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오신 중년 여성 환자분이 오셔서 문진을 하는데...... 혈압, 당뇨, 알레르기 유무, 식욕, 소화력, 대소변, 땀, 잠, 체질, 혈액형, 정신상태 등을 물은 뒤 마지막으로 자녀 수를 묻는 순서였다.
나 : 자녀분은 몇 명 두셨나요?
환자 : 딸만 둘이에요.
나 : 딸딸이 어머니시군요.
환자 : 호호호
나 : 다 성장해서 출가시키셨겠네요.
환자 : 하나는 치웠고, 하나는 아직 못보냈네요. 중매 좀 서주실래요?
나 : 나이는 몇 살이고, 학교는 어디 나왔어요?
환자 : 29살이고요, 모 대학 연극영화과 나왔어요.
나 : 연영과 출신이면 미인일 텐데, 설마 남자 친구가 없을라고요? 대쉬하는 총각들도 많을 테고요.
환자 : 그러게 말이에요.
나 : 지금 뭐하는데요?
환자 :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나 : 제게도 올해 29살인가 30살인가 먹은 아들 하나 있는데요. 장가를 갈 생각을 안하네요. 저는 며느리감이 의리가 있고 마음씨만 좋으면 다른 조건은 다 필요없습니다.
환자 : (사무실 진열장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더니)원장님 아드님 인물이 훤하니 잘 생겼네요. 제 딸과 소개팅 한 번 시켜주면 어떨까요?
나 : (얼떨결에) 아, 네..... 그것도.... 뭐..... 괜찮겠네요.
환자 : 제 딸 전화번호입니다. 010-xxxx-xxxx
나 : 알겠습니다. 아들 녀석한테 전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처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즉시 아들에게 문자로 보내주었더니...... 아들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 : 아버님 氣體候一向萬康하옵신지요?
나 : 그래. 아들아 문자는 받았겠지.
아들 : 네, 받았습니다.
나 : 연락해서 한 번 만나 보거라.
아들 : 이런 일이 있으면 사전에 저의 의견도 좀 들어보시고 추진하도록 하세요.
나 : 아, 글쎄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니까......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도록 하마. 그건 그렇고..... 그 처자 만나볼래?
아들 : 연락해서 한 번 만나던가 해볼게요.
나 : 그래라. 확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니?
아들아, 일의 전말은 앞에 쓴 것처럼 그렇게 된 것이란다. 그리니까 오해하면 아니 아니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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