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100대 명산 월악산 공룡능선 포토기행

林 山 2004. 11. 1. 13:00

오늘은 10월 31일. 그러니까 10월의 마지막 날. 월악산 공룡능선을 타기로 한 날이다. 아침 6시 모모의 차로 월악산 송계로 향한다. 어젯밤 먼저 와서 야영을 한다고 했던 하늘재로 올라가니 아무도 안 보인다. 울퉁불퉁한 돌투성이길을 겨우 올라 갔는데................. 한우사랑에게 전화를 하니 어제 너무 늦어서 닷돈재 야영장에서 야영을 했단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닷돈재 야영장으로 내려가니 지리산은 아직도 침낭속에 들어있다. 어제 먼저 들어온 한우사랑, 우파, 뭉개구름, 산사랑, 크로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우파는 오늘 직장근무를 해야 하고, 산사랑은 다음주 지리산 등반계획이 있어서 체력비축을 위해, 지리산은 어제 마신 술이 덜 깨서 월악공룡 등반을 포기한다고 한다.

*월악산 송계 닷돈재 야영장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왼쪽부터 필자,모모,한우사랑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산아래 기슭에는 아직도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오랜만에 산을 오르는지라 숨이 몹시 가쁘다. 만수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엔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쌓여 있다. 낙엽을 밟는 감촉이 부드럽다. 만수봉에 올라 월악산 영봉을 바라본다. 바위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월악공룡능선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온다.

길은 갈수록 험해진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전망이 좋은 암봉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에 젖은 몸을 식혀 준다. 평평한 바위에 누워 낮잠이나 한숨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이토록 화창한 가을하늘.............. 눈부신 태양............. 끝없이 이어진 산맥들........... 영봉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호수.............. 그냥 여기서 산과 하나가 되어 살고 싶어진다.

*헬기장에서 월악산 영봉을 배경으로. 왼쪽부터 필자,뭉개구름,모모,한우사랑,크로네


영봉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해가 서녘으로 기울고 있다. 산기슭에 철늦은 연보라색 쑥부쟁이가 애처롭다. 영봉을 내려와 중봉을 오를 때는 해가 이미 서산에 지고 있다. 서쪽 하늘은 온통 붉은 황혼빛으로 물들어 있다. 지금까지 6시간을 걸어왔는데 갈길은 아직도 멀다. 다리는 아프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마실 물도 떨어지고..................... 무릎이 시큰거려 더 걷기가 싫다.

*월악산 영봉에서 바라본 일몰


날은 저물고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봉에 와서 표지판을 보니 보덕암까지는 2km를 더 가야 한다. 산아래 마을의 불빛이 아스라하다. 사람들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편안한 휴식을 준비하고 있겠지.

얼마쯤 갔을까 저 아래로 불빛이 보인다. 보덕암이다. 암자의 불빛이 왜 그리도 반가울까! 보덕암에 이르러 샘터에서 배가 터지도록 물을 마신다. 물맛이 어쩌면 그렇게 달고 시원하던지................. 물의 소중함을 새록새록 깨닫는다. 산사의 고요함을 뒤로 하고 하산.

삼겹살을 구워 하산주 한 잔.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드니 바로 천국.

200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