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천상미인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다 14

林 山 2012. 12. 7. 09:36

새벽 4시 반쯤 전화 벨 소리에 잠이 깼다. 사위가 둘째 외손녀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단다.  

 

저녁 때 요양병원에 들러 어머니에게 손녀의 출산 소식과 함께 손전화에 저장된 외손녀 사진을 보여 드렸다.

 

"이쁘지요?"

"이쁘다."

"누구 닮은 것 같아요?"

"지 아빠."

"대변은 보셨어요?"

"아침에 두 번 보았다."

"쾌통원 드시고요?"

"그래."

 

한방 변비약 쾌통원을 드시고 어머니의 대변이 통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식사도 세 끼 다 잘하셨단다. 건강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던가!

 

오늘은 요양병원 한의사가 침 치료를 하지 않는 날이다. 그래서 내가 침 치료를 해드리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싫다고 하신다. 싫다시는 것을 억지로 침을 놓으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침 맞는 거 싫으세요?"

"그래."

"왜요?"

"따가와서."

"알았어요. 그럼 재활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셔야 해요."

 

하자 고개를 끄덕이신다.

 

먼저 양쪽 다리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 드렸다. 구축된 오른쪽 무릎 관절 운동을 시켜 드릴 땐 통증을 호소하셨다. 슬관절의 운동 범위를 조금 줄이자 통증이 다소 완화된다고 하신다. 다음 왼쪽 팔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 드렸다. 각 관절 운동은 어제처럼 20회씩 했다. 오른쪽 팔은 어머니 스스로의 힘으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운동을 20회 반복시켰다.

 

재활 운동이 끝난 뒤 나는 균형영양식인 뉴케어 캔 하나를 성한 오른손으로 직접 들고 드시게 하였다. 이어 칼슘이 첨가된 야쿠르트도 하나도 다 드셨다. 전에는 거의 매일 나오던 뉴케어나 우유, 야쿠르트를 전혀 입에도 대지 않아 아버지가 오셔서 다 드시곤 했는데..... 오늘은 잘도 드신다. 어머니의 삶에 대한 의욕이 되살아나신 것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식사하실 때 오른손으로 직접 떠 드셨어요?"

"아니."

"간병사가 먹여 드렸어요?"

"그래."

"앞으로 오른손으로 직접 식사하도록 하세요." 

 

어머니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셨다. 하지만 실천을 하실지는 미지수다. 내가 웃으면서,

 

"제가 누구에요?"

"큰애."

"이름은요?"

"임종헌."

"옛날 이름은요?"

"종옥이."

 

기억력이 온전하신 것을 보니 저으기 안심이 된다. 어머니가,

 

"어여 가서 저녁 먹어라."

"저 이제 가도 되겠어요?"

"그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병실을 나섰다. 오늘은 왠지 병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밤하늘에는 보름을 하루 남긴 둥그런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2012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