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上美人(천상미인)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 오늘이 보름이던가? 동녘 하늘에 쟁반같이 둥근 달이 떠 있다.
병실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비타민제 삐콤헥사가 첨가된 포도당 링거를 맞고 계셨다. 간병사의 말이 어머니가 오늘은 세 끼 식사를 남기지 않고 다 드셨다고 한다.
"며칠 전에 덴 입술과 혀는 다 나으셨어요?"
"그래."
"오늘 요양병원 한의사 선생님한테 침 치료 받으셨어요?"
"아니."
어머니의 말을 들은 간병사가 오전에 침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아닌가!
"오늘 침 치료 받았다는데요."
"....."
어머니의 기억에 무엇인가 착오가 있었던가 보다. 어머니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 드린 뒤 균형영양식인 뉴케어 한 캔을 다 드시게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뉴케어가 맛이 없다고 잘 안 드시려고 했다. 어머니를 살살 달래기도 하고 어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이거 안 드시면 의사 선생님이 콧줄을 집어넣어서 먹인다고요."
"콧줄 집어넣으라고 해."
어머니는 화를 벌컥 내셨다. 뉴케어를 어지간히도 먹기 싫으신가 보다. 어쩔 수 없이 반쯤 남은 뉴케어를 휴지통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세 끼 식사를 잘하셨다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어머니는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지 좀더 주물러 달라고 하셨다. 오른쪽 다리를 주물러 드리면서 어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한참을 주물러 드리자 어머니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겨 왔다.
그동안 비어 있던 2번 침상에 새로운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용산동에서 오셨다는 할머니는 연세가 올해 96세라고 했다. 넘어지는 바람에 왼쪽 아래팔 뼈인 요골과 척골이 골절되어 입원하게 되었단다. 알고 보니 할머니의 아들은 내 고등학교 후배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는 딸도 안면이 있었다.
밤인사를 드리자 어머니의 눈이 번쩍 뜨이신다. 어머니는 눈으로 '잘 가거라.' 하고 말하는 듯하셨다. 병실을 나오면서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2012년 11월 28일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天上美人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다 16 (0) | 2012.12.11 |
---|---|
대통령 선거 에피소드 (0) | 2012.12.10 |
천상미인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다 14 (0) | 2012.12.07 |
천상미인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다 13 (1) | 2012.12.06 |
天上美人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다 12 (0) | 2012.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