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삼척 번개시장에서 영덕 대게 마케팅을 보다

林 山 2014. 1. 20. 12:41

주말에 볼일이 있어서 삼척에 갔다가 새벽에 삼척역 앞 오십천변에서 열리는 번개시장에 들렀다. 싱싱한 생선과 미역 등을 비교적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삼척 번개시장이다. 찬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인데도 번개시장은 해산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좌판에는 대구, 가자미, 도루묵, 이면수, 도치, 아구, 돌삼치, 곰치, 오징어 등 갓잡아온 생선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손님과 주인 사이에 흥정하는 소리가 새벽 아침의 고요를 깨뜨리고 있었다.  


1월은 도치철이라 먼저 도치부터 한 마리 샀다. 심퉁이라고도 부르는 도치는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있다. 몸통은 살짝 데쳐서 숙회로 만들어 초장을 찍어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고, 알은 묵은 김치를 넣어서 얼큰하게 끓이면 속풀이에 아주 그만이다. 도치는 겨울철 산란기가 지나면 연골이 단단해져서 숙회로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열기와 참가자미 건어물, 양미리, 돌미역도 샀다. 열기와 참가지미 건어물은 쪄서 먹으면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하고 감칠맛이 있다. 양미리는 연탄불 석쇠에 올려 소금을 뿌리고 구워서 먹거나 무우를 깔고 갖은 양념을 해서 찜을 해도 맛있다. 돌미역은 청양초 풋고추로 양념을 한 멸치젓갈에 찍어 먹으면 맛과 향이 아주 좋다. 


마침 한 집에 대게도 나와 있어 사려고 하니 살이 제대로 찬 게들이 없었다. 값은 비교적 싼 편이었지만 상품 가치는 별로 없어 보였다. 나는 돈을 제대로 주고 제대로 된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인지라 대게는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이왕 바닷가에 왔으니 맛이나 본다고 대게를 몇 마리 샀다. 


번개시장에는 왜 일등품 대게가 나오지 않느냐고 물으니 동해, 삼척, 울진 일대에서 잡히는 대게는 모조리 영덕으로 간다는 것이 아닌가! 영덕 대게는 영덕에서 잡히는 대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벼를 이천에서 도정하면 명품 이천쌀, 철원에서 도정하면 명품 오대미쌀로 둔갑하는 것처럼 동해, 삼척, 울진 등지에서 잡히는 대게도 영덕으로 가서 영덕 대게로 둔갑한다는 것이었다. 영덕 대게의 명성은 아마도 마케팅에서 성공한 덕이 아닌가 한다.  



2014. 1. 20.