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시 한 수

행복한 우동가게-강순희

林 山 2009. 4. 29. 16:25

'행복한 우동가게' 표지 

 

그녀가 우동을 끓이게 된 사연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충주로 시집을 오게 된 그녀는 사업을 하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어려움 없이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세상모르고 살던 그녀에게 IMF는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우리네 부모나, 동료, 형제들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었던 것처럼…….


남편의 사업실패로 가족이 흩어져 살게 되고, 당장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그 해에, 그녀는 충주 연수동에 일곱 평짜리 허름한 우동집을 차리게 된다. 가게에서 입을 옷조차 제대로 없어 친구가 마련해주며 용기를 주었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마음도 다잡았지만 이름 없는 우동가게는 그녀에게는 고단한 삶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우동가게 아줌마가 되어 이웃의 삶과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의 만남과 이야기들을 우동가락 뽑듯 글로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제 우동을 끓이는 것은 그녀의 일상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우동 아줌마, 소설가가 되다


어린 시절, 소설가가 꿈이었던 저자는 1996년 평화신문 평화문학상과 1997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하여 창작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행복한 우동가게'와 '백합편지'등을 책으로 내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생활이 문학이고 문학이 또한 생활이 되어 우동가게 없는 글쓰기는 상상할 수 없다는 그녀는 식당 손님들의 이야기와 단상들을 틈틈이 적어두었다가 글로 정리하였다. 먹고 살기 위해 우동가게를 내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글을 쓰게 만드는 곳으로 거듭난 우동가게가 결국 그녀에게 ‘행복한 우동가게’가 되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내 삶이 지극히 소설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말들을 남기고 간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삶 또한 소설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안 쓰곤 못 배기는 이상한 우동가게 아줌마는 어느 날인가부터 우동을 끓이다 조금만 짬이 나면 글을 쓰게 되었다.
덕지덕지 온 가게 안이 사람들이 남긴 말로 도배가 되고 쌓이기 시작했다. 이 말들은 삭일 수 없는 진통처럼 내게 다가왔다. 몇 번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이제야 입을 열었다…'- 저자후기 중에서


우동 아줌마, 시인이 되다


저자의 사연과 그녀의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알려진 작은 우동가게는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와 소설을 나누고 있다. 허름한 벽에는 무명 시인뿐 아니라 이름을 알린 작가들의 시와 쪽지들이 도배지처럼 발리고, 문학지망생과 소박한 이웃들이 우동 한 그릇과 막걸리를 놓고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시와 글을 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우동가게 앞 공원은 ‘시인의 공원’으로 이름 붙여져 시낭송회가 열리기도 했고, 가게 안은 ‘꽃 필래 방’이라 이름 붙여진 여성 시인들의 모임도 생겨나게 되었다.


'전깃불을 끌어다가 어둠을 몰아내며 시낭송을 했다. 단양, 대전, 괴산에서 달려온 시인들이 느티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시를 읊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술집과 음식점이 빽빽이 들어찬 이곳에 가슴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스며들었다.'-p.232


‘시인의 공원은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공간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느티나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마도 느티나무가 사람들의 이런 말을 알아듣고 시인들의 가슴을 향해 끝없이 속삭인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저 공원에서 무수히 싸움을 했던 시인들의 몸짓도, 다함께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p.234
 

행복한 우동가게, 그리고 사람들


사람들이 우동가게를 찾아오는 이유는 단지 우동만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곳은 고단한 삶을 털어놓고, 넋두리를 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위로 받기 위해 오는 쉼터이다.


'행복한 우동가게'는 저자와 함께 우동가게를 지키는 미범, 자신의 시에 대한 고뇌를 털어놓는 무명시인, 목발을 짚고 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시인, 우동을 먹기 위해 들렀다 늦어진 사연을 오해로 말다툼을 하게 된 남자, 신경림 시인을 비롯한 문인들, 직원들을 해고시키고 와 마음을 달래던 조부장, 우동가게 옆 오토바이 가게 주인과 철물점 아줌마, 기타리스트를 좋아하는 나이 많은 언니 등이 함께 만든 우리들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이렇듯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삶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집 간판에 관심이 많았다. 이름 없는 우동집에 간판을 달아 주자는 기사가 어느 신문에 나기도 했다. 그럴 듯한 이름이 많이 들어 왔다. 글 비, 시가 있어 좋은 집, 허송세월, 순이네 우동집, 그곳에 가면 섬이 있다, 파도라 작은 기억, 시인과 나그네, 구름에 달 가듯이……등등.

 

이름을 얘기한 사람들이 왜 하나를 선택하지 않느냐고 투정을 해서, 한번은 ‘글 비’라는 이름을 택하려 했더니, 또 한쪽에서는 그 이름을 하면 우리 집에 오지 않겠다는 말을 해서 그만둬버렸다.


이름이 없어서 서러운 것이 아니다. 화려한 이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이름값 하며 살기 힘든 게 이 세상이다. 나는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온갖 화려한 간판들을 보면서 이름 없는 우리집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p.63(인터파크) 

 

목차

 

머리말

1부 공원 앞 우동가게
한 가락 아주 특별한 외출
두 가락 우산 크기만큼의 삶
세 가락 봄에는 비가 온단다
네 가락 어떤 주정꾼
다섯 가락 아버지 그늘
여섯 가락 캄캄한 밤 우동을 생각한다
일곱 가락 비오는 밤 너무 좋습니다
여덟 가락 그리운 옛 흙

2부 느티나무 손님
아홉 가락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열 가락 책상 빼 소리 듣는 날까지
열한 가락 저 눈이 모두 쌀이라면
열두 가락 허망한 꿈이면 또 어떠랴
열세 가락 오토바이와 함께 사라지다
열네 가락 세상에서 가장 조그만 출판기념회
열다섯 가락 꽃고무신과 개나리
열여섯 가락 밤차를 타고 떠난 그녀
열일곱 가락 홀로 걷는 인생길
열여덟 가락 행주치마
열아홉 가락 돌아와요, 애기엄마

3부 행복한 우동가게
스무 가락 우리 우동가락이 들어 있어
스물한 가락 외로운 밤
스물두 가락 위험한 야간 여행
스물세 가락 우동집에 가지 마시오
스물네 가락 김치 냄새가 나더라도
스물다섯 가락 꽃 필래 방
스물여섯 가락 시인의 공원, 탄생하다
스물일곱 가락 별 발자국을 따라
스물여덟 가락 마음으로 쓴 글들
스물아홉 가락 긴 밤 지새우고
서른 가락 집은 더러운데 우동은 왜 이렇게 맛있어?
서른한 가락 가슴이 따스한 사람들

작가 후기

 

 

강순희

 

충주시 연수동에서 ‘행복한 우동가게’를 하고 있는 그녀는, 우동을 끓이는 평범한 가게주인이자, 주부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아줌마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두고 간 많은 글들과 이야기들을 긴 우동가락으로 뽑아내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따뜻함을 전하며 살고 있다. 1957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고, 1996년 평화신문 평화문학상과 1997년 문예사조에 <이발사는 가위로 가지치기를 한다>로 등단하여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며, 나온 책으로는 <행복한 우동가게>와 <백합편지>가 있다. 지금은 충주에서 ‘문향회’ 활동을 하며 많은 시인들과 이웃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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