토양침식을 막기 위해 지피용 소재로도 훌륭한 식물이다. 애기솔나물과 솔나물의 근연식물의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봉자채(蓬子菜)라고 하는데 청열해독, 행혈지양(行血止痒)의 효능이 있다. 봉자채는 간염, 후아(喉蛾. 편도선염), 정창절종, 도전피부(稻田皮膚, 水田皮膚炎(수전피부염)), 심마진, 부인의 혈기통(血氣痛), 골절, 사교상(蛇咬傷) 등 증을 치료한다. 임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약재다.


*잔대꽃

 

조릿대가 우거진 틈바구니에서 잔대가 꽃대를 올려 자주색 꽃을 피웠다. 꽃이 막 시드는 중이다. 이곳의 조릿대는 유난히 키가 작다. 잔대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원산지인 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일본, 중국 등 온대에서 한대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유사종에 층층잔대, 톱잔대, 넓은잔대, 가는층층잔대, 당잔대 등이 있다.  

 

잔대는 뿌리가 굵은 편이다. 키는 40~120cm이고 곧게 서며, 전체에 잔털이 있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고 거의 원심형이며 꽃이 필 때쯤 되면 없어지고, 경생엽은 윤생, 대생 또는 호생하며 긴 타원형, 난상 타원형, 피침형 또는 넓은 선형이고 양끝이 좁으며 톱니가 있다. 꽃은 7~9월에 엉성한 원추꽃차례로 작은 꽃들이 어긋나게 핀다. 하늘색의 꽃은 종 모양으로 아래쪽을 향해 달리는데, 수술은 다섯 개다. 암술머리는 길어서 꽃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삭과로 끝에 꽃받침이 달린 채로 익으며 술잔 비슷하고 측면의 능선 사이에서 터진다.

 

잔대의 연한 순은 대표적인 산나물의 하나로 '딱주'라고도 한다. 연한 순과 뿌리는 생나물로 먹을 수 있다. 삼겹살을 잔대싹으로 쌈을 싸서 먹으면 맛과 향이 아주 좋다. 잔대싹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산나물이다. 잔대와 근연식물의 뿌리를 한방에서 사삼(沙蔘)이라고 하는데 보익약 중 보음약(補陰藥)으로 분류된다. 사삼은 양음청폐(養陰淸肺), 거담지해(祛痰止咳)의 효능이 있어서 폐열조해(肺熱燥咳), 허로구해(虛勞久咳), 음상인건후통(陰傷咽乾喉痛), 고혈압에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임상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약재 가운데 하나다. 나물과 한약재로 다량 소비가 되므로 농가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다.


*벌노랑이꽃

 


*붉은색이 도는 노란색의 벌노랑이꽃

 

샛노란색 꽃이 눈에 확 띄는 것은 노랑돌콩이라고도 하는 벌노랑이다.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벌노랑이는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로 유난히 노란 빛깔의 꽃을 피워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전국적으로 높은 산 냇가 근처의 모래 땅이나 풀밭에서 잘 자란다.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의 1500~1700m의 고원지대에 분포하고 있다. 연리초, 활량나물은 벌노랑이의 유사종이다.

 

벌노랑이의 줄기는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눕기도 하고 비스듬히 서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다섯 개의 작은잎 중 두 개는 원줄기에 가까이 붙어 턱잎같이 보이고, 세 개는 끝에 모여 달린다. 꽃은 6~8월에 노란색 또는 붉은색이 도는 노란색으로 피며, 액생하는 화경 끝에 산형으로 달린다. 

 

벌노랑이는 소의 먹이로 쓸 수 있다. 또 밟아도 잘 죽지 않으므로 지피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기에 절개지나 해변의 녹화용으로 심어도 좋다. 벌노랑이의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백맥근(百脈根)이라고 한다. 백맥근은 열과 기(氣)를 내려주고 갈증을 멈추게 하며, 허한 것을 보해주는 효능이 있어 감기, 인후염, 대장염, 변혈, 이질 등 증을 치료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구름떡쑥꽃

 

구름떡쑥꽃도 이번에 한라산에서 처음 만난 꽃이다. 이 꽃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마리향청, 구름산괴쑥, 두메떡쑥, 산괴쑥이라고도 하며, 한라산 특산종으로 고산지대의 건조한 풀밭에서 자란다. 풀 전체가 부드러운 솜털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름떡쑥의 키는 5∼20cm 정도 자라는데,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며 끝이 비늘조각 같은 잎으로 덮여 있다. 줄기는 솜털로 덮여 있고 끝까지 잎이 밀생한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 없어진다. 중앙부 잎은 거꾸로 세운 바소꼴(도피침형)이며 끝이 둔하고 밑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잎 앞면은 녹색이고 솜털이 있으며, 뒷면은 솜털이 빽빽하게 나서 잿빛을 띤 흰색이다. 8∼9월에 연한 노란색 또는 흰색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두상화가 한 개 또는 여러 개씩 모여 산방꽃차례를 이룬다.

 

 두메떡쑥과 다북떡의 전초를 한방에서 시경향청(翅莖香靑)이라고 한다. 시경향청은 화담지해평천(化痰止咳平喘),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감기, 급만성기관지염, 이질, 장염 등을 치료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약재다.


*싸리꽃

 

만세동산 기슭에서 키가 5cm 정도 밖에 안 되는 싸리나무에 홍자색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참 귀엽고 앙징맞다. 싸리는 보통 키가 3미터까지 자라는데 이 녀석은 그야말로 초왜성 난장이다. 이렇게 작은 싸리나무가 꽃을 피운 것은 오늘 처음 본다. 해발고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나무나 식물의 키가 그에 비례해서 점점 작아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싸리는 콩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원산지가 한국이며 일본과 대만에도 분포한다. 맹아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유사종에 높이 1~2m에 이르고 밑에서 줄기가 돋아나 많은 가지로 갈라지는 조록싸리, 8~9월에 피는 꽃이 붉은 자주색이고 가지 끝 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원추화서를 이루는 풀싸리, 5월경 잎 겨드랑이에서 피는 꽃이 분홍색인 땅비싸리, 꽃잎 뒷면은 연한 보라색이고 안쪽은 진한 자주색인 털조록싸리, 흰색꽃이 피는 흰싸리, 잎 뒷면에 털이 많고 회백색인 털싸리 등이 있다.

 

싸리의 잎은 3장의 잔잎으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잔잎의 끝은 조금 갈라져 있으며, 잎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맥은 나란하다. 잎 모양은 넓은 란형 또는 도란형으로 원두(圓頭)또는 약간 요두(凹頭)이며 엽맥의 연장인 짧은 침상의 돌기가 있다. 표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회록색이고 복모가 약간 있다. 짙은 자색 또는 홍자색의 꽃이 7~8월에 잎겨드랑이 또는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무리지어 핀다.

 

싸리는 밀원식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으며, 사방지나 도로변, 철로변에 토양침식 방지를 위해서 심기도 한다. 또 예로부터 싸리는 쓰임새가 아주 많았다. 싸리나무로 빗자루나 채그릇을 만들기도 하고, 껍질을 벗겨 섬유나 밧줄을 만들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잎과 줄기를 백일해 치료에 쓴다고 한다. 한방에서 싸리의 줄기와 잎을 호지자(胡枝子), 뿌리 또는 뿌리껍질을 호지자근(胡枝子根)이라 하며 약재로 쓴다. 호지자는 윤폐(潤肺), 청열이수통림(淸熱利水通淋)의 효능이 있어 백일해, 폐열해수(肺熱咳嗽), 코피, 임질을 치료한다. 호지자근으로는 류머티성 비통(痺痛), 타박상, 적백대하, 근골의 화농증, 종독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기름나물꽃

 

만세동산의 양지바른 풀밭에는 하얀 기름나물꽃도 피어 있다.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기름나물은 산기름나물 또는 참기름나물이라고도 하며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유사종으로 줄기에 털이 없고 근생엽의 잎자루가 긴 가는기름나물, 줄기의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는 백운기름나물, 작은잎이 기름나물에 비해 넓은 산기름나물, 원줄기가 자줏빛이고 근생엽이 3출겹잎인 두메기름나물 등이 있다. 줄기는 붉은 자주색을 띠고 많은 가지로 갈라지며 키는 30~90㎝ 정도이다. 잎은 날개깃처럼 생긴 겹잎으로 세 갈래로 두 번 갈라진 여러 장의 잔잎으로 이루어졌으며, 긴 잎자루가 있는데 잎자루의 밑은 화살날개처럼 넓어져 줄기를 감싼다. 흰색 꽃이 7~9월에 피며 겹산형화서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무리지어 핀다.  이 꽃차례는 줄기 끝에 몇 개가 모여 나며 작은 꽃대가 10~15개이고 이 꽃대에 20~30송이의 꽃이 달린다.

 

기름나물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또 기름나물의 뿌리를 한방에서 석방풍(石防風)이라고 한다. 석방풍은 감기, 기관지염, 기침, 두풍현통(頭風眩痛), 흉협창만(胸脇脹滿), 천식 등 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임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약재다. 중국에서는 인삼 대용 약재로도 쓴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약재로 석방풍이 인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백리향꽃

 

섬백리향은 바야흐로 지천으로 피었다. 연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섬백리향을 살살 쓰다듬어 주자 감미로운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아, 정말 매혹적인 향기다. 향이 강해 백리 밖에서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해서 백리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리향은 꿀풀과의 낙엽활엽 반관목으로 남부 유럽의 지중해연안이 원산이다. 꽃과 잎, 줄기에는 'Thymol', 'P-Cymene Pinene', 'Linalool'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백리향 특유의 향기가 있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잔디처럼 포복성을 지녀 옆으로 퍼져 나가는 특징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52호인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백리향은 백리향의 유사종이다. 고산지대의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자란다.

 

키는 15㎝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덩굴성으로 많은 가지가 나온다. 잎은 마주나고 양쪽에 선점(腺點)이 있으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6~7월에 연분홍색의 꽃이 잎겨드랑이 줄기끝에 2~4송이씩 무리지어 핀다. 꽃부리는 두 갈래로 나누어지고 열매는 9월에 암갈색으로 익는다.

 

백리향은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거나 지피식물로 이용된다. 전초에서 향료를 뽑아내기도 한다. 백리향과 섬백리향의 전초를 한방에서 지초(地椒)라고 한다. 지초는 온중산한(溫中散寒), 거풍지통(祛風止痛)의 효능이 있어 구토, 복통, 설사, 풍한해수), 인후통, 치통, 전신통), 피부소양증을 치료할 수 있다. 임상에서는 이런 용도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1600m 표지석

 

만세동산을 지나 만세벌판에 있는 1600m 표지석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도 모르겠다. 백리향의 진한 향이 아직도 코끝에 감도는 듯 하다. 여기서 윗세오름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눈개쑥부쟁이꽃

 

만세벌판 저만치 연보라색 눈개쑥부쟁이꽃 한 송이가 가녀린 모습으로 외로이 피어 있다. 키가 10cm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꽃모양이 같은 국화과의 개미취나 쑥부쟁이와 너무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매우 힘들다. 쑥부쟁이가 피는 것을 보니 한라산에도 가을이 멀지 않았나 보다. 가을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서 오는데..... 눈개쑥부쟁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제주도 한라산 1200m 이상 되는 고원지대의 햇볕이 잘 드는 양지의 메마르고 척박한 토양이나 바위 틈에서 자란다. 최근에는 육지에서도 간간이 발견되고 있다.

 

눈개쑥부쟁이의 키는 15∼25cm 정도까지 자란다. 밑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져서 옆으로 자라다가 윗부분이 곧게 선다. 뿌리에 달린 잎은 주걱 모양으로 양면에 털이 나지만 꽃이 필 때 없어지며 둔한 톱니가있다. 가운데의 잎과 윗부분의 잎은 줄 모양이고 촘촘히 달리며 양면에 털이 난다. 꽃은 6~8월에 연보라색 두상화로 핀다. 열매는 수과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납작하다. 관모는 깃꼴의 붉은빛이다.

 

눈개쑥부쟁이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수 있다. 꽃이 아름답고 청초하여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지피용 식물로도 가치가 높으며, 초물분재로도 이용할 만 하다. 특히 메마른 토양의 경사지나 절사면 녹화용으로 아주 좋다. 



*미역취꽃

 

내가 좋아하는 산나물 중 한 가지인 미역취도 노란색 꽃이 활짝 피었다. 나비 한 마리가 꽃 위에 앉아서 꿀을 빨고 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미역취는 산속의 풀밭이나 낙엽수림의 하부에서 자란다. 유사종으로 울릉도에 자생하는 울릉미역취가 있다. 울릉미역취는 보통의 미역취에 비해 개체가 크고 재배가 쉬워서 산채로 재배하고 있다. 한라산의 정상부근에는 키가 작고 포기가 둥글게 자라는 왜성의 미역취가 자라고 있다. 이 미역취가 바로 한라산 왜성 미역취다. 미역취와 비슷한 식물인 미국미역취는 키가 1m가 넘게 자라고 줄기에서 꽃이 달리는 가지가 많이 나온다.

 

미역취는 키가 50㎝ 정도 자라는데 이 곳의 미역취는 20cm 정도 될까말까 하다. 잎은 어긋나는데 줄기 밑에 달리는 잎은 꽃이 필 때쯤 말라 없어진다. 줄기 위에 달리는 잎은 난형이며, 잎자루가 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져 없어진다. 잎가장자리에는 뾰족한 톱니들이 있다. 노란색의 꽃이 7~8월에 두상(頭狀)꽃차례를 이루면서 핀다. 

 

미역취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나 생나물로도 많이 이용된다. 봄에 미역취를 뜯어서 삼겹살을 싸서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미역취와 산미역취, 미국미역취의 전초를 한방에서 일지황화(一枝黃花)라고 한다. 일지황화는 소풍청열(疏風淸熱), 소종해독(消腫解毒)의 효능이 있어 감기두통, 인후종통, 황달, 백일해, 소아경련, 타박상, 옹종발배(癰腫發背, 등에 생기는 종기), 아장풍(鵝掌風, 손바닥의 진균증)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범꼬리꽃

 

대개 무리를 지어 자라는 범꼬리가 홀로 피어 있다. 범꼬리는 그래도 키가 좀 큰 편이다. 잎은 보이지 않고 가느다란 꽃대만 하나 올라와 그 끝에 이삭처럼 생긴 하얀 꽃이 피었다. 꽃 모양이 호랑이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범꼬리라고 한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만주범꼬리, 북범꼬리풀로도 불린다.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며, 유사종에 흰범꼬리, 가는범꼬리, 이른범꼬리, 씨범꼬리 등이 있다.  

 

키는 보통 30∼80cm이다. 뿌리줄기는 검은 갈색으로 짧고 굵으며 잔뿌리가 많다. 근생엽은 어긋나는데 엽병이 길고 넓은 달걀 모양이며 점차 좁아져서 끝이 뾰족하면서 밑부분은 심장저 모양이다. 잎의 앞면은 진한 녹색이나 뒷면은 연한 녹색이며 줄기에 난 잎은 자루가 짧거나 없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뒷면은 흰빛이다. 경생엽은 근생엽과 비슷하지만 잎자루가 짧고 잎도 작다. 꽃은 6~8월경에 피며 이삭화서로 달리고 화경 끝에서 원주형 화수(花穗)가 발달한다. 꽃받침은 연한 홍색 또는 백색으로 꽃잎은 없고 소화경이 약간 길다. 꽃밥은 연한 홍자색이다. 수과는 난원형으로 윤채가 있으며 세 개의 능선이 있다. 

 

범꼬리는 꽃이 특이해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고, 공원 등에 지피식물로 심어도 좋다. 굵은 뿌리 일부를 노출시켜 화분에 심어 초물분재로 이용해도 좋다. 범꼬리의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범꼬리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권삼(拳蔘)이라고 한다. 권삼은 청리열(淸裏熱), 진경(鎭驚), 이습소종(利濕消腫)의 효능이 있어 열병에 의한 경련, 파상풍, 적리(赤痢), 옹종(癰腫), 나력, 각종 이질, 구내염 등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쓰는지 몰라도 임상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약재다.


*산톱풀꽃

 

만세벌판에서 때마침 하얀 솜을 뭉쳐 놓은 듯 작은 꽃이 피어 있는 산톱풀꽃(Achilla sibirica var. discoidea Regal)을 만났다. 산톱풀은 본종인 톱풀에 비해 두화와 설상화의 크기가 모두 작은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톱풀(Achillea alpina L)은 깊게 찢어진 잎의 결각이 날카로와서 톱니를 닮은 까닭에 가새풀이라고도 한다. 생김새가 특이해서 우거진 풀섶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학명의 Achille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는 이 식물로 상처를 치료해서 나았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그의 이름을 따서 이 풀을 아킬레아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붉은톱풀, 큰톱풀, 산톱풀 등은 톱풀의 유사종들이다.

 

산톱풀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동아시아와 시베리아의 해발 1300m가 넘는 고원지대의 풀밭에서 자란다. 키는 10~60cm이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길게 뻗으며 여러 대가 한 곳에서 모여 나온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윗부분에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없고 타원형 바소꼴이다. 끝은 둔하고 밑부분이 원줄기를 감싸며 빗살처럼 갈라진다.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꽃은 7~10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의 두화(頭花)가 가지와 줄기 끝에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총포(總苞)는 종 모양이며 털이 약간 있다. 포 조각은 긴 타원형이며 두 줄로 배열되는데 겉의 것이 절반 정도로 짧다. 설상화(舌狀花)는 길이 3mm, 지름 1.5mm 정도이다. 열매는 수과로 10~11월에 익는데, 양끝이 편평하고 관모(冠毛)가 없다.

 

어린 싹의 잎과 줄기를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봄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나물 중 한 가지다. 톱풀은 아킬레아라는 원예종으로 개발되어 정원용 화초로 재배되고 있다. 서양개량종은 빨강, 노랑, 분홍 등 꽃색이 다양하며, 한국에도 여러 가지가 자생하고 있다. 산톱풀과 톱풀의 전초를 한방에서 일지호(一枝蒿)라고 하는데 활혈거풍(活血祛風), 해독지통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 류머티즘에 의한 통증, 비괴(뱃속의 덩어리), 옹종 등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건위제나 강장제, 또는 치질치료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흰여로꽃

 

난장이 조릿대 군락지에 아주 연한 연두색이 감도는 작은 흰꽃들이 피어 있어 다가가서 보니 흰여로다. 한 달 전 쯤 지리산 성제봉에 올랐을 때 흰여로가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곳은 철이 좀 늦은가 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흰여로는 한국이 원산지로 산지에서 자라는데 유독성 식물이다. 유사종에 갈색꽃이 피는 붉은여로와 녹색꽃이 피는 푸른여로가 있다.  

 

흰여로의 근경은 짧고 굵으며 밑부분에 굵은 수염뿌리가 있다. 키는 곧게 1m정도 자란다. 근경 윗부분과 원줄기 밑부분은 엽초가 썩어서 남은 섬유로 덮여 있다. 잎은 줄기 하반부에서 호생하고 긴 타원형 또는 바소꼴이다. 잎밑이 좁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원줄기끝에 성긴 총상 원추화서에 달린다. 꽃의 포는 피침형으로 뒷면과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열매는 독성이 있는 황갈색의 삭과로 타원형이다.

 

흰여로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한방에서 여로(藜蘆)라고 하는데, 용토약(涌吐藥)으로 분류된다. 여로는 용토풍담(涌吐風痰), 살충의 효능이 있어 중풍담용(中風痰湧), 풍간전질(風癎癲疾), 황달, 오랜 학질, 설사, 이질, 두통, 후두염, 편도선염, 비식, 개선(疥癬), 악창 등 증을 치료한다. 그러나 독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의 처방이 없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약재다.


*타래난초꽃

 

진분홍색 작은 꽃들이 피어 있는 키 작은 타래난초가 앙징맞고 귀엽다. 어쩌면 저리도 곱고 이쁠까! 타래난초꽃이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서 반갑게 맞아 주는 듯 하다. 꽈배기처럼 꼬인 꽃대에 꽃들이 빙 돌아가면서 피어 흡사 타래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타래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타래난초(Spiranthes sinensis (Pers.) Ames)는 원산지인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대만,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는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속명인 Spiranthes는 희랍어의 'speira(나선상으로 꼬인)'와 'anthos(꽃)'의 합성어로 작은 꽃들이 나선형으로 화경을 감아 올라가며 피는 모양을 뜻한다. 자연상태에서도 화형과 화색이 다른 변이종이 많이 발견된다. 유사종으로 흰꽃이 피는 흰타래난초가 있다.

 

타래난초의 키는 10∼40cm 정도이다.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근생엽은 주맥이 들어가고 밑부분이 짧은 초로 되며, 경생엽은 피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5~8월에 분홍색으로 피는 꽃은 나선상으로 꼬인 수상화서에 작은 꽃이 다수 옆을 향해 달린다. 포는 난상 피침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받침잎은 피침형으로 점점 좁아지고, 꽃잎은 꽃받침보다 다소 짧으며 위꽃받침잎과 더불어 투구처럼 된다. 윗꽃받침은 선상피침형으로 끝이 둔하고, 옆꽃받침잎도 길이는 같으나 폭이 좁으며 꽃잎의 끝이 둔하다. 순판은 색이 연하고 도란형으로서 꽃받침보다 다소 긴데 끝부분이 다소 뒤집어지고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타래난초는 화단에 줄을 맞춰서 심거나 군식하면 개화기에 보기가 좋다. 잔디밭에 군식하여도 좋다. 화분에 심어 초물분재로 만들면 관상가치가 뛰어나다. 타래난초의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한방에서 반룡삼(盤龍蔘)이라고 한다. 익음청열(益陰淸熱), 윤폐지해(潤肺止咳)의 효능이 있어 병후허약, 음허내열(陰虛內熱), 해수토혈(咳嗽吐血), 어지러움증, 요통, 유정(遺精), 임탁대하(淋濁帶下), 창양옹종(瘡瘍癰腫), 허갈(虛渴), 폐결핵에 의한 각혈 등 증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약재다.


*미나리아재비꽃

 

타래난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미나리아재비꽃이 샛노란색으로 예쁘게 피었다. 한국이 원산지인 이 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중국, 대만, 만주 등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산과 들의 볕이 잘 들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미나리아재비는 독성이 있는 식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소나 말이 먹고 죽은 예가 있다. 

 

미나리아재비는 짧은 근경에서 가늘고 긴 뿌리와 근출엽이 뭉쳐난다. 키가 50㎝ 정도 자라는데 줄기에는 별 모양의 털들이 나 있다. 근생엽은 모여나고 잎자루가 길며 다섯 갈래로 갈라졌으나, 경생엽은 잎자루가 없으며 세 갈래로 나누어져 있고 갈라진 조각들도 끈처럼 생겼다. 노란색의 꽃이 6월에 핀다고 하는데 이곳에는 8월인데도 피고 있다. 꽃은 줄기 끝에 몇 송이씩 피고, 꽃잎과 꽃받침잎은 모두 다섯 장씩이다. 열매는 모여서 원형의 취과를 형성한다. 수과는 도란상 원형이고 약간 편평하며 털이 없다. 

 

미나리아재비는 독성이 있으나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잎을 생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물로 이용할 때는 데쳐서 독성을 충분히 우려내야 한다. 염료식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미나리아재비의 전초를 한방에서 모간이라고 하는데 말라리아, 황달, 편두통, 위통, 류머티성 관절염, 관절결핵, 골결핵, 기관지천식, 학슬풍(鶴膝風, 무릎관절결핵), 옹종, 악창, 개선(疥癬), 치통, 결막염 등 증을 치료한다. 그러나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한의사의 처방이 없이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실제 임상에서도 거의 쓰지 않는다.


*참취꽃

 

한라산은 등산로를 따라서 설치되어 있는 가이드 라인을 넘어가지 않아도 수많은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윗세오름에 거의 다 온 지점에서 하얀 꽃이 피어 있는 참취를 발견했다. 키가 얼마나 작은지 손가락 크기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인다. 잎도 엄지손톱만 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참취 중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난장이다. 참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는 한국이며 일본, 중국에도 분포한다. 유사종에 개미취와 갯쑥부쟁이가 있다. 참취는 일명 취나물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아마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나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취의 뿌리는 근경이 굵고 짧다. 줄기는 1.5m까지 자라는데, 이곳의 참취는 5cm 정도 될까말까한 초왜성종이다. 근경 끝에서 가지가 산방상으로 갈라지며 전체가 거칠거칠하다. 근생엽은 심장 모양으로 잎자루에는 날개가 있다. 잎의 양면에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이빨 모양의 겹톱니가 있다. 줄기 끝으로 갈수록 잎의 크기는 작고 좁아지며 길어진다. 흰색의 꽃이 8~10월에 산방화서로 핀다. 열매는 수과로 긴 타원상 피침형이고 11월에 익는다.

 

참취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비타민의 함량이 많아서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산나물이다. 생나물로 먹어도 좋고 묵나물로 이용해도 좋다. 취나물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산나물이다. 참취는 또 염료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참취의 전초를 한방에서 동풍채(東風菜), 뿌리를 동풍채근(東風菜根)이라고 하며 약재로 이용한다. 동풍채는 타박상, 毒蛇咬傷(독사교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동풍채근은 소풍행기(疏風行氣), 활혈지통(活血止痛)의 효능이 있어 장염에 의한 복통, 골절동통,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민간에서는 동풍채를 이뇨제나 보익제로 쓰며, 방광염과 두통, 현기증의 치료에도 사용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런 용도로 거의 쓰지 않는다.


*한라고들빼기꽃

 

윗세오름 대피소로 오르는 길은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통나무 계단 바로 밑에 한라고들빼기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한라고들빼기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뿌리는 가늘고, 줄기는 밑동에서 여러 개가 갈라져 땅에 깔리며 식물체에 털이 없다. 잎은 피침형 또는 긴 난형으로 분녹색이다. 잎 가장자리는 불규칙하게 갈라지고 톱니는 날카롭다. 꽃은 노란색으로 좀씀바귀와 닮은 두상화서를 이루고, 설상화로만 구성된다. 열매는 가느다란 수과이며, 관모는 흰색이다. 한라고들빼기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밖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윗세오름의 1700m표지석

 

만세벌판에 피어난 아름다운 야생화들에 마음을 빼앗긴 탓인지 윗세오름까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겠다. 윗세오름 너머로 신비스런 모습으로 솟아 있는 거대한 분화구가 백록담이다. 이곳에는 해발 1700m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그 뒤로 장구목동산을 지나 분화구 북벽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구간은 지금 휴식년제에 들어가 있어 드나들 수가 없다. 윗세오름의 고원지대와 분화구를 바라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는다.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서 점심요기를 한다.   


*만세벌판의 곰취꽃

 

*윗세오름 대피소 주변의 곰취 군락지

 

점심을 먹고 나서 산책삼아 대피소 주위를 이리저리 거닐어 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대자연 속을 거닐면서 한가하고도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보는 것 같다. 이 얼마만의 자유던가! 만세벌판을 지나오면서 자주 보았던 곰취가 이곳에는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피소 바로 아래 꽤 넓은 공터에 군락을 이룬 곰취들이 둥글고 넓직한 잎새 사이로 꽃대를 내밀고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곰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고산지대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데, 자생지에 따라서 지역형의 구별이 가능하다. 내륙형은 여름철의 더위에 약하고 지하부의 뿌리가 넓게 퍼지면서 자란다. 제주형은 새싹이 틀 때의 어린 싹은 붉은색을 띠지만 성장하면서 줄기가 점점 초록색으로 변하고 뿌리는 뭉치면서 자란다. 더위에 견디는 능력이 내륙에서 자라는 곰취보다 강하다. 그리고 나물로 먹을 때 쓴 맛이 더 강한 편이다. 곰취의 유사종에는 백두산을 비롯한 북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화살곰취, 곰취와 비슷하지만 꽃잎이 3~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곤달비, 어리곤달비, 북한에서 자라는 무산곰취 등이 있다.

 

곰취는 근경이 굵으며, 사방으로 뿌리가 뻗어 있다. 1~2m 정도 자라는 줄기는 곧게 서며 홈줄이 있고 담갈색의 거미줄털이 밀생한다. 잎은 매우 큰 편에 속한다. 근생엽의 너비가 85c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잎의 모양은 신장상 심장형이고 가에는 규칙적인 거치가 있다. 7~9월에 노란색 꽃이 핀다. 열매는 수과로 원통형이며 종선이 있다.

 

곰취는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난 산나물이다. 취나물 중에서 최고급으로 친다. 생나물로 먹어도 좋고 묵나물로 먹어도 좋다.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곰취는 또 잎이 크고 시원하게 생긴 데다가 꽃도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큰 식물이다. 다만 고산식물인 까닭에 산간지방의 도로 주변이나 고원지대 관광지의 화단같은 곳에 심는 것이 좋다. 표고가 낮은 지역에 옮겨 심으면 적응하지 못 하고 죽어버리기 쉽다. 곰취의 뿌리를 한방에서 호로칠(胡蘆七)이라고 하는데 이기활혈지통(理氣活血止痛), 거담지해(祛痰止咳)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 노상(勞傷), 요퇴통(腰腿痛), 기침, 천식, 백일해, 폐옹객혈(肺癰喀血)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이런 용도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등갈퀴나물꽃

 

대피소 뒤편에 있는 울타리에는 자주색 등갈퀴나물꽃이 피어 있다. 콩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인 등갈퀴나물은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자생하고 있다. 중국, 몽골, 일본, 러시아, 유럽, 북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등지에도 분포한다. 내한성이 약해서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자라지 못 한다. 산과 들의 관목숲이나 풀밭에서 자란다.

 

등갈퀴나물의 뿌리는 길게 뻗으면서 번식한다. 줄기는 80~150cm 정도 자라는데, 원줄기에 능선과 더불어 잔털이 있다. 잎은 호생하며 8~12쌍의 소엽으로 이루어진 우수우상복엽으로서 끝에 여러 갈래의 덩굴손이 있다. 소엽은 피침형 또는 선형이며 양끝이 좁다. 측맥과 주맥과의 각도는 30˚정도이며 측맥은 가늘고 명확하지 않다. 표면에 털이 거의 없고 뒷면에 가는 털이 있으며 회록색을 띤다. 탁엽은 두 개로 갈라지고 피침형이다. 꽃은 6~8월에 피며 7~40개의 남자색 접형화(蝶形花)로 이루어진 총상화서가 액생한다. 화서는 화경과 더불어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달린다. 열매는 장타원형 협과로 다소 부풀고 털이 없으며 다섯 개 정도의 종자가 들어 있다.

 

등갈퀴나물의 어린 순은 나물로 식용할 수 있으며, 종자는 볶아 먹기도 한다. 나무껍질은 고급 염료로 사용된다. 목초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등갈퀴나물과 갈퀴나물, 큰갈퀴나물의 줄기와 잎을 한방에서 산야완두(山野豌豆)라고 한다. 산야완두는 거풍습(祛風濕), 활혈서근(活血舒筋), 진통의 효능이 있어 류머티즘통, 염좌상, 무명종독(無名腫毒), 음낭습진 등을 치료한다. 임상에서는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제주달구지풀꽃

 

윗세오름을 떠나 선작지왓으로 가는 길가에서 제주도 특산식물인 제주달구지풀을 발견했다.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이 풀은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자란다. 달구지풀보다 전체적으로 키가 작다. 15cm까지 자라는 줄기는 서고 전체에 털이 없다. 여러 대가 모여 나와 비스듬히 자라며 보통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잎은 호생하고 엽병은 짧으며 다섯 개의 소엽으로 된 장상복엽이다. 소엽은 피침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예두에 예저이고 엽맥이 뚜렷하다. 잎 뒷면의 주맥에 복모가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잔 톱니가 있다. 탁엽은 막질이고 합쳐져서 통같이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6~9월에 피며 짙은 홍색이고 엽액에 달린다. 두상화서는 10~20개의 꽃이 부채살 처럼 달린다. 열매는 선상 장원형의 협과로 4~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꽃이 예뻐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영실기암능선

 

선작지왓을 지나 영실기암능선으로 내려선다. 영실계곡은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계곡의 그 유명한 오백나한상과 병풍바위를 볼 수 없어 매우 아쉽다. 하지만 영실계곡을 거슬러서 몰려와 치솟는 안개가 장관이다. 영실기암능선을 내려오면서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 있는 풀꽃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저렇게 예쁜 꽃들을 누가 보아주지 않으면 꽃들이 얼마나 서운할까! 


*네귀쓴풀꽃

 

영실기암능선에서 맨 처음 만난 꽃은 네귀쓴풀꽃이다. 여러 마리의 곤충들이 꽃 위에 앉아서 꿀을 빨고 있다. 네귀쓴풀은 용담과의 한해살이풀로 산과 들에서 자란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 사할린, 쿠릴열도, 캄차카, 알래스카, 캐나다에 분포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쓴 맛을 가진 식물이다. 유사종에 쓴풀, 자주쓴풀, 큰잎쓴풀 등이 있다.  

 

네귀쓴풀의 줄기는 가늘고 길면서 곧게 서고 가지를 많이 친다. 키는 30c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없으며 긴 달걀모양 또는 달걀모양 바소꼴로 톱니는 없다. 7∼8월에 연한 하늘색 또는 연한 자주색 꽃이 줄기 끝에 4수로 모여 피며 원뿔형을 이룬다. 꽃받침은 바소꼴이고, 꽃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 장타원형으로 자주색의 반점들이 있다. 그러나 이곳의 네귀쓴풀은 자주색 반점이 없고 대신 꽃잎마다 녹색 반점이 하나만 있다. 열매는 삭과로 꽃잎보다 약간 길거나 같다. 

 

네귀쓴풀은 꽃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한다. 네귀쓴풀과 자주쓴풀, 쓴풀, 개쓴풀의 전초를 한방에서 당약(當藥)이라고 한다. 당약은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 골수염, 인후염, 편도선염, 결막염, 개선(疥癬)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고미건위약(苦味健胃藥)으로서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에도 쓸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구름체꽃

 

양지바른 바위틈에 원예종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보라색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구름체꽃이다. 이 꽃도 한라산에 와서 처음 본다. 산토끼꽃과의 두해살이풀인 구름체꽃은 한국이 원산지로 한라산 및 북부지방의 해발고도 14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유사종에 기본종인 솔체꽃, 잎에 털이 없는 민둥체꽃, 잎이 우상으로 갈라지는 체꽃 등이 있다.   

 

키는 20~90cm 정도까지 자라고 퍼진 털과 꼬부라진 털이 있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근생엽은 바소꼴로 잎자루가 길며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다. 근생엽은 솔체꽃과 달리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으며, 경생엽은 대생하고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으로 끝이 둔하거나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결각상의 큰 톱니가 있으며 위로 올라가면서 우상으로 갈라진다. 포엽은 선형이고 밋밋하다. 엽병은 날개가 있으며 밑부분이 다소 넓어져서 원줄기를 감싸고 엽면과 더불어 백색털이 다소 밀생한다. 꽃은 8월에 피며 하늘색 또는 보라색으로서 두상화서에 달린다. 외총포편은 선상 피침형이며 양면에 털이 있고 끝이 뾰족하다. 가장자리의 꽃은 겉에 털이 밀생하며 다섯 개로 갈라지고 바깥열편이 가장 크다. 중앙부의 꽃은 통상화로서 네 개로 갈라진다. 꽃받침의 자침(刺針)은 다소 길다.


*술패랭이꽃

 

병풍바위 위로 난 길을 따라서 내려오다가 활짝 핀 술패랭이꽃 한 송이를 보았다. 술패랭이꽃이 있는 곳 바로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야생의 술패랭이는 역시 한라산에 와서 처음 만나는 꽃이다. 오늘은 야생화 복이 터진 날이다. 한라산의 야생화들이 오로지 나 한 사람만을 위해서 피어난 것 같다. 술패랭이꽃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가 한국인데 일본, 대만, 중국에도 분포한다. 전국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제주에는 한라산의 해발 1500~2000m의 고원지대에서 자란다. 유사종으로 전체가 분백색이고 줄기가 곧게 서며 꽃이 향기가 있는 카네이션, 흰 꽃이 피는 흰패랭이꽃, 꽃은 목 부분까지 고루 분홍색이고 꽃잎이 술패랭이꽃에 비해 덜 갈라지는 섬패랭이꽃, 술패랭이꽃에 비하여 작은 구름패랭이꽃 등이 있다.

 

술패랭이꽃의 키는 30~100cm 정도로 밑부분이 비스듬히 자라면서 가지를 치며 윗부분은 곧게 자란다. 여러 대가 한 포기에서 나오며 전체에 분백색이 돈다. 잎은 대생하며 선형 또는 선상 피침형이고 양끝이 좁다.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녹색이거나 흰색을 띠며 밑부분이 서로 합쳐져서 마디를 둘러싼다. 꽃은 7~8월에 피며 연한 홍색이고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취산화서로 달린다. 꽃잎은 다섯 개로 밑부분이 가늘고 길며, 끝이 깊이 잘게 갈라지고 그 밑에 털이 있다. 열매는 원주형 삭과로 꽃받침통 안에 들어 있다.

 

술패랭이꽃은 관상용으로 정원이나 공원에 많이 심는다. 키가 작고 다화성이며 꽃의 향기가 좋으므로 공원이나 광장 등지에 군식하면 매우 좋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강건하므로 절개지에 토양침식 방지용으로 식재해도 효과적이다. 화분에 심어 초물분재로 감상할 수도 있다. 야생의 패랭이꽃과 술패랭이꽃의 지상부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구맥(瞿麥)이라고 한다. 구맥은 이뇨통림(利尿通淋), 파혈통경(破血通經)의 효능이 있어 임질과 요로결석, 소변불통, 경폐를 치료할 수 있다. 활혈통경의 효능이 뛰어난 한약재다. 그러나 파혈(破血)작용이 있어서 임산부에게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어수리꽃
 

술패랭이꽃 바로 옆에는 하얀 어수리꽃이 우산을 펼친 모양처럼 활짝 피어 있다.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어수리는 전세계적으로 70종이 있으나 한국에는 단 한 종만이 분포한다. 유사종에 큰어수리가 있다. 전국각지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어수리의 뿌리는 만주독활이리고 한다. 키는 70~150cm이고 원줄기는 속이 빈 원주형이며 굵은 가지가 갈라지고 큰 털이 있다. 잎은 3~5장의 잔잎으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어긋나는데, 하나하나의 잔잎은 다시 세 갈래로 깊이 갈라지며 잔잎의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흰색의 꽃이 7~8월경 줄기 끝에서 겹산형꽃차례(복산형화서)를 이루며 무리지어 핀다. 꽃잎은 다섯 장이며, 꽃차례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꽃의 꽃잎이 가운데 있는 꽃잎보다 크고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열매는 납작한 도란형으로 윗부분 가까이에 독특한 무늬가 있고 두꺼운 날개가 있다. 

 

봄에 어수리의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시스템에서는 어수리(Heracleum moellendorffii Hance)의 뿌리를 백지(白芷), 잎을 백지엽(白芷葉)이라고 해서 약용한다고 나와 있으나, 본초학에서는 구릿대(Angelica dahurica (Fisch. ex Hoffm.) Benth. & Hook.f. ex Franch. & Sav.)의 뿌리를 백지라고 한다. 그릇된 정보는 속히 바로 잡아져야 할 것이다.

 

어수리를 촬영하고 나서 디지탈 카메라의 건전지가 다 닳아 버렸다. 아쉽지만 앞으로 발견되는 들꽃들은 마음에 담아가기로 한다. 오늘은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로 내려오면서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밀림지대와 계곡, 백록담 분화구, 그리고 수많은 오름들, 고원지대의 대평원들을 보았다. 한라산은 이들로 인해서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명산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라산에 깃들여 살아가는 수많은 나무들과 들꽃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한 풍경이었을까? 고원지대를 울긋불긋 물들인 갖가지 야생화들이 있어 한라산은 더없이 아름다운 산이다. 한라산의 풀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2006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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