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화제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를 받고

林 山 2007. 11. 10. 10:35

오늘 아침에 등기우편물 하나가 배달되어 왔다. 봉투 안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내온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가 들어 있었다. 증서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만감이 교차한다. 암울했던 노태우 정권 시절 교육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해직되어 교단을 떠나야만 했던 지난 10여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32192

 

 

 

이 증서는 정부가 나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했다는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조처를 환영한다. 증서를 받고 많은 생각에 잠긴다. 과연 내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받을 만큼 한국의 민주화 운동사에 기여를 한 것이 있었던가? 자신이 없다. 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는 정말 순수한 열정으로 교육민주화 나아가 사회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었다.

 

그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해직된 지 10여년만에 복직이 되어 학교로 돌아갔을 때는 참 행복했었다. 나는 부끄러운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과 학부모는 물론 선생님들까지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1년 뒤 한의학 공부를 위해 교단을 다시 떠나야만 했을 때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1년간의 교단생활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교단을 떠난 지 1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 또 흘렀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민주화가 실현되고, 아이들에게는 열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증서와 함께 생활지원금 신청서도 들어 있다. 안내서에는 구금과 해직기간에 따라서 최고 5천만원까지 지급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2006년도 연간 가구당 소득이 4인 가족 기준으로 3천6백만원 이하여야만 생활지원금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무엇인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 터무니없는 조건을 정하고 그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치졸한 정책이다. 물론 나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왕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했으면 해직이나 구금기간 동안의 실질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민주인사들은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는 폭압적인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한 항쟁을 전개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다. 한국이 지금 이만큼이나마 민주화를 이루고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인사들에게 큰 빚을 진 사람들이다. 민주인사들의 투쟁과 희생이 없었다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사람은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측근들만 챙겼을 뿐 민주인사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해직과 투옥 등 많은 온갖 고초와 희생을 치룬 민주인사들에게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빚을 갚아야 할 차례다.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은 한국의 역사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독립운동가와 민주인사들을 홀대하면서 후손들에게 과연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역사를 망각하는 국민들의 나라는 미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진리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신장에 이바지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나라가 그 공로를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최초의 정권이 되기 바란다. 또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공헌을 한 유공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그에 걸맞는 응분의 보상을 반드시 해준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구국의 대열에 기꺼이 나설 것이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전환적이고 획기적인 조처를 촉구한다.

 

 

2007년 1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