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돌아올 때마다 나는 술안주로 과메기를 즐겨 먹곤 한다. 배추나 상추 같은 야채에 김, 물미역, 다시마를 한 장 얹은 다음 초장을 찍은 과메기와 된장에 찍은 쪽파, 마늘, 풋고추를 함께 싸서 먹는 맛이란 정말 별미 중의 별미다. 과메기는 야채와 생선이 조화를 이루어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그야말로 겨울철 최고의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좋아하던 과메기도 이젠 안심하고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포항 구룡포 지역에서 대만산 수입 꽁치를 사용한 과메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만산 꽁치는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후쿠시마 북동쪽 해역에서 잡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충격을 준다.
일본산 수산물은 방사능 전수검사에서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이라도 대만 국적 어선이면 원산지가 대만으로 표시된다. 현행 검역법상 조업구역 중심이 아닌 작업 어선들의 국적에 따라 원산지 표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 어선들이 잡은 꽁치는 원산지가 대만산으로 표시되어 검역에 통과되면 아무런 제재 없이 유통이 가능하다. 검역 기준을 어선의 국적이 아닌 조업 장소로 바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 대만산 꽁치에 대해서 방사능 정밀 조사를 한 결과 1㎏당 1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대만산 꽁치에서 검출된 세슘은 기준치(1㎏당 370Bq) 이하로 적합 판정을 받고 시중에 유통되었다. 방사능 물질 세슘의 기준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세슘 등 방사능 위험 물질은 미량이라도 검출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구룡포 과메기 판매상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대만산 꽁치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부 과메기 덕장에서 가공을 하고 있어 원양산으로 둔갑 판매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잡히는 꽁치는 어획량이 적어 가격이 비싼 까닭에 대만 어선들이 잡은 냉동 꽁치를 수입하여 과메기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청어로 만든 과메기는 안전할까? 꽁치 과메기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이후 청어의 어획량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어 과메기가 다시 등장했다. 청어는 러시아산이 대량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6월까지 러시아에서 냉동 청어 9,768톤이 수입되어 전년 동기 2,721톤 대비 약 259%가 증가했다는 통계다. 러시아 어선이 청어를 후쿠시마 인근의 북태평양에서 잡았더라도 원산지는 러시아로 표시되기 때문에 대만산 꽁치의 경우처럼 아무런 제재없이 통관된다. 그러므로 청어 과메기도 공신력 있는 기관의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별 걱정 없이 먹었던 과메기도 이젠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현실에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 당국을 신뢰하지 못하니 애꿎은 어민과 국내산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만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그 좋아하던 과메기도 이젠 방사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와질 때까지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2013. 12. 19.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1월 1일 두물머리 해돋이와 할매바위 해넘이 (0) | 2014.01.02 |
---|---|
오늘도 안녕하지 못한 곳에 쌍화탕을 보내다 (0) | 2013.12.30 |
내가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0) | 2013.12.19 |
차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0) | 2013.12.14 |
제18대 대통령 선거 무효를 선언한다! (0) | 2013.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