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산이나 볼 일 때문에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요금소를 빠져나갈 때 나는 통행료를 받는 직원들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수고하시네요', '아름다우시네요' 하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숨막힐 듯한 요금소의 그 작은 공간 안에서 하루 종일 꼼짝도 못하고 통행료를 받으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 손님이 건네는 따뜻한 인삿말 한 마디는 요금소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사를 건네면 직원들의 굳었던 얼굴 표정이 잠시나마 밝게 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삿말을 건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고속도로 요금소에 하이패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차에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하면 매우 편리하다. 요금소를 그냥 빠져나가기만 하면 통행료가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차량이 몰려 정체가 심한 요금소에서도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차량은 유유히 빠져나간다. 길게 늘어선 줄의 끝에서 통행료를 내기 위해 기다려야 할 때는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차가 부러울 때도 있다.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비정규직이라고 들었다.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어날수록 불필요한 요금소 비정규직 직원들은 차례차례 정리해고를 당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내가 만일 하이패스를 이용한다면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의 정리해고를 앞당기게 될지도 모른다.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정체가 일어날 때 다소 불편한 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보다도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들에게 건네는 인삿말의 즐거움이 훨씬 더 크다. 내가 하이패스 단말기를 달지 않는 이유다.
201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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