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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쫓겨난 할머니

林 山 2011. 2. 15. 14:55

진료를 하다 보면 기기 막힌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오늘은 80대 할머니가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고 답답하다면서 내원했다. 그리고 슬퍼서 자꾸 죽고 싶은 생각만 든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화병과 우울증이 겹친 증상이었다. 

 

몇 년 전 할머니는 집과 땅 등 모든 재산을 큰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재산을 상속받은 큰아들은 곧 할머니를 박대하기 시작했다. 할머니에 대한 구박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

 

큰아들의 구박을 견딜 수 없었던 할머니는 집을 나와 사글세방을 얻어서 살았다. 단칸방에서 늙은 몸으로 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할머니는 너무나 기가 막혔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생각하면 화가 나면서도 슬펐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큰아들과 손주가 보고 싶었다. 할머니는 다시 큰아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큰아들은 할머니를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집에서 쫓아내려는 큰아들을 보면서 할머니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마쳤을 때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말고 내가 할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내 할머니를 대하듯 할머니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드렸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 한 마디에 위로를 받아서였을까! 할머니의 눈에는 어느덧 이슬이 맺혀 있었다.

 

할머니를 진정시킨 뒤 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침 치료를 해드렸다. 이 침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화를 가라앉히는 작용이 있다. 답답한 가슴도 풀어주고, 잠도 잘 오게 한다. 

 

못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가 낭패를 당하는 노인들을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돈도 잃고 자식도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노인들..... 심지어는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몰래 멀리 내다버리는 경우도 있다. 

 

세상의 부모들이여 명심할지어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자식에게는 돈보다도 올바른 정신을 물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상의 자식들이여 명심할지어다! 그대들이 평소 부모에게 하는 행위는 그대들의 자식들이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사실을.....

 

20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