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분..... 내 어머니의 이름이다. 2012년 2월경 뇌경색에 의한 중풍 재발로 건국대 의대 충주병원에서 3개월, 세명대 한의대 충주한방병원에서 3개월 입원 치료 후 현재는 현대요양병원에 계신다. 계속 치료와 요양을 하고 있지만 예후는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좌반신 마비로 완전 와상상태인 어머니는 언어마저 불리하여 의사소통이 어렵다. 밥이 넘어가지 않아 매끼 죽만 먹기에 영양부족으로 뼈와 가죽만 남은 모습이다. 좌반신은 전혀 움직일 없어 팔다리의 근육과 관절이 퇴화되고 구축되어 거의 회복 불능인 상태에 이르렀다. 대소변도 간병사들이 받아내야만 한다.
어머니 연세는 한국 나이로 79세. 10여 년 전에는 뇌출혈로 우반신마비가 되었지만 꾸준히 한약을 복용하고 침 치료를 한 결과 후유증 없이 회복이 되었다. 우측 팔다리에 저린 증상은 남아 있었지만..... 회복이 된 후 한여름 땡볕에도 품팔이 일을 다니시는 등 몸을 너무 혹사시킨 결과 과로가 원인이 되어 중풍이 재발한 것이다.
어제..... 저녁 7시 퇴근 후 요양병원으로 어머니를 뵈러 가서 한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침 치료를 해드렸다. 요양병원 소속 한의사가 1주일에 두세 번 정도 침구 치료를 하는데..... 침구 치료가 없는 날은 내가 침 치료를 해드린다. 중풍칠처혈을 중심으로 침 치료 후 마비된 팔과 다리의 마사지를 해드리고 있는데.....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집에 데려다 주거라."
"갑자기 집에는 왜 가시려고요?"
"순옥이가 집에 와 있어."
"순옥이가 누군데요?"
"명륜이 딸....."
명륜이는 어머니의 막내딸이요, 내 막내 여동생이다. 현재는 모 그룹 상사 아르헨티나 지점으로 발령을 받은 매제를 따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다. 내 이종사촌 여동생도 순옥이가 있고, 내 육촌형의 딸도 순옥이가 있다. 그래서 내가....
"명륜이 딸은 승윤이와 승혜라고요. 어느 순옥이를 말씀하시는 거에요?"
잠시 후 또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순옥이.....! 순옥이가 집에서 기다린다. 집에 빨리 데려다 줘."
"알아보니까 순옥이는 집에 안 왔대요."
하고 많은 사람 이름들 중에서 왜 하필 순옥이일까? 어머니의 순옥이는 어느 순옥이일까? 두 순옥이와는 또 다른 순옥이일까? 순옥이가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뜬금없이.....
2012.11.13
"명륜이가 와서 기다린대. 빨리 데려다 줘."
"명륜이는 지금 저 멀리 아르헨티나에 있어요. 내년 봄에 어머니 뵈러 나온다고 했어요."
내 말에 어머니는 잠시 침묵에 잠기시다가 또 갑자기,
"날 일으켜 다오. 죽더라도 집에 가서 죽게."
그래서 내가.....
"집에 가시면 누가 돌봐 드릴 사람이 없어요. 아버지도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어머니를 돌봐 드리기 힘들어요. 여기가 어머니에겐 제일 편해요. 아니면 제가 한의원 문 닫고 시골 고향집에 가서 어머니 모시고 살까요?"
하니 어머니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신다. 내가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잘 아시기 때문일까?
환각과 기억의 혼란, 그리고 판단의 착오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뇌에 무슨 문제라도 일어난 것일까? 병원에서 처방한 고혈압 치료제와 혈전용해제, 항우울제 양약의 부작용일까?
같은 병실에 입원한 바로 옆 할머니의 말씀이 어머니는 낮잠도 안주무시고 하루종일 집에 데려다 달라고 병원 근무자들을 졸랐다고 한다.
잠시 후 어머니는 정신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죽고 싶다."
"왜 또 그런 생각을 하세요."
"이렇게 살아서 뭐하니?"
"어머니가 안계시면 저는 무슨 낙으로 살아요? 그리고 내년 봄에 명륜이가 어머니 뵈러 아르헨티나에서 들어온다는데요. 명륜이도 봐야지요."
"......"
명륜이 때문인가 어머니가 잠잠해지셨다. 잠시 후 어머니가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드셨다. 이불을 잘 덮어드리고 병실문을 나왔다.
오늘도 퇴근 후 어머니 병실에 들렀더니..... 포도당 링거 주사바늘을 왼팔에 꽂은 채 눈을 감고 계신다. 바로 옆 침상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말씀....
"오늘은 어쩐 일인지 하루종일 잠만 주무시네."
내가 온 것을 안 어머니가 가늘게 눈을 뜨신다.
"어머니 오늘은 여한의사 선생님이 침 치료 해드렸어요?"
어머니가 고개를 가로 저으신다.
"그럼 제가 침 치료 해드릴까요?"
고개를 끄덕이시는 어머니.... 침 치료와 마비된 팔다리의 근육 마사지를 해드리는 동안에도 졸린 듯 눈을 거의 감고 계신다. 잠시 눈을 뜨시더니.....
"어여 가서 저녁 먹어라."
"그럼 저 이제 가도 되겠어요?"
고개를 끄덕이시고 스르르 눈을 감으신다. 어제보다 상태가 좋아지신 듯 해서 다소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하다.
돌아오는 길에 한의원 같은 건물에 있는 투다리에서 매운 닭발 하나와 산사춘 한 병을 샀다. 집에 돌아와 산사춘 한 잔으로 시름을 달랜다.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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