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의 어버이날

林 山 2012. 5. 9. 12:47

 

어버이날 아버지를 집으로 모셨다. 뇌경색으로 인한 반신마비로 한방병원에 입원하신 어머니는 모시지 못하고..... 닭개장을 맛있게 드시는 아버지를 밥상 건너편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슴 저 밑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요즈음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아버지의 안색이 더 어두워지신 것 같다. 

 

아버지가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나는 끝내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이 말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부모님의 내리사랑을 통해서 나는 '사랑'의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그 말을 쓰는 법은 터득하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말을 입밖에 낼 때마다 그렇게 쑥스럽고 겸연쩍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인생을 헛 산 탓일게다. 

 

식사를 끝내신 아버지가 개수통에서 틀니를 씻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울컥했다. 아버지는 고향 시골집으로 가는 차 시간이 다 되었다면서 '나 간다.' 하시고는 아파트 앞 시내버스 승강장을 향해서 서둘러 나가셨다. 요즘 들어 더욱 작아지신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진한 쓸쓸함이 묻어났다.

 

퇴근한 뒤 세명대 충주한방병원으로 어머니를 뵈러 갔다.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자 '진료하느라 바쁠 텐데 뭐하러 자꾸 오느냐?'고 하셨지만 어머니의 얼굴에는 반가운 표정이 역력했다. 평생 일밖에 모르셨던 어머니..... 지나간 세월이 이젠 깊게 패인 얼굴의 주름살로만 남았다.

 

어머니의 마비된 왼쪽 팔다리를 주물러 드린 뒤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어버이날 기념으로 어머니와 함께 사진도 한장 찍었다. 어머니의 여위실 대로 여위신 손을 꼭 잡고..... 그러고 보니 어머니와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는 참으로 무심하기 짝이 없는 아들이었다.

 

어머니가 어서 빨리 병상에서 일어나 두 발로 걸어 나오시기만을 천지신명님께 빌고 또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