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하 수상함인가! 세명대학교 한의학관 건물 뒤 언덕에는 철도 아닌데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봄의 상징으로 곧잘 이야기되는 개나리꽃이 아니던가!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벌써 한달도 더 된 것 같다. 여기서는 개나리가 봄의 상징이 아니라 가을의 상징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강의가 끝나고 충주로 돌아오는 길에 천등산 다릿재를 넘는다. 이게 또 왠 일인가! 다릿재 도로변 산기슭에는 진분홍 털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있다. 털진달래꽃도 봄에만 피는 꽃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이 무슨 자연의 조화런가! 마치 인간세상의 어지러움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하다.
기러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가을이 깊었다. 기러기는 이맘 때면 어김없이 한겨울을 지낼 곳으로 이동을 한다. 계절에 따른 철새들의 이동은 자연의 변화에 적응한 결과다. 그들은 자연의 리듬을 거역하는 법이 없다. 우주자연의 변화를 거역한다는 것은 곧 죽음과 멸망의 길이라는 것을 잘 깨닫고 있는 것이다.
수억만리 머나먼 하늘길을 날아가는 기러기의 모습은 차라리 처절하기까지 하다. 몇 날 몇 일을 목숨을 걸고 날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체중이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빠지고 탈진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수억만리 먼 길을 날아가면서도 기러기는 절대로 길을 잃는 법이 없다. 언제나 자신이 다니는 그 길만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어떤가! 바야흐로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철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어지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구국의 결단'이니 뭐니 허울좋은 말들을 남발하면서 결국은 제 욕망과 이익을 좇아서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는 한 마디 상의나 설명도 없이.......
유권자들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얼마전까지 지지하던 후보를 하루아침에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새로 등장한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연예계 스타의 팬클럽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것을 가지고 냄비근성이라고 했던가! 겉만 그럴 듯 하면 속이야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즉물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그런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
철없이 피는 꽃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환희와 기쁨이라도 준다. 누가 그 꽃들에게 지조가 없다고 돌팔매질을 할 것인가! 언제나 자신의 하늘길만을 날아가는 기러기는 우리에게 한눈 팔지 말고 옳은 길을 걸어가라는 가르침을 깨우쳐 주고 있다. 하이에나처럼 돈과 권력을 좇아서 헤매는 인간들에게 기러기는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꽃들도 세월을 잊었나 보다. 한 번 떠나간 기러기는 때가 되면 반드시 돌아올 테지만, 인간철새들은 다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0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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