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5월에 피는 꽃

林 山 2006. 6. 10. 16:20

5월에는 어떤 꽃들이 피고 졌을까? 이제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새로 피어난 꽃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내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는 산이나 들에서 옮겨 와 심어놓은 야생화도 있고, 원예종 꽃도 있다. 예쁘게 핀 꽃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따라서 활짝 열리는 것을 느끼곤 한다.

 


*쇠별꽃(5월 31일 촬영)

 

아주 작은 흰꽃이 보이길래 무슨 꽃인가 했더니 쇠별꽃이다. 쇠별꽃은 언제부터 피어 있었는지 모르겠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 보아야 눈에 띄는 꽃이다. 이 꽃은 석죽과의 두해살이 혹은 여러해살이풀이다.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약초로 쓸 경우 정혈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생초를 위장병에 쓰기도 했다.

 

*봄맞이꽃(5월 4일 촬영)

 

하얀색의 봄맞이꽃이 앙징맞다. 봄에 핀다고 해서 봄맞이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꽃은 비록 아주 작지만 아름다운 꽃이다. 결혼식 때 부케로 쓰는 안개꽃 대용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 봄맞이꽃은 앵초과의 한두해살이풀로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산홍(5월 4일 촬영)

 

5월 초 자산홍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5월은 철쭉의 계절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맘 때쯤이면 온 산과 들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다. 진분홍색의 꽃이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내 마음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자산홍은 철쭉으로 진달래와 혼동하기가 쉽다.



*영산홍(대왕, 5월 4일 촬영)

 

자산홍과 거의 동시에 영산홍도 활짝 피었다. 이 꽃나무는 영산홍 중에서도 대왕이라는 품종으로 역시 철쭉이다. 홍적색의 꽃이 아주 농염하다. 요염한 여인을 떠오르게 하는 꽃이다.


*영산홍(베니, 5월 4일 촬영)

 

베니라는 품종의 영산홍도 자산홍과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 꽃은 대왕이라는 품종의 영산홍보다도 더 짙은 붉은색이다. 이글거리는 가슴, 불타는 정열을 가진 여인이라고나 할까!


*철쭉꽃(5월 5일 촬영)

 

철쭉꽃은 자산홍이나 영산홍보다 조금 늦게 피었다. 연한 분홍빛이 도는 꽃이 마치 부끄럼을 잘 타는 새색시같은 느낌을 준다. 철쭉꽃은 자산홍이나 영산홍보다 꽃의 크기가 더 크다. 그리고 꽃잎의 안쪽에 적갈색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꽃을 연달래라고도 한다.

 

*흰철쭉(백철, 5월 5일 촬영)

 

흰철쭉도 5월 초부터 아름다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순백색의 꽃은 순결한 여인을 떠오르게 한다. 다른 철쭉꽃과 마찬가지로 흰철쭉꽃도 먹을 수 없다.  

 

*매발톱꽃(5월 29일 촬영)



*매발톱꽃(5월 5일 촬영)

 

매발톱꽃은 하늘매발톱꽃보다 늦게 피는 꽃이다. 매발톱꽃의 생김새는 조금 특이하다. 꽃잎 뒷부분에 붙은 꽃뿔이라고 부르는 꿀주머니의 모양이 마치 먹이를 움켜 쥔 매의 발톱처럼 생겼다. 그래서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은 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땅을 향해서 핀다.  

 

*하늘매발톱꽃(5월 5일 촬영)



*하늘매발톱꽃(5월 4일 촬영)

 

하늘매발톱꽃은 지난 4월부터 피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피고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피는 꽃이다. 이 꽃의 꽃색은 남색으로 꽃봉오리가 하늘을 향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하늘매발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흰매발톱꽃(5월 13일 촬영)


*흰매발톱꽃(5월 13일 촬영)

 

흰매발톱꽃은 매발톱꽃이나 하늘매발톱꽃보다 늦게 핀다. 하얀색의 꽃모양이 어딘가 모르게 약하고 여린 듯한 인상을 준다. 흰매발톱꽃은 정원의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흰매발톱도 다른 매발톱과 마찬가지로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유독성  식물이다. 한약명으로는 누두채라고 해서 여성의 생리불순에 썼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용도로는 거의 쓰지 않다다.


*금낭화(5월 4일 촬영)

 

이름도 이쁜 금낭화도 활짝 피었다. 중국이 원산지인 금낭화는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꽃이 아름다와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꽃이다. 다른 이름으로 며느리주머니, 며느리취, 등모란이라고도 한다. 작은 복주머니 모양의 분홍색 꽃이 총상화서로 줄기 끝에 한 줄로 열을 지어 조롱조롱 피어난다. 금낭화는 5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7월까지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피는 꽃이다. 이른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금낭화의 전초를 말린 것을 금낭(錦囊)이라고 하는데 활혈소종(活血消腫)의 효능이 있어 타박상이나 종기 등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용도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다. 금낭화에는 시어머니의 구박으로 죽어간 며느리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꽃이기도 하다.

 

*흰제비꽃(5월 5일 촬영)

 

드물게 보는 흰제비꽃 한송이가 피었다. 흰제비꽃은 꽃잎에 선명한 보라색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라색 줄무늬가 없거나 희미한 것은 흰젖제비꽃이다. 그 밖에도 흰색의 제비꽃에는 태백제비꽃, 흰낚시제비꽃, 흰털제비꽃, 갑산제비꽃 등이 있다. 제비꽃은 그 종류가 하도 많아서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변종이 많다는 이야기다. 


*토끼풀꽃(5월 5일 촬영)


*토끼풀꽃(5월 5일 촬영)

 

토끼풀도 5월 초가 되자 하얀 꽃들을 피우기 시작했다. 토끼가 잘 먹는 풀이라서 토끼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영어명으로는 클로버(Clover)다. 토끼풀은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긴 잎자루 끝에 심장 모양의 잎이 세 장씩 돌려서 난다. 간혹 네 장의 잎이 달린 것도 발견된다. 이른바 행운의 네잎 클로버라는 것이다. 네잎 클로버는 희망, 신앙, 애정, 행복을 상징하는데, 이것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다. 세잎 클로버는 애정, 무용, 기지를 상징한다. 어린 시절에 여자아이들이 토끼풀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우고 다니기도 했다. 토끼풀은 유럽이 원산지로 귀화식물로 들어와 야생화하였다. 이 꽃은 아일랜드의 국화이기도 하다.   


*고들빼기꽃(5월 5일 촬영)

 

노오란 색의 고들빼기꽃은 너무나도 흔하게 발견되는 꽃들 가운데 한 가지다. 고들빼기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씀바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잎이 조금 더 넓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쓴 맛이 강해 고채(苦菜)라고도 한다. 또 뿌리채 캐어서 담근 고들빼기는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북돋아 주는 좋은 식품이다.


*뱀딸기꽃(5월 5일 촬영)

 

샛노란 뱀딸기꽃이 풀숲에 숨어서 피어 있다. 꽃이 지고나면 빨간색의 작고 동그란 열매가 달리는데 겉으로 보기엔 먹음직스러우나 별다른 맛은 없다. 장미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인 뱀딸기는 사매, 지매라고도 부른다. 양지꽃과 매우 비슷해서 때로 혼동하기도 하는 꽃이다.  

 

*민들레꽃(5월 5일 촬영)


*민들레씨(5월 5일 촬영)

 

민들레꽃은 4월부터 계속 피고지고 있다. 이 꽃도 상당히 오랜 기간 피고지는 꽃이다. 보도블록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민들레의 생명력이 매우 질겨 보인다. 먼저 핀 꽃에는 부드러운 갓털이 달린 씨앗들이 맺혀 바람을 타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씨앗 끝에 달린 흰 갓털은 낙하산과 같은 원리로 바람이 불면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른 봄에 민들레의 어린 잎과 뿌리는 나물로 먹는다. 민들레 전초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포공영(蒲公英)이라고 하는데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서 각종 염증이나 종기를 치료하는데 쓴다. 다시 말하면 훌륭한 천연 소염제라고 보면 된다. 민간에서는 위궤양에 민들레 잎을 뜯어서 씹어 먹기도 한다. 요즘은 외래종 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보다 더 흔하게 눈에 띈다. 서양민들레는 꽃을 감싸는 꽃받침대 중 바깥쪽에 있는 것들이 뒤로 젖혀져 있는 특징이 있다. 토종 민들레는 모든 꽃받침대들이 곧게 서 있다. 그래서 꽃받침대를 보면 토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자주달개비꽃(5월 13일 촬영)

 

*자주달개비꽃(5월 28일 촬영)

 

5월 중순 경 자주달개비가 자주색 꽃을 피웠다. 자주달개비는 북미가 원산지로 닭의장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의 닭의장풀과 비슷한 꽃으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자주달개비는 양달개비, 자로초라고도 부른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3개씩이고 수술은 6개다. 수술대에는 청자색의 털이 붙어 있다. 수술에 돋은 털은 한줄로 배열하여 원형질의 유동과 세포분열을 관찰하기 쉬운 까닭에 식물학 실험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붓꽃(5월 29일 촬영)

 

5월 말에는 붓꽃이 활짝 피어났다. 줄기 끝에 달리는 꽃망울이 붓과 흡사하다. 그래서 붓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붓모양의 꽃망울이 활짝 열리면서 자주색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잎은 6장으로 겉에 있는 3장의 큰 꽃잎에는 노란색의 점과 흰 줄무늬가 있다. 붓꽃은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데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민간에서는 뿌리줄기를 피부병 치료에 쓰기도 한다.

 

*함박꽃(작약꽃, 5월 25일 촬영)

 

함박꽃이 피기 시작한 때는 5월 25일 경이다. 함박꽃은 작약의 꽃인데 꽃이 크고 탐스럽다. 중국이 원산인 작약은 홍약, 적약, 백약, 작약화라고도 한다. 적작약의 한 변종으로 약초농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작약 외에도 호작약, 참작약, 백작약, 모란 등이 있다. 

 

약초농가에서 재배하는 작약은 거의 백작약이다. 작약의 뿌리를 말려서 껍질을 벗긴 것을 백작약이라고 한다. 백작약은 당귀, 지황과 더불어 좋은 보혈약재(補血藥材)다. 본초학 서적을 보면 백작약은 '양혈유간(養血柔肝), 완중지통(緩中止痛), 염음수한(斂陰收汗)의 효능이 있어서 흉복통, 늑동통(肋疼痛), 사리복통(瀉痢腹痛), 자한도한(自汗盜汗), 음허발열(陰虛發熱), 월경불순, 붕리(崩痢), 대하를 치료한다.'라고 나와 있다. 백작약은 진통, 해열, 이뇨의 효능이 뛰어나 한방에서 매우 많이 사용되는 한약재 중의 한 가지다.


*장미꽃(5월 25일 촬영)

 

*장미꽃(5월 28일 촬영)

 

5월은 또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 아니던가! 붉은 장미꽃이 요염하면서도 아름답다. 꽃이 지고나서 열리는 장과 같은 다육질의 열매를 장미과라고 하는데 먹을 수 있다. 100여 종이나 되는 장미 중에서도 중국이 원산지인 로사 오도라타라는 장미가 가장 아름답다. 흰색 또는 분홍색의 향기로운 큰 꽃이 무리지어 피는 이 장미는 잡종을 만드는데 널리 쓰인다.


*기린초꽃(5월 28일 촬영)


*기린초꽃(5월 31일 촬영)

 

5월말이 되자 노란색의 기린초꽃도 활짝 피었다.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기린초는 산지의 바위나 메마른 땅에서 자란다. 그래서 꽃의 모양이나 색이 돌나물꽃과 비슷하다. 기린초의 어린 싹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바위채송화(5월 31일 촬영)

 

노란색 꽃이 피어 있는 바위채송화도 보인다. 채송화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해서 바위채송화라고 한다. 기린초와 마찬가지로 이 꽃도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산지대의 바위틈에서 자란다.  



*돌나물꽃(5월 31일 촬영)

 

돌나물도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다. 돌나물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이나 줄기가 매우 연약하다. 이른 봄에 돌나물의 잎과 줄기를 따서 물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돌나물 물김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돌나물에는 특히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어서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식품이다.


*초롱꽃(5월 25일 촬영)

 

*초롱꽃(5월 31일 촬영)

 

초롱꽃은 꼭 작은 종처럼 생겼다. 꽃은 연한 녹색이 도는 백색으로 안쪽 통속에 긴 털과 더불어 흑자색 반점이 있다. 초롱꽃은 방향성 식물로 민간에서 천식이나 인후염을 치료하는데 쓰기도 하였다.

 

*원예종 패랭이꽃(석죽, 5월 31일 촬영)


*원예종 패랭이꽃(석죽, 5월 31일 촬영)


*원예종 패랭이꽃(석죽, 5월 31일 촬영)

 

*술패랭이꽃(석죽, 5월 31일 촬영)

 

원예종 패랭이꽃들은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원예종들은 들꽃 패랭이꽃의 청초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의 손을 거쳐 개량된 꽃들은 어딘가 모르게 표가 난다. 꽃 모양이 패랭이와 비슷해서 패랭이꽃 또는 패랭이라고 한다. 술패랭이꽃은 연분홍색으로 꽃잎의 끝이 새의 깃털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져 있다.

 

야생의 패랭이꽃과 술패랭이꽃의 지상부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구맥(瞿麥)이라 하는데 이뇨, 제습, 소염, 통경의 효능이 있다. 임질과 요로결석을 치료하는데 쓰기도 한다. 그러나 파혈(破血)작용이 있어서 임산부에게 써서는 안 된다.



*금잔화(5월 31일 촬영)

 

조금 이른 듯 하지만 금잔화 한송이가 피었다. 금잔화는 오래도록 피는 꽃이어서 도로변이나 화단에 많이 심는다. 원산지는 유럽이지만 우리나라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잔화는 햇빛이 쨍쨍 내려쬐는 한여름날 태양을 닮은 모습으로 피어난다.

금잔화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태양신을 사랑한 소년이 있었다. 태양신도 역시 소년을 사랑했다. 그러나 구름신의 질투를 받은 태양신은 일주일이 넘도록 구름에 둘러싸여 소년을 보지 못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소년은 그만 상사병에 걸려서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듣고 슬픔에 젖은 태양신은 소년을 꽃으로 환생시켰다.

그 꽃이 바로 금잔화다. 그러한 연유로 금잔화의 꽃말은 '이별의 슬픔'이 되었다. 사람들은 금잔화가 언제나 태양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것도 소년의 태양신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5월도 이제는 마지막 날이다. 2006년의 봄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로....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5월의 꽃들을 내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할 것이다. 지난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처럼.....

 

2006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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